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09.01.17 Swell Season - Live in Seoul

미친도사 2009. 1. 18. 20:07



Featuring:

Glen Hansard (Guitar and vocals)

Marketa Irglova (Piano and vocals)

Joe Doyle (The Frames-Bass)

Colm Mac Con Iomaire (The Frames -Violin)

Robert Bochnik (The Frames - Guitar)

Graham Hopkins (Drums)

 

2008년에 본 영화 중에 인상적이었던 영화 하나가 ‘Once’였다. 주인공들이 실제 아티스트들이고영화 역시 음악하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그 순수함이랄까 애틋함하여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다.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크게 흥행을 했는데, 그 음악이 무척 좋았음이 큰 몫을 했으리라.

 

그들이 내한공연을 한댄다! 주인공 남자(Glenn Hansard, 이하글렌’)뿐만 아니라 여자 주인공 (Marketa Irglova, 이하마르케타’)까지 함께 말이다. 우와~

 

이들 공연은 Rock 공연과는 다르게 감상하는 분위기일 테니 R석이 아닌 B석을 예약했다. 사실은 돈이 없어서… ^^ 우리 부부 외에, 애들 유치원 친구 엄마 둘이 함께 하기로 했다. 공연장은 세종문화회관. 영화에서 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공연장인데

 

이들이 새로 만든 밴드 이름은 ‘Swell Season’. 그리고 신보도 냈던데, 안 사고 그냥 보기로

7시 시작인 공연장에 5시에 도착해서 표를 바꾸었다. 전석 매진임을 알고 있었는데, 너무 일찍 왔나 보다. 텅텅 비었다. 소개 브로셔와 가사가 있는 종이 하나씩 챙기고 둘러보니, 작은 무대가 하나 있다. 혹시 공연 전에 밖에서 한두곡 부르려나?? 저기서는 와인 시음을 할 건가 보군. 포스터를 많이 쌓아두고 있는 데가 있길래, 하나 얻어볼까 싶어 물어보니 파는 거랜다. . 난 공연장에서 포스터 뜯는 거 좋아하는데.

 

일행들 만나서 공연장 옆 중국집에서 자장면 먹고 입장! 허걱. 사람이 무지무지무지 많다! 게다가 누가 나왔는지, 작은 무대 쪽은 다들 핸드폰 들고 찍느라 정신 없다. 얼른 가보니, 작은 무대 근처에 글렌이 나타난 것이다. 무대엔 이름 모를 우리나라의 젊은 밴드가 연주와 노래를 하고 있었고. 글렌이 그들에게 뭐라뭐라 하는데, 그 밴드 보컬 및 기타 치는 사람이 상당히 당황한 표정을 짓더군. 뭐라 했을까? 좀 전에 Falling Slowly 불렀다고 뭐라 했을까? ~ 궁금궁금.


[약간은 벙찐 표정. 뒷모습이 글렌이다]

 

글렌은 사람들 틈에서 사라지고
우리는 와인 시음하는 곳으로호주산 와인 회사였고, 난 레드 와인을 아내는 화이트 와인을 한잔씩 받아왔다. 병에서 따라서 바로 마시기엔 좀 센 와인인 듯. 천천히 흔들어서 시간을 보낸 후에 맛이 더 좋아지는 그런 와인. 와인 애호가는 아니지만, 작년 한 해 와인 좀 마셔본 게 이제 먹는 요령이 좀 생겼나 보다. Montana였던 것 같은데개그맨 부부(이름이 뭐라더라…)도 와인 시음하러 왔더라. 남자는 와인 받더니 바로 원샷! 큭큭

 

공연장 입장. 3층인데어휴. 앞으로 쏟아지겠다. 세종문화회관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경사가 무척 심하다. 하지만! 무대가 무척 잘 보인다는 것!


