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12시간을 락/메탈로 🔥불태운 JUMF 2025 2일차 생존기 - 드래곤포스, 네모필라 외

미친도사 2025. 8. 30. 23:03

🎶 부산락페에서 시작하여, 펜타포트를 거쳐 JUMF로!

공연을 자주 가는 편이었지만, 락페스벌 관람은 2012년에 부산 락페가 처음이었다. 부산까지 가는 게 멀긴 하지만, 하루 동안 많은 밴드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고, 탁 트인 야외 무대에서 즐기는 공연은 어두운 실내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1년에 한 번쯤은 락페를 가려고 하고 있다.

 

한동안 인천 송도에서 하는 펜타포트 락페는 내가 좋아하는 락/메탈 밴드 중심의 라인업이어서 몇 차례 가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밴드 선정의 취향이 바뀌면서 관심이 멀어졌다. 그 즈음에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JUMF)이 눈에 들어왔다.  2019년 JUMF는 내가 락/메탈을 많이 듣기 시작할 즈음이었던 고등학교 때에 한국에 처음으로 내한한 본격 메탈 밴드였던 스트라이퍼(Stryper)가 온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엔 공연을 못 봤고, 이후 몇 번 왔다는데, 볼 기회가 없어서 이 공연을 꼭 보고 싶었다. 그렇게 본 JUMF는 메인 무대 2개 나란히 있으면서 번갈아 진행되어 많이 이동하지 않으면서도 공연을 바로바로 즐길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페스티벌 기간 동안 하루는 헤비메탈에 특화된 라인업이 있는 날(앞으론 메탈 데이로 칭하겠다)이 있다는 것이 내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작년 JUMF의 메탈 데이는 정말 재미있었다.

 

🔥 올해의 락페도 JUMF 확정🤘

올해 락페 라인업이 속속 발표되는 와중에 대부분 라인업이 마음에 안 들던 차에 JUMF의 첫번째 라인업 발표를 보고 '올해도 전주 확정'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네모필라(Nemophila)'라니!!! 수년 전부터 밴드메이드(BAND-MAID)를 좋아하게 되니 일본의 락/메탈 밴드들이 유튜브, 애플 뮤직에 추천이 뜨는 중에 전부터 관심있어 했던 일본의 여성 드러머 유튜버 '무라타 타무 (むらた たむ)'가 여러 밴드 멤버들과 밴드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러고 접한 그들의 음악은 완전 쎈 헤비메탈 그자체였다. 그런 네모필라가 온다니! 올해 JUMF를 가야만 하는 이유는 확고해졌다.

 

3일 전체를 볼 건 아니기에 1일권을 예매할 수 있는 2차 라인업 발표를 기다렸다. 그런데, 2차 라인업은 대박이 하나 더 기다리고 있었다.

 

미친 듯한 속주를 전면에 내세운 영국의 파워 메탈 밴드 '드래곤포스(Dragonforce)'라니! 이건 고민할 것도 없이 2일차 예매 확정! 거기에 내 귀에 도청장치, 다크 미러 오브 트래저디, 오딘, 브로큰 발렌타인, 카디, 이승윤, 트랜스픽션, 두억시니 등등 라인업이 완전 맘에 든다.

 

일찌기 2일차 티켓을 선예매로 사놓고 기다렸다.

 

JUMF는 쭉 전주 종합 운동장을 그 행사장으로 써왔는데, 작년에 갔을 때 종합 운동장 리뉴얼이 예정되었다고 했었다. 그러더니, 올해는 행사를 전북대학교 대운동장에서 한다고 한다. 아하. 전주 종합 운동장과 가까운 곳이고, 적절한 선택인 것 같아.

 

학교에서 행사를 하다보니 실내 체육관에 국내 인디 기획사 팀들로 꾸려진 별도의 무대까지 마련되어 굉장히 많은 팀이 나오게 되었다.

 

올 여름은 미친 듯한 더위가 예상보다 좀 일찍 끝나나 싶더니만, 공연 날 즈음은 역시나 다시 뜨거운 날씨가 예보되었다.

