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18년)에 페이스북을 보다가 일본의 여성 5인조 락/메탈 밴드인 '밴드메이드(BAND-MAID)'란 팀을 알게 되었다. 5인조 밴드인데, 이름 그대로 메이드 복장을 하고 연주하는 것이 처음 볼 때엔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막상 영상을 보니 실력이 상당한 팀이란 말씀. 영상을 더 찾아보고 하다보니 좋아했던 그런 음악 느낌도 나는 것이 연주도 기가 막히다. 그리고, 일본 락 보컬들 특유의 목소리 내리까는 느낌이 없이 그냥 자연스러운 보컬도 참 매력적이었다.
[내 혼을 쏙 빼게 한 곡, Dice!!!]
멤버는
미쿠 코바토 Miku Kobato (小鳩 ミク) – rhythm guitar, vocals
카나미 토노 Kanami Tōno (遠乃 歌波) – lead guitar
아카네 히로세 Akane Hirose (廣瀬 茜) – drums, percussion
미사 Misa (stylized as MISA) – bass guitar
사이키 아츠미 Saiki Atsumi (厚見 彩姫) – lead vocals
'미쿠'라는 인물이 멤버들을 모은 것인데, 다들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https://namu.wiki/w/BAND-MAID 참고)
작년 가을에 일본 아마존을 통해서 2018년도 앨범 'World Domination (세계 정복)'을 일본에서 공수해왔다. 앨범 이름부터 당돌하다. 세계 정복이란다. ㅋㅋ. 라이브 블루레이 포함 음반을 구입했는데, 포함된 1시간짜리 블루레이 라이브가 진짜 대박인 것이다. 드럼/베이스의 리듬 섹션이 엄청 탄탄하고, 리드 기타리스트의 실력도 훌륭하고, 노래도 잘 하고, 리듬 기타 및 세컨 보컬이 공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것도 훌륭하다. 유튜브를 찾아다니다 보니, 해외 락 매니아들이 엄청 열광을 한다. 나랑 다들 비슷하게 느낀 듯하다. 우리가 좋아했던 그런 락 음악을 듣기 힘든 요즈음에, 일본의 여성 5인조 밴드가 우리가 좋아했던 그런 락음악을 새로운 감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에 다들 반가워 하고 있었다. 아주 큰 공연장은 아니지만, 미국, 유럽 투어도 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었다.
[언박싱] BAND-MAID의 2018년 신보 World Domination (블루레이 포함반)
10월부터 Domination 투어의 2부가 시작됨을 알리면서, 일본 전국 투어 일정이 나왔다. 우왕... 보고 싶다.
진짜 제대로 작정하고 공연을 볼 고민을 하면서 일정을 뚫어지게 봤다. 일단 가본 적 있어 조금은 익숙한 오사카, 교토, 고베 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가, 좀 더 바라보니, 12월 7일의 후쿠오카가 눈에 들어온다. 구글맵을 열어서 보니, 아주 가깝다. 일단 티켓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야지. 우리나라 락밴드 보컬 중에 가끔 일본에 가서 공연 보는 분이 계셔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문의했더니, 일본에 사는 사람이 편의점 같은 데서 표를 사는 것이 제일 깔끔해 보인다. 그래서, 일본 출장 자주 다니는 지인에게 부탁했더니, 마침 다음날 일본 출장이 예정되어 있단다. 다음 날 세븐 일레븐을 통해서 티켓을 구매했음을 알려 왔다. 우워!!!!
바로 항공권 검색!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좀 있어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바로 준비! 이제 숙소인데, 내가 자주 이용하는 일본 호텔 체인인 토요코인은 방이 없다. ㅠㅠ. 에어비앤비로 방도 저렴하게 예약. 그런데, 생각해보니 짤막한 주말 1박 2일 여행인데, 아내랑 같이 가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나 공연 보는 동안 근처 구경하다가 끝나면 만나서 맛있는 것 먹고 그러다 오면 어떨까 싶어 의향을 물어봤다. 좋다 한다! 항공권은 스카이스캐너로 검색해서 내 일정과 비슷한 시간으로 따로 예약. 숙소는 토요코인 사이트를 한 달 가까이 들락거리다가 열흘 쯤 남긴 시점에 더블룸 확보!
