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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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웅성이다가 8시 20분이 되니 무대의 조명이 꺼지면서, 연주가 잔잔하게 시작되고 곧이어 스팅이 베이스를 들고 무대 앞에 섰다.
이번 투어 셋리스트대로 첫 곡은 Message in a Bottle이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우리가 아는 딱 그 스팅 목소리였다. 아니 유튜브의 그 많은 아쉬움 가득한 올해 영상들은 다 뭐였던 거지? 아니, 내가 23년 전 그 날, 같은 장소에서 처음 들었던 그 느낌과 다르지 않았다. 첫 곡부터 박수치고 노래하고 화끈화끈하다! 노래 중간에 짧게 인사를 외쳤다. “Seoul, Korea, how are you?” 큰 소리로 환호! 곡 끝부분에 길게 끄는 부분이 있는데, 아직 쌩쌩하게 끌어낸다. 우워! 아, 미치겠네.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 미치겠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바로 이어지는 곡은 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 이 어찌 환장하지 않을 수 있는가? 중간에 멋진 베이스 라인도 환장하게 만드네. “서울, 오늘 어때요? 다시 와서 반갑다. 나 따라 불러라” If I Ever Lose My Faith를 따라 부른다. 코러스 두 명이 흑인이었는데, 흥겨운 율동에 보는 사람도 같이 흥겨워진다. 와~ 짝짝짝짝
쉴 틈없이 이어지는 그 유명한 오프닝… Englishman in New York. 오늘의 오프닝은 하모니카로 연주되었는데, 이 날 편곡에 하모니카가 꽤 있었다. 원체 인기가 있는 곡이어서, 코러스 부분의 떼창 역시 대단했다. 잔잔한 곡인 것 같지만, 이 곡이 가진 에너지는 정말 대단히 뜨거웠다. 중간에 드럼 반주에 ‘워~워~’를 같이 외치는 순간과 마지막의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부분은 그냥 하~
펑키한 리듬으로 시작하는 If You Love Somebody, Set Them Free 원체 히트곡 많은 오래된 가수지만 이렇게 대박일 수가. 알고도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다. 밴드 연주 죽이고, 코러스 포인트 딱딱 맞춰 추임새 넣어주고. 이런 노래, 이런 연주가 나오는 어찌 몸이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건가. 흔들흔들. 너무 멋있다. 이 노래였었나? 갑자기 울컥하면서 눈물 찔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스팅이 베이스를 메고 무대 중심에 있고, 전면의 양 끝에 두 명의 기타리스트, 그리고 건반, 드럼, 세 명의 코러스로 이루어진 밴드였다. 코러스 중 한 명은 하모니카 연주를 맡기도 했다. 그런데, 기타리스트 두 명이 좀 닮은 것 같아... 한 명은 나이가 좀 있고, 다른 한 명은 젊다. 나이 많은 쪽이 위대한 '도미닉 밀러 (Dominic Miller)'일 텐데...
중간에 잠깐 쉬어가는 갈 법도 한데, 바로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Every Little Thing She Does is Magic. 아무리 봐도 저 사람은 대단하다. 노래도 너무 잘 하는데, 베이스 연주도 너무나 감칠맛 나게 잘 한다. 주변 사람들 모두 행복함이 가득하게 “이~ 요호~ 이~ 요호~”를 따라 부른다.
밴드 소개한다. 가장 처음에 그 위대한 도미닉 밀러를 소개했다. 그리고, 너무 닮았다 생각했던 젊은 기타리스트가 도미닉 밀러의 아들 ‘루퍼스 밀러’란다. 어쩐지!!! 그리고, 자기 아들이라 소개하다가 말을 고친 드러머. ㅋㅋ 자메이카에서 온 나의 다른 아들이라며 키보디스트를 소개했고, 두 명의 코러스와 하모니카 연주하던 친구를 소개한다. 하모니카 연주하던 친구가 가장 어린 멤버인데, 마흔이랜다. ㅋㅋ
다음에 이어지는 곡은 Brand New Day라고 한다. 아, 저 하모니카 오프닝 너무 좋잖아. 내 앞에 있는 한 커플은 계속 ‘미쳤다’를 연발한다. 어떻게 이 멋진 걸 표현하지. 그냥 너무너무 멋있어.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캬~ 하모니카 솔로 죽이는구만. 이 곡 연주될 때, 젊은 커플 둘이 뒤에서부터 얍삽하게 앞으로 나서다가 주변 사람들한테 제지당해서 뒤로 쫓겨났다. ㅋ
다음은 어찌 보면 좀 덜 유명한 것 같은 (난 다 좋아하는 곡이라 유명 여부는 잘 모름 ㅋ) Seven Days. 좀 심심할 수 있는 곡의 연주를 빠른 박수를 치게 편곡해서 상승 분위기를 만든다. 좀 밋밋한 곡을 이리 드라마틱하게 편곡하다니. 짝짝짝짝짝짝.
