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 정성하군에게 미국의 Trace Bundy란 기타리스트가 메일을 보냈다.
다시 한국에 갈 예정인데, 기회가 되면 다시 자기의 오프닝 연주를 해줄 수 있겠느냐고.
작년 가을에 내한 공연에서 성하군과의 협연 영상을 봤던지라, 이 연주자의 연주가 너무나 궁금했다.
게다가 가격이 싸다! 15,000원.
이 Trace Bundy란 사람이 2008년 Acoustic Guitar Magazine에서 선정한 Best Fingerstyle Guitarist of the Year에 3위, Most Promising New Talent of the Year에 1위를 했다. 기대기대.
공연장이 이태원이라는데, 아무래도 검색이 안 되는 게 그냥 일반 레스토랑 같은데...
어쨌든 그 날이 되었고 이태원으로 갔다.
우리 부서에서 근무했다가 다른 회사로 간 후배와 함께 입장.
입구에서 15,000원을 내면 손등에 스탬프를 찍어준다. 흐...
CD와 T셔츠도 판다. 흠흠.
역시나 예상한대로 작은 레스토랑의 작은 무대.
사람이 많아 의자를 여기저기서 구해와서 자리를 만드는 중이었다.
주인공인 Trace Bundy가 직접 의자 들고 왔다갔다 하면서 세팅... 이런...
정작 자기는 앉아서 저녁 먹을 자리가 없어서 스파게티랑 음료수 들고 오락가락... 이런이런...
[작은 무대와 어수선한 분위기... 한쪽에선 밥먹고 있다. 흐...]
아무래도 못 앉을 것 같아, 그래도 잘 보이는 쪽에 서서 봐야겠다.
흠. 바로 옆에 성하군과 일행들이 있는 벽쪽이 자리가 좋다.
나중에 사람들이 더 와도 사수하기 좋은 자리.
함께 간 후배는 성하군도 처음 봐서 흥분. 사진 한 장 같이 찍고...
이태원의 식당이라 이건 외국 같다. 사람들 다 영어로 말하고... 웅~
8시 살짝 넘은 시간에 기획사 사람인 듯한 여자가 영어로!!! 시작을 알린다.
성하군이 무대에 오르고, 연주를 한다.
큰 실수 없이 잘 연주했다. 많은 사람들의 신기하고 놀란 듯한 반응. 나도 처음 봤으면 그랬겠지?
Opening Guest - Sungha Jung
1. One - U2
2. Time after Time - Ulli Boegershausen
3. You and I - Antoine Dufour
4. Hazy Sunshine
다시 기획사 여자의 마이크. Trace Bundy의 소개와 많은 호응 바란다는 얘기를 한 것 같아. 아무래도 밥 먹고 술 마시고 있는 사람도 있는 식당이라 많이 어수선하다. 그 자체가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흠...
주인공이 무대에 앉았다. 두 번째 한국 방문인데, 자기 경험상 두 번째는 다 좋았다면서, 오늘도 좋을 것 같단다.
[두번째임을 얘기하고 있는 Trace]
1. Porch Swing
영화 같은데 보면 팔을 크게 휘둘러 전기 기타를 치는 시늉을 하면서, 시작한 첫 곡. 이게 기타 연주인지 기타를 타악기 삼아 연주하는 건지... 첫 곡부터 예사롭지 않다. 야~~~
2. Urban Challenge
Looping device란 것을 이용할 거라던 곡. 혼자 연주하면서도 여러 소리가 함께 나와서 풍부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달리는 시늉을 하는 Trace 말로는 락 공연처럼 무대에서 관객석으로 뛰어 내리는(stage dive) 분위기라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몽환적이면서 빠른 비트가 나오는 부분은 좀 만화스러운 달리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고....
3. Bristlecone
남동생이 80년대 헤비메탈 광인데, 카세트 테이프를 거꾸로 틀면 어떤 메시지가 나온다는 둥, 어쩌구저쩌구... 연주하기 전에 설명 한참 하고 관객들의 환호성을 유도하면서 연주를 시작. 그러고는 두어 소절 연주하더니 끝났단다. 뭐냐... 이게 다야? 실제로 내 뒤에 서 있던 외국인은 큰 소리로 '그게 다야?'라고 외쳤다. 물론 영어로. 그러더니, 또 설명을 주저리주저리... 그러더니 나오는 소리가, 짤막하게 연주하면서 관객들의 환호성을 거꾸로 튼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연주. 신나는데~!