 

공연날 아침, 성남에서 고속버스 타고 도착해서는 점심을 먹으러 작년에도 갔던 '금암 피순대' 집을 갔다. 딱 점심 시간 때여서인지 대기하는 사람도 좀 있었다.

 

점심 한 끼 든든히 먹고 나와서 공연장을 향해 걸어갔다. 하, 하늘이 맑고 높다 보니 그 뜨거움이 예사롭지 않다. 전북대학교도 국립대라 그런지 캠퍼스가 널직하고 여유로워 좋다. 내 모교는 국립대여도 산 밑이라 걸어다니기 좀 힘든데, 여긴 평지라 다니기도 좋네. 티켓과 입장 팔찌까지 수령하고 입장!

 

 

공연장으로 입장하는 순간, '아 뜨겁다!'

온칠(On Chill) 공연 중

 

입장하니 2인조 밴드 ‘온칠(On Chill)’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기타와 드럼만으로 구성된 밴드였지만, 사운드는 꽤나 꽉 찬 느낌이라 인상적이었다. 드러머는 가녀려 보이는 여성 연주자였는데, 그녀의 파워풀한 연주는 예사롭지 않았다.

 

🎸 내 귀에 도청장치

나는 다음 순서인 ‘내 귀에 도청장치’의 공연을 꼭 보고 싶었기에 옆 무대로 이동해 무대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내 귀에 도청장치’는 꽤 오래된 팀으로, 이름만 알고 있다가 KBS <톱밴드 시즌2>(2012)에 출연한 무대를 보고 매료되었다. 그 무대가 계기가 되어 같은 해 부산 락페에 가게 되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활동을 쉬었지만,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워 꼭 보고 싶었다.

 

밴드 굿즈로 보이는 수건을 두른 오랜 팬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보컬이 약간 과장된 듯한 연극 무대 같은 액션을 펼치는데, 그 모습이 무척 반가웠다. 곧 새 싱글이 나온다며 “돈이 없으면 장기를 팔아서라도 사라”는, 늘 하던 멘트도 여전히 유쾌했다. 내가 열혈 팬은 아니었지만, 예전에 즐겨 듣던 곡들이 공연장에서 다시 생명을 얻어 울려 퍼지는 그 순간이 정말 반갑고 벅찼다.

 

13년 만에 만나는 '내 귀에 도청장치'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물대포와 대형 물총이 관객을 향해 마구 쏟아졌다. 사실 이 더위 속에서는 물을 맞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울 정도라, 일부러 물벼락을 맞으며 무대 앞까지 나아가 공연을 보게 된다.

 

늘 혼자 공연을 보러 다니는 편인데, 작년 JUMF에서는 내가 활동 중인 커뮤니티 DVDPRIME(이하 DP)의 회원이신 ‘야우’님을 현장에서 만나게 되었다. 페스티벌 중간중간 함께 맥주도 한잔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을 함께 즐겼다. 이후로는 서로 좋아하는 공연을 소개하기도 하고, 뽐뿌도 주고받으며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 트랜스픽션

'내 귀에 도청장치' 무대가 끝나고 야우님을 공연장 뒤에서 만나 맥주 같이 마시면서. 다음 순서인 '트랜스픽션' 무대를 감상했다.

 

1일차부터 관람하고 있는 야우님 말로는, 전체적인 볼륨이 과하게 크다는 말에 동의하게 된다.

 

🎸 다크 미러 오브 트래지디

다음은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심포닉 블랙 메탈하는 '다크 미러 오브 트래지디 (Dark Mirror ov Tragedy)' 순서. 원체 실력자들이 모인 밴드이기는 하지만, 많이 마이너한 장르의 메탈이어서 우리나라보다도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의 인지도가 더 높을지도 모르는 밴드다. 무지막지한 더위에도 콥스 페인팅(Corpse-painting)까지 하고 의상까지 완전 무장하고 등장하여 놀라운 수준의 음악을 연주했다. 다만 공연 시간이 너무 밝은 대낮이라 블랙 메탈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무대였다.