공연 날짜가 다가오는 동안, 신보의 곡이 몇 곡 공개되었는데, 막강한 곡도 있는 반면에 기존 곡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지만 찰진 연주가 일품인 곡도 있어 기대감 상승! 그리고, 며칠 전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신보가 미리 공개되었다. 다양한 시도가 있어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곡도 없지 않지만, 기대 이상이다! 공연에 대한 기대 만빵!
[이번에 발매한 신보 표지들. 일반판, DVD포함반, 블루레이포함반. 표지 때문에 선택하기 어렵게 한다. 난 메롱 버전!]
토요일 아침 아내와 둘이서 단둘이 배낭 하나씩만 메고 후쿠오카로 갔다. 숙소 체크인하고, 공연장이 있는 텐진역 주변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러 초밥집에 갔는데, 거기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인 듯 밴드메이드 아이템을 미리 구매하여 들고 있는 일행을 봤다. 밥을 가볍게 먹은 후에 난 공연장으로 이동하고 아내는 텐진역 주변에서 구경하며 시간 보내기로 하고 헤어졌다. 공연장이 있다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마자 작은 공원이 있는데, 그 공원 주변에 이미 엄청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는 것이다.
헐... 이게 뭐지? 내 자리 번호 열을 찾아 줄을 섰다. 관객들이 생각보다 어리고, 여성 관객도 많다. 일본이라 그런가, 메탈 공연에 여성 관객도 많고 그러네. 예상보다 좀 일찍 입장한다. 일본은 입장할 때 음료 비용을 500엔 정도 내는데, 표를 확인하고 음료 비용을 내려는데, 표 받는 분이 이 공연이 아니라 한다. 옆 공연장으로 가라 한다. 우잉? 이게 뭔소리야? 공연장에서 나와서 공원을 보니 다른 편에 또 다른 줄이 있다. 내 입장 번호를 찾아 여기저기 물어보는데, 한 외국인이 여기는 A구역이다, C구역은 저기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알려준다. 아, 나도 외국인이지. 흠... 내 입장 번호 주변을 찾아서 줄을 서서 보니, 아... 역시 메탈 공연 줄이구나. 남자들이 절대적으로 많다. ㅋㅋ 그런데, 외국인들도 좀 보인다.
입장을 해서 공연장에 들어가니, 이미 공연장 안이 꽉 찼다. 공연장 뒤쪽으로 사운드 콘솔 근처에 빈자리가 있어 자리 잡았는데, 살짝 시야가 안 좋다. 흠. 어떻게 하지. 관객들이 많이 차자, 내 자리 뒤에 있던 테이블을 치우고 막을 올리니 자리가 좀 더 생겼다. 공연장은 1000석 규모로 제일 뒤에서 무대까지 거리는 무브홀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무브홀이 세로로 긴 형태라면 느낌인데 반해 여기는 정사각형 형태인 듯하다.
공연은 오후 5시 30분 정시에 시작했다. 그들이 오프닝으로 많이 쓰는 곡이 나오면서, 멤버들이 무대로 올라온다. 어. 시야가 별로 안 좋아서 보기 힘들다. 테이블을 치우고 난 후에 내 주변에 여유가 좀 생겨서 왼쪽으로 조금 이동했더니 시야가 훨씬 좋다. 무대 중앙 뒷쪽엔 드럼에 아카네, 무대 앞쪽엔 좌로부터 베이스 미사, 기타/보컬 미쿠, 보컬 사이키, 기타 카나미가 자리한다. 최근 일본 삿포로 셋리스트를 기반으로 예습은 해서 대충 흐름은 알고 있었지만, 매번 조금씩 셋리스트를 바꾸는 걸로 아는 지라 기대기대!
이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셈 치고, 각 노래 별로 유튜브에 올라온 공식 뮤직 비디오 혹은 라이브 영상 등의 링크를 걸어 보겠다.
오프닝은 신보에 수록된 발라드 곡 endless Story. 발라드인 것 같은데 발라드 아닌 것 같은 곡. 햐... 내가 이 밴드 공연을 직접 보는구나! 보컬 사이키 컨디션 좋다. 리듬 기타 겸 세컨 보컬이라 할 수 있는 미쿠가 노래에 참여하는 부분이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많고 잘 한다. 미드 템포의 곡이지만, 카나미의 기타는 불을 뿜고, 미사의 베이스는 완전 대박이다. 아카네의 드럼은 베이스 소리가 좀 작게 들리는 것 같다. 흠.
