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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31. Michael Schenker Group "In the Midst of Beauty" World Tour @ Korea

미친도사 2008. 9. 1. 18:56

Michael Schenker Group – In the Midst of Beauty World Tour @ Korea

 

 

내가 락/헤비메탈이란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것이 중3 때였다. 1987

유난히 락을 듣는 친구들이 많은 반이었는데, 그 중에 한 친구가 소개해준 아티스트가 마이클 쉥커(Michael Schenker)였다. 그 친구 소개로 듣게 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숱하게 마이클 쉥커의 곡이 방송을 탔었다. 사진으로 보는 그의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전형적인 잘 생긴 독일인이었고, V자 모양의 흑백의 기타를 치는 모습은 그의 음악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당시 주변에 마이클 쉥커를 좋아하는 사람이 진짜 많았다. 자주 가던 레코드 가게에서 가게 문 닫아놓고 소리 크게 듣던 Michael Schenker Group (이하 MSG) 1집에 수록된 연주곡 Into the Arena는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고등학교에 가니 학교 밴드들이 연주하는 단골곡 1번은 마이클 쉥커 재적 당시 UFO란 밴드의 ‘Doctor, Doctor’란 노래였다.

 

이 마이클 쉥커는 10대 중반에 스콜피온스를 형과 함께 만들었고,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조금 유명했던 UFO란 밴드를 일약 스타 밴드로 만들었다. 그리고, 80년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밴드 MSG로 활동을 한다. 이게 20대 중반이다.

 

1991년에 새 앨범 홍보차 내한을 했었다. 재수하던 당시 잡지에 난 그의 기사를 보고, 얼마나 보고 싶었던지

 

너무 젊을 때 많은 걸 이뤄서일까…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부터 슬럼프에 빠진 것 같다. 그러다가 2008년 초에 MSG 초기의 보컬과 함께 새로운 음반을 냈다. 이 음반에서는 정말 유명한 연주인들과 함께 연주했는데, 그 느낌이 전성기의 그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시작한 월드 투어거기에 한국이 있었다!!!

DATE VENUE CITY COUNTRY
2008-06-19 Liquid Room (MSG warm-up show) Edinbugh UK
2008-06-21 Kobetasonic Festival Kobetamendi/Bilbao ESP
2008-07-05 Hornberger Sommer Tuttlingen GER
2008-07-10 Magic Circle Bad Arolsen GER
2008-07-25 Rock Of Ages Rottenburg-Seebronn GER
2008-08-25 Namba Hatch Osaka JPN
2008-08-27 Diamond Hall Nagoya JPM
2008-08-28 Nakano Sun Plaza Tokyo JPN
2008-08-29 Nakano Sun Plaza Tokyo JPN
2008-08-31 Melon AX Hall Seoul KOR
2008-10-23 De Nieuwe Pul  Uden HOL
2008-10-24 P3 Purmerend HOL
2008-10-25 Halle 101  Speyer GER
2008-10-27 Z7 Prattein SWI
2008-10-28 Bikini Barcelona SPN
2008-10-30 La Riveria  Madrid SPN
2008-10-31 Sala Jam  Bergara SPN
2008-11-01 Sala A  Vigo SPN

내한 소식을 듣자마자, 기획사의 블로그를 들락거리면서 정보를 확인했다. 한국에 오기 위해 일본공연 일정을 잡았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자주 가는 카페나 커뮤니티에 홍보 글도 올렸다. 하지만, 반응은 예상보다 냉담했다. 그를 좋아했던 팬들은 이제 삶이 피곤한 중년이 되어가고 있었나 보다. 기획사 사장 역시 마이클 쉥커의 열혈팬이었던 것 같았다. 나름 노력은 했지만 분위기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공연을 이틀 앞둔 8/29 저녁다음의 카페에서 알게 된 분과 공연장에서 만나자는 쪽지를 주고 받는데, 혹시 공항에 마중 나가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 순간 당황했다. 이런데 가본 적이 없는데.. 내가 그런데 나갈 정도로 열혈팬이었던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마중 나온 팬 한 명 없이 공항에 입국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싫었다. 부랴부랴 갖고 있는 LP, CD, DVD 등을 챙겼다. 너무 많은 것 같아, 대표적인 음반들만 챙겼다.

