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8.02.03. 루디벤쉬 정규 1집 쇼케이스 @ 프리즘홀

미친도사 2018. 2. 4. 09:28




쌍팔년도 즈음에 메탈을 듣기 시작한 나로서는 전형적인 쌍팔 메탈 추종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락음악을 꾸준히 듣곤 있지만, 90년 대 너바나 이후 얼터너티브 락과 판테라 이후의 메탈 중에 좋아하는 팀이 그닥 많이 없는 것 보면 그런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약 3년 전에 팟캐스트를 통해 우리나라의 락/메탈이 최근 메탈 스타일이면서도 우리한테 더 친근하게 다가옴을 느낀 이후 종종 홍대 앞에 가서 공연도 보고,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우리나라 메탈 밴드들 음악도 follow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중에 2016년에 홀연 루디벤쉬(Loody Bensh)란 연주자가 등장했다. 고등학생이라는데, '나 헤비 메탈!!!'이란 느낌 물씬 나는 연주곡만으로 이뤄진 EP를 냈다. '이게 뭐지?' 간만에 느끼는 메탈 인스트루멘탈의 통쾌함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조금씩 본 루디벤쉬의 영상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깁슨 플라잉V를 메인 기타로 쓰는 모양이다. 오호~


그리고는 2017년 연말에 풀렝쓰 앨범이 나왔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바로 씨디를 주문했다. 헉. 이번엔 첫 곡부터 노래가 있다. 뭐지? 인스트루멘탈 앨범이 아니었다. 열 곡 중에 다섯 곡이 노래가 있다. 마그나폴(Magna Fall)이란 밴드의 미국인 보컬 케빈 헤인츠(Kevin Heintz)가 세 곡, ABTB의 보컬 박근홍이 두 곡을 불렀다. 연주곡으로만 채워진 EP가 살짝 보여주기식의 연주였다면, 이번엔 한층 성숙한 곡과 연주라는 느낌이 드는 꽤나 수작이라 할 만했다.


그리고, 오늘 정규 1집 쇼케이스가 홍대 주변이라 할 수 있는 합정역 앞 프리즘홀에서 있었다. 1월 초부터 공연 소식이 나왔고, 게스트가 무려 해머링이다! 해머링 역시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되어 굉장히 맘에 들어하는 팀 중 하나이다. 공연은 2016년 초에 처음 본 적이 있다.


2016.03.19. 와일드매치 6 - 해머링, R4-19, 제로지 @ 홍대 A.O.R


이번 앨범에서 박근홍이 피쳐링한 곡들이 참 맘에 들었는데, 박근홍은 이 날 다른 일정이 있어 함께 하지 못한다고 팟캐스트에서 그런다. 좀 아쉽네. 페북을 통해 확인한 이번에 함께 하는 밴드 멤버들이 다음과 같다 한다...


G - Loody Bensh

D - 여현준

V - Kevin Heintz

B - Jino Park

RG - 이제희


어... 여현준... 이름이 낯익은데? 좀 찾아보니, 바로 그 사람이닷. 


2015.12.19. Meltingpot - GMC 레코드와 The Valiant 레이블 합동공연 @ 프리즘홀


2015년 말에 본 합동 공연에서 바세린을 처음 봤다. 이름만 들어보던 바세린을 실제로 본 첫 공연이었다. 그 날 수많은 팀이 연주를 했는데, 드럼 사운드가 다른 팀과는 단연 차별되었다. 굉장히 지적인 듯 정교한 드러밍이 인상적이었는데, 이후 공부를 더 한다고 밴드를 탈퇴했다고 했다. 물론 그 이후에 바세린에 합류한 드러머도 완전 괴물급이고 훌륭하다. 하여간, 그 때 그 인상적인 드러머가 여현준이었다. 


이번 루디벤쉬 앨범은 그리스의 신세대 기타 영웅 거스지(Gus G)의 밴드 파이어윈드(Firewind) 드러머가 많은 곡에서 연주를 했는데, 여현준 역시 몇 곡 참여를 했던 인연으로 이번 공연에서 연주를 하나 보다.


