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7.09.22. Wouter Hamel - Amaury Live @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미친도사 2017. 9. 23. 21:18


바우터 하멜이란 네덜란드 출신의 팝 재즈 가수가 있다는데, 언젠가부터 봄에 하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 (이하 서재페) 단골 손님이 되었다.

그런 가수가 있나 보다 하고, 배철수의 음악 캠프에 가끔 나오기도 해서 내게는 대표곡 한 두곡 정도 아는 수준의 팝가수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서제패 단골 손님 중 하나인 미카를 엄청 좋아하는 규영이가 어쩌다가 이 사람을 알게 되었고, 음악을 좀 들어보더니 꽤나 맘에 들었나 보다.


올 봄에 서재페 때엔 별 관심 없다가 여름 즈음부터 좋아하더니, 9월에 공연 잡혔다니까 보고 싶단다. 어허...

세영이는 별 관심이 없는지라 혼자 보겠다고 해서 예매 시작하는 날 예매 번호 160번으로 티켓 구입 완료. 티켓을 구하고 나서 보니, 이번 공연의 무대를 무대 감독하는 친구 회사가 맡았다고 한다. 오호라~


공연장인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는 규영이 학교에서나 집에서 교통편이 조금은 애매한 편이라, 내가 퇴근하고 태워서 갔다가, 태워 오는 걸로 작전을 세웠다.


시간은 흘러흘러 공연 날. 조금 일찍 퇴근해서 규영이를 태우고 이태원으로 고고~

공연장에서 가장 가까운 공연 주차장인 한남동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근처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공연장으로 이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는 작년에 앤쓰랙스(Anthrax) 내한 공연으로 한번 와봤던 곳이다.

2016.11.08. Anthrax - Hyundai Card Curated 29 @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이 공연장은 사운드 때문에 악명이 높은 곳 중 하나인데, 다행히도 내가 봤던 앤쓰랙스 공연은 사운드가 무척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있었던 몇몇 공연에서 여전히 나쁜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지라 조금은 걱정이 되네.


7시 반에 입장이라는데, 7시 10분쯤 도착했을까? 작은 공연장에 평일이라 그런지 아직 사람이 많지 않다. 원래 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가 표를 구해서 보기로 했다.

규영이는 엄청 기대를 하는지 공연 전부터 표정이 무척 밝다.


입구에서 팔찌를 받아서 차고 입장대기.


규영이는 미리 줄 서 있는 동안에 무대 감독 친구가 잠시 올라와서 인사 나누고 얘기 좀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공연 찾아다니고, 즐기는 모습이 기특하단다. 서재페 총괄 감독이기도 한 친구는 하멜과도 인연이 많아서, "쟤는 한남동에 집이 있는게 틀림없어. 한국에 이렇게 자주 올 수가 없다"한다. 하하. 규영이가 본 공연들 얘기해주니 자기가 할 뻔 했던 공연도 있다는 둥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공연 끝나고 규영이에게 얘기해주니 아주 재밌어 하고 좋아한다.


입장하면서 작은 응원 배너 같은 걸 하나씩 챙겨 갈 수 있도록 했는데, 팬클럽에서 준비한 아이템인가 보다.


제일 뒤에 자리를 잡았지만, 멀지 않은 아담한 공연장. 무대가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거의 8시 정시에 공연은 시작했고, 약 100분 정도 하지 않았나 싶다.

바우터 하멜 밴드는 하멜 포함 여섯 명이었다. 하멜 외에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퍼커션.

재즈를 표방하면서도 작은 전자 악기들도 적절히 사용하여 사운드를 재밌고 풍부하게 표현해 내었다.

곡을 내가 줄줄 꿰고 있는 정도가 아니지만, 규영이가 듣는 거 어깨 넘어 들어 본게 좀 되는지 크게 낯서지 않아서 더 즐겁게 본 것 같다.