 

[내가 않은 자리에서의 무대. 소규모 클래식 공연 무대 같다]

 

역시 완전 매진이다. 크하~
무대는 클래식 현악 4중주를 위한 무대 같다고나 할까? 이런 자유로운 음악하는 사람들 무대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7시 정시 시작.
글렌이 영화의 그 낡은 통기타를 들고 나타났다. 청바지에 간편한 영화에 나온 듯한 재킷을 걸치고서그런데, 마이크 앞이 아닌, 무대 제일 앞에 서서 기타를 치기 시작한다. 우워~ 기타 소리와 노래 소리 모두 마이크나 앰프를 거치지 않고 생으로 … Say it to me now~~ ~ 멋지다. 진짜 멋지다.

 

그리고, 여주인공 등장~ ~~~ 멀어서 잘 안 보이지만, 영화 속의 느낌인 것 같다. Lies… ~ 아름답다. 영화 속의 장면이 머릿속에 오버랩되면서 음악 속에 몰두하게 된다.

 

글렌이 무대가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얘기한다. 영화 속의 그런 소박한 분위기가 아닌 상당히 고급스러운 무대였지 않나 싶다.

 

밴드가 나왔다. 기타, 베이스, 드럼, 그리고 바이올린. 글렌은 Once의 수록곡 이외의 곡을 노래할 때엔 간단한 설명을 곁들였다.

 

Once 이외의 곡들도 좋아서, 그들의 음반을 사보고 싶어졌다. 흠흠. 하지만, 관객의 호응은 역시나 Once 수록곡들에서 좋았다. 당연하겠지만.

 

When Your Mind’s Made Up .. 이거 나올 땐 정말 너무 좋았다. Falling Slowly에선 관객들 보고 불러 보랜다. 충분히 따라 부를 만한 곡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정확한 가사는 몰라도 적당히 취해서 부를 수 있었을 텐데..),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기엔 무대가 너무나도 묵직했다.

 

하지만, 밴드는 열심히 했고, 관객들은 그 묵직한 분위기에서도 뜨거운 마음을 연주하는 이들에게 전달한 것 같다. 도중에우리가 여러분에게 박수를 쳐드리겠습니다 (물론 영어)” 하면서, 관객들을 향해 박수도 쳐줬다. 하하

 

가벼운 허밍으로 따라 부르는 곡도 있었는데분위기 좋았고… Van Morrison의 곡이라 소개하면서, 글렌 혼자 기타 치며 부르는 곡에선 기타 줄이 끊어질 듯이 뜨거운 기타 연주에 목이 터질 듯하게 노래를 불러댔다. 으하~ 가슴 속이 부글부글 한다. 이런 공연은 모두가 일어서서 광분하며 즐겨야 할 것 같았는데. 곡이 끝났을 때 환호성은 대단했다! 점점 관객들의 소리가 커진다. 역시나 다른 관객들도 나처럼 속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올라오는 중이다!

 

두어 곡 더 노래하고, Once를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들어간다. 이게 뭐람이제 1시간 10분 지났는데. 앙코르를 외치는 소리는 거의 없었지만, 끊임없는 큰 박수 소리는 그들을 다시 무대에 불러 세우기에 충분했다.

 

여주인공 마르케타 혼자 무대에 나왔다. 그리곤, The Hill을 부른다. ~ 정말 아름답다그리고, 영화에서 제일 유명한 일명배터리 송’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CDP의 배터리 사러 가면서 나오는 노래), If You Want Me는 정말이지 뭐라 표현하기 힘들었다. 영화에서는 피아노만 치던 마르케타였지만, 기타들고 치는 모습도 정말 예뻤다.

 

마르케타가 바이올린 연주자를 소개하면서, 아일랜드 풍 음악을 들려줄 거란다. 약간의 조율과 주변 기기 확인 후에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한다. 적당히 이펙터를 활용해서 혼자 연주하지만, 반주까지 처리하는 모습이 멋졌다.

