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커가면서 음악 듣는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데, 규영이가 가요보다 팝에 훨씬 더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도 좋아해서 같이 영화 보는 일도 많아지고 있는데, 한참 영-어덜트 (young adult) 영화를 즐겨보다가 보게 된 영화 중 하나가 피치퍼펙트(Pitch Perfect)란 영화입니다. 대학교의 아카펠라 동아리 이야기인데 음악과 영화가 아주 잘 어우러져서, 아이들이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도 무척 좋아한 영화입니다.
이번 여름에 피치퍼펙트2가 개봉 예정인데, 그 관련 글을 검색하다가 그런 스타일의 아카펠라 음악을 하는 팀이 내한 공연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찾아 들어보니, 딱 그 영화에 나오는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5인조 팀이더군요. 아이들에게 유튜브 영상 보여주고 관심 있냐니까 매우 흥미로워 하더군요. 그래서,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연 일시가 얼마 남지 않아서 좌석이 좀 좋은 곳은 없더군요. 그리고, 가격 때문에 제일 싸지만, 경험적으로 제일 괜찮아 보이는 자리를 예매했습니다.
틈틈히 벅스 뮤직에서 음악 같이 들으면서 예습을 했는데, 기존에 알려진 팝 음악을 아카펠라로 재구성한 곡들이 많아서 아이들은 기존 곡과 새로운 편곡의 차이에 관심(특히 규영인 가사 다른 것에 … -_-)을 많이 가지더군요. 조금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아이들 태우고 올림픽 공원으로 이동. 퇴근시간이랑 겹쳐서 시간이 좀 걸리네요. 그래도, 7시 정도에 도착하여 공연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차하고 주차장에서 아내가 만들어준 햄버거로 끼니를 해결합니다.
아카펠라 공연임에도 스탠딩석이 있는 공연이라 스탠딩석은 일찍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아이들은 기다리기 심심하다고 일찍 들어가잡니다. 딱히 시간 때울 뭔가가 없어서 입구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들어갔습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올림픽홀에 왔네요. 얼마 만에 간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찾아보니 2012년 2월에 주다스프리스트 Epitaph 투어가 올림픽홀에서 본 가장 마지막 공연이었군요. 3년 만에 다시 간 거네요.
[링크]
자리는 예상한 정도였는데, 원래 올림픽홀이 이 정도로 작았나 싶네요. 얼마 전에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보다 보니, 이 정도 거리면 잠실 주경기장에선 30만원짜리 자리였겠다 싶었습니다. ^^ 아이들은 좀 자기네들끼리 쑥떡쑥떡거리고 킥킥거리며 시간 잘 보냅니다. 시간이 다가오면서 관객들도 속속 들어서는데, 영어 쓰는 관객들이 무척 많네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젊고, 여자 관객들이 훨씬 많네요. 늘 밴드 공연만 보서 사운드 콘솔 부스의 장비가 꽤나 복잡해 보였는데, 이건 사람 목소리만 있어서인지 부스가 아주 단출하네요. 오호~ 스탠딩석에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아주 최근에 안 팀인데도 꽤나 인기가 있나 봅니다. 아카펠라 공연에 스탠딩 공연이라니. 좀 낯설지만, 그럴 만하니까 그렇게 하는 거겠죠?
무대엔 긴 계단으로 된 게 있습니다. 뒤에 팀 이름이나 팀 이름 약자인 PTX 현수막이라도 해놓지 많이 썰렁하네요. 시작 전에 무대를 배경으로 아이들 사진 한 장.
공연은 예정된 시간인 8시보다 10분 정도 지난 후에 시작했습니다. 목소리가 먼저 나오면서 계단 위쪽에서 멤버들 다섯이 서서 등장.