Choose me으로 이어지는데, 우와~ 음반으로 듣던 것 이상으로 잘 한다. 곡들이 완급이 아주 적절하게 들어가서 관객들이 동참할 수 있는 부분이 꽤 많다. 난 원래 밴드에서 베이시스트에 대한 호감도가 많은 편인데, 미사의 베이스는 처음부터 내 혼을 쏙 빼 놓는다. 검은 드레스에 맨발로 5현 베이스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모습에 시작부터 완전 반한다.
alone 같은 곡은 내가 전엔 그리 멋지다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멋지다. 이 곡의 기타 솔로가 이리 멋졌던가? 아~
아카네의 드럼으로 바로 다음 곡으로 이어지는데, Spirit!!이다. 으. 최근 셋리스트에서 네 번째 곡이 이 곡이거나 Dice 중에 골라서 하는 것 같던데, 후쿠오카에서는 Spirit!!이다. Dice를 진짜 보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 그런데, 이 곡이 이리 화려하고 헤비한 곡이었나 싶도록 연주 끝내주네.
쉼 없이 드럼으로 다음 곡이 이어지는데, Don't you tell ME다. 이 곡은 기타와 베이스가 주고 받는 연주가 일품이다. 중간에 후렴구 나오는 부분에서 템포가 살짝 바뀌면서 몸은 흔들흔들, 고개는 까딱까딱 하게 된다. 블루레이에 들어갔던 도쿄 라이브처럼 길게 기타/베이스의 주고 받는 연주는 없었지만, 각 파트 연주가 기가 막히다.
다섯 곡을 쉼없이 내리 달리더니, 미쿠가 인사를 한다. "주인님, 아가씨, 어쩌고 저쩌고..."하는 그들의 인사말. 미쿠는 말끝마다 "~뽀"를 붙여서 말하는데, 직접 들으니 더 귀엽다. ㅋㅋ. 일본어를 잘 몰라서 그녀의 억양과 분위기로 내용은 대충 짐작할 뿐. 쩝. 후쿠오카에 와서 좋다. 함께 즐겨달라... 그런 얘기인 듯.
다음 곡은 신보의 곡 The Dragon Cries. 뭐랄까, 헤비하면서 블루지한 필이 느껴지는 곡인데, 그들의 지금까지의 곡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의 곡인데도 그것도 굉장히 잘 어울린다. 거의 모든 곡을 작곡하는 리드 기타리스트 카나미의 역량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곡에서 미사의 베이스 솔로에 이어 카나미의 기타 솔로로 이어지는데, 그냥 눈과 귀가 즐겁다. 사이키의 보컬은 자칫 불안할 수 있을 것 같은 톤인데, 굉장히 안정적이다. 끝내주네.
다음은 미사의 탱크 같은 묵직한 베이스 솔로로 시작한다. 우워~ 너무 멋지잖아!!!! 곡은 많이 안 들어본 곡 같은데? 나중에 셋리스트 보니 Unfair Game이라는데, 정규/미니 앨범이 아닌 싱글 앨범에 덤으로 하나 더 있는 곡이네. 묵직하며 화려한 베이스 라인에 기타 라인도 끝내준다.
바로 이어지는 곡은 새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수록될 예정으로 유튜브를 통해 미리 공개된 바 있는 "윤회(Reincarnation)"다. 오프닝부터 아카네의 미친 더블 베이스 드러밍 위로 미친 듯한 베이스/기타 리프에 카나미의 하모닉스에 완전 넋이 나간다. 처음 몇 소절 듣자마자 혼자 "우~와" 하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 다만, 공연장 사운드 밸런스 문제인지 카나미의 기타 하모닉스가 조금 작게 들린 건 좀 아쉽다. 그런데, 정말이지 이런 곡이 라이브로 된단 말이지. 드럼 치는 아카네는 정말 괴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곡이 직선적이면서도 상당히 거친 느낌인데, 사이키의 보컬이 정말 잘 어울린다. 대박이야!