안 그래도 더운데 불🔥쑈까지 😆

 

다음은 또다른 블랙 메탈 밴드 '오딘(Oathean)'. 꽤나 오래된 팀인데, 한동안 휴지기였다가 작년 JUMF에서 다시 등장해서 놀랐던 밴드가 올해도 JUMF에 함께 했다. 다만, 이 때 더위가 극에 달한 시간이라 미안하지만, 잠깐 실내 체육관에서 진행 중인 '얼티밋 스테이지' 쪽으로 피서를 갔다.

 

얼티밋 스테이지’는 실내 체육관이라 에어컨이 나와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체육관의 약 1/3은 휴식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었고, 2층 관람석에는 많은 관객들이 더위를 피해 앉아 쉬고 있었다. 마침 그 시간엔 무대도 잠시 쉬는 타이밍이라, 나도 2층 의자에 앉아 잠깐 더위를 피하며 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저 멀리서 단정한 복장을 한 분이 걸어오는 게 보였는데, 이번에 참가한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밴드의 베이시스트 백진희 님이었다.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 리치맨 님과 베이시스트 백진희 님은 과거 게이트 플라워즈와 ABTB 출신의 보컬 박근홍 님과 함께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Overdrive Philosophy, 오버필)’라는 밴드를 했었다. 이 밴드의 음악은 정말 매력적이었지만, 미니 앨범 하나와 정규 앨범 하나를 발표한 뒤 해체를 선언했는데, 그 마지막 공연을 보러 갔었다. 공연 후에는 앨범에 사인도 받고, 함께 사진도 찍었었다. 그 이후로 백진희 님과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맞팔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이날 나를 알아봐 주셔서 정말 반가웠다.


비록 이번에는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의 공연 시간이 다른 무대와 겹쳐 직접 보지 못했지만,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는 후기를 소셜 미디어에서 보고 무척 기분이 좋았다. 

 

🎸 홀리 마운틴

얼티밋 스테이지의 쉬는 시간이 끝나자, ‘홀리 마운틴(The Holy Mountain)’이라는 3인조 밴드의 공연이 시작됐다. 단 세 명으로 구성된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그루브 넘치는 리듬과 육중한 사운드는 놀라웠다. 상당히 근사한 무대였지만, 얼티밋 스테이지 자체의 홍보가 부족했던 탓인지 관객 수가 적어 아쉬움이 남았다. 이 밴드의 음악이 꽤 인상 깊어서, 공연을 보며 ‘좀 더 찾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멤버들이 나름 이 바닥의 베테랑들일세. 헐

홀리 마운틴

 


그렇게 얼티밋 스테이지를 나와, 다시 메인 스테이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SEX MACHINEGUNS ( 🇯🇵 )

메인 스테이지 쪽은 일본에서 온 ‘섹스 머신건즈 (Sex Machineguns)’의 차례였다. 시간표보다 살짝 일찍 시작한 듯했는데, 꽤 오래된 베테랑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던 팀이었다. 무대 앞에 다가서자마자 느껴지는 점은 4인조 메탈 밴드로 광기, 재기, 똘끼로 똘똘 뭉친 밴드라는 것이었다. 아주 재미있게 봐서, 음악을 좀 찾아 들어봐야겠다 싶었다.

똘끼 충만했던 일본에서 온 '섹스 머신건즈'

 

🎸 카디

다음은 옆 무대에서 우리네 젊은 밴드 ‘카디’의 순서였다. 작년 JUMF에서도 무대를 봐서 반가웠는데, 본격적으로 복잡해질 저녁 식사 시간 전에 미리 요기를 해두자는 생각에 뒤쪽에서 타코야키를 먹으며 공연을 감상했다.

 

이 팀은 방송 슈퍼밴드2를 통해 결성된 밴드인데, 멤버 간의 합이 워낙 잘 맞아 방송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작년 공연도 충분히 화끈했지만, 올해는 신곡과 함께 한층 더 여유롭고 안정된 무대 진행으로 관객들을 열광시키면서 행사가 점점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공연장 전체에 퍼졌다.

