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09.04.11 Jon Lord - Concerto for Group & Orchestra @ 세종문화회관

미친도사 2009. 4. 13. 11:25


Jon Lord - Hammond Organ, Piano

최선용 - 오케스트라 지휘

서울 아트오케스트라

 

락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Smoke on the Water”의 기타 리프는 알 것이다. 『딥 퍼플』(Deep Purple)… 하드락에 있어서 그들은 전설이자 신이다. 현대 락/헤비메틀이란 장르에서 기술적인 면에서 무지막지한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는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 락 드럼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이언 페이스(Ian Paice) , 베이스의 『로저 글로버(Roger Glover) , 보컬의 『이언 길런 (Ian Gillan) 』 등모든 멤버가 교과서 아닌 사람이 없는데그 교과서들 중에서 정말 멋진 이가 있으니, 그는 바로 건반을 맡은 『존 로드』(Jon Lord)이다.

 

『딥 퍼플』 음악의 큰 매력 중 하나가 기타 혹은 보컬과 대화하는 듯, 가끔은 싸우는 듯하게 연주하는 건반 연주이다.

 

이 『존 로드』라는 사람의 트레이드 마크는 하몬드 오르간 (Hammond Organ)’이다.

아주 초창기 전자 오르간 중 하나인데, 음색은 한가지지만 아주 매력적이다. 더 설명하고 싶지만, 글로는 부족

 

이 사람이 60년대 말에, 『딥 퍼플』과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하기 위해 협주곡을 작곡하고 공연을 한 바가 있었다. 클래식적이기도 하면서 락적인 음악이어서 당시로는 아주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할 수 있겠다.


 

나는 2000년도의 『딥 퍼플』 내한 공연을 내 생애 최고의 공연 중 하나로 꼽는다. 벌써 9년 전이군. 『존 로드』가 내 앞쪽에 있었는데서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에 건반에서 불이 붙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고, 은발을 꽁지머리로 묶은 머리와 수염을 기른 영감님의 모습은 기억에 잊혀지지 않았다.

 

몇 년 후에 『존 로드』의 『딥 퍼플』 탈퇴 소식은 , 앞으로 『존 로드』를 무대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겠구나싶은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존 로드』가 내한 공연을 한댄다. 그것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한국에서!!! ~

우연히 인터파크 공연 정보 구경하다가, 『존 로드』 내한 공연 소식을 보고는 앞뒤 볼 것도 없이 예매!



[이번 내한 공연 홍보물에 나온 사진이다. 아~ 너무나 멋지게 생겼지 않나!!! 포스 좔좔~]

클래식 공연 분위기가 될 것임을 예상하고, 3층으로 예매를 했다. 사실 돈이 궁해서...

 

대략적인 공연 순서도 공개가 되었다.

『딥 퍼플』 초기의 클래시컬한 분위기의 April과 초기의 가슴 터지는 보컬이 일품인 Child in Time이 예정되어 있었다. 기대 만빵!!!

 

표를 받고서는, 작은 공연 전단지를 보니 Child in Time April이 안 보인다L

앙코르에서 해주려나

 

~ 하몬드 오르간과 그랜드 피아노!!!

역시 오케스트라가 있는 무대래 꽉 차 보인다.

그리고, 한켠에 있는 소규모의 락밴드의 악기들 ? 기타, 베이스 & 드럼셋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나와 악기 조율을 한 후에 『존 로드』와 지휘자가 손을 잡고 함께 등장.

박수와 함께 터져나오는 함성. 이 함성은 클래식 공연에서 들을 수 있는 그런 함성이 아닌 락 공연에서나 들을 수 있는 함성 소리였다. 적어도 내 주변은 그랬다. 나도 그랬고

 

마이크를 잡은 『존 로드』. ~ 이 영감이 41년생이다. 아버지와 동갑이네

체격도 크고, 긴 은발을 올백으로 뒤로 묶었고, 언제나처럼 수염을 멋지게 기른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다. 보기만 해도 그냥 넋이 나가는 외모

 

~ 멋진 영국식 발음으로 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말고는 할 줄 아는 한국어가 없어 미안하다면서. 쉬운 영어로 공연을 소개한다.

-       예전에 락과 클래식이 결합된 협주곡을 만들었다.

-       믿거나 말거나 벌써 40년이나 되었다면서.

-       자기의 락과 클래식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자 시도한 협주곡이다.