또 새 앨범 곡이 이어진다. Blooming이라는 곡인데, 야, 이거 음원으로 들을 때랑은 사뭇 다르게 좋다. 야, 이 곡 진짜 좋다. (요 부분 후기 쓰는 오늘, 이 곡의 뮤직 비디오가 공개되었다!) 신나는 드럼 비트 위에 변화 무쌍한 베이스 라인, 그리고 카나미와 미쿠의 기타 솔로까지... 진짜 라이브로 보니 훨씬 좋다. 중간의 쿵짜짝 드럼 리듬은 정말 사람을 흥분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리듬 기타지만, 기타는 그닥 잘 못 치던 미쿠가 이 곡에선 확실히 실력이 많이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관객들의 미친 호응을 이끌어내는 the non-fiction days로 이어진다. 원곡보다 템포도 조금 더 빠른 것 같고, 미쿠의 기타 배킹이 좀 더 단단해진 것 같아서 한결 풍부한 느낌이다. 거기에, 노래 뒤로 꼼꼼하고 세세한 카나미의 기타는 정말 일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중반 이후의 자자자자자 기타 배킹 위에 관객들의 박수와 함께 어울어지는 부분은 이들이 얼마나 곡을 잘 쓰는 지 알게 해준다. 어이! 어이! 어이! 어이!
다음은 아카네의 낯선 드럼 연주로 시작하는데, 이게 뭐지? 새로운 연주곡인가? 싶도록 미치도록 멋진 연주가 이어지더니, 이내 익숙한 오프닝으로 변한다. Play!!! 우와, 이게 뭐야. 원래 이 곡이 라이브가 멋진 건 알고 있었지만, 완전 이건 사기에 가깝다. 미사의 베이스는 정말 거의 세컨 기타 이상이다. 베이스 본연의 묵직함은 기본에 이리 화려한 베이스 라인은 스티브 해리스 (아이언메이든), 빌리 시헌 (미스터빅), 게디 리 (러쉬) 등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연주자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독특하고 매력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니, 솔직히 더 좋다. 더 화려한 베이시스트라면 존 명 정도 떠오르는 정도? 대신 존 명은 굉장히 얌전히 연주하는데, 미사는 액션도 상당히 박력있다. 실제로 보니 정말 대단!
[이 공연 후기를 쓰고 한참 후에 발매된 라이브 블루레이 중에 내가 들었던 편곡으로 영상이 공식적으로 공개되었다]
거의 50분을 쉬지 않고 달리더니, 무슨 오락실 음악 같은 음악이 나오면서 미쿠가 마이크를 잡고 단독으로 진행을 하기 시작한다. 보통 미쿠의 Magic Spell Time이라 부르는 시간인가 보다.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 들으니 ... 쩝. 뭔가 재밌는 얘기인지 관객들도 많이 웃고 그런다. 한참 얘기를 하더니, 관객들에게 "모에! 모에!"를 외치게 하는데, 관객들 반응이 신통치 않자, 삐친 듯한 표정으로 얘기하는 게 만화 보는 것 같다. ㅋㅋ 중간에 카나미가 핸드폰을 들고 등장하면서, 인스타 라이브를 하고 있댄다. 관객들의 함성이 한결 커졌다. ㅋㅋ 그러면서, 미사가 맥주를 들고 등장. 베이스 치는 미사는 술을 굉장히 좋아하는 걸로 알려져서 공연 도중에 술을 마시면서 연주하는 걸로도 유명한데, 맥주 캔 따는 소리를 마이크에 들려주기도 했다. 프로필 사진 등을 보면 늘 무표정한 미사였지만, 공연 내내 웃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
[카나미가 잠시 인스타 라이브한 걸 누가 유튜브에도 퍼다놨다]
미쿠가 관객들 미치도록 소리지르게 하는 시간이 끝나며 시작하는 곡은 TIME이었는데, 사이키 없이 미쿠가 리드 보컬을 한다. 야, 이 곡이 또 이런 매력이 있구나. 아니, 미쿠가 보컬로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원래 보컬을 자기가 하려 했다가 제일 마지막에 현재 보컬인 사이키가 합류했다더니 그럴 만하네! 절로 영어로 된 후렴구를 흥얼거리게 된다. 이 곡이 끝나자, 또 무슨 신파 풍 음악을 배경으로 미쿠가 뭐라뭐라 한다. 캬~ 저 아가씨가 공연을 엄청 재밌게 잘 끌고 가는구나. 대단하네.