 

8 30 12:30 비행기로 입국한다고 했다. 공항에 가보니, 원래 함께 하기로 한 분 외에 여자 한 분이 더 나와 계셨다. 왕년에 마이클 쉥커 팬클럽 회장이셨단다. 얘길 나누다 보니, 세 명의 나이가 34, 36, 38이었다. 난 중간.

 

난 기획사에서 환영 플래카드 같은 걸 준비하는 줄 알았다. 팬클럽 이름의 환영 플래카드를 들고 기다리다 보니, ~~ 저 앞에 멤버들이 보인다. 우리가 소리치면서 부르니 손 흔들며 다가온다. 마이클 쉥커는 조용히 미소 지으면서, 보컬을 맡은 게리 바든(Gary Barden)은 유쾌하게 웃으면서 우리에게 악수까지 청했다.

 

멤버들은 호텔측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러 간다. 이거 언제 사인 받고 사진 찍어야 하는 거지? 버스에 타기 전에 몇몇 멤버들이 담배 피우고 하느라 시간이 생겼다. 얼른 말 걸고, 사인 받기 시작. 게리 바든, 크리스 글렌(Chris Glen, bass), 웨인 핀들리(Wayne Findlay, guitar & keyboard)에게 참가한 LP, CD, DVD에 사인 받았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마이클 쉥커는 일찍이 버스에 올라가서 사인을 못 받았다. 당황해 하니까, 기획사 대표가 호텔로 얼른 따라오라고첵인할 때까지 시간이 있을 테니, 그 때 받으라고

 

아주 약간 고민하다가 우린 호텔로 향했다. 토요일 오후라 길이 막힌다걱정갔는데, 멤버들 다 방에 갔으면 어쩌지? 호텔에 도착하니 휑~ 우왕~ 어떻게 해기획사 대표한테 전화했더니, 커피숍에서 차 마시고 있단다. 커피숍을 왔다갔다 하면서 마이클 쉥커와 비서가 차를 마시고 있는 걸 발견했다. “우리 사인 좀 해줄 수 있냐?” “Sure!” 주섬주섬 LP, CD, DVD 등등 꺼내는 것마다 차분히 사인을 다 해줬다. 91년 내한을 다룬 잡지를 보여주니 흥미롭게 보더라사인을 다 마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우와~ 우리가 쉥커랑 사진을 찍다니맘껏 흥분한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무려 마이클 쉥커랑 이런 사진을 찍다니!!!]

 

[마이클 쉥커와 그 외 멤버들에게 사인 받은 LP, CD, DVD, 공연표]

 

8 31. D-day이다.

6시부터 공연 시작이니까, 5시쯤 도착해야지 했는데문자가 왔다. 어제 함께 갔던 팬클럽 회장이 2시까지 가면, 연습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획사에서 귀뜸해 줬다면서, 고민잠시 고민하다가, 오늘 아니면 언제 이런 걸 해보겠나 싶어 일찍 공연장으로 향했다.

 

팬클럽 이름으로 된 대형 플래카드를 준비하셨더라. 기획사에 전달해서 공연장 안에 달아달라 부탁했다.

[사진은 다음의 metalage 카페의 '플라잉브이'님이 올리신 것]

 

얘기 들었던 것과는 다르게 연습을 볼 수는 없었다. 화장실 가는 척하면서, 연습하는 모습을 살짝살짝 보긴 했다. 앉아 있다 보니, 게리 바든이 담배 피우러 나왔다가 공연장 사진을 찍는다. 우리가 이름을 부르면서 쫓아갔더니, 알아보면서 반긴다. 자기 카메라에 우리 사진도 찍고, 우리도 같이 사진 찍었다. 셋이서 어깨동무하고 셀카까지 찍었다는우와~ 도중에 잠깐 차타고 어디 나가는 마이클 쉥커는 우리에게 창문을 열어 손을 흔들어 주기까지

[유쾌하고 친절한 게리 바든]

 

[또 한명의 유쾌한 친구, 웨인 핀들리]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는데, 역시 나이가 많다. 거의 마흔 근처다. 팬클럽 이름으로 된 걸 펼쳐 놓고 앉아있으니, 사람들이 말도 건다. 혼자 온 왕년의 열혈팬들이 마이클 쉥커란 주제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니 정말 즐겁다. 연습 중에 게리 바든과 웨인 핀들리가 담배 사러 나오더라. 내가 , 저기 게리 바든 나왔다그랬더니 우루루 몰려가서 사인 받고, 사진도 찍고다들 즐거운 모습.