2017년 신보 발매 기념 투어여서 그런지, 신보에서 선곡이 많았던 것 같지만 반응이 꽤나 좋았다.


이 공연장에선 맥주를 파는지라 성인들은 맥주 한 잔씩 들고, 음악에 맞춰 몸 흔들며 즐기는 것도 참 좋아보였다. 나도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었다.


멤버들이 자기 자리에서 연주하다가도 가끔씩 무대 앞쪽에 나란히 서서 새로운 편곡으로 노래하는 곡도 꽤 많았다.



아래 사진은 앞쪽에 자리한 규영이가 찍은 사진 중 하나.


키도 꽤 큰 데다 앞자리여서 시야가 좋아서 너무 좋았댄다.

하멜의 데뷰 히트곡 중 하나인 Breezy는 완전히 새로운 편곡으로 연주했는데, 역시 제일 분위기 좋았던 곡 중 하나였다.

중간에 흑인 기타리스트의 솔로 연주도 짧게 있었는데, 아으~ 쫀득쫀득한 게  기가 막히네. 퍼커션 연주자의 솔로, 키보디스트의 솔로도 있어 보컬 바우터 하멜 만의 공연이 아닌, 밴드가 보여주는 것도 충분히 있어 볼거리도 많았다 하겠다.

언더스테이지에서 자주 언급되는 고질적인 사운드 문제도 아주 청명한 수준은 아니어도 꽤 괜찮은 수준으로 사운드가 나와주어 음악을 즐기기에 좋았다.


공연 끝나고 다시 상봉한 부녀. 규영이는 흥분해서 난리가 났다. 같이 공연 본 게 작년 초 미카 공연인데, 그 때처럼 얼굴에 화색이 만연하다. 


이렇게 환한 웃음을 늘상 짓고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요새는 이렇게 환하게 웃는 날이 좀 있어서 다행.


이번 공연의 무대 감독 친구의 정보로 CD 소지자에 한해 사인회가 있다는 걸 알고 1층으로 올라갔더니 이미 복잡복잡. 한켠에선 CD를 판매하고 있는데, 우리는 CD가 있는지라 바로 사인회 줄로 이동!

얼마 안 기다렸는데, 우리가 줄 서있는 바로 옆으로 밴드 멤버들이 이동한다. 바로 코앞에서 멤버들과 인사! 히히.


난 CD가 없으니, 규영이랑 나란히 가면서 사진 찍어줬다.

멤버들 모두 환하게 웃으며 인사해주고, 사인도 해주면서 대화도 나누고... 분위기 참 좋네.

규영이는 며칠동안 하멜에게 건네 준다고 빈엽서에 그림도 그리고, 깨알같이 편지도 써서 건네 줬다.


공연도 즐거웠고, 멤버들도 가까이서 보고, 사인도 받고...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하나 더 놀라운 선물이 생겼다.

친구가 무대 정리하고 나오면서, 포스터도 깨끗한 것 한 장과 하멜 발 밑에 붙여놨던 셋리스트도 떼어다가 챙겨주었다. 규영이는 연신 대박을 외치며 기뻐한다. 그러고보니, 작년에 규영이와 함께 즐겁게 봤던 미카 공연도 이 친구가 무대 감독이었다는데, 이렇게 또 셋이 인연이 이어지네. 규영이는 지금껏 본 공연 중에 최고였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내내 좋은 기분을 유지하고 있다.

조만간에 친구에게 식사 대접 한 번 해야겠다.


이번 공연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이걸 기반으로 내가 setlist.fm에 셋리스트도 등록했다.


공연 예매 정보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하멜의 공연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라고. 보고 나니, 그 말이 너무나 와닿는 그런 공연이었다. 노래는 당연히 잘 하고, 그 밴드 역시 연주가 훌륭했고, 관객과의 호흡도 좋고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다음 공연은 정말로 10월 8일 미스터빅(Mr.Big)이 될 예정! 혹시 모르지, 중간에 딴 공연이 끼어 들어올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