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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0.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18, 1일차 - Loudness

미친도사 2018. 8. 13. 16:02

펜타포트 락페 1일차, 라우드니스 공연 보기 이전의 공연 이야기

2018.08.10.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18, 1일차 - 해머링, 소닉스톤즈, R4-19


이번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을 볼 결심을 하게 한 밴드는 바로 일본의 헤비메탈 밴드 라우드니스(Loudness) 때문이었다. 80년대 중반, 세계 시장에 영어 가사로 앨범 발매를 하여 국내에도 라이센스가 나온 유일한 일본 밴드이기도 했고, 80년 대 중 후반 학생 밴드는 이들 음악이 대표적인 카피 곡이기도 했다.

내가 락음악을 막 많이 듣기 시작한 중3 때에 우리 반에 원판 서로 빌려주고 하는 좀 잘 사는 집 애들이 있었다. 걔들이 라우드니스의 ‘Lightning Strikes’ 앨범을 주고받는 장면이 아직 기억이 난다. 그러다, 심야 방송에서 몇 곡 듣고 좋아지게 되었다.

Loudness Lightning.jpg


중학교 때부터, 내가 공책, 교과서 등에 이름을 쓸 때면 '도사'라는 문구를 꼭 넣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땐 혼자 '난 미쳤다~' 그러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 즈음에 친구가 라우드니스 곡 중에 Crazy Doctor란 곡이 있다는 걸 알려줬고, 지금도 내가 온라인 상에서 쓰고 있는 미친도사(영어 표기 Crazy Doctor)가 시작되었다. 정작 이 곡은 수년 후에나 처음 접했던 걸로 기억한다.

시나위, 부활, 백두산 등 우리 나라에 락음악이라는 게 막 알려지는 시점에 해외 메탈 밴드의 내한 공연이라는 건 생각하기도 힘든 1989년에 처음으로 내한하여 새가슴인 내가 공연은 못 보고 혼자 아쉬워하기도 했다. 


90년대엔 밴드 활동이 저조하다가 2001년에 원년 멤버로 재결성하여 다시 밴드가 살아나는 듯하였으나, 2008년에 드러머 무네타카 히구치(Munetaka Higuchi)가 간암으로 타계했고, 이 자리에 어릴 적부터 라우드니스의 광팬이었더난 마사유키 스즈키(Masayuki Suzuki)가 밴드의 드럼을 맡았다. 젊은 피를 수혈한 라우드니스는 꽤 훌륭한 앨범들을 내며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2010년에는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하여 그 라이브를 TV로도 볼 수 있었는데, 너무나 반가웠다. 당시엔 기타리스트 아키라 타카사키(Akira Takasaki)가 처음부터 끝까지 의자에 앉아 연주하여 앞으로 서서 격렬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못 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이후 유튜브 등에서 그가 건강한 모습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언제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싶던 차에 2016년에 일본 한 클럽에서 한 라이브 앨범을 일본에 갔을 때 구입했다. 이 라이브는 라우드니스의 역사를 쭉 훑는 공연이라 할 수 있었는데, 아!! 이들의 그 현란하고 빠른 연주가 약간 느려짐이 느껴지는 음반이었다. 큰 일 났다. 이들 공연을 한 번도 못 봤는데... 어쩌지.


올해 그들이 새로운 앨범을 냈다. 애플 뮤직에서 들어본 바, 역시나 꽤나 좋은 정통 헤비메탈 음악이다. 아, 라이브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도 좀 오지...


그러던 차에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라우드니스 출연 소문이 돌았고, 한국 밴드들이 많이 포진한 첫 날 라인업으로 확정되었다. 안 그래도 펜타포트 락페 첫 날을 볼까 고민하던 차에, 라우드니스의 출연 확정은 내 티켓 예매 확정으로 바로 이어졌다.

그런데, 너무나도 아쉬운 것이 중간 스테이지에서의 헤드라이너도 아니어서 40분 밖에 할당 받지 못 한 것이다. 하~ 헤드라이너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소수의 나이 좀 있는 메탈 팬들은 분노하지만, 정통 헤비메탈이라는 장르 자체가 비주류, 거기에 일본 밴드가 갖는 마이너스 요인 등이 겹친 것이리라. 쩝.


어쨌든, 난 라우드니스가 넘넘 보고 싶었고, 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펜타포트 락페스티벌로 갔다.