 

공연은 30분 정도 늦게 시작했다. 기획사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말하길… “오늘 쉥커 형님 기분이 무척 좋으십니다. 어쩌고 저쩌고무척 예민한 분이어서 사진은 절대 불가합니다.” 이런 저런 얘기가 관객들과 오고 가다가 핸드폰으로 찍는 건 허락하셨습니다히히

 

신보에서 세곡을 연주했고, 나머지는 모두 전성기 시절의 대표곡이 연주됐다. 시작과 동시에 무대 제일 앞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고, 고개 흔들면서 봤다. 관객의 평균 연령이 많았지만, 역시 열정적인 한국 관객의 모습은 나이에 무관했다. 모두가 대표곡이었지만, Into the Arena Doctor, Doctor 나올 땐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정말 대단한 연주를 보여준 마이클 쉥커의 멋진 모습]

 

멤버들도 즐겁게 연주했고, 무엇보다도 마이클 쉥커의 연주는 정말 대단했다. 요란하게 연주하는모습이 아니라 진지하게, 정교하게, 그리고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함께 한 동료들과 하는 공연은 정말 호흡 딱딱 맞고, 연주 기막히고다들 열광에 열광을 했다.

[훌륭한 공연을 완성시킨 멤버들]

 

[공연을 마치고 인사하는 MSG]

 

50대 중반의 멤버들이 왕년의 팬들과 함께 한 90분 동안의 짧다면 짧은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 끝났다. 앞에서 파는 CD에 사인회도 한다고 한다. 어제 사인 받은 난 밖에서 구경을잔뜩 흥분한 관객들은 구입한 CD, 가져온 CD, LP 등등 심지어는 기타까지 들고 와서 사인들을 받았다. 조용히 미소 지으면서, 하나하나 사인 해주고 악수에 포옹까지 해달라는 것 다 해주는 마이클 쉥커는 진정 멋졌다. 왕년의 팬들이 다시 현재의 팬들이 되는 순간이었다.

 

공연장을 떠나 호텔로 돌아가려는 마이클 쉥커에서 공연 포스터에 사인 하나 더 받았다. 기획사 대표가 또 왔어요?’ 한다.

[사인 받은 포스터!!! 펜이 잘 안 나와서 그런데 사인이 잘 안 보인다. T.T 사무실에 붙여놨다.]

 

이렇게 해서 나의 MSG 공연은 끝났다.

 

앞으로 훌륭한 공연을 많이 보겠지만, 이번 같은 경험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2008-09-01

 

 

- 연주한 곡들 -

 

Ride On My Way
Cry for the Nations
Let Sleeping Dogs Lie
Armed and Ready
Ready to Rock
I Want You
A Night to Remember
Into the Arena
Lost Horizons
Rock My Nights Away!!!
On and On
Attack of the Mad Axeman

 

Doctor Doctor
Rock Bottom

 

[Band]

Michael Schenker - Guitar

Gary Barden - Vocal

Chris Glen - Bass

Ted McKenna - Drum

Wayne Findlay - Keyboard & Guitar

 


  • 기획사였던 '드림온'의 박대표의 공연 후기 - http://dreamonmuz.egloos.com/1997319
  • 많은 마이클 쉥커의 팬이 있었던 다음의 카페 Metal Age - http://cafe.daum.net/metalage
  • 내가 쓴 한국의 공연 후기가 등록된 마이클 쉥커의 해외 팬사이트 - http://www.rbaraki.com/

    Best Boy 쵝오입니다. TTb
    내 생애 마이클 쉥커 선생을 알현하다니! ^^ 
    클럽 콘서트 같은 분위기, 제대로였어요. 덕분에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중에라도 스콜피온스 멤버와 함께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2008-09-02 2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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