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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핀란드 ROCKFEST 2023 1일차 - 판테라, 배틀비스트, 랜시드, 로르디 등

미친도사 2023. 6. 1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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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메탈의 나라 핀란드에서 락페 보기! ROCKFEST 2023
 
아침 일찍 오울루(Oulu)에서 비행기를 타고 헬싱키 공항에 도착해서는, 차를 렌트하고, 호텔 체크인을 한 후에 잠깐 쉬었다가 행사가 열리는 휘빙캐(Hyvinkää)라는 도시로 이동한다. 헬싱키에서 차로 1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로, 작은 비행장을 행사장으로 쓴다.
 
출발할 당시 숙소가 있는 헬싱키 공항 근처에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첫 날에 비가 오는 속에서 공연을 봐서 엄청 추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비가 오고 잔뜩 흐린 날씨

다행히 공연장 근처는 비가 그쳤는지 비는 안 온다.
 

행사장 가는 길에 있는 이정표

작년엔 행사장을 못 찾아서 좀 헤맸는데, 작년에 주차했던 위치를 구글맵에 즐겨찾기를 해놔서 이번엔 좀 쉽게 갈 수 있었다.
 
5시 즈음에 행사장 주차장에 도착을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비가 오고 난 후라 경량 패딩을 입고 기모가 있는 후드 집업까지 입고 작은 가방엔 비옷까지 챙겨서 행사장으로 향했다. 입구 앞 매표소에서 온라인 구매 내역을 보여주면 팔찌로 교환을 해주는데, 하필 내가 줄 선 쪽이 뭔가 잘 안 되는지 앞으로 나아가질 못 한다. 그래서, 옆에 다른 쪽에 줄을 새로 서서 한 예상보다 30분 정도 늦게 입장했다.

1, 2일차 입장 팔찌. 날짜 조합별로 팔찌 색이 다르다.

 
입장하자마자 이번 행사에 특별 기획 홍보물인 대관람차가 보인다. 별로 안 큰데? 하여간 내가 저거 탈 일은 없으니 패스

대관람차

 
그리고, 핀란드의 ROCKFEST를 상징하는 조형물 lml 앞으로 가서 사람 좀 적을 때 한 장 찍어놨다.

그리고, 전체 일정과 전체 라인업을 포함한 광고판. 

첫 날 일정은 이거다.

첫 날 일정

이 행사는 뭔가 거창하게 알림판을 만들지 않는다. 그냥 철봉으로 구조물을 만들고, 거기에 천에 인쇄된 알림을 달아 놓는 게 전부이다. 핀란드에서는 수퍼 마켓을 가도 포장이 아주 심플한 것을 쉽게 볼 수 있고, 호텔에도 일회용품이 없고, 핀에어 기내식은 플라스틱 스푼, 포크가 아닌 나무로 된 것이 들어 있는 등 환경 친화적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공연장도 그런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다.
 
Rockfest 2023의 행사장은 아래와 같이 배치되어 있다.

공식 지도

작년에 비해 주차장을 통한 입장 동선이 좀 짧아졌다. 중앙 왼쪽에 메인 스테이지, 중앙 살짝 아래 레드 스테이지, 그 옆에 블랙 스테이지가 있다. 메인 스테이지 바로 앞에 '병 금지' 표시가 된 부분은 무대 바로 앞으로 캔이나 병은 반입 불가다. 물론 술 파는 데서 플라스틱 잔으로 바꿔서 구입하면 반입할 수 있다. 저 앞쪽 공간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그 공간을 가르는 펜스를 잡아도 무대에서 그닥 멀지 않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밴드 'Sick of It All'를 좀 보려 했으나, 입장할 즈음에 거의 다 끝나가는 시간이었다. 쩝 아깝네. 꽤 괜찮은 베테랑 밴드라 알고 있었는데.
기념 티셔츠를 사볼까 해서 봤더니 줄이 어마어마하다. 이런이런. 작년 경험으로는 마지막날까지 모든 날짜 옷을 다 파니까, 내일 일찍 와서 사야겠다 하고 다음 공연장으로 향했다.
사실, 판테라와 배틀 비스트 두 팀만 제대로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서 메인 스테이지에서 막 시작한 핀란드 밴드 'Lordi(로르디)'를 보기로 했다. 일단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후기에서 언급하는 셋리스트는 모두 setlist.fm이란 사이트를 참고했고, 등록이 안 된 밴드의 셋리스트는 내가 setlist.fm에 등록한 것도 있다.