해머링, 소닉스톤즈, R4-19을 보고 난 후에 메인 스테이지에서 재미가 보장된 로맨틱펀치의 공연이 있었다. 보러 갔지만, 바로 이어질 라우드니스 때문에 긴장을 해서인지 즐길 수가 없었다. 로맨틱펀치는 이미 세 번이나 봤던 팀이니, 미안하지만 이번엔 패스하자. 그리고, 바로 중간 스테이지로 이동.


무대 바로 앞에 몇 명이 서있지만, 아직 아주 한적하다. 살짝 뒤쪽에서 관객들과 무대를 바라보며 관람하려 했으나, 나는 무대 바로 앞 펜스에 기대어 그들의 리허설을 보게 된다. 짧게 연주하는 데도 포스가 절절 흐른다. 내 바로 옆에 어느 분이 1986년 명작 ‘Lightning Strikes’의 LP를 들고 있는 걸 베이시스트 마사요시 야마시타(Masayoshi Yamashita)가 보더니, 리허설 끝나고 들어가면서 무대 앞 쪽까지 와서 달라 해서 가져 가더니 주요 멤버 3인의 사인을 받아다 주었다. 으아아악!!! 그 모습을 본 관객들(다들 대충 40대 중후반은 되어 보였다)이 부러움의 인삿말을 건넸다. 나도 라우드니스 CD 부클릿 다 챙겨왔는데... 흑흑. 부러워 미칠 지경.


리허설 중인 아키라 타카사키


이번 내한 공연에는 현재 라우드니스의 공식 드러머인 스즈키가 아파서 대타로 ‘류이치 니시다 (Ryuich Nishida)’란 인물이 함께 하였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는데, 메인 스테이지의 로맨틱펀치는 아직 안 끝났다. 아니 쟤들 왜 안 끝내고 저래? 무대 위 저편에 멤버들은 등장을 준비하고 있고, 무대 감독은 시계를 계속 바라보며 초조해하고 있었다. 아, 중간 스테이지의 무대 감독은 얼마 전에 세영이랑 함께 본 PVRIS 내한 공연 때 친구와 함께 무대 감독을 하던 친구의 후배였다. 아는 척하고 인사하려 했는데, 너무 바빠 보여서 말도 못 걸었네. 하여간, 밴드는 준비를 다하고, 기타는 손을 풀고, 보컬 역시 마이크 시험을 하며 관객들에게 등장 준비를 알리고 있었다. 정시에 메인 스테이지의 무대 감독인 친구가 로맨틱펀치 쪽 무대 전원 확 내렸으면 좋겠다 는 생각도 난다. 무려 2분이나 까먹은 후에 라우드니스의 공연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여간, 그들의 새 앨범의 오프닝 연주곡과 함께 새 앨범의 첫 곡 Soul on Fire와 함께 무대에 등장했다. 하~ 50대 후반의 멤버들이었지만, 그 파워와 연주력은 실로 내가 기억하는 그 라우드니스 그대로였다. 새 앨범 곡을 미리 들어봤던 지라, 새 앨범 곡 역시 낯설지 않아 이어지는 새 앨범 수록곡 I'm Still Alive도 큰 소리로 후렴구 따라 부를 수 있었다. 두 곡의 신곡을 하고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라며 인삿말을 시작했다. "우리를 인천 펜타포크(?) 락 페스티벌에 초대해줘서 고맙습니다. 한국에 너댓 번 왔는데, 마지막이 8년 전이었고, 굉장히 멋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밤에 미칠 (Crazy) 준비되었습니까?"

빠라빰빰 빠라빰빰 빰빠라라라~ 빠라빰빰 빠라빰빰 빰빠라라라~ '어이! 어이! 어이!' 새 앨범의 두 곡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격한 관객들의 반응. Crazy Nights... 얌전히 펜스에 기대어 노래나 따라 부를 생각이었는데, 내 몸은 그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주가 나오자 마자 나는 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고, 헤드뱅잉을 시작하고 있다. Rock And Roll Crazy Night, You Are The Heroes Tonight ~ 흑흑흑. 가슴 벅찬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부분에 아키라 타카사키의 솔로를 원곡과는 달리 좀 길게 했는데, 따로 언급할 필요 없이 훌륭하다. 아~ 죽여, 죽여!



바로 이어지는 따라라 딴따안~ 따라라 딴따안~ 따라라 딴따안~ 따라라 딴따안~ 띠리리리리리리 딴!딴! 우워~ '어이! 어이! 어이!' 바로 Like Hell. 이 역시 우리 나라에서 제일 인기 있는 곡 중 하나가 아닐까? 그냥 광란이다. 헤드뱅잉하다가 다함께 Like Hell을 외치는 순간... Crazy Nights보다 더 직선적이고 강렬한 것이 내가 우려했던 그런 약간 느린 그런 연주가 아닌 그냥 내가 알고 있는 그 템포에 그보다 더 강렬한 연주와 노래. 그래, 내가 듣고 싶었던 바로 그 Like Hell이 내 앞에서 연주되고 있다. 보컬 나이가 환갑이 다가오는데, 저리 쌩쌩할 수가 없다.