4. Medley
시대별로 유명했던 곡들로 구성한 메들리를 할 거란다. 노래도 같이 부르고, 안무(hands signal이라고 표현했다) 같은 거 따라 해도 좋다고 하면서. Pretty Woman으로 시작해서 Beatles의 Here comes the Sun 등등... 그러다가 YMCA로 마무리. 아무래도 미국 사람들한텐 많이 익숙한 곡인가 보다. YMCA는 상당히 많이들 따라 하더라고. 그 앞에 한 노래들이 익숙하고 좋은데. 아까 말한 hands signal이라는 것이 YMCA였나 보다. 몇 명이 손짓을 따라 했다. 많이 소극적인 관객들 사이에 내 뒤에 있던 외국인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 좋았다. 나도 덩달아 환호성도 좀 많이 낼 수 있었다.
5. ???
아프리카 가봉에 갔던 기억. 오줌 누는데, 원주민 아이가 핸드폰으로 자기를 찍고 있더라는... 전기도 안 들어오는 마을에 그 아이는 정말로 폰으로 자기를 찍고 있더란다. 흐흐. 곡 후반부에 베이스 기타를 연주할 사람이 나올 거라는데, 아내가 나와서 Trace가 연주하는 기타의 베이스 라인 연주를 도와주었다. 제목은 말했던가? 흠...
[입구에서 CD와 T셔츠 팔다말고 무대에서 남편의 연주를 돕는 Trace의 아내]
6. Canon (duet with Sungha)
성하군을 다시 불러낸다. "3년쯤 전에 유튜브에서 10살짜리 성하가 캐논 연주하는 것보고 놀랐다. 내 곡 중에 제일 어려운 곡인데... Oh, No~ It's not good. (말도 안 돼. 이런 뉘앙스인 듯) 이후에 우리는 서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연락을 하게 되었다." 지난 해 공연의 영상을 봐도 둘이서 협연이 훌륭했는데, 이번엔 한결 더 둘의 호흡이 딱딱 맞는 느낌. 정말 잘 한다.
[호흡 척척 맞는 성하군과 Trace]
7. One - Metallica
Metallica의 곡을 연주할 건데, 이건 무척 쉬운 기타곡이란다. 그런데, 이걸 .... iPhone에서 기타 애플리케이션으로 Metallica의 One 연주하다가, Looping device 써서 녹음된 Guitar 연주는 백그라운드로 틀면서 멜로디는 iPhone의 Violin 애플리케이션으로 짤막하게 연주. YouTube에서 보고 갔는데, 실제로 연주하는 걸 보니 더 재밌더라. 이 프로그램 정말 재밌는데!!!
[iPhone화면에 대고 One의 기타 파트를 연주하고 있다]
[이미 연주한 기타 파트 녹음을 배경으로 깔고, 능청스럽게 바이올린 연주 중]
8. Love Song
카포(Capo)라는 걸 저렇게 활용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카포 여러 개를 곡 중간에 옮겨가면서 연주하는 것도 특이한테, 그걸 빼면서 나는 소리까지도 곡의 일부분이더라는. 같이 간 호민씨랑 나 둘 다 연주하는 손 모습 보려고 두리번두리번.
[Capo를 옮기는 순간!]
9. Dueling Ninjas
무서운 곡을 연주할 거란다. 닌자에 대한 거. 저음을 연주하는 오른손은 덩치 큰 닌자, 고음을 연주하는 왼손은 작고 재빠른 닌자란다. 그 둘이 싸운단다. 무척 난폭한데, 난폭해서 미안하단다. 마지막엔 그 둘이 화해의 포옹을 하는데, 깍지를 끼는 게 그 포옹순간이란다. 그 때엔 '어~~~'하는 안도의 소리를 관객들한테 내라고 한다... 설명을 듣고 들으니, 무척 재밌게 들린다. 정말 연주 잘 한다. 와...