Lordi Setlist Rockfest  2023
원체 관심을 안 갖고 있던 밴드고, 뭔가 웃기는 가면을 쓰고 노래, 연주하고 있어서 '좀 웃기네~'하고 맥주나 얼른 하나 마셔야지 하고 맥주를 마시면서 다시 무대 쪽으로 가서 공연을 좀 봤다.
페스티벌엔 맥주지!

본의 아니게 로르디부터 공연을 보는데, 어라? 음악이 꽤 괜찮다? 보컬도 연주도 곡도 모두 괜찮아.

오늘의 메인 무대인 판테라 세팅은 어느 정도 해둔 상태로 덮어두고 그 앞에 로르디의 무대가 꾸며졌다.

중간중간에 멘트가 다 핀어라 뭔소리인지는 모르겠는데, 관객들 반응도 좋다. 괜히 유로 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팀이 아닌 것 같다. 곡 하나하나 언급할 정도는 내가 잘 모르는데, 곡 하나가 내 귀에도 익숙하고 관객들 반응도 괜찮은 곡이 있어 짧게 동영상을 찍어 봤다.

 

이 곡 외에도 아는 곡이 몇 곡 더 있어서 꽤나 흥미롭게 봤다. 셋리스트대로 플레이리스트 만들어서 좀 들어볼 생각이 든다.

공연 도중에 기타와 베이시스트가 폭죽은 아니고 불꽃이 타들어가는 막대 같은 걸 기타 끝에 달아서 연주했었고 조금 있다가는 드러머도 스틱에 그런 거 달아서 연주하기도 했고, 보컬 역시 의상에 이펙트를 더하는 등 볼거리도 꽤 많아서 재미있는 무대였다.

 

사진 몇 장 더 투척!

날개를 펼친 보컬 의상
마이크 장식도 두어번 바뀐 것 같다.

내가 들으려고 만든 애플뮤직 플레이리스트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lordi-2023-06-08-rockfest-2023-hyvink%C3%A4%C3%A4-finland/pl.u-DDENuaADkveW?l=ko 

 

Setlist: Lordi (2023.06.08) Rockfest 2023 @ Hyvinkää, Finland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12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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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메인 스테이지보다는 조금 작은 레드(Red) 스테이지로 가봤다. 이번 팀은 '몬스터 마그넷(Monster Magnet)'이란 팀이다.

조금 작은 레드 스테이지

관심을 아예 안 갖고 있던 팀이라 정보도 없다. 그런데, 멤버들이 뭔가 연륜이 있어 보이고, 예사롭지 않다. 일단 셋리스트.

Monster Magnet Setlist Rockfest  2023

5인조 밴드인데, 기타가 셋이다. 보컬이 기타도 겸한다.

예사롭지 않던 몬스터 마그넷

 
음악이 아주 낯선데, 정통 하드락에 가까운데 뭔가 펑크스러운 달리는 느낌도 좀 있는게 모터헤드 느낌도 좀 나는 것 같고. 하여간 상당히 좋게 들었다. 연주곡인 것 같았는데, 꽤나 인상적이어서 짧게 동영상 찍어봤다.

 
괜찮은 밴드 같아. 나중에 들어봐야지.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monster-magnet-2023-06-08-rockfest-2023-hyvink%C3%A4%C3%A4/pl.u-7YyMUWmo962g?l=ko 

 

Setlist: Monster Magnet (2023.06.08) Rockfest 2023 @ Hyvinkää, Finland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10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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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테이지 옆에 천막을 쳐놓고 무대가 동시에 진행이 되는데, 여기는 블랙 스테이지다. 몬스터 마그넷 보다가 옆으로 가봤는데, 어인 일인지 사람이 엄청 많다. 꽤나 인기 있는 밴드인가봐.

스왈로우 더 선 (Swallow the Sun)

'스왈로우 더 선(Swallow the Sun)'이란 밴드인데 검색해보니 핀란드 밴드다. 어쩐지. 뭔가 무겁고 느린 둠 메탈 계열인 것 같은데, 내 취향 아니어서 잠깐 있다 나왔다. 잠시 본 느낌은 중2병 둠메탈. ㅋㅋ
 
본의 아니게 모든 밴드 다 보게 생겼네. 
다음은 메인 스테이지에서 '랜시드(Rancid)'가 준비하고 있었다.