1.     Concerto for Group and Orchestra

건반에 앉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1악장이 시작되었다. 조용한 듯한 연주가 진행되다가 『존 로드』의 폭발하는 하몬드 오르간을 시작으로 락 밴드쪽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으아~ 단출한 드럼셋인데도 드럼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단정한 중년 아저씨 드러머인데, 내공이 예사롭지 않은 듯. 젊은 기타와 베이스는 『딥 퍼플』의 초절정 고수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딱 적당한 실력인 듯.

 

2악장에선 두 명의 객원 보컬이 나왔다. 뮤지컬 가수 출신인 『스티브 발사모(Steve Balsamo) [] 』와 『카시아 라스카(Kasia Laska) [] . 남자는 캐쥬얼한 검정 정장, 여자는 빨간 드레스뮤지컬 배우들답게 목소리가 매끄러우면서도 힘이 넘치는 그런 목소리였다.

 

3악장에선 다시 연주로만… 3악장의 하일라이트(『존 로드』의 연주를 빼고)는 끝부분의 드럼 솔로였다. 공연장 전체를 울리는 정확하고 파워 넘치는 드럼 소리는 대단히 좋았다. 드럼과 오케스트라의 타악기들(팀파니, 스네어드럼 등등)과의 함께 연주되는 부분은 다른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흥분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긴장감과 함께 한 업템포의 3악장을 끝으로 협주곡이 끝났다.

 

1부가 끝났다. 15분간의 쉬는 시간동안, 핸드폰으로 다음 카페 접속해서 포스 작렬!”이란 말을 여기저기 남기고서는 잠시 휴식...

 

[존 로드 뒤쪽에 위치한 밴드. 저 드럼 아저씨 상당하다!!!]

2
부는 『존 로드』의 소품들이 연주될 차례이다. 2부에서도 『존 로드』는 모든 곡에 대해 직접 소개를 했다.

 

2-1.         Picture of Home (Machine Head / Deep Purple, 1972)

첫곡은 Picture of Home. 72년도의 명반 중의 명반 “Machine Head” 수록곡이다. 예전에 리치 블랙모어 / 이언 길런 / 로저 글로버 / 이언 페이스와 함께 한 곡이라 소개한다. 관객석에선 큰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오케스트라의 조용한 연주로 시작하다가 터져나오는 (말 그대로 터져나왔다!!!) 드럼 연주... 그리고, 시작하는 락 파트. 으하~ 저절로 온 몸이 들썩들썩. 고개 까딱까딱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이 곡 끝나도 벗어버렸다. 땀나서보컬은 『스티브 발사모』였는데, 원곡의 이언 길런의 거친 목소리는 아니지만, 뮤지컬 가수다운 안정적이고 파워 넘치는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다. 기타와 어울리는 하몬드 오르간의 소리~~~~ 곡이 끝나고, 『존 로드』 목소리가 잠시 잘 안 나왔다. 자기가 소리 막~ 질렀단다. 하하하.

 

2-2.         One from the Meadow (Beyond the Notes / Jon Lord, 2004)

여자 보컬인 『카시아 라스카』가 함께 하는 조용한 곡이다. 『존 로드』는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서 연주를 한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걷는 뭐 그런 소개를 한 곡이다.

 

2-3.         Bourée (Sarabande / Jon Lord, 1976)

이 곡은 집시 리듬이라고 소개를 했다. 이런 느낌이라고 하면서, 뒤로 돌아서서는 혼자 몸을 흔들흔들 춤을 춰보였다. 그러면서 리드믹컬하게 시작하는 드럼 연주드럼과 피아노의 리드미컬한 연주가 매우 매력적이었는데 관객들 반응도 매우 좋았다.

 

2-4.         Pictured Within (Pictured Within / Jon Lord, 1999)

『스티브 발사모』가 노래한다. 내가 『존 로드』 솔로 곡들을 많이 거의 알지 못하는데, 왜 이 곡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반가웠다!!! 『존 로드』의 피아노 멜로디에 『스티브』의 노래잔잔한 현악 연주…. ! 아름답다...

 

2-5.         The Telemann Experiment (Beyond the Notes / Jon Lord, 2004)

클래식 음악 작곡가인 요한 세바스찬 바하’와 동시대 인물인 ‘텔레만을 소개하면서, 그 연주를 잠시 들려주면서 그 사람 스타일의 곡을 써봤다는 식으로 얘길 했다.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의 연주곡이었다.

 

2-6.         Wait a While (Pictured Within / Jon Lord, 1999)

슬픈 곡이라 소개를 했데, 『카시아』가 노래 했다. 가사는 잘 안 들리지만, 아름다웠다.

 

2-7.         Gigue (Sarabande / Jon Lord, 1976)

마지막 곡이며 “Crazy piece”라고 소개를 했다. 흥겨운 분위기일 것임을 기대하게 된다. 흥겹고 박력있는 멜로디에 막판엔 드럼 솔로아저씨 드러머 매우 좋다! 이 연주곡 신나고 좋은데!!!

