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데뷰 이래 45년간 순수하게 헤비메탈이란 장르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주다스 프리스트야말로 전설이라 할 만하다.
2008년에 첫 내한 공연을 했을 때만 해도 마지막 공연이지 않을까 했는데, 이후 앨범을 낼 때마다 내한하여, 이미 세 번이나 내한 공연을 한 우리에게도 이젠 친숙한 밴드이기도 하다. 난 그 중 앞의 두 번의 내한 공연을 본 적이 있다.
2008.09.21. Judas Priest - Nostradamus World Tour @ Seoul, Korea
2012.02.04. Judas Priest - Epitaph Tour @ Olympic Hall, Olympic Park, Seoul, Korea
첫 내한 공연 때에만 해도 벌써 보컬인 롭핼포드의 나이가 57세여서 다음이 있을까 싶었는데, 벌써 첫 내한하고 10년이나 지났다. 올해 초에 이들이 새 앨범 'Firepower'를 발표했는데, 이 앨범이 정말 대박이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헤비함은 1990년의 Painkiller 앨범으로 정점을 찍었다 할 수 있다. 현재 Mr.Big의 폴 길버트(Paul Gilbert)와 함께 밴드 Racer X를 했던 초절정 파워 드러머 스캇 트래비스(Scott Travis)의 합류로 기존 앨범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파워업된 이 앨범은 이후 주다스 프리스트의 모든 앨범과 비교 대상이 되는 그런 앨범이 된다. 마치 메탈리카의 모든 앨범이 3집 Master of Puppets와 비교되듯이 말이다.
2018년 신보 Firepower는 개인적으로 - 그리고 많은 팬들도 동의하는 듯 - Painkiller 이후 가장 강력한 앨범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나왔고 마음에 든다. 이 앨범은 주다스 프리스트의 여러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톰 알롬(Tom Allom)이 Painkiller의 전작이며 Painkiller를 예고하는 듯하게 강렬했던 앨범 Ram It Down 이후 처음 프로듀싱한 스튜디오 앨범이며, 앤디 스닙(Andy Sneap)이란 이가 함께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이 앨범을 발표한 후에 주다스 프리스트는 중대 발표를 하는데, 바로 창단 멤버이자 리드 기타리스트인 글렌 팁튼(Glenn Tipton)이 파킨스씨 병으로 투어에는 참여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이미 10년 전에 첫 진단을 받았다는데, 올해부터는 투어를 돌기 힘들 정도가 되었나 보다. 투어 세션 기타리스트로는 프로듀서로 참여한 앤디 스닙이 함께 한다고 발표했다. 앤디 스닙이란 인물은 좀 낯설어서 검색해보니 여러 메탈 밴드의 프로듀서/엔지니어로 활동한 것뿐만 아니라 본인이 Sabbat와 Hell이란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현재 주다스 프리스트의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롭핼포드 Rob Halford - 보컬
글렌팁튼 Glenn Tipton - 기타
리치포크너 Richie Faulkner - 기타
이언 힐 Ian Hill - 베이스
스캇 트래비스 Scott Travis - 드럼
앤디 스닙 Andy Sneap - 투어 세션 기타
하여간, 새로운 라인업으로 투어를 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우리나라는 안 오시나~~~ 싶던 9월에 그들의 내한 공연 소식!!!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티케팅까지!! 이번엔 이태원에 있는 블루스퀘어에서 한다는데, 앞쪽 구역이 아닌 스탠딩의 뒷쪽 C구역 1, 2번 확보!!! 움핫핫핫. 이번에도 울산 사는 친구한테 연락해서 이 분들 은퇴하기 전에 Painkiller는 봐야하지 않겠냐 꾜셔서 같이 보기로 했다.
표 사놓고 기다리는 중에 공연 기획사인 라이브네이션 코리아에서 SNS 이벤트를 한댄다. 자신이 팬임을 인증하라 한다. 내 CD, DVD, LP 등을 쭉 나열해서 찍고, 내 주다스에 대한 충성심을 남겼더니 당첨!!!