랜시드가 시작하는 시각이 저녁 8시였는데, 해가 저리 높이 떠 있다. ㅎ

내게 랜시드는 꽤나 오래된 베테랑 펑크 밴드라는 정도 밖에 정보가 없는 팀이었다. 그것도 이번에 공연 온다고 좀 찾아보고 그 정도 알았다. 그래도, 준 헤드라이너 급 시간 배정이라 예상 플레이리스트 만들어서 좀 들어보고 오긴 했다.

Rancid Setlist Rockfest , Europe + UK Tour 2023
 
4인조이고 등장부터 관객들이 엄청 좋아한다. 뭔가 사람들이 펑크스럽다. 
딱 봐도 좀 거친 음악할 것 같다.

 

예습을 해서 그런가, 곡도 좀 익숙하고 무엇보다 관객들이 다들 엄청 신나게 따라부르고 흥겨워하는 게 신기했다. 이렇게나 인기있는 팀이야? 전면에 서 있는 세 명의 멤버가 모두 돌아가면서 메인 보컬도 하네. 재밌다~ 일단 펑크라는 게 락페스티벌에서 재미를 보장하는 장르 아닌가. 보면서 딱 그 생각이 들었다. '역시 락페엔 펑크야!' 따라 부르고 하진 않았지만, 몇 번 들어봤다고 몇 곡에선 흥얼거리며 즐겁게 봤다.

조금 익숙한 곡이어서 짧게 찍어본 영상

 

메인 보컬이 곡마다 다 다른 듯.
가운데 기타리스트가 마이크 스탠드를 자주 넘어뜨려서 스태프가 나와서 세워주곤 했는데, 나이가 좀 있고 동양 사람 같아 보인다. 나중에 찰리 베난테가 페북에 그 사람이랑 어깨동무하고 찍은 사진이 올라왔는데, 이 바닥에서 유명한 사람인가봐? 나중에 조사 좀 해봤다. 전에 슬레이어의 케리 킹 기타 테크니션이기도 했고, 램 오브 갓에서도 테크니션으로 일했던 인물이라 한다.
 
아, 이렇게 재밌는 밴드 또 하나 추가~! 첫날도 라인업이 아주 좋네~!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rancid-2023-06-08-rockfest-2023-hyvink%C3%A4%C3%A4-finland/pl.u-V2dNsB0evXly?l=ko 

 

Setlist: Rancid (2023.06.08) Rockfest 2023 @ Hyvinkää, Finland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26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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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시드가 70분의 시간을 배정받았고, 다음 공연은 VV란 밴드(?) 가수(?)의 순서라는데 나는 랜시드 공연을 10분 남기고 배틀 비스트 사인을 나눠준다는 행사장으로 이동을 했다.
 
이 Rockfest란 행사는 Radiorock이란 라디오 방송국이 주관사인지는 모르겠으나 제일 큰 관계사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쪽에는 좀 큰 공간을 할당해서 이벤트 장소로 사용하는데, 사인을 나눠주는 곳이 여기 안에 있다 해서 아까 도착하자마자 위치 확인해 뒀었다. 가보니, 딱봐도 빈 부스에 사람들이 줄 서있는 게 저기인가 보다.
'사인을 누가 받아와서 나눠주나?' 하는데 몇 명의 로커스러운 사람들이 줄지어 온다. 거기에 제일 마지막에는 배틀 비스트의 보컬 노-라(Noora)인 것 같은데? 무대 복장만 보다가 사복 입은 노-라는 살짝 낯선데, 그래도 체구랑 얼굴이 딱 그 사람이야. 야~ 이거 밴드 멤버들이 직접 와서 사인해 주는 행사네~! 대박!!! 핀어를 번역해서 봤더니 제대로 이해를 못 했나 보다.

너무나도 친절했고, 짧은 만남이었지만 한국에도 팬이 있다는 걸 알려서 더 좋았다!


멤버들이 Rockfest 로고가 딱 박힌 엽서 크기의 용지에 사인을 해준다. 미리 뭔가 준비해 온 사람들한테는 거기에다 해주고. 욜~ 아무 것도 준비 없이 왔는데, 다행이다 싶기도 하네. 하여간, 내 앞 사람은 가방이던가에 신보 LP를 구겨넣어 와서 꺼내서 사인을 받는다. 야~ 부럽다~ 나는 행사 측에서 준비해온 용지에 사인을 해달라고 하면서 용기내서 말을 걸어보았다. "나는 한국에서 이 페스티벌을 위해 왔다." "(밴드 멤버들) 와~ (누군가가) huge respect!" "당신들이 한국에 오길 진정으로 바란다" "(밴드 멤버들) 우리도 그렇다"며 응답해줬다. 야~ 너무 좋아. 그냥 어쩌다가 애플뮤직에서 추천해준 음악으로 알게 되어 근 몇 년간 제일 많이 듣는 밴드 중 하나인데, 이렇게 그들의 본거지인 핀란드에서 만나서 사인까지 받다니 아주아주 기뻤다! 