 

🎸 ZIGGY ( 🇯🇵 )

그 다음은 익숙한 듯 생소한 일본 밴드 '지기 (Ziggy)'의 순서였다. 열광적인 '카디' 순서 뒤에 저녁 식사 시간이기도 한데다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애매해서인지 관객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간 좀 썰렁한 상태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대신, 일본에서 원정온 팬들이 많이 보인 무대이기도 했다.

나모필라 티셔츠와 밴드-메이드 티셔츠 입은 일본 원정 팬들

 

베테랑이라고 표현하기도 부족할 정도의 노장 밴드였는데, 멤버들의 의상이나 외모는 딱 80년대 글램 메탈 그 느낌이었다. 특히나 보컬 아저씨가 메인인 것 같은데, 무대 위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노래는 좀 오래된 느낌이지만, 그 관록에서 오는 여유로움이 충분히 멋졌다. 무대 바로 앞 펜스 잡은 일본 중년 여성팬의 함박 웃음과 함께 노래 따라 부르며 즐기는 모습 또한 흐뭇했다.

일본의 베테랑 락커 지기. 마치 나이 든 본조비의 모습 같았다

 

🎸 브로큰 발렌타인

다음 순서는 우리네 밴드 '브로큰 발렌타인'. 개인적으로는 2011년 KBS 톱밴드 방송에서 보고 반한 밴드 중 하나였고, 2012년 부산 락페에 가게 된 이유 중 하나였던 팀이기도 했고, 지금은 없어진 판교 거리 락페스티벌에서 두 번이나 봤던 팀으로 꽤 좋아하는 우리네 밴드 중 하나다.

 

다만, 2015년 여름 갑작스러운 보컬 '반'의 타계로 활동이 잠시 중단되었다가 (하, 벌써 10주기다. 😢) 객원 보컬로 활동을 이어가던 시기엔 나도 좀 관심이 멀어졌었다. 그러다가 2019년에 허니페퍼란 밴드의 보컬이 정식으로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부활을 알렸고 2022년에 새로운 라인업으로 발표한 정규 3집은 그들이 돌아왔음이 너무나 반가운 앨범이었다. 그래서, 이번 브발 순서가 무척 기대되었다.

 

10여년 만에 다시 만난 브발의 모습은 매우 좋아보였다. 몇 년 전에 유튜브에서 영상 봤을 때엔 반씨 형제가 살이 좀 찐 듯했는데, 관리를 좀 했는지 몸도 좋아보였다 (아님 나이가 들어서 빠진 건가? ㅋ). 예전에도 이 팀은 스타일도 참 좋은 팀이었는데, 새로운 라인업 역시 스타일이 좋다! 그리고, 역시나 곡들이 진짜 잘 빠졌다. 이들의 초기 대표곡이었던 'Answer Me' 나올 땐 예전처럼 힘차게 따라부르고, 감정적인 '알루미늄'에서는 따라부르면서도 '반'도 생각나고 기타 등등 생각이 겹치면서 울컥하기도 했다. 아주 많은 곡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매력을 다시 즐길 수 있어 너무나 반가웠던 순서였다. 마침 해가 막 지는 시간이어서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다시 만난 브로큰 발렌타인💔

 

 

🎸 뉴클리어 이디엇츠 

다음 메인 무대는 'Jelusick'란 밴드의 순서다. 크로아티아 출신 'Dino Jelusick'란 이가 메인이 되는 밴드인데, 현지 발음은 '옐루시치'인 것 같은데 그냥 '젤루식'으로 칭하나 보다. JUMF가 매년 유럽의 메탈 밴드도 한 두팀 초빙하는데 올해는 이 팀이었나 보다. 라인업이 발표되었을 때 궁금해서 조사해보니 현재 '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에서 키보디스트로 정규 멤버이고, 개인 밴드로도 활동하는 젊은 아티스트였다.