공연 시간에 맞춰서 부지런히 이동. 공연장에 도착해서 예매자 확인하고 손목에 확인 도장을 받았다. 지금 보니 키티 도장인데? 엥...


공연 시간이 덜 되어서 그런가 사람이 별로 없다. 공연장 주인 블랙신드롬 김재만씨가 후배들인 듯한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있네... 두리번거리다가 공연장 가운데 있는 기둥이 비었길래 얼른 찜. 무대를 거의 정면에서 바라보면서 등을 기댈 수 있다. 요즘 족저근막염이 도지나 싶기도 하고 오늘은 살짝 허리도 아픈 상태였는데 자리 잘 잡아서 흐뭇. 그리고는 빈둥거리고 있는데, 아티스트 대기실에서 해머링 기타 염명섭씨가 나오다가 눈이 마주쳤다. 헛! 서로 꾸벅 인사. 날 알아보다니!!! 그러면서 다가와서 인사 나누는데, 옆에 서계신 관객 한 분이 또 날 알아보고 인사하신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 소닉붐 x 아르마딜로 게시판에서 활동하시는 '소닉아르'님이란다. 야~ 공연장 다니면서 소니아르마 게시판에서 본 분은 처음 만난 듯. 염명섭씨는 목캔디 같은 거 하나 주셨다. 하하.


5시 55분 쯤 되어서 해머링이 준비를 시작한다. 6시가 살짝 넘었는데 공연은 시작을 안 하네... 한 5분 지났나? 무대를 가리고 있던 스크린이 올라가면서 해머링의 공연 시작! 관객이 좀 적어서 썰렁해서인가... 염명섭의 시선은 살짝 천정을 향해 있는 것이 썰렁한 관객석을 애써 외면하고 연주에 집중하려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해서 좀 안쓰러웠다. 베이시스트 유진아는 암 투병하고 완치된 후에 살도 빠지고 완전 건강해 보였다. 썰렁한 멘트는 여전했지만,  아티스트가 음반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게 큰 의미라면서 루디벤쉬의 정규 앨범 발매 축하와 응원 메시지도 빼먹지 않았다. 보컬 김기찬은 살이 좀 찐 거 아닌가? 2년 전에 봤을 때보다 살이 찐 것 같았다. 드러머는 여전한 것 같고... 하여간, 그건 그거구... 좀 사운드가 너무 큰 게 아닌가 싶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다. 연주 좋고! 곡도 좋고! 중간에 2집 작업 중이라면서 신곡 하나도 했다. 곡이 진행되면서 관객들도 앞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도 조금씩 뜨거워진다. 이들 음악은 헤드뱅잉하기에 최적화된 것 같다. 흔들흔들... 보고 듣는 재미 외에 몸 흔드는 재미도 있다. ^^ 곡들 다 좋지만, Breach of Trust 나올 때가 제일 신났다. 그로울링 위주의 메인 보컬에 염명섭의 클린 보컬, 유진아의 코러스... 4인조지만 풍성한 노래도 좋다. 물론 연주가 탄탄하게 받쳐주니 가능한 얘기겠지. 게스트여서 30분의 시간은 조금 짧게 느껴진 게 아쉬울 뿐. 이들의 무대가 끝나고 기둥에 기대어서 좀 휴식...



루디벤쉬의 밴드가 준비한다. 중간에 드럼 사운드 체크가 잠깐씩 나오는데 아흐~ 작살이닷. 거기에 보컬 케빈의 목풀기인 듯한 샤우팅도 오~~~ 죽인다! 기대가 많이 된다. 15분 정도 준비했나? 루디벤쉬의 공연이 시작했다. EP에 수록된 연주곡으로 시작해서 연주곡과 노래를 적절히 섞어서 셋리스트를 구성했다. 아직 어린 친구고 해서 혹시 실수가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내가 인지할 만한 큰 실수는 없었던 것 같고 연주는 아주 훌륭했다.



