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달에 영화 ONCE의 주인공들의 밴드, Swell Season의 내한 공연이 성황리에 있었다.
이틀 공연 중에 첫날 공연을 본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 감흥에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두어달이 지난 어느 날...
그들이 다시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와우!!!
그 어느 아티스트도 첫 내한 공연을 하고 두번째 방한에 이렇게 짧은 시간만에 이뤄진 적은 없었다.
아, 갈까 말까...
이번엔 지난 공연 때 게스트 섭외가 늦어서 공연에 함께 못 한 어린 기타리스트 '정성하'군이 미리 연락이 되어 게스트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란다.
예매 시작일이 되었어도 바로 표를 사지는 않았다. 아니, 못 했다. 갈팡질팡.
에잇! 이번에 못 보면 또 후회할 지 몰라.
이번에도 3층 제일 싼 걸로 보자. 이번엔 3층이지만, 제일 앞줄(A-1)이었다.
이번 내한 공연은 '서울 재즈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성사된 것이었다.
이틀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하루(금요일)는 Swell Season과 The Frames(밴드)의 공연이고 이튿날 공연(토요일)은 Swell Season의 듀엣만의 공연이란다.
아, 둘다 보고 싶은데...
듀엣도 좋겠지만, 밴드와 함께 하는 공연이 더 풍성할 것이라는 판단에, 그리고 게스트 정성하 군이 금요일 공연이라기에 금요일로 예매.
목요일 저녁,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 캠프'에 나온 이 사람들의 방송을 다시 듣기했다.
http://www.imbc.com/broad/radio/fm4u/musiccamp/aod/index.html (2009-05-14)
흠... 기대기대....
금요일 땡~하고 퇴근했는데, 아... 비가 부슬부슬 온다.
15분이면 갈 지하철 역까지 30분 정도 걸렸고... 게다가 지하철도 20분 가량 기다렸다. T.T
간만에 온 지하철... 이 얼마만에 타본 튕겨나가기 직전 만원 지하철이던가... 으~ 미치겠다.
부랴부랴 10분 전에 도착해서, 표 바꾸고 로비에 있던 성하군에게 잠시 인사 전하고 공연장으로 입장.
아, 로비에서 와인 한잔씩 줄텐데, 그것도 못 마시고 왔네. 참내...
야... 3층이지만 제일 앞줄은 무척 좋다. 게다가 1번 (무대를 바라보고 제일 왼쪽). 상당히 가깝고 좋다.
8시 살짝 넘어 오프닝 게스트가 등장했다.
Liam O Maonlai라는 재즈 피아니스트란다. 유쾌한 발걸음으로 입장하는데, 오옷. 맨발이닷! 이 사람 괴짜겠는데.
피아노에 앉아서 피아노와 함께 노래도 한다. 영어는 아닌 것 같고, 아일랜드 사람이니까 켈틱어인가? 흠...
다음 곡에선 꼭 우리네 악기 '징'만한 북을 들고 살살 두드리며 노래를 한다. 이 사람 특이하네...
그러더니, 세번째 곡에선 피리를 분다. 아쭈구리.
이젠, 주먹보다 조금 큰 북을 들고선, 이게 아프리카의 악기란다. 그러면서, 자기가 부르는 걸 따라하란다. 이상한 아프리카 풍의 리듬에 아우와우라라... 이상한 소리를 따라하란다. 자기 노래할 때 그걸 하라나? 정작 노래하는 동안엔 그냥 '아~ 아~'만 그의 고개짓에 맞춰 따라 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피아노에 앉아서 노래하고 그의 오프닝 무대를 마쳤다.
오프닝이었고 주인공도 아니었지만, 관객들의 호응은 좋았고 유쾌한 분위기였다.
15분간의 쉬는 시간 후에 Swell Season과 The Frames 등장!!!
큰 박수와 환호성이 오늘 공연장의 분위기가 상당히 뜨거울 것으로 기대하게 한다.
남자 주인공인 Glen이 "여러분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우리말로 인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When Your Mind's Made Up을 시작한 공연은 지난 1월 공연과는 순서는 좀 달랐지만, 곡들은 전반적으로 비슷했다.
세번째 곡이 좀 생소한데, 뭐라는지 잘 못 알아듣겠더라구.
밴드는 다 들어가고, 여 주인공 Marketa와 기타를 맨 Glen이 함께 노래를 한다. 기타 전주가 마치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랑 흡사한 것이 아닌가. 순간 아앗.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 노래를 부르려나? 싶었다. 그건 아니었고, 꽤 흥겨운 포크송이었는데, 큰 소리로 박수 치던 관객들에게 Glen이 손가락 튕기는 소리를 내라고 지시를 한다. 빠른 리듬으로 손가락을 튕기다가, Glen이 'Jazz'라고 말하면서, 느린 리듬으로 손가락을 튕기라 한다. 하하. 웃긴다...
Back Broke란 곡에서는 전에도 그랬듯이 관객들에게 '이히히~ 이히~이히~'라는 백코러스를 하게 했다. 흐... 지난 공연보다 관객들 호응이 많아 더 좋았다.