 

그런데, 얼티밋 스테이지에서 하는 우리네 밴드 '뉴클리어 이디엇츠'가 궁금해서 그 쪽으로 이동했다. 도착했을 때가 공연 시작 5분 전 쯤인데, 뭔가 기타리스트 쪽 장비가 문제가 있는지 스태프들이 모여서 이것저것 확인하고 있었다. 2일차의 얼티밋 스테이지는 2개의 인디 기획사 밴드들로 구성되었는데, 후반에는 '노머시 컴퍼니' 소속 밴드들이다. 뉴클리어 이디엇츠가 노머시 컴퍼니 소속이어서인지 장비 문제 확인할 때 노머시 컴퍼니의 핵심 멤버인 장혁조 님도 볼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공연 시작 시간에 딱 맞춰 문제를 해결한 듯 보였다.

 

이들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는데, 펑크 밴드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하는데, 보컬-기타-베이스-키보드-드럼의 5인조로 상당히 뉴메탈스러운 음악이었다. 그리고, 그게 상당히 괜찮았다. 음악에 비해 개량 한복 같은 걸 입은 보컬의 옷차림이 어색하긴 했지만, 음악은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좋았다.

 

아까 '홀리 마운틴' 때엔 심히 관객이 없어 안타까웠는데, 뉴클리어 이디엇츠 때엔 관객들이 계속 들어오더니 상당히 많이 모여서 관람했다. 무대 뒤쪽에 어린 여학생들로 보이는 무리들이 각자 음악에 맞춰 흔들흔들하면서 놀다가 어느 순간에는 자기네들끼지 몸통 박치기 하면서 노는 모습도 귀엽고 재밌었다. 기타리스트가 마이크도 없는데, 멘트를 막 날리니까 보컬이 "저 양반은 마이크 주면 안 된다" 뭐 그런 말도 했다. 하여간, 음악이 에너지도 좋고 재미있었다. 나름 가사가 나오는 영상을 배경으로 준비했는데, 노래와 영상 싱크가 안 맞는 부분이 많았던 건 좀 아쉬웠다. 막판에는 전 날 무대에 올랐던 '뱀파이어 호텔'의 보컬이라면서 게스트가 함께 했다. 뉴클리어 이디엇츠 공연 중에 국내 유일의 락음악 잡지 '파라노이드' 편집장이신 송명하님과 잠시 인사 나눴다.

뉴클리어 이디엇츠, 맘에 들었다!

 

🎸 이승윤

다음은 무명가수전 우승자인 이승윤의 무대인데, 그 다음 순서인 네모필라를 위해 네모필라 쪽 무대에 가 있기로 한다. 이 쪽에도 음악은 다 들리고, 스크린으로 무대를 일부 볼 수 있기도 한까. TV에서 볼 때엔 삐쩍 마르고 힘없어 보이고 그랬는데, 이후에 운동을 많이 했는지 몸이 좋다. 그리고, 노래 참 잘 부른다. 곡도 좋고. 센 음악이 아니긴 하지만, 확실히 근사한 밴드음악이다. 노래 도중에 무대 아래쪽으로 내려와서는 내가 있는 쪽으로 와서는 갑자기 펜스 옆 발판 위로 나타나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우왓! 다음엔 꼭 제대로 로 보고 싶다.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 노래하는 이승윤

 

🎸 네모필라 (Nemophila,  🇯🇵)

이번 전주 락페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 작년에 '러브바이츠(Lovebites)'였다면, 올해는 단연 '네모필라'다. 일본에 여성 락/메탈 밴드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네모필라는 가장 센 음악을 하는 팀 중 하나일 것이다.

꽤 오래전 이야기지만, 유튜브에서 프로를 지향하는 듯한 연주자들과 함께 X-Japan의 곡을 커버하며 무지막지한 드럼을 치던 귀엽게 생긴 드러머, 무라타 타무(むらたたむ)를 처음 접했다. 이후 밴드메이드를 즐겨 듣기 시작할 즈음, 그녀가 새로운 밴드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각자 개별 활동을 하던 여성 뮤지션들이 모여 5인조 밴드 ‘네모필라’를 결성한 것이다.

 

결성 당시 멤버는 다음과 같다.