"여러분 지금까지 재미 있습니까?" 당근!!! @_@


멤버 소개를 한다. 

- 류이치 니시다 (Ryuich Nishida) (드럼, 객원)

- 마사요시 야마시타 (Masayoshi Yamashita) (베이스)

- 아키라 타카사키 (Akira Takasaki) (기타)

- 미노루 니이하라 (Minoru Niihara) (보컬)

“우리는 라우드니스입니다!”



"우리 80년대로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4번째 앨범이던가? 3집이던가? In the Mirror ~"

자자자자자자자장~ 자자자자자자자장~ 80년대 곡인데도 이리 세련될 수가! 중간에 잠시 멈추고 관객들에게 함성을 지르게 한다. 아, 최근 5-6년 사이에 이렇게 열심히 외친 적이 있던가? 목이 터져라 외친다. 아! 너무 좋아. 이 나이에 이렇게 신나게 소리 지르고 놀 수 있음에 행복함을 느낀다. 관객들과 함께 '예~'를 수차례 외치면서 곡을 끝낸다. 하~ 



바로 이어지는 Crazy Doctor... 나의 주제곡! 미친도사!!!

'어이! 어이! 어이!' 아, 가슴 벅차다. 절도 있으면서도 화려하고 꽉 찬 사운드! 괜히 이들이 80년대에 세계적으로 성공한 게 아닌 것이다. 관객들 모두 환호하고 난리도 아니다. 제일 앞에 있으니 뒤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앞쪽은 난리였다.



마지막 곡이라면서 S.D.I. 으잉. 벌써 마지막이란 말이야? 아까 2분 까먹은 것 때문에 한 곡 뺀 건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 로맨틱펀치를 저주할거야!!! 그런 불만의 마음도 곡이 시작하면서 그냥 싸악 사라진다. 38년째 현역으로 활동하는 밴드는 그만한 실력이 버텨주니 가능한 거다. 우리가 사랑했던 80년대의 그 라우드니스는 30년이 훌쩍 지나 4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전성기 모습 그대로였다. 아~ 밴드가 곡을 즉흥적인 연주로 마무리하고 있다. 우린 이렇게 끝내기 싫은데... 아...



아, 나의 첫 라우드니스 공연이 끝났다. 그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 드럼 스틱 몇 개와 피크 날리고는 다함께 손잡고 인사하고 무대 뒤로 들어갔다. 40분의 무대가 아쉬운 관객들은 다함께 라우드니스를 외치며 아쉬움을 달랬다. 하... 안 그래도 미치도록 더운 날씨에 미치도록 뛰고 솟고, 헤드뱅잉하며 소리 질렀다. 언젠가부터 아무리 좋아도 미치도록 뛰고 솟는 짓은 안 했는데, 라우드니스와 함께 하니 절로 힘이 솟은 듯했다. 하~


라우드니스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아키라 타카사키는 특유의 기타톤으로 속주, 양손 태핑 등 완전 화려한 연주를 그대로 보여주었고,  내 바로 앞에 연주하는 베이시스트 마사요시 야마시타는 시종일관 미소 지으며, 관객들과 눈 하나하나 맞춰주고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보컬 미노루 니이하라는 환갑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목소리, 파워, 성량, 무대 매너 모두 너무나 쌩쌩해서 놀랄 지경이었다. 대타로 연주한 드러머 역시 이쯤 되니 라우드니스 세션할 수 있지, 싶게 훌륭했다.



바로 다음 공연은 내가 좋아하기도 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데이브레이크가 메인 스테이지에서 시작했다. 가서 보면서도 라우드니스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고, 온몸이 젖어 끈끈하기 이를 데가 없다. 데이브레이크는 너무나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제대로 노리기로 하고 화장실 가서 세수 좀 하고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저녁 먹으면서 숨을 돌리면서 헤드라이너인 자우림을 기다린다. 그러면서도 혹시 무대에서 벗어나 사인받을 수 없을까 하고 공연장 주변도 계속 서성인다.


[Source: Loudness official facebook page]


다음엔 더 긴 시간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자, 이제 좀 쉬다가 자우림 봐야지!!!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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