다음 곡은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좀 생소하다. 밴드의 데뷰 미니 앨범인 Maid in Japan 의 수록곡인 "Yoake mae (夜明け前)" (trad. Before Dawn)란 곡이라네. 정규 앨범들의 곡들에 비해 조금은 풋풋한 느낌의 팝적인 곡이다. 그런 와중에도 미사의 베이스는 엄청 멋지다. ♥♥ 이 앨범이 애플 뮤직에 없어서 생소했나 보다. 아니, 이 곡 꽤나 매력적인데? 데뷰 미니 앨범도 구해봐야겠다. 조만간에 아마존 재팬에 씨디 왕창 주문할 듯. (라고 쓰고 바로 다음 날인 오늘 왕창 주문... ㅠㅠ)
시작부터 커멘트는 한 마디도 안 하던, 사이키가 신곡이라고 하면서 Mirage를 한다. 이 곡은 새 앨범 수록곡인데, 라이브에서는 처음 연주되는 거라고 페이스북 팬페이지에서 언급되었다. 미드 템포의 발라드스럽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조용한 곡인데도 기타는 여느 하드한 곡 못지 않게 화려하게 연주되고 있다. 거기에 베이스가 액센트 팍팍 넣어주고. 스트리밍으로 들을 때 귀에 전혀 안 꽂히던 곡인데, 대단히 좋다. 끝나고 혼자 '아~'하고 짧은 탄식을 내뱉게 만든다.
다음은 싱글로만 발표된 YOLO다. 어느 곡 하나 집중하지 않게 하는 게 없네. 매 순간 모든 멤버들 연주를 모두 집중해서 보고 싶은데, 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카나미의 양손 태핑 솔로가 작렬한다. 우워~ 노래는 살짝 느리게 진행되는 뒤로 속주 기타 반주... 그런데 그런 게 너무나 잘 어울려. 정말 기막힌 곡 센스라 아니할 수 없다! 놀라워!!!
처음부터 묵직하게 치고 나오는 matchless GUM. 편곡이 많이 들어가서, 각 파트 연주가 굉장히 부각된다. 미사의 베이스 솔로, 카나미의 기타 솔로, 미쿠의 기타 솔로, 아카네의 드럼 솔로에 다시 각 파트들 한바퀴. 지금까지 유튜브에 올라왔던 이 곡의 그 어느 라이브 영상들의 연주보다 더 멋졌다. ㅆㅂ! 베이스 솔로로 마무리하는 엔딩. 하~ 진짜 심쿵!
바로 이어지는 곡은 음원으로는 나온 적 없는 연주곡 Don't be long이닷! 올 여름 미국 공연에서던가 처음 공개되어 화제가 된 곡인데, 오늘 직접 듣게 되는구나!!! 이번 투어 중에도 onset이란 연주곡과 이 곡이 번갈아 연주되던데, 후쿠오카에서는 이 곡이닷!!! 처음 몇 소절에 그냥 "우와~!"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엄청 헤비한데, 굉장히 멜로딕하여 그 메인 멜로디는 입으로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연주곡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강한 인상의 곡이다. onset도 그렇고, 이 곡도 싱글로라도 발매되면 좋겠다. 인스트루멘틀 곡으로 앨범 내도 굉장할 것 같다. 하여간, 이 곡 대박이야, 대박!
곡이 끝났는데, 관객이 뭐라 외치니 사이키가 쓰미마셍데시다...란다. 뭐라 그런 걸까? 이후에 미쿠와 사이키가 한참 얘기를 한다. 보통 커멘트는 미쿠만 하는 줄 알았는데, 사이키가 굉장히 많은 말을 하네. 둘이서 무슨 만담 시간인 듯 한참 얘기를 하고, 그 얘기를 관객들이 무척 재밌어 하는데, 나는 알아 들을 수가 없으니 좀 지루했다. 뭔가 새 앨범에 수록된 곡 소개도 좀 하고, 앨범 패키지에 대한 얘기도 하는 것 같다. 외국인들이 좀 있는 것 같다 하면서 고맙다고 영어로도 인사하는데, 저 앞에서 'L.A! Los Angeles!'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LA에서 왔다는 것 같다. 헐... 한국에서 간 것도 멀리서 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쩝. 하여간 10분이 훌쩍 넘게 얘기했다. 그 사이에 리드 기타리스트 카나미는 혼자 손을 풀고 있다. 하~ 진짜 성실한 사람인 것 같다.