 
사인을 일찍 받아서 레드 스테이지에서 하고 있는 VV를 볼 수 있었지만, 이번 락페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인 판테라를 보기 위해 메인 무대 쪽으로 향했다. 완전 신이 난 상태로 ... ㅎㅎ 흥분을 페북에 올리는데, 아 손이 덜덜 떨린다. 흥분 때문이 아니라 추워서... 아으. 너무 추워.
 
메인 무대 앞쪽 공간에 들어가서 볼까 싶어서 무대쪽으로 가는데, 중간 펜스의 꽤 괜찮은 위치가 하나 비어서 얼른 자리 잡았다. 아무래도 판테라는 사람도 많을 것 같고, 앞쪽은 서클 핏도 생길 것 같아서 여기 괜찮은 것 같아. 공연 시작 전인데도 관객들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판테라를 집단 연호하기도 수차례고, 빠르게 관객수가 늘어나는 게 보였다. 역시 판테라인 건가.

판테라는 무대 준비 중. 저 옆에 다임백과 비니 실루엣만으로도 흥분 만땅!!!

판테라의 무대는 앞에 천막을 쳐놓고 준비하고 있었다. 뭔가 더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 걸렸는지 더 이상 올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ㅎㅎ 하여간, 관객들도 흥분해서 무대가 열리기 전부터 판테라를 외치기를 반복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저 커튼 옆으로 잭와일드가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관객들을 찍어갔다. 우와~!!!! 이 영상을 잭와일드가 직접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ㅋㅋ

판테라의 공연은 예정된 10시 30분에 정확하게 시작했다. 

Pantera Setlist Rockfest , European Tour 2023
시작을 알리는 'A New Level'의 오프닝 드럼 소리와 기타 소리에 공연장은 순식간에 광분했다. 
아. 판테라의 무대가 내 눈 앞에 있어!!!

판테라의 무대가 내 눈 앞에 있다. 우와. 보고 있는데, 믿을 수가 없다. 그냥 비현실적이야!를 속으로 얼마나 외쳤는지 모른다. 정신 좀 차리고 보니 추위를 느꼈는지 필립 안젤모는 후드 티를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이게 뭐지? 눈을 어디에 둬야 하는 거고 귀는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 거야? 필립 안젤모, 렉스 브라운, 잭 와일드, 찰리 베난테, 모두가 한 무대 위에 있을 수가 있는 거냐고. 시작과 동시에 초과격 헤드뱅잉! 우와. 

추워서 후드 입고 시작한 필립 안젤모

'Mouth for War' - 'Strength beyond Strength' 까지 쉬지 않고 달린다. 필립 안젤모 목소리 완전 끝내준다!!!
필립이 'Thank you very much~'로 인사를 시작하자 관객들의 '판!테!라!'를 베이스 드럼으로 박자를 맞춰준다. "X나 사람 많아. 주변을 한번 둘러봐라. (한박자 쉬고) 우리는 여기에 이 모든 여러분 앞에서 공연하게 되는 특권을 가졌다. 이런 게 가능하리라고 생각이나 할 수 있었나? 나 여기서 좀 민감한 질문 좀 하자. 여기서 판테라 예전에 본 적 있는 사람? (소수 우와~) 놀라운데? 이번이 처음인 사람? (다수 우워~!!!) 다음 노래는 다같이 불러보자, 이 M더 F커들아. Becoming~" (적당히 들리는 대로...) 
저 넷이 한 무대에 있는 게 말이 되냐구!
'I'm Broken'이 끝나고 잠시 짬이 있었는데, 관객들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과 얘기 나눈다. 이어지는 곡은 'Suicide Note Pt.II' 랜다. 어, 이건 예습 리스트에 없었던 곡인데? 우와. 장난 아님. 잭 와일드 미친 거 같아. 아니 모두 미친 거 같아. 찰리 드럼, 렉스 베이스가 완전 탄탄하게 받치고 있는 위에 잭의 예술 기타 톤에 필립의 사악한 보컬. 우와. 야, 이 곡도 진짜 멋지구나.
11시 쯤 되었을까? 필립이 "이제 좀 어두워지는구나." ㅋㅋ 10시 반에 시작했는데, 밝아서 당황 좀 했을 거야. ㅎㅎ
이어지는 곡은 '5 Minutes Alone'이라면서 곡이 시작했다. 잭이 한참 기타를 치고 있는데, 렉스한테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무대에서 벗어났다. 필립이 '어이~어이~ 잭! 잭!'을 불렀는데, 잭은 기타 삼매경. ㅋㅋ 한참 후에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챈 잭이 기타를 멈췄다. 렉스 문제가 바로 해결이 되지 않자 필립이 '렉스'를 연호하게 만든다. ㅋㅋ 부담감 팍팍! '어쩌면 렉스가 5분간 혼자 하려 했는지도 몰라'하면서 곡이 다시 시작했다. 어후~ 렉스의 베이스가 더 단단하게 들린 건 괜히 느낌이었을까?