잔잔한 기타 연주를 듣자마자 내가 외친 한 마디… ‘아, 미치겠네’ Field of Gold. 시작해서 35분이 넘어서야 좀 쉬어가는 듯. 하지만, 극도로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시간. 아름다운 기타 선율은 아들이 연주했다.
다음은 좀 생소한 래개 풍의 노래다. 내가 잘 모르는 노래가 있다니. 신곡인가보다. 나중에 찾아보니, 스팅과 섀기(Shaggy)란 가수가 함께 부른 If You Can’t Find Love란 곡이란다. 남자 코러스가 섀기란 가수 역할을 한 것 같다.
바로 이어지는 곡은 시작하자마자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Shape of My Heart. 하.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중간에 남자 코러스가 전면에 나서서 노래 일부분을 R&B 풍으로 바꿔 불렀는데, 그 조차도 너무나 아름답다. 아름다운 기타 선율에 애절한 하모니카 소리. 이대로 녹음되어 다시 나와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멋진 편곡이었다. 후~ 심호흡 한번 하자.
경쾌한 건반 소리로 시작하는 곡은 Wrapped Around Your Finger. 간결한 듯한 연주인데, 정말 쫀득쫀득한 게 기가 막히다.
“이예~~~~~호”를 외치게 하면서 시작한 Walking on the Moon. 그냥 연주 보고 듣는 것만 해도 재밌는데, 중간중간에 “이예~~~~호”를 같이 외치게 하며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 영감 숨이 왜이리 길어. “이예~~~~~~~~~~~~~~~~~호” 헥헥. 그 와중에 드럼의 연주는 왜 이리 멋진거냐? “이요~~요, 요요~ 이에~~~~~~~호”. 내공 100단의 아티스트는 이런 것이다.
또, 바로 넘어간다. 흔들흔들 리듬 타게 만드는 So Lonely. 그러다가 훅 한번씩 빨라지면서 다들 자리에서 방방 뛰며 박수 치다가, 다시 흔들흔들. 캬~ 쫀득쫀득한 기타 솔로에 이은 숨 넘어가는 하모니카 솔로. 롤롤로~ 롤롤로~ (아마도 Lone을 이어 불렀을 것 같은데, 롤롤로’로 들렸다). 클라이막스는 이런 것이란다. 정말 미치도록 신난다. 더 이상 신난 공연이 그 순간엔 생각이 안 났다.
중동 지역 풍의 리듬에 원곡과는 다른 스팅이 직접 읊조리며 시작한 Desert Rose. 조금은 낯설지만, 그마저도 너무나도 멋있다. 7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건장한 몸을 그대로 유지하고, 그러면서 처음부터 연주 다하고, 노래도 너무나 잘 하고. 이만큼 멋진 가수는 수 년 전의 폴 매카트니 정도 밖에 생각이 안 날 정도였다. 물론 지금의 스팅은 내가 봤을 때의 폴매카트니보다 젊긴 하지만. 중동 풍 연주에 박수 치면서 ‘에!에이~’를 다 같이 외치는 이 곡은 그냥 짱이었다!
그리고는 그 멋진 베이스 라인으로 시작하는 Every Breath You Take. 아! 아마도 내가 제일 처음 알게 된 폴리스의 곡이 아니었을까? 당시엔 그리 좋은 줄 몰랐는데, 들을 수록 좋다. 그냥 좋은 게 아니고, 엄청 된통 퍽 썩 굉장히 매우 많이 울트라 캡숑 왕 짱 좋다.
(Every breath you take, every move you make, every bond you break, every step you take)
(Every single day, every word you say, every game you play, every night you stay)
(Every move you make, every vow you break, every smile you fake, every claim you stake)
(Every single day, every word you say, every game you play, every night you stay)
이 후렴구를 부르면서, 스팅은 멤버들을 한번 더 소개한다. 아, 공연이 끝을 향해 가는구나. 스팅이 이 밴드를 사랑하는 모습이 느껴져서 더 좋았다.
