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9.10.05. 칼리레이젭슨, 루카스그레이엄, 코다라인, 백예린x윤석철 @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 1일차 1부

미친도사 2019. 10. 2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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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이하 슬라슬라)'은 2년 전 가을에 영화 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Hans Zimmer) 밴드를 데려와 주목 받은 음악 페스티벌이다. 이 페스티벌은 10년 가까이 봄마다 해오고 있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 (이하 서재페)'의 기획사인 프라이빗커브의 또다른 대형 페스티벌이다.

보통 페스티벌이라 하면 많은 팀이 참가하여서 약 30~1시간 (헤드라이너는 80분 가량?) 빽빽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슬라슬라는 몇 팀 안 부르고, 아티스트 사이 간격도 넉넉하게 해서 느릿느릿 진행되는 공연이다.

올 7월 중순 즈음에 페이스북에 폭탄과 같은 1차 라인업이 발표되었다. '스팅(Sting)'이 슬라슬라에 온다는 것이다. 이튿날 헤드라이너는 '이적'인 것 같고... 헉. 이거 뭐지. 스팅이 올해 그의 히트곡을 새롭게 녹음해서 'My Songs'란 앨범을 냈는데, 그 투어의 일환인 것 같다. 정신이 혼미하네. 스팅은 1996년 내가 사회 초년생이었던 해에 처음 내한했고, 그 때 가보고 완전 반했던 경험이 있다. 

1996년 내한 당시 내 티켓과 이번 슬라슬라 티켓을 함께

정말로 우연히도 23년 전 공연 날짜와 이번 슬라슬라의 날자가 같다. 게다가 공연 장소까지 같은 우연이라니. 하
앞뒤 안 보고 토요일 1일권 예매. 얼리버드 예매가 있어 조금 할인이 된다. 

그리고, 7월 말에 더워 죽을 것 같은 날에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규영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슬라슬라에 '칼리 레이 젭슨 (Carly Rae Jepsen)'이 합류한다 그런다. 부랴부랴 찾아보니, 내가 예매한 날에 칼리도 온다는 것이다. 칼리레이젭슨은 'Call Me Maybe'란 곡이 크게 히트했고 그 곡이 수록된 Emotion이란 앨범이 꽤나 흥행에 성공했던 캐나다 가수이다. 2년 전에 내한을 했는데, 그 공연을 규영이가 갔었다. 팬미팅 이벤트에도 당첨이 되었는데, 공연 즈음에 가수가 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팬미팅이 취소되고 대신 포스터에 사인을 해서 받은 적이 있다.

헐. 그럼 나도 그녀의 대표곡 'Call Me Maybe'를 볼 수 있는 거네? 이히. 그래서, 규영이도 아주 잠깐 고민하다가 슬라슬라 1일차 표 예매.

이후 라인업은 계속 추가되면서, 아일랜드의 모던락 밴드 '코다라인 (Kodaline)'이란 팀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백예린x윤석철'이 1일차 라인업에 합류했다. 코다라인은 난 아주 생소한데, 애들은 들어본 적은 있는 팀이라 한다. 백예린도 처음 듣는 가수인데, 페북에 보니 꽤나 인지도가 있는 가수인가 보다. 흠.

시간은 흘러흘러, 벌써 10월 초. 그 동안 애플뮤직을 통해 예습을 좀 해봤는데, 코다라인, 루카스그레이엄은 영 내 취향 아니네. 스팅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 1951년 10월 2일생, 만 68세 - 최근 라이브 영상을 좀 찾아봤다. 유튜브에 보이는 그의 2019년 라이브 영상은 모두, 그 특유의 하이톤을 많이 낮춘 많이 아쉬운 모습들 뿐이었다. 아... 이렇게 스팅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나 싶었다. 규영이는 예습하다가 코다라인에 꽂혀서 엄청 기대를 하게 된다.

슬라슬라는 슬로우 존이라 해서, 무대 바로 앞 스탠딩 주위로 잔디밭에 자리 펴고 공연을 볼 수 있는 구역이 있다.

 

공연은 12시부터 시작인데, 우리는 10시 반쯤에 집에서 출발했다. 일찍부터 줄 선 사람도 꽤 있다 하는데, 그 정도까진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마침 공연이 있는 주말에 전국 체전이 있어 붐빌 수 있다는 안내가 있었지만, 시간이 일러서인지 그닥 주차에 어려움은 없었다. 공연장인 잔디 마당에 가까운 곳에 차를 대고 공연장으로 이동.