이름 포지션 활동 기간
Mayu  vocals  2019–present
Hazuki (葉月) guitar, backing vocals 2019–present
Haraguchi-san (ハラグチサン) bass guitar, backing vocals 2019–present
Tamu Murata (むらたたむ) drums, backing vocals 2019–present
Saki  guitar, backing vocals 2019–2024

 

두 명의 7현 기타리스트, 무라타 타무의 폭발적인 드럼, 그리고 ‘하라구치-상’이라는 이름의 파워풀한 베이시스트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정교하면서도 강렬하다. 여기에 무시무시한 스크리밍을 장착한 보컬 마유가 더해져, 묘하게 예전에 듣던 헤비 메탈 느낌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의 메탈 음악이 된다.
개인적으로 스크리밍 보컬을 선호하진 않지만, 네모필라는 곡 자체가 워낙 좋고 스크리밍과 클린 보컬을 교묘하게 섞어내기 때문에 종종 듣게 되는 밴드가 되었다. 그렇다고 밴드메이드처럼 일본까지 가서 공연을 볼 정도는 아니었고.

 

그러던 중, 작년 초 부도칸 라이브 이후 기타리스트 사키가 탈퇴를 선언했다. 많은 팬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겠지만, 네모필라는 사키가 음악적 콘셉트를 확립하며 시작한 밴드라는 인식이 강했기에 그녀의 탈퇴는 밴드 존속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남은 네 명은 밴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이후에도 라이브와 앨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전주 락페에 온다고 하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궁금하면서도 기대가 된다!

 

일본에서 원정 온 팬들도 상당히 보이고, 우리네 관객들도 네모필라를 위해 일찍 자리 잡고 기다리는 이들이 많았다.

전북대학교 운동장을 공연장으로 쓰면서 시간 제약이 조금 덜 한지, 앞 팀에 5분 정도 더 준 것 같다. 하여간, 5분 정도 늦게 시작한 네모필라는 시작부터 끝까지 어마어마한 메탈 에너지를 쏟아냈다.

공연 시작 전에 살짝 무표정한 듯한 마유는 시작과 함께 돌출 무대를 수시로 드나들며 무시무시한 스크리밍을 너무나도 여유롭게 뱉어내면서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무라타 타무의 드럼은 이 날 연주한 밴드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력했다. 잘 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스피드와 파워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트윈 기타 체제에서 한 명이 된 기타도 원체 하즈키가 실력있는 연주자다 보니 여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라구치-상의 힘있는 베이스도 좋았다. 보통 무대 위에 베이스-보컬-기타가 나란히 서서 하는 액션이 많은 편으로 알고 있는데, 마유가 하도 돌출 무대로 많이 나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메인 무대 위의 하즈키와 하라구치-상의 연주 모습이 시선을 덜 끈 것 점은 아쉬웠다.

 

중간에 마유가 '오늘의 Happy girl'이라면서 기타 하즈키의 생일을 소개했는데, 무대 쪽 스크린에 생일 축하 메시지가 나오고 관객들은 즉석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그녀의 생일을 함께 축하했다. 또한, 10월 25일에 서울 단독 공연을 깜짝 발표하면서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욜~

공연 내내 많은 관객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작년 러브바이츠에 이어 올해는 네모필라를 통해 일본 여성 락/메탈 밴드의 매력을 한국에서 느낄 수 있어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 쉬어가는 시간 'YB"

폭풍 같았던 네모필라의 무대가 끝나고, DP 게시판에서만 보던 또다른 회원이신 아트아빠 님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야우님과 셋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YB 무대에서 나오는 음악을 배경음악 삼아 시간을 보냈다.

 

윤도현은 JUMF의 단골 아티스트로, 10주년을 맞아 공로패를 받기도 했다. 앞선 시간의 디노 젤루식이 무대에 올라와 'It Burns'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 드래곤포스 (Dragonforce, 🇬🇧)

이 날의 헤드라이너라 할 수 있는 '드래곤포스'는 자정 15분 전에 시작했다. 으하. 헤드라이너 급이 이렇게 늦게 시작한 락페가 있었나 기억이 없긴 한데, 여전히 공연장은 에너지 가득한 상태다.