한참 얘기하더니, 사이키가 '라스트 스퍼트다. 후쿠오카 준비되었습니까?'란다. (이 정도는 알아들을 만했다) 와~~~ 새 앨범 수록곡인 Liberal이다. 음원으로 들었을 땐 그닥 인상적이었던 곡은 아니었는데, 중반부터 몰아치는 부분이 라이브에서 굉장히 멋졌다. 캬~
다음은 새 앨범에 수록되긴 했으나 그 전에 싱글로 발매되어 익숙한 glory. 뭐라 설명하기 참 힘드네. 시작부터 관객들 대부분이 자리에서 다같이 뛰면서 소리지른다. 공연이 클라이막스로 향해 감의 예고편이라고나 할까? 과격한 헤드뱅잉은 아니더라도, 경쾌하게 헤드뱅잉하기 참 좋고 좌우로 흔들흔들하기에도 참 좋다. 신난다, 신나~
바로 이어지는 곡은 우와!!!! Moratorium이닷!!!! 처음부터 주구장창 달리는 곡! 스피디한 더블베이스와 함께 달리는 베이스, 기타... 이들의 곡 중에 가장 헤비한 곡 중 하나로 내가 라이브로 진짜 보고 싶었던 곡 중 하나!!! 달리는 멜로디에 맞춰 관객들은 어이!어이!어이!를 외친다. 난 열심히 헤드뱅잉!! 중반 이후엔 다같이 큰 소리로 다 함께 '어! 어어어어~ 어! 어어어어~' 바로 이어지는 묵직한 리프 위에 멋진 기타 솔로. 다시 관개들의 코러스. 진짜 기가 막히다 아니할 수 없다! 막판에 작렬하는 더블 베이스 드러밍은 정말 숨이 다 막힌다. 하~
다음은 FREEDOM. 사이키가 관객들을 끌어올리는 멘트를 하는데, 완전 헤비메탈 전사다!!! 헤비하면서도 경쾌함이 분위기를 한껏 상승시킨다.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캬, 드럼 찰지고, 베이스 유려하고, 기타 깔끔하고, 보컬 시원시원하고! 우왓! 드럼 솔로닷!!! 길지 않은 드럼 솔로인데, 평소 보여지는 그녀의 모습처럼 밝고 경쾌하면서도 살벌한 연주가 보고 듣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실제로 활짝 웃으며 연주하는 아카네의 모습을 보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이어지는 카나미의 기타 솔로. 요새 락음악에 기타 솔로가 짧아지는 추세라는데, 이들은 그런 거 없다. 우리가 사랑했던 그런 락/메탈처럼 기타 솔로가 꼭 있고, 그게 다 넘나 좋다. 고개 좌우로 신나게 흔들면서!!! 박수는 짝!짝!짝!짝!
[이 영상도 공연 후기를 쓰고 한참 후에 발매된 라이브 블루레이 중에서]
2018년 앨범의 타이틀곡, DOMINATION이 이어진다. 시작부터 관객들은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꽤나 고음에 쉼없이 진행되는 보컬이 공연 막판에 벅찰 법도 한데, 사이키는 한 치의 흩어짐도 없이 쭉쭉 뻗어낸다. 헬로~ 헬로~ 헬로~ 밀어붙이다가 살짝 풀어주다가 다시 밀어붙이는 곡 진행. 캬~ 끝내준다, 끝내줘. 그냥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영상도 공연 후기를 쓰고 한참 후에 발매된 라이브 블루레이 중에서]
사이키가 마지막이라고 인사하면서 Screaming!!! 카나미의 아기자기한 기타 솔로로 시작하면서 묵직하게 넘어가는데 경쾌함과 묵직함, 그리고 속도감이 기가 막히게 섞여 있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후~ 주구장창 달리는 드럼과 베이스 위로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기타 솔로... 하~ 사이키가 락보컬답게 힘차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완전 멋있다! 우와!!!
2시간의 공연이 끝났다. 멤버들이 피크 던져주고, 드럼 스틱 던져주고 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들어간다. 미쿠가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서 인사를 하고 들어가네. 짝!짝!짝!짝!짝!짝! 아, 끝났다. 두 시간이 어찌 지났는지 꿈만 같다. 하~
이렇게 처음으로 일본까지 원정가서 밴드메이드의 공연의 공연을 봤다.