 

공연장에 도착해서 입장 팔찌와 성인 인증 팔찌를 받았다. 내가 가본 공연은 늘 종이로 된 입장 팔찌였는데, 이번엔 천으로 된 팔찌로 색다르면서 산뜻하니 좋았다.

 

입장을 하는데, 나무 그늘이 시원하게 있고 정면에 조명 타워가 보이고 그 좌우로 이미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규영이는 두번째 순서인 칼리 레이 젭슨 무대에서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바로 스탠딩 석으로 이동했다. 무대에선 '백예린x윤석철' 순서가 시작하고 있었다. 나느 어슬렁거리며 조명탑 근처에 빈자리 하나 찾아서 자리를 폈다. 아래 사진은 우리 자리에서 보이는 무대. 

 

이 사진을 찍어서 고등학교 동기 톡방에 올렸더니, 바로 이번 공연 총감독을 맡은 친구 성욱이가 내 앞에 보인다. 내가 올린 사진 보고 찾아 왔댄다. ㅋㅋ. 며칠 동안 밤늦도록 무대 만들고, 공연 당일은 스팅 팀이 새벽에 도착해서 바로 사운드 체킹하고 준비하느라 많이 피곤하단다. 이런 이들의 노력으로 우린 공연을 편하게 보는 것이다.

공연 얘기로 돌아가서, 첫 팀은 재즈 피아노에 재즈 보컬이 중심이고, 혼 섹션을 포함한 밴드였다. 노래는 잘 하는 것 같은데, 자기들의 노래보다는 유명한 재즈 곡의 재연 혹은 편곡 위주였던 것 같다. 그래서, 재미가 별로 없었다. 중간중간 커멘트도 좀 많이 어색하고. 

 

슬라슬라는 기본적으로 모든 팀이 60분 이상의 시간을 할당 받고, 공연 중간에 50분 가량의 인터미션이 있는 공연이다. 규영인 그 시간에 좀 더 무대 앞쪽으로 이동하여 칼리레이젭슨을 기다렸다. 난 어슬렁거리며, 무대 가까이도 가보고 먹거리 부스도 둘러봤다.

 

이번 슬라는 기네스 맥주와 'The Glenrivet'이란 회사가 주류 협찬사인가 보다. 글렌리벳은 위스키 회사 같아 보였다. 

 

칼리레이젭슨 공연 끝나고 점심을 먹겠다는 규영이를 두고, 난 혼자 핫도그에 기네스 맥주로 점심.

 

이런 음악 페스티벌에 맥주 한잔 하며 공연 보는 재미가 참으로 쏠쏠하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칼리를 기다리면서 난 잠깐 누워서 잤다. 저녁의 스팅 공연을 위해선 체력을 비축... ㅋㅋ

 

시간이 또 흘러 칼리레이젭슨의 공연이 시작했다.

캐나다의 팝가수로 'Call Me Maybe'가 큰 히트를 했고, 그 외에도 히트곡이 꽤 있는 가수다. 처음부터 무대를 종횡무진 휘저으며 굉장히 밝고 신나는 에너지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신나지만,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서너 곡이 지나서, 그녀의 가장 큰 히트곡인 'Call Me Maybe'가 나오자, 잔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우루루 스탠딩존으로 이동하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후끈해진다. 노래를 너무나 깔끔하게 잘 해서, 립싱크가 아닌가 의심 될 정도였다. 칼리는 중간중간 커멘트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의 공연 스타일인 것 같다. 모르는 노래들이 좀 나오길래 얼른 화장실 가려고 공연장을 벗어났는데, 우잇! 나도 잘 아는 'I Really Like You'가 나오는 것이다. 이 곡도 제대로 들어보고 싶었는데... 쩝.

규영이가 칼리 공연 끝나고 점심을 먹겠다 해서 칼리 공연 중에 먹거리 장터를 둘러보고 크림/칠리 새우 세트를 하나 샀다.

 

칼리의 공연이 끝나고 규영이가 너무나 환한 얼굴로 자리로 찾아 왔다. 이미 2년 전에 봤던 칼리의 공연이었지만, 가수의 최상의 컨디션에 야외에서 하는 공연은 훨씬 재미있었나 보다. 너무나 재밌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왜 지금껏 서재페 같은 페스티벌을 안 봤나 하면서, 제일 좋아하는 '미카(MIKA)'가 이런 공연장에서 하는 게 너무 보고 싶어졌다 한다. 서재페의 단골 손님 중 하나인 미카이기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기대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서재페에서 미카 공연 보고 싶단 생각이 드네. 며칠 전에 신보 내고 투어할 것이고, 미카가 제일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니까 내년 서제페에선 미카를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해본다.