바로 이어지는 아주 익숙한 노래 'This Love' 필립은 저 목소리로 판테라 안 하고 어찌 지낸 거지? 30년 전의 그 미친 말처럼 뛰어다니는 것만 안 하지, 목소리는 완전 그 시절보다 더 멋진 느낌이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네. 내가 판테라 좋아하면서도 안 좋아했던 거 반성하게 된다.
이 곡 즈음에서였나? 주변에 보안 요원들이 좀 바빠져 보였다. 그러더니 내가 서 있는 바로 옆의 앞쪽으로 보안 요원이 펜스 발판을 밟고 올라서서 뭔가 무전으로 얘기를 한참 하기 시작했던 거 같다. 멀리 있는 누군가가 자기를 잘 찾을 수 있게 하는 듯이. 관객도 한두명이 저 앞쪽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뭐라뭐라 하고... 나는 시야 방해가 안 되는데, 옆에 있던 여자는 시야가 좀 가려서 불만인 것 같다. 저 앞에 뭔가 말썽이 생긴 것 같다. 앞쪽에서 온 관객은 얼굴, 팔 등에 좀 긁힌 모습도 보이고. 흠.

 

 

'This Love' 끝나고 찰리 베난테 - 잭 와일드 - 렉스 순서대로 멤버 소개를 했다.  렉스 순서에서는 한번더 "렉스! 렉스! 렉스" 연호하기. ㅎㅎ 누가 필립도 한번 불러주면 좋겠는데,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Yesterday Don't Mean Shit'. 찰리의 드럼 소리 진짜 찰지고 끝내준다. 정말 딱이야!!! 이 곡 끝날 즈음인가에 앞쪽에서 관객 하나가 부축을 받으며 뒷쪽으로 나왔다. 아마도 서클핏에서 과격하게 놀다가 다쳤나 보다. 앞쪽 구역 출구 근처에서 대기하던 의료팀에 인도되어 무대를 빠져나갔다.

무대 쪽에서 어마어마한 인파가 보였는지 필립이 또 한번 감탄하면서, "놀라운 관객들에게 박수 한 번 칩시다". 짝짝짝짝

렉스가 슬슬 베이스를 퉁기는데 좀 익숙한데? 하고 있는데 필립이 그 위에 노래를 부르는 게 헐! Led Zeppeling의 "Dazed and Confused" 앞부분이다. 우와~ 좀 더 진행하다가 필립이 멈춘다. 가사 모르겠다면서. ㅎㅎ 

 

판테라는 짤막하게 찍은 영상밖에 없어서 몇 곡 이어서 맛 보기.

 

"다음 곡은 내가 장담하건데, 여러분이 이 곡을 들으면서 나이를 먹었을 것이고 적어도 1300번씩은 들었을 거다. 자, 가자~ "지~~이이~잉~~ 잭의 기타로 시작하면서 "One! Two! Three! Four!!" 으아악!!! 'Fxxking Hostile'이닷!!! 내가 라이브에서 제일 듣고 싶었던 곡 중 하나였다. 다친 사람 때문이었는지, 좀 어수선했던 앞쪽 구역도 다시 분위기가 확~ 살아나면서 서클핏 재가동! 그런데, 이 곡은 조금 경쾌한 느낌으로 편곡된 것 같다. 사운드는 살벌한 데 뭔가 설명하기 힘들게 뭔가 좀 유쾌한 느낌이다. 'Fxxking Hostile'을 판테라 공연에서 외칠 수 있을 줄 몰랐다. 정말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Cemetry Gates'가 테이프로 나오는 가운데, 찰리가 무대 앞쪽으로 나와 작은 퍼커션 2개만 놓고 자리 잡고, 블랙사바스의 'Planet Caravan'이 시작했다. 마지막 발악을 위한 잠시 쉬어가는 순간이었을 것 같다.
 