이벤트 선물은 공연 끝나고 수령할 수 있단다. 으하하!!!
바쁘게 보낸 가을이 지나고 12월의 첫 날.
우리의 헤비메탈 신을 뵈러 가는 복장으로 가죽 잠바는 거의 필수! 공연장에 도착했더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어슬렁... 대학교 때 동아리 후배도 부산에서 이들의 공연을 보러 올라왔다 한다. 나랑 함께 보기로 한 빈이 아빠는 일찍 올라와서 어릴 적 친구랑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등장. 흠...
무대 약간 뒷쪽 스탠딩 구역인 C, D구역은 입장을 위한 줄을 서는데, 줄이 엄청 짧다. 이게 뭐지? 입장 시간이 다 되어도 줄에 스무명 남짓?
어쨌든 우린 입장. 입장하고 보니, C/D구역은 블루스퀘어에서 콘솔 좌우로 약간 높은 구역이 있는데, 그 곳이었던 것이다. 난 아래쪽 플로어를 구분지어 그 뒷쪽인 줄 알았는데, 이거 좋은데? 여기가 높이가 좀 높아 시야가 좋고, 사운드 콘솔 옆이라 사운드도 좋아서 악스(Yes24 라이브홀)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그런 위치인 셈이다.
무대에는 밴드 로고가 그려진 장막이 쳐져있다. 하~ 그 앞에서 인증샷 하나!
알고 지낸 지 이제 10년... 방구석 락매니아를 내가 꼬셔서 공연장 다니게 한지는 이제 2-3년 정도 되는 것 같다. 같이 본 공연도 이제 임펠리테리, 미스터빅, 티스퀘어 등 몇 팀 된다. 울산에서부터 올라오게 한 보람이 있어야 할 텐데...
입장이 어느 정도 끝난 것 같을 때만 해도 A/B 구역은 여유가 있는 듯하더니, 공연 시작 시간인 6시가 다가오니 앞 구역은 거의 꽉 찬 느낌이 들 정도로 빽빽하다. 반면에 우리 구역은 완전 널널.
앞 구역 사람들이 우리 쪽으로 넘어 오고 싶어하는 눈치인데, 펜스가 쳐져 있고 완전 다른 구역이라 하니 부러워 하는 것 같다. 캬캬.
이번 투어의 비교적 최근 셋리스트를 확인한 바로는 Black Sabbath의 War Pigs가 나오면 공연이 시작할 것이라는 것!
6시 정각이 되자 공연장에 불이 꺼지고 War Pigs가 흘러나온다. 시작이다!!!
어찌보면 비슷한 시기에 밴드 결성하여서 헤비메탈이란 장르를 개척한 두 밴드, 블랙 사바스와 주다스 프리스트!!! 관객들이 War Pigs를 박수 치며 따라 부르며 주다스 프리스트를 기다린다.
War Pigs가 앞부분이 멈추면서 이번 투어의 인트로 음악이 흘러나온다. 관객들은 '프리스트! 프리스트! 프리스트!'를 연호하면서 우리의 헤비메탈 신을 영접할 준비를 한다.
그러면서 불이 켜지면서 신보의 타이틀곡 Firepower와 함께 신들의 등장!!! 앞에 듬성듬성 서있던 관객들은 시작과 함께 앞쪽으로 우르르 몰린다. 우린 쾌적하게 펜스 잡고 좋은 시야에서 헤드뱅잉. 시작과 함께 한 롭의 짧은 샤우팅에 소름이 쭈악!
앨범으로 들으면서 라이브로 기대했던 그 음악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 세다! 진짜 세다! (음원은 현장에서 직접 녹음한 부틀렉 중)
바로 이어지는 곡은 1978년 작 'Killing Machine (Hell Bent for Leather)'의 수록곡 Running Wild. 40년 전 곡이 이리 헤비하게 재창조되다니! 관객들 역시 '어이! 어이! 어이!'를 외치며 이들을 칭송한다. 끝날 때 샤우팅 한 번 날려주시고~ 와우~!!! 오늘 영감님 컨디션 엄청 좋은 듯!