 

첫 곡부터 속도감 만땅인 곡으로 몰아친다. 보컬, 기타 3인, 베이스, 드럼까지 해서 6인조로 무대가 꽉 찬다. 정규 멤버는 다섯인데, 한 명이 기타 겸 배킹 보컬로 투어 세션을 한다고 되어 있다. 드럼을 제외한 멤버 전원이 코러스를 하기에 또 한명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는데, 투어 세션이 하나 더 있다. 첫 곡에서 코러스 쪽 마이크가 안 켜져서 전체적으로 한없이 곡이 가볍게 느껴졌다. 앞서 네모필라의 헤비함에 익숙해져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음곡부터는 제대로 나오면서 한결 좋아졌다.

 

베이시스트가 멋진 여성 멤버여서 안 그래도 시선을 끌었는데, 그녀의 베이스가 디자인이 독특한 Zemaitis여서 더 눈이 갔다. 예습할 때는 곡들이 너무 그 곡이 그 곡 같단 생각을 하곤 했는데, 대부분의 곡이 게임에서 영감을 얻었다거나 어떤 게임을 위한 곡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그들의 음악 스타일이 이해가 되면서 좀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중간의 한 곡에서는 게임에 나오는 닭 인형이라면서 관객들에게 던져주고, 관객들이 날려가며 놀다가 무대로 돌아보낸 순서도 있었다. 이 사람들 공연 재밌게 하네.

 

 

멤버들 모두 무대 위에서 자리 바꿈도 많이 하고, 돌아가면서 돌출 무대를 오가면서 굉장히 액티브한 모습을 보여줘서 즐거움이 더해졌다. 그러다가, 그들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곡 'Through the Fire and Flames'만을 남겨놨을 때, 밴드의 창립 멤버이자 핵심 멤버인 '허먼 리 (Herman Li)'가 "마지막 곡을 위해 손님을 모셨다"면서 한국의 유튜버 '나코코(Nacoco)'를 무대에 올렸다.

 

나코코는 가면을 쓰고 기타 커버곡을 연주하는 여성 유튜버인데 연주도 곧잘 하는 편이다. 구독자와의 소통도 많이 하는 편이고, 종종 볼륨감 있는 몸매의 노출이 많은 코스프레를 하기도 하여 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가끔은 '미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의 노출을 할 때도 있었다. 또한, 일본 락음악도 자주 연주했고, 일본어도 곧잘해서 일본 팬이 많다. 최근엔 일본에서 솔로 앨범도 발매하기도 하고, 단독 공연도 몇 회 했다. 나코코가 드래곤포스의 이 대표곡을 커버한 적이 있는데, 이를 공연 며칠을 앞두고 허먼 리가 언급하면서, '첫 내한 공연인데 나코코를 초대해야 하나?'하는 장난스러운 인스타그램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나코코가 정말 초대받았다는 소식을 전했고, 이렇게 진짜 무대까지 오르게 되었다.

 

나코코 등장!

 

돌출 무대 앞에서 허먼 리와 나코코가 나란히 서서 그들의 대표곡 'Through the Fire and Flames'을 시작했다. 나코코는 직접 보는 건 처음인데 밴드 멤버 대부분보다 키도 크고 스타일이 굉장히 좋았다.

 

 

어찌 보면 나코코는 아마추어 연주자인데도, 크게 긴장한 모습 없이 관객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액션까지 하면서 꽤 여유롭게 연주를 했다.  원체 유명한 곡이라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고, 무대 위는 복잡복잡하고 곡은 빠르고... 정신 없으면서도 재밌다.

 

 

안 그래도 복잡한 무대에, 디노 젤루식까지 갑자기 나타나서 더 난리가 났다. 저 친구는 오늘 밤에 여기저기 안 끼는 데가 없네. ㅎㅎ

 

중간에 굉장히 긴 기타 솔로 구간이 있는데, 이 구간에는 드럼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돌출 무대에 나와서 연주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게다가 두 명의 보컬(디노 포함)은 무대 아래 쪽 진행요원들이 중간중간 쏘는 대형 물총을 건네 받아 관객들을 향해 쏘면서 즐거워 했다. 게임 좋아하는 유쾌한 밴드답다는 생각에 이 모든 순간이 재밌다.