Planet Caravan 연주 중

관객들은 '판테라'를 연호하자, "내가 요 앞 곡을 정말 많이 연주했다 했는데, 다 곡은 훨씬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완전히 여러분을 위한 곡이다. 다임백을 여러분의 가슴 속에 간직하길 기억하라. 이 마법같은 리프를 연주하자." 징~지이잉~ 징~ 지이잉~ 이건 다같이 죽으라는 거지?
Respect, walk, what did you say?
Respect, walk
Are you talkin' to me? Are you talkin' to me?

이 곡이 진짜 판테라를 정의하는 곡 아닐까? 꿀렁꿀렁 흔들흔들. 장르를 막 나눠서 부르고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진짜 그루브 메탈 체험 중이다. 마지막 기타 연주에 맞춰서 "어이! 어이! 어이!" 어후~ 마지막에 잭 와일드가 자기 스타일로 기타 솔로 좀 후리면서 바로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베이스가 먼저 둥둥둥~ 둥둥둥~ 드럼, 기타 순서로 짠짠짠! 짠짠짠! 짠짠짠! 짠짠짠! 관객들은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이어지는 Domination의 후반부 기타 솔로, 그리고 이어지는 Hollow의 후반부. 

 

(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 우웨~~엑!

"감사하다. 진짜 믿을 수 없이 멋지다. 함께 한 밴드들, 밴드 크루들에게 모두 감사한다. 어쩌구저쩌구. 잭, 리프 한번 날려봐~"  (자라자라자라자라자라자~안~) 우웨~~엑!!! 그냥 다 죽자!!! Cowboys From Hell. 무대에 CFH 원형 로고가 무슨 뜻인가 몰랐는데 이거구나. ㅋㅋ 저 앞은 초대형 서클핏이 돌고 있고 나는 흔들흔들하다가 헤드 뱅잉하다가. 아~ 끝까지 비현실적이구나. 내가 이 곡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다니. 마무리는 잭 와일드 스타일로 솔로 타임~ 크하~ 죽인다, 죽여.

 

아. 끝까지 비현실적인 이 느낌이라니

아. 끝났어. 내가 판테라 공연을 봤어. 하. 관객들도 다들 나랑 비슷한 느낌이었는지 '판테라!'를 연호하면서 그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멤버들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인사한다. 인사가 끝나도 관객들이 떠나지 않고 계속 '판테라!'를 외치고 있으니 필립이 "지금 졸라 추워. 난 나이들었고 지금 너무 추워. 헤이~ 무대를 근사하게 떠나게 날 도와줘. 나랑 같이 노래하자. And she's buying a stair-fxxking-way to heaven" 하하하. 관객들은 무대 앞을 떠나면서도 '판테라!'를 연호한다.

 

판테라 공연은 현재 조합 가능한 최선의 멤버들로 재결성되었다 생각한다. '판테라 재결합 투어?'라고 의문을 가졌지만, 잭 와일드와 찰리 베난테가 합류한다고 했을 때엔 바로 '아~'하고 수긍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현장은 정말 우리가 알던 그 음악이었다. 물론 잭 와일드의 스타일이 군데군데 묻어나오긴 했지만, 판테라 음악의 본질은 정말 잘 살린 것 같다. 그리고, 종일 공연을 봤지만, 유난히 판테라 무대가 더 선명하게 보인 신기한 경험도 했다. 다른 무대가 FHD급이였다면, 판테라 무대는 4K 그 이상의 화질로 보는 것 같은 선명한 느낌이었다. ㅎㅎ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pantera-2023-06-08-rockfest-2023-hyvink%C3%A4%C3%A4-finland/pl.u-90XJTxDK3P68?l=ko
 

Setlist: Pantera (2023.06.08) Rockfest 2023 @ Hyvinkää, Finland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15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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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라 공식 계정에 올라온 공연 사진! 나 저기저기 보이지? 저런 공연장에서 내가 판테라를 봤다니! 감격적이다!