쉼없이 다음 곡으로 간다. 1980년 작 'British Steel' 수록곡 Grinder! '자가자가장장~ 자가자가장장' 죽이네. 거기에 절은 두 기타리스트 리치 포크너(38)와 앤디 스닙(49)의 트윈기타는 오래된 곡에 젊은 에너지를 팍팍 실어준다. 롭의 보컬은 정말 쇠를 갈아 마신 듯이 쇳소리가 그냥 절절 흐른다. 아오~
롭이 인사를 한다. 공연 때마다 하는 말인데, 그래도 반갑다.
"프리스트가 돌아왔다. 주다스 프리스트 헤비메탈을 즐길 준비가 되었는가?" "예!"
Sinner를 외치면서 1977년작 'Sin after Sin' 수록곡 Sinner를 시작한다. 2011년에 K.K. 다우닝(K.K. Downing)의 은퇴로 합류한 리치포크너(Richie Faulkner)의 기타로 시작하는데, 2008년 공연에서 K.K.의 연주가 엄청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나서, 듣는 내내 10년 전의 그 장면이 머리 속에서 아른 거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리치는 Sinner 중간의 솔로 역시 완전 멋지게 연주하여서 주다스 프리스트의 리드 기타리스트다운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굉장히 쏘는 샤우팅이 많은 곡이기도 한데, 롭은 진짜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기가 막히게 불러냈다.
후~ 숨이 다 차네. 다음 곡의 전주에 맞춰서 스캇이 박수를 유도하고 다같이 박수치며 소리치고 있는데, '장장장장장장....' 시작하는 곡은 1976년 2집 'Sad Wings of Destiny'의 수록곡 The Ripper! 아오~ 굉장히 옛날 곡이고 촌스러울 법도 한데, 2018년에 듣는 The Ripper는 그냥 살아 숨쉬는 헤비메탈 곡인 것이다. 저~ 아래 저음부터 쭉~ 뽑아내는 고음까지... 돌겠네.
또, 미친 샤우팅으로 시작하는 묵직한 신곡, Lightning Strike. 무대 뒤의 스크린엔 번개가 번쩍이고, 무대에선 천둥과 같은 드럼에 땅을 울리는 베이스, 번쩍이는 트윈 기타에 자유자재로 쏘아 붙이는 보컬까지... 진짜 죽인다는 말 외에 더 뭐가 있겠는가. 진짜 롭 저 영감님 나이를 거꾸로 드시나, 왜 저래.
1981년작 'Point of Entry' 앨범 수록곡 Desert Plains가 바로 이어진다. 기존 공연에서 이 곡이 멋지다는 걸 몇 번 경험했지만, 스튜디오 곡으로 예습하면서 옛날 곡들은 재미가 덜 하지 않을까 싶었던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가버린 지 오래. 고개 까딱 까딱거리면서 즐기기에 충분하다. 중간중간 스캇의 드럼 연주는 정말 이 사람이 주다스 프리스트에 합류한 것은 밴드에게 있어 신의 한 수였음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하~ 너무 멋있어!!!
"우리에겐 헤비메탈 팬들을 지키기 위한 힘, 열정, 에너지가 있다! 우린 포기하지 않는다! No Surrender!"
아오~ 헤비메탈의 신께서 스스로 신도들에게 힘을 실어 주신다. 이번 신보 곡들은 정말 라이브에서 죽이는구만!
이 곡에서였나보다. 스크린에 뮤직 비디오가 함께 나오는데, 아~ 글렌 팁튼의 모습이 간간히 비치는데 짠~하다.