이어지는 Leave에서는 Glen 혼자 기타 치고 노래하면서, 발로 이펙터를 사용하여 조금 더 격정적인 연주를 했다. 으아~~~
그리고는 지난번에도 불렀던 Van Morrison의 Astral Weeks란 곡을 가슴 터지도록 불러댔다. 저러니 기타에 구멍이 나지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몇 곡의 ONCE 곡과 신보에 나올 예정이라는 곡 I Have Loved You Wrong을 부른 뒤에, Glen과 Marketa가 무대 앞단까지 나와 unplugged로 'Say It to Me Now'를 불렀다. 지난 공연에선 Glen 혼자 불렀는데, 이번에는 Marketa가 옆에서 살짝살짝 코러스를 넣었다. 야~ 멋져! 게다가 3층 제일 앞이라 그런지 unplugged여도 잘 들린다. 와우~
그리고, 다시 밴드와 함께 노래 준비. 뜨거운 관객들의 호응에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이는 Glen은 늑대 울음 소리 '아우~~~'를 외친다. 와~~~!!! Lies에 Falling Slowly를 이어 부른다... 아 역시 좋아... Falling Slowly 마지막 부분에 Glen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 지난 번에 한국에 왔을 때, 누군가가 한국의 한 소년이 Falling Slowly를 연주한 동영상에 대해 알려줬다. 그 소년을 게스트로 부르려고 연락을 했는데, 그 소년은 서울에서 두 시간 떨어진 곳에 살고 공연장에 오기엔 너무 늦었다. 이번엔 일찍 연락을 했고, 이번엔 그 소년이 여기 왔다! "융 성하~!"
관객석에서 큰 환호성... 푸웁. '융 성하'... 아마도 Jung을 '융'으로 읽는 유럽 일부 지역의 스타일로 발음한 듯하다.
성하군이 기타를 들고 무대에 등장. 이제 중1인 정성하군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의 첫 연주를 시작했다. Glen과 Marketa는 옆의 피아노 의자에 앉아 신기하다는 듯이 성하군의 연주를 구경한다. 하하하. 첫 곡으로 최근에 유튜브에 올라왔던 Minuet in Fingerstyle을 연주한다. 아주 익숙한 바하의 미뉴엣을 오스트리아의 젊은 신예 기타리스트 Alex Kabasser가 편곡한 곡인데, 아주 단순하고 쉽게 시작하다가 빠르면서 리드미컬하고 흥겨운 곡이다. 빠르게 바뀌는 부분에서는 관객들의 놀라움의 '와~' 이어지는 곡의 베이스 라인... 으흐흐... Michael Jackson의 Billie Jean이다. 나야 다 아는 곡이지만, 메인 리듬이 나오는 순간 관객들의 놀라움의 '와~'... 첫 세종문화회관 공연임에도 성하군은 별로 흩트러짐 없이 시종일관 여유있는 연주를 했다. 연주가 끝난 후에 관객석에서는 주인공들 못지 않은 큰 박수와 환호성이 있엇다.
Marketa가 나와 성하군을 한번 안아주고는 '정성하'를 외쳐 박수를 보내주었다. 에엣. 좋겠다. 예쁜 Marketa가 안아주다니...
Marketa가 The Frames의 바이올리니스트 Colm을 소개했다. 지난 공연에서도 Colm의 솔로가 있었는데, 이번엔 Blue Shoes란 곡을 연주했다. 이번에도 처음에 잠시 반복될 백그라운드 연주를 먼저 한 후에 메인 연주를 했다. 상당히 격정적인 느낌이었는데, 뭔가 모를 슬픔이 느껴지는 그런 곡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아, 이 아저씨 바이올린 곡 참 좋단 말야...
이후에 Swell Season과 The Frames가 다시 등장. Glen이 '정성하'를 한번 언급하면서, 성하군이 연주하는 시늉을 하면서 표정과 몸짓으로 'unbelievable'라고 말한다. 이들이 항상 마지막에 부르는 곡인 듯한 The Frames의 곡 Pizzcarraldo를 연주하고 노래한다.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노래를 마친 그들은 무대 뒤로 사라진다.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 야... 정말 멋져... 앙코르 나와라~~하는 박수 소리...
Glen이 다시 등장하며 말을 한다. '지난 방문 때 우린 멋진 친구들을 만났다. 그 이후에 우리는 이메일을 주고 받았으며 이번에도 난 그들을 초대했다.'며 우리네 밴드 Mate를 무대에 세웠다. 지난 공연 당시, 로비에서 시간 때우는 관객들에서 노래를 들려주는 역할이었는데, Glen의 초대로 무대에까지 올랐던 밴드이다. 이 친구들이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의 실력있는 팀이었더라. 나름 지난 공연에서 느낌이 좋았던지라, 음원 구매까지 해서 가끔 듣고 있는 팀이다. 이번에도 그들의 대표곡 '그리워'를 불렀다. 잘 한다!~
이번엔 Marketa가 무대에 등장해서 다음 게스트를 초대한다. '장윤주'란다. 청바지를 입은 늘씬한 아가씨가 나와서 피아노와 함께 노래했다. 흠... 노래는 아직 좀 부족한 듯 한데, 그래도 한번 지켜 볼란다. 소개 받아 나온 '장윤주'가 무대에서 Marketa와 포옹하며 인사하자, 주변에서 이런 속삭임이 들려 왔다. '나쁜 x, 감히 천사랑...' 하하하.