요새 규영이가 체력적으로 좀 힘들어 해서, 다음 순서인 '루카스 그레이엄' 순서엔 자리에 앉아서 보기로 했다. 그런데, 뭐 먹고 나기도 했고, 좀 심심하기도 해서 둘이서 스탠딩 존으로 가서 뒤쪽 펜스에 기대서 공연을 좀 봤다. 그러다가, 감독 성욱이가 지나가길래 불러서 규영이랑 얘기 좀 했다. 우리가 본 공연이 우연히 성욱이가 감독이었던 경우가 많았고, 어느 아이돌 밴드의 유럽 투어 중, 당시 핀란드에 있던 규영이가 그 밴드 공연장을 친구들 데리고 찾아가기도 했던 적이 있어 성욱이랑은 잘 알고 지낸다. 몇 달만에 다시 만난 건데, 규영이 키가 훌쩍 컸다고 놀란다. 하하.

루카스는 올 1월에도 내한을 했었단다. 그 때 너무나 재미있어서, 또 초대받았을 때 바로 수락을 했는데 너무 좋다고 난리다. 1년에 두어차례 꼭 오는 네덜란드 가수 '바우터 하멜'에 이은 또 한국 바라기 가수의 탄생이 아닌가 싶었다.

 

이 친구는 노래가 내 취향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음색이 독특하고 목청이 엄청 좋아서 라이브로 들으니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관객들도 많았고 그 호응 또한 뜨거워서, 가수는 점점 더 흥분한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부모님이 이 광경을 봐야 하는데, 어쩌고 저쩌고... 공연이 끝나고 인스타그램에 그 흥분을 그대로 남기기도 했다.

 

루카스의 앵콜 곡은 그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7 years'를 불렀는데, 이건 정말 훌륭했다. 규영이도 슬슬 보려고 했다가, 꽤나 재밌게 봤다고 그런다. 그러면서, 칼리와 함께 가장 기대하는 아일랜드 모던 락 밴드 '코다라인'의 공연을 위해 스탠딩존 앞쪽으로 미리 갔다.

나도 인터미션 중에 무대 앞쪽으로 가봤는데, 마침 성욱이가 무대 정리를 위해 올라와 있었다. 빡빡 머리가 멋진 내 친구!

 

코다라인의 공연은 해가 질 무렵이었다. 날이 흐려서 해가 지는 아름다운 모습은 볼 수 없어 좀 안타까웠다. 저 멀리 롯데타워도 보인다.

 

코다라인 역시 올 초에 왔던 밴드라는데, 인기가 상당히 있나보다. 스탠딩 존에 사람들도 엄청 많고 호응도 참 좋다. 다만, 보컬의 컨디션이 좀 안 좋은지 조금 불안한 듯했다. 애들이 집에서 듣느라고 나도 몇 곡은 좀 익숙했는데, 조금은 아쉬운 보컬이었다. 그렇지만, 원곡과는 다르게 편곡된 노래도 있어 색다른 맛이 좀 있었다. 80분 가량 할당된 지라 나는 솔직히 좀 지루했다.

그렇지만, 가까이서 본 규영이는 완전 감동 먹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슬라슬라 티케팅 이후에 듣기 시작한 밴드였고, 그 기간 동안 맘에 들기 시작했는데, 공연 보고 완전 꽂혔나 보다. 공연을 보면 조금 좋아하던 팀이 확! 좋아지는 그런 걸 나도 아는지라 기분이 좋아졌다.

 

코다라인에서 돌아온 규영이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이번엔 내가 스탠딩 존으로 들어갔다. 적당한 위치에서 펜스에 기대서 볼까 하다가, 조금 더 앞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공연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은 지라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스팅의 무대가 시작하기 10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더니, 주변에 사람들 엄청 많아졌다. 

여기까지 하고, 스팅은 길어서 따로 후기로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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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5. 스팅(STING) @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 1일차 2부

웅성웅성이다가 8시 20분이 되니 무대의 조명이 꺼지면서, 연주가 잔잔하게 시작되고 곧이어 스팅이 베이스를 들고 무대 앞에 섰다. 이번 투어 셋리스트대로 첫 곡은 Message in a Bottle이었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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