바로 이어지는 1986년작 'Turbo'의 타이틀곡 Turbo Lover. 옛날엔 이 곡 별로 안 좋아했는데, 라이브에서 따라 불러보고 하면서 좋아진 곡. 역시나 다같이 외치는 I'm Your Turbo Lover~!는 재밌다. 이 곡이 끝나면서 다시 관객들이 "프리스트! 프리스트! 프리스트!"를 외친다. 10년 전에 저거 다 따라 외치다가 숨차 죽을 뻔해서 이젠 좀 덜 따라한다. 생각보다 굉장히 힘든 구호다. 흐흐
퀸의 프레디 머큐리에게 Ai-yo가 있다면, 롭에겐 '예 예예예예예옝~, 예 예예예예예에~'가 있다! 51년 생에 올해 67세인데 아직 성량이 엄청나다. 어휴~
이어지는 곡은 1978년 'Killing Machine' 수록곡 Green Manalishi (with the Two-pronged Crown). 라이브에서 참으로 재밌게 함께 할 수 있는 곡이다. 중간 이후에 '어이 어이!'를 할 수도 있고, '오~ 오오오~ 오오오~'를 외치는 게 정말 재밌다고.
관객들이 이번에 '주다스 프리스트! 주다스 프리스트!'를 외치며 다음 곡을 기다린다.
잔잔하게 시작하는 곡은 1990년 Painkiller의 수록된 미드 템포 곡 Night Comes Down이다. 묵직하다 못해 장엄하기까지 하다. 하~ 멋지다. 그냥 멋지다! 후~
신보의 짧은 연주곡 Guardians가 녹음된 음원으로 나오면서 이어진 신곡 Rising from Ruins. 바로 앞선 곡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인가. 미드 템포의 중후함이 공연장을 압도한다. 중간 이후의 솔로에 다같이 '워~워~워~'를 외치면서 이 곡에 동참한다. 노래 제목처럼 폐허에서 당당하게 일어선 자의 자신감? 그런 힘이 팍! 느껴지는 것이 아~ 가슴 벅차다.
스캇의 심벌즈로 시작한 다음 곡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인 1984년작 'Defenders of the Faith'의 첫 곡인 Freewheel Burning. 앞의 미드 템포 두 곡은 이 곡을 위한 쉬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쾌속질주! 바로 그 말이 딱 어울리는 곡이다. 난 이 곡에서 완전 넋이 나갔다. 과격 헤드 뱅잉은 기본에 되도 않는 샤우팅까지. 두 명의 기타리스트가 나란히 솔로 파트 연주하는 부분에 이어지는 롭이 읊조리는 듯하다가 샤우팅으로 이어지는 이 곡은 그냥 미치는 거다. 후~ 후끈후끈!!
달아오른 관객을 스캇이 베이스 드럼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게 한다. 롭이 "오우, 오우, 오예~"를 선창하면 우리가 따라 부르면서 시작하는 곡은 이들의 대표 싱얼롱 곡인 You've Got Another Thing Comin' (1982년 Screaming for Vengeance 수록곡). 후렴구는 아예 관객들이 다 부른다. 신난다, 신나~ 마지막 부분의 후렴구 반주 부분은 좀더 기타를 긁어대면서 흥을 돋구는구나! "오우, 오우, 오예~"로 곡을 마치는 롭.
"프리스트! 프리스트! 프리스트!"를 외치고 있자니 스크린엔 Killing Machine (1978) 앨범 표지가 비춰지고, 들리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 롭이 할리를 타고 무대에 등장하면서 시작하는 Hell Bent for Leather. 이 곡은 정말 라이브가 100배는 더 좋다. 40년 된 곡에 다같이 헤드뱅잉하며 소리지르고 열광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주다스 프리스트의 헤비메탈인 것이다!! 아오~!!!!
올 것이 왔다. 스크린에 Painkiller 앨범 표지가 비춰지면서, 이미 관객들은 흥분의 도가니. 드러머 스캇이 "오늘 밤 어떠냐? 주다스 프리스트가 아름다운 나라 한국의 서울에 왔다. 듣고 싶은 곡이 있지?" "PAINKILLER!" "뭐라고?" "PAINKILLER!"