10. Final Medley: Capo를 추가하면서 곡을 연주. 2개부터 시작.
10.1 Medley (Capo 2개)
야~~~ 죽인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닷! 의 Queen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과 Under Pressure, Ozzy Osbourne의 Crazy Train, Deep Purple의 Smoke on the Water (빰빰빰~ 빰빰빰빠~에서 혼자 빰~했다. 쩝. Deep Purple 공연에선 다 빰빰빰 하는데...), 그리고 Survivor의 Eye of tiger 등등. 야~
10.2 Lose Yourself - Eminem (Capo 3개)
Hip kids을 위한 곡이란다. 'Hey, Yo~ What's up?'... 힙합하는 애들이 쓰는 비니도 머리에 쓰고 연주. 서정적인 분위기로 시작하더니 갑자기 Led Zeppelin의 Kashmir 멜로디가! 아, 생각난다. Kashmir 멜로디가 들어간 랩 음악. 그걸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하는 것이다. 하하. 중간에 랩도 하구... 야~ 좋아좋아~~!!! 기타 줄을 긁어서 스크래칭하는 효과도 내고. 정말 기타로 못 내는 소리가 없어. 으하.
[Trace는 힙합 연주와 노래 중!]
10.3 엘리제를 위하여 (Capo 4개)
Classical music을 연주할 거란다. 캐논의 멜로디로 시작하는 듯하다가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 기타로 연주하는 엘리제를 위하여... 듣기만 하면 참 단순한데, 그 연주 모습은 멋졌다고.
10.4 Hot Capo Stew (Capo 5개)
이번 공연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한다. 성하에 대해서도 고맙다고 했는데, 성하는 잠시 아버지랑 자리 비운 순간이었다. 흐... 이 때 관객들의 박수 소리 무척 커서, 성하군의 연주가 관객들에게 상당히 어필했음을 알 수 있었다. CD 홍보와 T셔츠 등의 홍보도 했다. 방명록에 연락처 남기면, 다음 내한 때 연락을 주겠다고도 하고. 마지막 인사와 함께 연주 시작. Hot Capo Stew... 정말 대단했다. 다섯 개의 Capo를 위치를 옮겨가면서, 그러면서 만들어지는 소리까지도 음악이 되는... 정말 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도 힘들고 보면 멋진 그런 연주였다.
이렇게 한 시간 반정도의 Trace Bundy의 공연이 끝났다. 생각엔 관객들이 앙코르를 외쳐서 한두 곡 더 연주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여기 분위기는 무슨 미국인 건지... 그냥 기획사 담당자가 나와서 인사하면서 바로 끝난다. 아쉽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 사람 CD에 사인 받고 싶은데 돈이 없네.
얼른 지하철 역 근처 나가서 둘러봤는데, ATM을 못 찾겠다. 아~~~ 안타깝다... 흑흑
다시 돌아와 Trace와 인사와 사진만 한 장 찍었다. 훌륭했다는 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어영부영하다가 말도 제대로 못 전했다. 쩝.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유명한 사람들이었다는데, 난 모르겠다. Danny Jung은 방송에서 몇 번 들어 봐서 이름은 알고...
간단하게 차 한잔하고 헤어질 것 같다는데, 집에 갈 방법이 아득하게 느껴져서 아쉽지만 인사하고 먼저 떠났다.
You Tube에서 몇몇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들의 곡을 봤지만, Trace Bundy만큼 볼거리가 많은 기타리스트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Rock 음악도 연주 많이 해줘서 더욱 신났다.
좀 더 좋은 무대에서 공연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앞으로 더 좋은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Trace Bundy 홈페이지: http://www.tracebundy.com
P.S.
1. 똑딱이 카메라로 공연장에 다니면서 사진 찍는 노하우가 생겼다고 생겼는데, 이건 일반 공연장보다도 더 어두운 레스토랑이다 보니 정말 사진이 엉망이다. 흐흐.
2. 새로 산 녹음기가 음질은 확실히 좋다. 다만 아직 설정이 익숙하지 않아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다. 다음엔 좀 더 나아질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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