와!!!!!!
밴드 멤버들이 모두 무대 앞에 나와서 인사를 한다. 정규 순서가 끝났다.
흥분을 가라 앉힐 수 없는 관객들은 박수와 함께 앙코르를 외친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후에 멤버들이 다시 무대 위에 올라왔다.
짧게 짧게 연주되는 기타 위에 스팅의 묵직하면서 멜로딕한 베이스 연주. 이 곡이 뭐더라. 폴리스시절의 곡, King of Pain이다. 카, 단순한 듯한 베이스 라인인데, 이리도 탄탄하고 멋지다니. 저 사람은 목소리도 개성 만점인데, 베이스 연주도 대단하다. 그러니, 폴리스란 슈퍼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연주할 수 있었겠지. 베이시스트로서의 매력에 다시 한번 감탄한 곡이었다.
아, 거부할 수 없는 오프닝 기타 사운드. 23년 전에 처음 그의 공연을 보면서, 당시엔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관객 모두 엄청 좋아하고, 나도 그 홀딱 반했던 그 곡이 바로 이 Roxanne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처럼 흥분으로 가득 찬다. 관객들에게 Roxanne을 함께 따라 부르게 하다가, 보컬 솔로(?)를 하고, 이 노래를 맘대로 주물럭주물럭. 이 곡을 다시 보고 들을 수 있어 행복하기 그지없다.
시작부터 ‘달려, 달려!!!’ 분위기의 Next to You. 신나, 신나! 이 곡이 원래 이리 신나는 곡이었던가? 신나게 All I want is to be next to you 외치면서 이 공연이 끝이 안 났으면 좋겠다 생각해본다. 아, 진짜 대박이야. 이 곡이 이 날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다.
밴드 멤버들은 바로 무대 뒤로 사라졌고, 이번엔 스팅 혼자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관객들은 흥분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지, 자리에서 이동하지 않고 무대를 향해 소리치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규영이도 자리에 앉아서 보려다가, 해가 지고 나서 추워서, 스탠딩 존 뒤에서 서서 봤단다. 비록 다 아는 곡은 아니지만, 아는 곡이 종종 나와서 검색도 해보면서 나름 재미있게 봤다 한다. 스탠딩 존 뒤쪽에서 규영이랑 얘기하고 있는데, 콘솔 쪽에서 스팅의 스탭이 셋리스트 출력한 걸 두 장 들고 나와서 근처 관객들에게 나눠줬다. 규영이가 그걸 하나 사진을 찍었는데, 거기엔 마지막에 Fragile이 쓰여있었다. 아마도 시간이 되면 Fragile까지 하려 했나 보다.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Fragile까진 못 했나 보다. 조금 안타깝긴 한데, 90분을 쉼없이 정말 열심히 해준 스팅이었기에 아쉬움은 없었다.
이렇게까지 규영이와 나의 슬라슬라 1일차 공연 관람이 끝났다. 페스티벌 형식의 야외 공연은 처음 접한 규영이는 정말 딱 내 스타일! 안 왔으면 후회했을 거라는 둥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CD 삼켜 먹은 듯한 가창력과 작지만 에너지 넘쳤던 칼리 레이 젭슨.
한국 관객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던 매력적인 목소리의 루카스 그레이엄
보컬 컨디션은 좀 안 좋았지만, 연주 잘 하고, 멋진 곡 많았던 코다라인
그리고, 더 이상 좋은 스팅 공연은 생각할 수도 없었던 최고의 무대를 보여준 스팅…
까지 정말 올해 슬라슬라 1일차 공연은 최고의 라인업의 최상의 공연이었다. 공연 사이 간격이 길어서 숨차게 무대를 옮겨 뛰어다닐 필요도 없고, 앞 팀이 조금 길어져서 내가 좋아하는 팀 공연 시간 줄어들까봐 조마조마해할 필요도 없는 슬라슬라… 멋진 페스티벌이었다.
공연 끝나고 정리하느라 바쁠 총감독 성욱이한테 연락 안 하고 공연장을 벗어났더니, 전화 왔다. 재밌게 봤냐고. 너무나 재미 있었노라고 전하고, 멋진 공연 진행해줘서 고맙다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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