 

이 곡을 끝으로 정규 연주는 끝났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박수 소리에 다시 등장

내 주변에 외국인들과 『딥 퍼플』 팬들이 좀 많았던 것 같다. 외국인 한 명이 “Highway Star”를 외친다. 『존 로드』가 웃으며, 그건 다른 공연이 필요할 것 같다고 넘긴다.


 
[앙코르 곡 연주 중인 『존 로드』.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은 이번 공연의 남녀 객원 보컬들]

3-1. Soldier of Fortune (Stormbringer / Deep Purple, 1974)

마이크를 잡은 『존 로드』. 여러분을 위한 곡이며, 오늘 연주하는 곡 중에 유일하게 자기 곡이 아니라고 한다. 무슨 곡일까? ‘『리치 블랙모어』가 쓴 곡이고, 『데이빗 커버데일』이 가사를 썼다고 한다. 관객석에서 또 큰 환호성. 내 살아 생전에 『존 로드』가 연주하는 Soldier of Fortune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니『데이빗 커버데일』의 컬컬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원체 곡이 아름다우니정말 아름다웠다.

 

『존 로드』는 관객들과 함께 연주해준 오케스트라, 밴드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3-2. Child in Time (In Rock / Deep Purple, 1970)

그리고, Deep Purple 곡인데, 마지막으로 언제 연주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면서, “전주가 아마 이렇게 시작할 것이다하면서, 시작하는 유명한 전주난리 났다. Soldier of Fortune도 대단한데, Child in Time까지흑흑. 곡 중간의 ~~, ~~……’는 같이 불렀다. 적어도 내 주변에선 그랬다. 남녀 보컬이 함께 부르는 Child in Time은 『딥 퍼플』 초기의 그 느낌과는 사뭇 달랐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멋졌다.

 

무대에서 감사의 인사를 하는 『존 로드』 앞으로 관객들이 몰려 든다.

한 명이 『존 로드』와 한참동안 악수를 했다. 『존 로드』가 웃으며 오래 잡고 있었다는 시늉을 하는 듯하다. ~ 좋겠다. 두어명과 간단하게 악수 더 했다. 부러워라

 

무대에 선 모든 사람들이 기쁜 표정이었다. 관객들도 기뻐하고

 

나오면서 보니, 연령대가 상당히 높아 보인다. 인터파크 예매 내역 조회해보니 평균 38세란다. . 난 평균보다 젊군. 스님들도 계시고아저씨들의 대화를 살짝 엿들어 보니 딥 퍼플의 명곡들을 안 한 것이 못내 아쉬워하는 것 같다. 하하.

 

개인적으론 기획사가 April을 하는 것처럼 홍보한 것이 아쉬웠다. 굳이 April이란 이름을 안 썼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하지만, 거장의 공연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런 내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기회였다.

 

다시 한번 『존 로드』와 함께 할 수 있을까. 제발 기대해 본다.

 

예매자정보 | 평균 38
10대 2.0%
20대 22.0%
30대 37.0%
40대 24.0%
50대 15.0%
 
남성 58.2%
여성 41.8%




















P.S. 사진을 몰래몰래 조준도 잘 안 하고 찍어서 건진 게 별로 없다... 너무 멋져서 어떻게든 남기고 싶었다... T.T

P.S.2. 드러머가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더니,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에서도 드럼을 친 바 있는 '김희현'씨라고 한다. 무척 유명한 분이라네...

  풍경소리 도사님 후기를 읽고 있자니 공연을 다시 보는 듯 생생합니다.
저와는 차원이 다르게 정말 잘 쓰셨어요. 저는 수박 겉핥기식에다 딴 얘기만...^^;;
공연 제목에 'April'은 왜 넣어가지고 사람을 잔뜩 들뜨게 만들었나 모르겠어요. 공연기획사 맘에 안 들어요. 2009-04-13 15:26:25
  풍경소리 드럼 연주자 TV에서 많이 본 듯 낯이 익다했거든요, 근데 누군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었는데 김희현씨라는 분이었군요.
2009-04-13 15:28:03
  mahalia 도사님의 후기는 항상 감동적..^^저런분 공연을 포기하는 우를 다시 범하면 안될텐데요.. 2009-04-14 02:54:39
  술인어 아,,, 김희현....
락이면 락, 재즈면 재즈...
아무리 소박하게 하셔도 듣는 입장에서는 화려할 수 밖에 없다는
개인적 의견. 2009-04-15 11: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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