 

그리고, 글렌이 올라오더니, 멋진 사람들을 무대에 불러보겠다면서 공연 전에 로비에서 노래 부르던 밴드를 무대에 세웠다. 이들은 Swell Season 같은 느낌의 포크 락을 노래했다. 기타 겸 보컬, 피아노, 드럼의 3인조였고, 크게 대중적이진 않은 듯하지만 편한 노래를 연주했다. 내가 아까 본 장면 ? 글렌이 보컬에게 뭐라고 말한 것 ? 그것이 게스트로 무대에 서달라는 부탁이었다고 한다~ 저 친구들 완전히 땡잡았네. 평생 저런 음악해서 언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 볼 기회가 있을까. .

 

두 곡을 더 부르고, 공연은 끝났다. 끝났다고 시그널 뮤직까지 나오기 시작했지만 관객들은 끊임없는 박수로 기어이 그들을 무대에 불러 세웠다.

 

그들은, 제일 처음에 글렌이 그랬던 것처럼 완전 로 무대 제일 앞단에서 노래를 불렀다. 흥겨운 곡이었는데, 관객들은 그들의 소리가 박수 소리에 묻힐까봐 살짝살짝 박수를 치며 그들의 곡을 즐겼다. 살짝 마르케타가 춤을 추는 시늉도 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비공식(?) 앙코르곡. 모두 무대 앞에 저렇게 서서 음악을 연주했다구. 자유로운 분위기!]

 

2시간의 그들의 첫 내한 공연은 정말 큰 박수와 환호 속에 끝났다. 관객 중에 한명이 무대 위의 글렌에게 음료수 캔 하나를 건넸다. 맥주가 아니었나 싶었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따서 한 모금 마시는 모습이 뭐랄까내가 그 시원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내한 공연이 언제나 그랬듯이 관객도 만족, 아티스트들 역시 크게 만족했음을 멀리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조용한 듯, 애처로운 듯 하지만 그 뜨거운 음악은 그 날 그 장소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로비에 CD 파는 곳, 포스터 파는 곳은 난리가 났다. .

 

우리는 근처 교보 문고 뒤의 오래된 빈대떡집열차집에서 따뜻하고 바삭하기 그지없는 빈대떡과 막걸리로 간단하게 뒤풀이를 하고 집으로 왔다.


[~ 내가 어릴 적에 아버지랑 이 식당에서 이 빈대떡을 먹어봤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빈대떡 맛의 기준이 되고 있다]

 

어찌 보면 무명에 가까웠던 그들이 이렇게 큰 환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영화 Once가 그만큼 아름다운 영화였기에 그랬을 것이다. 사둔 DVD로 다시 한번 봐야겠는데, 언제 보나.

 

P.S. 공연 도중에 글렌이혹시 어쩌고저쩌고 (멀기도 했고, 중간 중간 멘트는 큰 소리로 안 해서 잘 못들은 부분이 있다) kid가 이 자리에 있냐?’. 아무 반응이 없자, 아쉬운 듯 ‘maybe tomorrow~’라고 말했었다. 이게 어린 기타리스트정성하군을 찾는 얘기였던 것이었다. 공연 다음날 YouTube 보다가 보니, 성하군이 Once의 주제곡 중 하나인 ‘Falling Slowly’를 기타곡으로 약간의 편곡으로 연주한 것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이 연주 영상을 봤고, 성하군을 수소문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공연 날, 오후 4시에 연락이 되었다는 것이다. 청주에 사는 성하군은 공연장에 갈 수 없었다고 한다. ~ 공연장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길 해줬더라면아니, 내가 성하군의 Falling Slowly 연주를 미리 봤더라면, 그 때 그 말이 성하군을 찾는 얘기였음을 알아채고 어떻게든 연락이 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

 

P.S.2. 이번 공연에선 항상 쓰던 PDA보다 고사양의 PDA로도 녹음을 해봤다. PDA에서 가능한 제일 좋은 음질로 녹음 성공. 짜잔. 2시간짜리 내한 공연 부틀렉 제작 가능. ^^

 

P.S.3. 이런 큰 공연장이 언제나 그렇듯이 사진 촬영이 엄하게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앙코르 곡에서만 두어장 찍을 수 있었다. 보통 그 땐 거의 통제 불능 상태가 되거든.