 

 

꽤 긴 곡이고 너무나 익숙한 곡이었지만, 많은 재미가 더해져서 무척이나 신나는 무대였다. 큰 기대 안 했지만, 매우 신나고 재미있는 드래곤포스였다. 자정이 한참 넘은 시간이지만, 이 공연장의 에너지는 오히려 최고조였다.

 

 

 

1시간 가량의 재미있던 드래곤포스의 순서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한 팀이 더 남았지만, 시간이 새벽 1시를 향해 가는지라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뜨는 것 같았다. 함께 했던 DP 회원 두 분과도 다음에 다른 공연장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눴다. 나는 공연 끝난 후에 서울 올라가는 셔틀이 출발하는 지라 마지막 팀까지 보려 한다.

 

 

🎸 크라잉 넛

새벽 12시 45분 즈음에 마지막 팀인 '크라잉 넛'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노브레인과 함게 한국 펑크 음악의 본격적인 시작이면서 한번도 쉼없이 달려온 성실한 밴드! 아주 늦은 시간이지만, 여전히 남은 관객들은 많았고, 크라잉 넛의 음악은 여전히 락페 놀이엔 펑크!임을 확인할 수 있다. 룩셈부르크, 비둘기 등등 음악으로 달아오른 공연장에 생각보다 이른 '말달리자'가 시작하면서 흥분이 극에 다른다. 새벽 1시에 '말달리자'라니! 종일 노래는 크게 따라부르지는 않아 목 상태가 나쁘지 않았는데, 크라잉 넛이 말을 달리는데 그냥 고개만 까딱일 수가 없네. 죽어라 같이 부르니 단 한곡에 목이 확 갔다. 계속 재밌는데, 너무 힘이 들어 1시 20분 경에 무대를 떠나 셔틀 버스 승차장으로 갔다. 작년엔 미리 가서 차에 타서 기다릴 수 있어서 그걸 기대했는데, 이번엔 차 안에서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이럴 거면 크라잉 넛이나 다 보고 올 걸 그랬다. 공연장이 멀지 않은 곳이어서 들리는 노래 따라 흥얼거리며 버스를 기다렸다. 새벽 1시 반 즈음에 '다 죽자!'를 하네. 무대 앞에 있었으면 정말 다 죽을 기세로 노는 모습이었을 것 같다. 크라잉 넛 역시 JUMF 10년간 개근이라고 공로패 받았다.

 

이렇게 올해도 여름 락페는 전주락페에서 빡세게 놀았다. 오후 2시 조금 전부터 새벽 1시가 훌쩍 넘도록 놀았으니 12시간 가까이 다양한 밴드의 음악들과 함께 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전북대학교에서 처음 열린 JUMF는 여전히 적은 동선으로 많은 팀을 메인 무대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새롭게 시도된 실내 무대의 얼티밋 스테이지도 훌륭한 라인업과 쾌적한 환경이어서 꽤나 괜찮은 환경이었다. 다만, 얼티밋 스테이지의 현장에서의 안내 표지나 동선 정보 등이 부족했던 것이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토요일은 너무 많은 팀이 나와서, 30분만 배정된 팀들은 좀 충분히 즐기기엔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오래간 만에 다시 본 '내 귀에 도청장치', '브로큰 발렌타인', '트랜스픽션' 등은 매우 반가웠고, 라이브는 처음 봤던 '이승윤', 'DMOT', '뉴클리어 이디엇츠' 등은 다음에 다른 공연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섹스 머신건즈', '네모필라', '드래곤포스' 등의 해외 아티스트들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무대였다. 마지막의 '크라잉 넛'까지 정말 알찬 하루였다.

 

셔틀 타고 강남역에 도착해서 택시 타고 집에 도착하니 아침 5시 반쯤 되었다. 거의 하루를 기절한 채로 보내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했다.

 

50이 넘은 현재도, 미래에도 계속 락음악을 현장에서 즐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 건강 유지하고 체력을 키워야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 이번 여름의 JUMF였다. 내년의 라인업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JUMF 202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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