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제 여동생의 아들은 우리네 나이로 9살인데 차단기 매니아입니다.
길가다 보이는 차단기 앞에선 꼭 그게 동작하는 걸 봐야 하고, 뭔가를 만들 땐 차단기를 제일 많이 만듭니다.
얼마 전에 한국에 들어와서 부모님 댁에서 머물고 있는데, 할아버지랑 수수깡을 사서 엄청 만들어 대고 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본 제가 하나 만들어줄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해뒀던 스케치...
일단은 차단기의 바에 빨간 LED를 달고 바를 올리면 바의 빨간 불은 꺼지고, 차단기 몸통에 노란 불이 들어오게 하는 겁니다.
원래 저는 녹색 불을 켜게 하려 했는데, 이 스케치를 보여주고 조카와 상담을 했더니 노란 불이어야 한답니다.
어제 오후, 어쩌다 제가 이 녀석을 데리고 오후를 둘이서만 지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전부터 생각했던 이 녀석과 함께 프라모델을 하나 같이 만들까 했는데, 제 아내한테서 제가 차단기를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론 차단기 얘기만 합니다.
재료 확보도 제대로 안 되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형상을 구현할지도 생각 안 했는데, 보챕니다. 흑.
작업실에서 주섬주섬 재료 몇 가지와 공구들 들고 집으로 와서 스케치와 생각나는 대로 재현을 해봤습니다.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인데, 차단기를 만든다니까 좀 성가실 정도로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그럽니다.
버럭!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걸 외삼촌이 근사하게 만들어준다고 하니 기대가 커서 그렇거니 하고 손을 빨리빨리 놀려보았습니다.
그래서 완성한 모습.
집에 애들이 다 쓰고 모아둔 색연필에 구멍을 내고 거기에 LED를 박아서 선을 빼두고요, 리미트 스위치라고
이렇게 얇은 철판을 누르면 스위치가 눌리는 걸 이용해서 바가 올라가는 걸 인식시키게 합니다.
본체는 급하게 작업실 제 자리에 보이던 아크릴판 조각을 이용했고요, 틈새가 있는 부분은 0.4mm 플라판을 이용했습니다.
불켜진 모습. 빨간 LED 세 개가 다 같질 않아서 밝기가 조금 다릅니다만 갑작스럽게 만드는 거라 어쩔 수 없네요.
차단기를 올리면 ...
바에 있는 불이 꺼지고, 몸통에 있는 노란 LED가 켜집니다.
이 상태에서 조카는 흥분을 해서, 더 진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
원래 계획은 나름 도색도 하고 아래 건전지 박스 부분도 조금 더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이었는데, 시간도 좀 모자랐고 이 녀석이 갖고 놀고 싶어해서 이 상태로 마무리해서 전달했습니다.
모형 취미에 간단한 회로 지식을 결합해서 조카 놀이감 하나 만들어 줬네요. 머리 속엔 좀 더 근사한 구성이 있지만, 그건 다음에 한번 해보렵니다.
이렇게 해서 갑작스럽게 하나 만든 이야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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