 

[연주/노래한 곡들]

01 Say It to Me Now
02 Lies
03 This Low (from the album "The Swell Season")
04 The Moon (from the album "The Swell Season")
05 When Your Mind's Made Up


06 I Have Loved You Wrong (unreleased)
07 Falling Slowly
08 Leave
09 Back Broke (unleased)
10 Astral Weeks (from Van Morrison's "Astral Weeks")

 

11 Happiness (unreleased)
12 Low Rising (unreleased)
13 Once

 

-Encore-

14 The Hill
15 If You Want Me

-Violin Solo

16 The Court of New Town (Violin Solo)

-Guest - Mate

17 그리워 (by Mate)


18 Fitzcarraldo (from Frames' "Set List")
19 Star Star (from Frames' "Set List")

 

-Another Encore

20 You Ain't Going Nowhere (from Bob Dylan's "Dylan")

 

첫 날 연주곡명 참고

http://www.asiae.co.kr/uhtml/read.php?idxno=2009011723012849523

 

예매자정보 | 평균 30세 (출처: 인터파크)
10대 1.0%
20대 53.8%
30대 38.8%
40대 4.1%
50대 2.3%
 
남성 39.4%
여성 60.6%






















  다리아 후기 잘~보고갑니다! 공연의 즐거움도,부부가 함께하는 행복도 느껴집니다. 멋진 공연이었군요~~~ 2009-01-19 14:26:02
  mari 공연이 매진에다 관객들 반응도 상당히 좋았던가 봐요. 아무래도 여성분들이 더 좋아할 공연이겠죠.^^ 2009-01-19 19:26:02
  주월 공연현장전달 생생하시네요. 따뜻한 겨울을 보내시니 부럽습니다. 2009-01-19 22:06:10
  까리뇨 아주 생생하게 잘 쓰시네요, 후기도~ㅎㅎ 재미있게 읽고 갑니당.^^ 2009-01-20 00:06:38
  풍경소리 생생한 후기 잘 봤어요~^^
근데, 엉엉~ㅠㅠ 성하군이 Falling Slowly를 연주한 걸 모르고 계셨다니, 쬐끔 아주 쬐끔 섭해지려고 하네요.^^
글렌 한사드가 Van Morrison의 노래를 불렀다고요?
밴 모리슨의 노래 중에 Beside You를 예전에 참 좋아했었거든요... 2009-01-20 02:01:49
  풍경소리 밴 모리슨도 아마 아일랜드 출신일거예요. 그래서 그 분 노래를 부른 듯하군요... 2009-01-20 02:03:03
  DIANA 글랜한사드가 숭하정 숭하정 이름을 두번 불렀는데 아마 그자리에 왔는지 확인했던것인듯 ㅎㅎ. 정말 아쉽지만 앞으로 좋은 기회는 무궁무진 할꺼라는... 生生한 후기 잘 보고 가요~ 2009-01-20 13:30:09
  첨밀밀 후기의 클라이막스부분에선 저까지도 벅차올랐네요 ..^^ 미친도사님이 올려주신 라이브 공연녹음도 배경음악으로 켜놓고 들으니 ~ 못간 설움이 조금은 씻기는듯도해요 ~ ^^감사합니다~~~ 2009-01-20 20:43:25
  원영맘 후기를 읽다보니 새삼 또 그날의 감동이 밀려오네여...^^ 음악을 가려듣는 편이 아니라 규영아버님 아니었으면 좋은 영화 좋은 음악을 놓칠 뻔 했어요...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01-22 23:03:29
  Guitarrist* 아~ 저도 보고싶었지만 너무나 압도적인 인기에 매진 되 버렸다는ㅡㅡ
부럽습니다~ 2009-02-10 21: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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