 

판테라는 너무 멋지니까 사진 몇 장 더

저 큰 로고에서 그냥 압도됨!
필립 안젤모. 판테라 안 하면 안 되는 목소리!
진짜 멋이 폭발한다!! 잭 와일드
드럼 사운드 및 안정감 최고!
잭은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좀 더!
잭과 렉스

 

판테라 공연이 끝난 시각은 자정.

힘들어 죽을 것 같지만, 나에겐 아직 한 팀, 배틀 비스트가 남아 있다. 열심히 레드 스테이지로 발길을 옮겼다. 내가 정말 보고 싶었던 팀이라 꽤 앞에 자리를 잡았다. 무대 진행자들이 뭐라고 하면서 분위기 한번 띄우고 들어가면서 오프닝 음악와 함께 배틀 비스트의 무대가 시작한다. 늦은 시간이지만, 핀란드 밴드고 인기있는 팀이다 보니 상당히 많은 관객들이 보고 있는 것 같다. 

 

무대가 밝아오고 멤버들이 위로 올라오면서 새 앨범의 타이틀 곡 'Circus of Doom'이 시작한다. 서커스 천막 배경에 빵빠레 같은 곡의 시작이 공연 첫 곡으로 딱이다.

쇼를 시작합니다~

 

이 밴드는 보컬 - 트윈기타 - 베이스 - 키보드 - 드럼의 6인조인데, 키보디스트가 기타처럼 어깨에 걸고 전면에 나서서 연주를 해서 무대 앞쪽이 꽉 찬다. 멤버 얼굴도 잘 몰랐는데, 낮에 사인 받고 해서 이제 아, 저 사람이 '기타구나, 건반이구나' 알아 보겠다. 시작부터 여성 보컬 노-라의 카리스마는 완전 짱이다. 목청이 어마어마하다.

 

노-라의 고음 샤우팅으로 시작하는 다음 곡은 진짜 신나는 멜로딕 메탈 'Straight to the Heart'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들의 곡이고, 라이브로 제일 보고 싶었던 곡. ㅋㅋ 내가 찍은 짧은 영상 하나. 그냥 분위기 쩔지? 

나도 소리지르고 손도 하늘을 찌르고 뛰어야 해서 영상은 짧게 끊는다. 신난다, 신나! 주변에서 내가 제일 신난 것 같아.

뭐라 인사하고 멘트하는데 핀어라 전혀 못 알아듣겠다. 작년에도 '아모르피스(Amorphis)' 때 그랬는데. ㅋㅋ

이들 곡은 뭐랄까? 라이브에서 곡들이 신나게 함께 하기 좋게 되어 있다. 중간중간 박수 치고 함께 소리 지르기 좋은 부분, 박자 맞춰서 하늘로 손찌르기 할 부분이 거의 모든 곡마다 있다.

무대만 봐도 함께 소리치고 손 높이 올려 뛰어야 할 것 같지?

내가 상당히 앞에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관객들이 아주 활발하게 뛰노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판테라에서 너무 진을 빼서 그런 거 아닐까 나혼자 짐작해 본다. ㅋㅋ

대신, 담배는 여기저기서 많이 피우고, 술은 정말 많이들 마시고 있다. 내 옆에 예쁘장한 아가씨는 손가락 끝이 나오는 장갑 끼고 한 손에 담배, 한 손엔 캔맥주 마시면서 공연을 즐기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진짜 많다. 술/담배에 정말 관대한 페스티벌이다. ㅎㅎ 핀란드가 담배에 대해서는 정말 관대한 편인듯. 대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많은 데 반해 행사장은 상당히 깨끗하다. 다수의 즐거움을 위해 소수가 희생하는 게 아니라, 소수의 즐거움도 인정하고 다수가 이해하고 함께 하는 느낌이랄까. 사회 전반에 이런 것이 많이 느껴지는 나라다. 아, 내년에도 온다면 나도 장갑 준비해야겠어.

 

기본적으로는 보컬인 노-라가 멘트를 하지만, 다른 멤버들도 곡 사이 진행도 했었다. 그리고, 다들 무대 위에서 모였다 흩어졌다 하면서 서로 즐겁게 연주하는 것이 보는 재미도 많다. 뭔가 다들 화난 사람들처럼 각자 자리에서 연주하는 것보다 이렇게 자기네들끼리 마주 보고 웃고 서로 액션 같이 하는 무대를 난 좋아한다.