드럼 비트와 베이스로 깔리는 음성 효과음으로 인트로가 시작되고, 바로 이어지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Problem. 원곡이 원체 유명한 곡이고 이들의 버전 역시 유명한지라 반응이 좋네요. 늘 밴드 공연만 봐서 익숙한 터질 듯한 사운드가 아니어서 좀 생소했지만 밴드 음악 못지 않게 풍부한 사운드네요. 중간 이후에 나오는 랩이 흑인 여성 억양과 톤이어서 멤버 한 명이 여성 흑인으로 바뀐 줄 알았네요. 풉. 이어지는 곡은 비욘세 메들리입니다. 저는 익숙한 곡들이어서 꽤나 흥미로웠는데, 규영 세영이에겐 좀 생소할 것 같아 애들이 재미없어하면 어쩌지 싶기도 합니다. 딱히 특이한 표정은 없이 망원경으로 무대를 봅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역동적인 비욘세의 곡들을 아카펠라로 편곡을 하니 맥이 좀 빠지긴 합니다. 비욘세 공연 한번 봐야 할 텐데요. 흠.
인사를 하며 이어지는 곡은 레이디 가가 원곡의 Telephone. 중간 중간 telephone이라 부르는 부분에 떼창이 되는군요. 흥미롭네요. 자기네들은 Sam Smith의 빅팬이라 얘기하면서 La La Latch를 합니다. 이 곡은 여성 보컬의 랄랄~랄랄랄랄 랄라~로 시작하는 부분이 꽤나 매력적인 곡인데 Sam Smith 곡의 일부를 쓰나 봅니다. You guys are amazing. 노래를 아주 크게 따라 부르는데, 여러분한테 매혹되었다며 인사한다. 다음 곡은 좀 생소한데, Love You Long Time.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면서 다음 곡 Rather Be를 이어갑니다. 이 노래엔 박수를 쳐가면서 부르기 좋네요.
베이스 파트를 맡은 멤버가 아주 저음으로 인사를 하면서 밴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한참 얘기하네요. 밴드 약력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 보는 게 나을 듯합니다.
http://ko.wikipedia.org/wiki/펜타토닉스
그리고는 흑인 멤버가 무대 제일 높은 곳에 첼로을 안고 앉아서 첼로를 연주하면서 솔로를 합니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이 사람은 원래 솔로 활동도 하는 사람이네요. 첼로 연주에 노래가 아닌 목소리로 드럼과 베이스 파트를 만들어냅니다. 이 사람 재주가 많은데요. 그리고는 첼로 반주에 멤버 전부가 함께 한 곡을 했네요.
약 80분 가량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아무래도 목소리로만 모든 걸 해결하는 팀이어서 그런지 길게 공연을 진행하기 힘든 것 같네요. 멤버들 각각의 역량도 훌륭하고, 아카펠라 팀의 필수라 할 수 있는 화음도 훌륭했고, 공연 진행도 꽤나 괜찮았습니다. 늘 그렇듯이 우리나라 관객들의 반응은 좋았고요. 하지만, 아직 젊은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제가 더 락음악 취향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멋진 공연을 보며 느끼는 가슴 벅찬 느낌은 안 들더군요. 그리고, 다섯명의 멤버들이 모두 마이크를 쥐고 말하는 이들이라 틈날 때마다 땡큐땡큐하느라, 땡큐란 말이 본의 아니게 남발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이런 현재 젊은 층에게 핫한 팝가수 공연을 처음 본 아이들은 조금 쑥스러운 듯한 관람 태도를 보였습니다. 세영이가 좀 더 멋쩍어하며 소극적인 관람을 한 것 같은데, 그 때문에 조금 더 액티브하게 보고 싶어한 규영이는 조금 아쉬웠나 보더군요.
규영 “다음에 오면 또 보고 싶어”
아빠 “그럼 다음엔 정중앙 좌석을 잡아보자”
규영 (살짝 아쉬운 표정)
아빠 (눈치 살짝 보고) “스탠딩으로 보고 싶어?”
규영 “응”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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