흐~ 어쩌면 이 곡 하나를 듣기 위해 여기에 왔는지도 모르겠다. 193cm의 장신에서 내리찍는 스피디하고 파워 넘치는 드럼 오프닝에서 이미 혼미해지는데, 거기에 질주하는 트윈 기타와 롭의 미친 샤우팅은 그냥 맛이 가는거다. 내 옆에 있는 빈이 아빠는 이 곡에서 너무 흥분해서 우리 앞에 있는 펜스에 올라가다가 안전요원한테 제지당했다. 크크. 이 곡이 나온 게 벌써 28년 전이고, 지금 저 영감은 67세인 거란 말이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에게 극한의 샤우팅 오르가즘을 선사하고 있다. 진짜 이 곡은 헤비메탈 팬들에겐 진통제인 것이다. 몸이 힘들어도 헤드뱅잉을 할 수 밖에 없고, 함께 샤우팅을 하게 만드는 마약과 같은 곡이다. 엄청 된통 퍽 썩 굉장히 매우 많이 울트라 캡숑 정말 짱이라 아니할 수 없다. 스크린엔 글렌 팁튼의 연주 영상이 함께 하여 더 가슴 짠한 장면까지 연출되었다.
이 곡을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우려는 그냥 싸그리 날려버리는 통쾌한 순간이었다. 마지막 순간엔 롭은 무대 가운데에 주저 앉아서 부를 정도로 열과 성을 다 바쳐 노래했다.
멤버들이 무대에서 내려가고 잠시 앙코르를 위한 시간. 관객들이 "프리스트! 프리스트! 프리스트!"를 외치는 중에 조용히 무대 한켠에서 미소 지으며 등장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주다스 프리스트의 상징적인 기타리스트 글렌 팁튼! 투어에는 은퇴했지만, 한 두곡 함께 했다는 글을 어디서 봤는데, 그가 한국에도 온 것이었다. 눈물 나려고 해. 글렌 팁튼까지 해서 세 명의 기타리스트가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앙코르의 첫 곡은 Metal Gods (1980년작 'British Steel 수록곡). 내가 예습한다고 확인했던 최근까지의 셋리스트에선 이 곡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 곡을 한다!
"Breaking the WHAT?"과 함께 시작하는 앙코르의 두번째 곡은 또 하나의 대표곡인 Breaking the Law (1980년작 'British Steel 수록곡)! 반항적인 헤비메탈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곡이 아닐까? 옆의 빈이 아빠는 대학 시절 밴드를 했고, 이 곡도 카피했었다더니 역시나 엄청 신났다. 우리 모두 목이 터져라 "Breaking the law"를 외쳤다.
마지막 곡은 신나는 Living after Midnight (1980년작 'British Steel 수록곡). 다같이 "Living after midnight, rockin' to the dawn. Lovin' 'til the morning, then I'm gone, I'm gone" 을 따라 부르니 밤새 이렇게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오우~ 예~"를 반복해서 롭의 선창에 따라 부르면서 100분 가량의 이들의 네 번째 내한공연이 끝났다. 롭은 "프리스트는 돌아올 것이다. Priest will be back!"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멤버들 역시 모두 밝은 모습으로 멋진 공연을 마쳤음을 즐거워했고, 관객들 역시 "프리스트! 프리스트! 프리스트!"를 연호하면서 그들에게 큰 박수와 함께 존경을 보냈다. 롭은 마지막까지 무대에 남아 "주다스 프리스트!"를 연호하는 관객들을 지휘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정리를 시작하면서 나오는 음악은 요새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밴드인 퀸의 We are the Champions. 관객들은 다같이 노래를 따라부르고 나서는 다시 밴드를 불러내고 싶은 마음에 '앵콜! 앵콜!'을 외쳐보기도 했다.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공연 기획사 이벤트 선물 수령했다. 이벤트 선물은 무려 주다스 프리스트 멤버들의 사인 포스터!