일본 관객들은 우리나라 관객들과는 다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환호하면서 나름 열심히 공연에 참여했다. 얌전히 박수만 친다고 하는 얘길 들었지만, 실제론 굉장히 열정적으로 박수 치며 환호하며 참여하는 게 분위기 꽤 좋았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공연장에서 사진을 찍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어느 누구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이가 없어 공연 내내 시야가 좋았다 (키에 의한 시야 제약은 말고...). 이 부분은 굉장히 좋았다.
그리고, 중요한 밴드 메이드 ... 정말 일본 원정 1호 밴드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사이키(Saiki)는 목소리는 음반처럼 깔끔하고 쭉쭉 뻗는 게 정말 시원시원했다. 초기 라이브 영상들보다 힘이 많이 붙어서 훨씬 안정적이면서도 관객들을 선동하는 목소리는 앙칼진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사진 등에선 얌전한 모습이 많이 보이지만, 라이브 현장에서는 많이 웃고, 많이 이야기하고, 그리고 힘찬 모습을 볼 수 있어 무척 좋았다.
- 카나미(Kanami)는 기타를 정말 감칠맛나게 잘 쳤다. 때로는 헤비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깔끔하게, 때로는 엄청 빠르게... 정말 훌륭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곡에 대한 작곡... 과장 좀 보태서, 개인적으로 기타리스트로서 최고의 멜로디는 스콜피온스의 루돌프 쉥커라 생각하는데, 그에 필적하는 멜로디 메이커라 하겠다. 게다가 루돌프 쉥커보다 기타도 훨씬 잘 친다! 진짜 대단한 아티스트라 아니할 수 없다!
- 미쿠(Miku)는 어찌 보면 얼굴 마담 같은 역할 정도로만 보일 수도 있었는데, 라이브에서 보는 그녀는 리듬 기타에 세컨 보컬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그들 음악에 큰 공헌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기타 실력이 많이 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곡에 대한 작사! 그녀의 분위기 메이킹은 이들 공연을 한결 재밌게 만든다!!!!
- 아카네(Akane)는 파워, 리듬감, 강약 조절 등 공연 내내 이들 음악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연주자였다. 여느 영상들처럼 시종일관 웃는 모습으로 시원스레 타격하는 드러밍이 일품이었다.
- 미사(MISA)... 그냥 미사 짱이닷! 생각보다 많이 웃고, 큼직한 액션에 걸맞게 화려한 베이스 연주는 완전 반할 수 밖에 없었다. MISA! MISA! MISA! 피킹 베이스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슬랩 베이스, 몇 곡에선 핑거링 및 태핑까지... 정말 베이스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연주와 모습을 다 보여주는 연주자 중 하나라 말하고 싶다! 틈나는 대로 물대신 맥주 마시는 모습도 귀엽다.
5인조 어느 누구 하나 부족함이 없는 실력과 그 실력이 밸런스를 이루는 곡들이 정말 최고였다. 곡들이 모두 기승전결에 완급 조절이 확실히 있어서 듣기에 다 좋았다. 최근 들어 가장 좋아하는 밴드였지만, 보고 나니 훨씬 더 좋아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오겠지만, 이렇게 두 시간 풀 셋리스트로 볼 기회가 가까운 시일 내에 올 것 같지 않을 것 같아 이번에 본 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른 밴드 공연도 한번 보고 싶고, 우리나라에서 밴드메이드를 보고 싶다.
이렇게 해서 첫 일본 원정 공연 관람 후기 끝!
애플뮤직에 후쿠오카 셋리스트로 플레이리스트 만들었다. 애플 뮤직 미국 쪽에 없는 두곡이 빠져 있다. [링크 클릭]
[2020.12.7. 업데이트] 밴드-메이드 측에서 올리지 않은 라이브 영상이 모두 유튜브에서 내려가서, 정식으로 올라온 영상으로만 링크를 수정했다. 그리고, 2020년 12월 2일자로 연주곡 Don't be long이 새로운 싱글 "Different" CD의 추가 수록곡으로 음반에 실려서 애플 뮤직 미국에서도 들을 수 있다. 위의 플레이리스트에서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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