자기네들끼리 잘 노는 밴드가 보는 재미도 많다!

앞에서 언급햇 듯이 건반 주자가 주로 어깨에 걸치고 연주하는데 곡과 곡 중간 잠깐 쉬어가는 시간에 장난스럽게 일렉 퍼커션이 몇 개 달린 스탠드에 건반을 놓고 짤막한 솔로를 연주하고 다른 멤버가 그 스탠드를 끌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장난을 치기도 했었다. 또, 건반 주자가 잠깐 안에 들어가더니 술병이랑 물병, 플라스틱 잔 여러 개를 많이 들고 나와서는 즉석해서 칵테일(? 하이볼? ㅋㅋ)을 만들어서 자기네들끼리 나눠 먹고, 몇 잔은 관객석으로 돌리기도 하는 등 매우 유쾌한 사람들이었다. 또 'KISS'의 'I was Made for Loving You'를 짧게 연주하기도 하면서 분위기를 이어가기도 했다.

칵테일 제조중
원샷!

쉬어가는 시간 끝나고 연주된 'Russian Roulette'에서는 멤버들 각각 솔로를 곁들인 소개가 있었다. 2022년도에 발매한 앨범 Circus of Doom이 이전 앨범에 비해 재미가 덜하다 생각했는데, 라이브에선 기가 막히네. 노-라가 샤우팅할 때마다 감탄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핀란드 밴드고 마지막이라 그런지 무대 쪽에 불기둥, 불꽃 기둥 등 이펙트도 엄청 많이 쏜다. ㅎ

불쑈~
불꽃 쑈~

왼쪽 옆에는 술 좀 취한 듯한 중년의 남녀 서너명이 신나게 춤추고 놀았던 것 같다. 추운데도 나도 신나서 박수 치고, 소리 지르고, 하늘 찌르기하고, 헤드 뱅잉하면서 재밌게 보고 있으니, 아까 옆에서 맥주 마시던 아가씨가 날 툭툭 치더니 주먹 인사하자 그런다. 하하. 그 많은 관객 중에 동양인은 나 혼자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머리 허연 동양 사람이 신나게 공연 보는 게 좋아 보였나 보다.

할당된 70분의 시간이 벌써 끝나가면서 마지막 곡으로 'Beyond the Burning Skies'를 한다. 끝까지 신나는구나! 신나! 신나! 해가 넘어갔지만 아주 어둡지는 않은 핀란드의 새벽 1시는 아직도 신나는 시간이다!

 

13곡이 끝나고 탑건 앤섬(Top Gun Anthem)이 BGM으로 나오면서 멤버들 인사하고, 다같이 사진도 찍으면서 새벽 1시 18분 즈음에 배틀 비스트의 공연은 끝났다.

인사하는 배틀 비스트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battle-beast-2023-06-08-rockfest-2023-hyvink%C3%A4%C3%A4/pl.u-dqlXtMWPbV1Z?l=ko 

 

Setlist: Battle Beast (2023.06.08) Rockfest 2023 @ Hyvinkää, Finland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13 Songs

music.apple.com

 

배틀 비스트 공식 계정에 올라온 사진!

기대했던 배틀 비스트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 감성에도 딱일 것 같은데, 좀 더 알려지면 좋겠다. 이 양반들 이 에너지 충만한 라이브 앨범 하나 내면 좋겠고.

배틀 비스트 공연 사진에 댓글 달았더니, 밴드 측에서 답장도 해줬다.

한국에도 팬이 있음을 기억해줘요!!!

 

판테라 끝나고 집에들 많이 갔나, 주차장에서 차 빼는데 생각보다 그닥 복잡하지 않았다. 열심히 운전해서 숙소에 2시 반 정도에 도착했고 너무 힘들어서 양치만 간신히 하고 바로 뻗었다.

 

판테라와 배틀 비스트만 기대하고 갔던 1일차 공연은 로르디, 몬스터 마그넷, 랜시드까지 보고 배틀 비스트를 만나 사인도 받고 대화도 나눈 굉장히 알찬 하루였다. 5시 50분쯤 입장해서 새벽 1시 반쯤 나왔으니 7시간 40분 정도 공연장에 있었네. 하 빡세다.

 

첫날도 빡셌는데, 더 빡셀 예정인 이튿날이 기다린다!

데프레파드, 머틀리크루, 스트라토바리우스, 테스타먼트, 크래쉬다이어트... 라인업만으로도 벅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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