공연 전에 생각하기론 글렌 팁튼이 못 오니, 앤디 스닙의 사인이 있겠군 싶었는데, 글렌 팁튼이 함께 해서 더욱 반가운 선물이 되었다. 아~ 감격스럽다!
빈이 아빠랑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씩 사 마시면서 짧게 공연 소감을 나누고 헤어졌다. 빈이 아빠도 아주 만족스러웠고 놀라웠단다. 이 공연이 있던 주에 내가 속이 굉장히 안 좋아서 응급실에 갔다 올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던지라 뒷풀이를 못 해서 좀 아쉽고 멀리서 온 친구에게 좀 미안했다.
다시 공연 얘기로 돌아가서...
이번 공연의 셋리스트는 70년대부터 최근까지 그들의 대표곡들을 골고루 잘 엮은 것 같다. 다만 나름 괜찮았던 지난 몇 앨범 수록곡은 안 한 것은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렇지만, 새 앨범 곡들과 새로운 감각으로 편곡된 옛 곡들로 구성된 셋리스트는 보는 내내 아쉬움이라고는 느낄 수 없이 굉장히 훌륭했다.
프로듀서로 참여했다가, 투어 세션까지 함께 하고 있는 앤디 스닙은 리듬 기타에 충실하다가도 곳곳에서 멋진 솔로를 보여주어 주다스 프리스트가 왜 그를 투어에 동행시켰는지 알 수 있었다.
진정한 원년(1969) 멤버인 베이시스트 이언 힐은 언제나 그렇듯이 묵묵히 무대 뒤에서 베이스를 위아래로 흔들며 연주하면서 밴드를 50년 가까지 지켜오고 있었다.
1990년도에 가입한 주다스 프리스트의 광팬이었던 드러머 스캇 트래비스는 진정 주다스 프리스트에는 왜 그가 필요한 지를 증명해 보였다. 70년대 곡에도 힘과 스피드를 실어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드러밍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Painkiller에서 보여준 그 오프닝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전율이 흐른다.
K.K.의 후임이고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주다스의 기타를 맡는다고 해서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2012년 내한 공연에서 주다스 프리스트의 기타리스트로서의 자격을 검증 받은 리치 포크너는 이번 공연에서 때로는 글렌, 때로는 K.K.의 파트를 연주하면서 당당히 주다스 프리스트의 리드 기타리스트다운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보컬 롭 핼포드는 진정 헤비메탈 보컬의 상징적인 인물임을 다시 한번 스스로 증명해 보인 공연이 아니었나 싶었다. 물론 많은 부분에서 후렴구를 관객들 몫으로 돌리긴 했지만, 거의 매 곡마다 미친 샤우팅을 해내면서 관객들의 우려를 한방에 다 날려 버렸다. 부산에서 온 후배는 유튜브에서 본 그 어느 2018년 공연보다 롭의 보컬이 좋았다면서 대단한 만족감을 보였다. 현장에 있었던 그 누구라도 롭의 보컬은 최고였음을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깜짝 등장하여 앙코르 세 곡을 함께 연주한 글렌 팁튼. 몸이 불편하지만 그는 여전히 주다스 프리스트의 멤버이고 함께 공연을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미스터빅의 드러머였던 고(古) 팻 토피(Pat Torpey)가 수년간 파킨스씨 병으로 투병하면서도 밴드와 함께 투어를 돌았던 게 생각났다. 작년에 미스터빅 공연에서 밝았던 모습이 선한데, 올 초에 돌아가셔서 참 슬펐는데... 글렌 팁튼은 좀 더 오래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래본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네번째 내한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그들은 여전히 앨범내고 투어 도는 현재 진행형 헤비메탈 밴드임을 보여준 진짜 멋진 공연이었다. "100분간의 헤비메탈의 향연. 이것이 헤비메탈이다!" 구닥다리 표현이지만, 어찌 보면 이번 공연을 제일 잘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들의 다음 앨범이 또 나오고, 투어를 돌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대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던 공연이었다.
이렇게 해서 45년차 헤비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이 네번째 내한 공연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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