세션으로 참여한 밴드 주자들 모두 훌륭했다. 특히 여현준의 드러밍은 보고 들으면서 계속 감탄. 과장 좀 보태서 슬레이어의 전 드러머 데이브 롬바르도 못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훌륭했다. 그리고, 베이시스트 역시 인상적이었는데, 짧고 노란 머리에 아주 야리야리하게 생겼는데 굉장히 멋진 연주를 보여줬다. 노래가 있는 곡 중에 한 곡에서는 갑자기 자기 자신을 손짓으로 가리키더니 그로울링 보컬도 한다. 오옷. 페이스북을 찾아보니, Mesmerized란 밴드에서 활동하나 본데, 어찌 된 일인지 내 고2때 담임 선생님이랑 페친이다. 내 고등학교 후배인가? 보컬로 올라온 케빈은 CD에 수록된 것보다 몇 소절은 조금 낮춰 부르긴 했지만, CD에서보다 더 매력적이고 귀에 착착 감기는 보컬이 이 사람의 밴드 마그나폴 음반도 좀 제대로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CD에선 박근홍이 불렀던 Aftermath란 곡에선 원래 케빈이 불렀던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멋지게 불렀다.



 

오늘 공연의 주인공 루디벤쉬(본명 박세영)는 연주는 기가 막히는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것이나 멘트는 아직 좀 경험 부족이 좀 느껴졌다. 그것도 풋풋하게 귀여워 보인다. 앞으로 경험이 늘어나면서 더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겠지. 유튜브에서도 얼굴을 자세히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오늘 얼굴을 보는데 내 대학교 같은 과 친구 얼굴이랑 너무 닮아서 얼굴 보일 때마다 혼자 킥킥거렸다.



이번 앨번 전 곡을 다 연주하는 줄 알았는데, 일부만 했다. 아직 남은 곡이 많은데 싶어서 마지막 곡이라고 한 곡이 끝나고 나서 앙코르를 연호했는데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앙코르가 없단다. 관객들이 아쉬운 소리를 하자, 무슨 곡을 듣고 싶냐 하니 몇 곡 제목이 나오는데, 저 앞쪽에서 어느 곡을 외쳤나 본데, 여현준이 안 된다고 단호하게 자른다. 흐... 난 Pathos가 듣고 싶어서 조그맣게 외쳐보았는데, 정말 준비한 곡을 다했는지, 보컬이 함께 했던 Not Dead Yet을 앙코르 연주로 한 번 더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그런가 무대 바로 앞쪽 관객 몇은 어깨 동무하고 큰 헤드뱅잉하며 즐기는 것이 처음보다 더 재밌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스크린이 내려오는 걸 다시 올리고 루디벤쉬가 감사의 인사를 했다. 관객들이 빠져나가려는 중에 여현준이 관객들보도 앞으로 나와서 사진 같이 찍자고 한다. 바세린 공연 끝나면 늘 하는 거다. 쪼르르 제일 앞으로 나가서 사진 찍었다. 신난다~



입구 옆에 있는 머천다이즈 매대에 루디벤쉬가 서서 인사하는데, CD 부클릿에 사인 받았다. 히히. 그 옆에 빙그레 웃고 서있는 염명섭씨한테도 해머링 CD 부클릿에 사인 받았다. 염명섭은 관여하는 다른 공연 홍보도 하며 다니더라. 참 부지런한 사람이다.




소니아르님은 공연 관람으 한 달에 두 번을 목표로 하신단다. 이달 말에 있는 메써드의 기타 김재하의 솔로 앨범 쇼케이스 보실 거란다. 그거 나도 보고 싶은데, 그 즈음에 바쁠 것 같아서 아직 잘 모르겠네...  다음에 또 만나자고 작별 인사하고 나오니 헉.. 아직 8시도 안 되었어.


몸이 좀 피곤하긴 한데 이 때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연대 앞에 있는 지인이 하는 펍에 가서 맥주 한 잔 마시면서 Paint It Rock 2권 좀 보다가 왔다.


오늘 루디벤쉬의 공연은 신세대 한국 헤비 메탈을 봤다는 점에서 충분히 즐거웠다. 뛰어난 연주인들과 함께 한 연주도 인상적이었고 조금은 어색한 듯한 관객들과의 호흡도 재미있었고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즐거움을 남긴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자, 2018년 공연 관람 시작이 좋다. 다음은 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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