다시 등장한 Swell Season과 The Frames... 이번에는 오프닝 게스트였던 Liam이 함께 나왔다. Liam은 이번엔 양말만은 신고 나온 듯했다. Liam이 피아노와 메인 보컬... 노래 제목은 모르는 곡인데, 아무래도 아일랜드 아티스트의 곡이리라. 나중에 검색해보니 Bob Dylan의 Forever Young인 것 같다.
또 한번의 앙코르 곡은 다 함께 무대 앞단으로 나와 unplugged로 노래 한다. 지난 1월 공연에서도 마지막으로 불렀던 Bob Dylan의 You Ain't Going Nowhere이다. 도중에 북과 함께 노래하던 Liam이 리듬에 맞춰 다리를 교대로 뒤로 젖히니, 멤버들이 하나둘씩 결국엔 거의 다가 그런 짓을 따라하기도 했다. 하하. 정말 유쾌한 사람들이다. 노래가 끝나가면서 인사하면서 무대 뒤로 하나둘씩 사라진다...
끝났다.
와~~~ 박수와 환호성... 역시 또 오길 잘 했어!!! 공연장 내에 모든 조명은 다 켜졌다. 그래도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치며 떠날 줄을 몰랐다.
한참을 그러다가 오늘 무대에 올랐던 모든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나왔다.
다같이 일렬로 서서, 키가 작은 성하군을 정중앙에 세워서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서너번 한 것 같다.
무대 앞으로 몰린 관객들과 악수도 하고...
Marketa는 퇴장하는 문 반대쪽에서부터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해주고, 중간에 누가 내민 종이에 사인을 해주자 그 후엔 악수에 하나하나 사인까지 다 해주는 것이었다. 와~ 부럽다... 3층에 있던 관객들은 부러움의 탄성... 한참을 지켜봤는데도 하나하나 손 다 잡아주고 사인 해주고 있었다. 끝까지 못 보고 나왔다.
로비에 나왔더니, 성하군과 아버님, 그리고 팬카페 회원 여러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성하군에서 잘 했다고 어깨 한번 탁탁!해주고. 이런저런 얘길하고 있는데... 관객들이 성하군을 보더니 난리가 났다.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주고... 외국인들도 'You are awesome!' 혹은 'You are amazing!'등의 칭찬과 함께 기념사진... 어떤 외국인 일행은 성하군이 너무 귀여운 듯, 사진 찍고 나서 뒤로 돌아서서는 자기네들끼리 허공에다 볼을 꼬집는 시늉을 하더라... 로비에 관객들이 거의 다 빠져나갈때까지 성하군은 사진찍고 사인해주기에 바빴다. 으흐...
첫 세종문화회관 공연 기념으로 Sejong Center라는 큰 로고 앞에서 단체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는 나와서 감자탕 집에서 아주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서는 11시 반쯤에 헤어졌다. 마침 집에 가는 버스가 와서 편하게 잘 왔다.
1월에 봤음에도 불구하고, 즐겁고 멋진 공연이었다.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다함께 즐거워 하는 공연은 언제봐도 즐거운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나 할까. 게다가 성하군을 널리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었다는 것도 뿌듯했고.
보너스로 성하군에게 부탁해서 받은 사인들...
ONCE DVD, ONCE OST CD, Swell Season, The Frames Live...
Glen, Marketa뿐만 아니라, Frames 멤버들에게까지 사인 받았다.
얘기 들어보니, 나름 힘들게 받았더라... 아, 고마워라.
이상 Swell Season과 The Frames의 두번째 내한 공연 후기를 마친다...
연주한 곡들...
Opening Guest: Liam O Maonlai [피아노 - 북 - 피리 - 아프리카 타악기 - 피아노]
Swell Season
01 When your mind's made up
02 Once
03 Feeling the Fool
04 If You Want Me
05 This Low
06 The Hill
07 Cactus (Pixies)
08 Back Broke
09 Leave
10 Astral Weeks (Van Morrison)
11 Low Rising
12 I Have Loved You Wrong
13 Say it to me now (unplugged)
14 Lies
15 Falling Slowly
정성하
16 Minuet in Fingerstyle
17 Billie Jean
Colm
18 Blue Shoes (Vilolin Solo)
19 Fitzcarraldo
Mate
20 그리워
장윤주
21 Dream
Swell Season, The Frames & Liam
22 Forever Young (Bob Dylan)
23 You Ain't Going Nowhere (Bob Dylan, unplugged)
P.S.
1. 장윤주란 가수는 원래 모델 출신이란다. 어쩐지 늘씬하더라...
2. 예매 통계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 전체여서 Swell Season만의 통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
3. 내 CD와 DVD에 사인하고 있는 사진 확보... 움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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