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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0.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18, 1일차 - 자우림

미친도사 2018. 8. 31. 21:43

2018.08.10.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18, 1일차 - 해머링, 소닉스톤즈, R4-19

2018.08.10.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18, 1일차 - Loudness


이번 펜타포트 락페의 1일차 헤드라이너는 자우림이다. 자우림은 처음 등장할 때엔 그냥 김윤아를 앞세운 그저그런 밴드인 것 같았는데, 꾸준히 그리고 자신들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면서 벌써 20년차 고참 밴드가 되었다. 그러면서, 대중적으로도 인지도를 쌓아서, 어찌보면 지금 활동하는 밴드 중에 가장 성공한 밴드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자우림의 공연을 본 적이 없었던지라, 이번 펜타포트 락페의 1일차 라인업은 정말 맘에 들었다.


라우드니스 공연을 보고 완전 흥분하고 진을 다 빼고, 그리도 보고 싶었던 데이브레이크는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어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하고, 세수도 하고 간단하게 저녁 요기를 했다.


음식 파는 공간에 앉아서 저 멀리 무대가 보이는 데이브레이크 음악을 들으면서 샌드위치 하나를 먹는다. 무대가 보이지는 않지만 연주 좋고, 노래 잘 하고, 곡 좋고... 진짜 세련된 밴드 음악이다. 센 음악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근사한 밴드 음악이 대중적으로 더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다음 팀은 중간 스테이지에서 피아인데... 이상하게 안 끌리는 팀이라 패스. 자우림 공연이 있는 메인 스테이지 쪽에서 미리 자리 잡아야지. 무대 앞쪽이 붐비지는 않지만, 좀 편하게 보려고 관객석 중앙 살짝 뒤쪽에 있는 펜스에 기대어서 보려고 미리 자리 잡았다. 

자우림을 위한 무대가 준비되고 있다. 무대 감독인 친구 성욱이도 보이는데 바빠 보인다. 갑자기 앞쪽에서 우와~ 환호성이 들리더니 멤버들이 나와서 사운드 체크를 한다. 김윤아도 나와서 관객들과 대화도 좀 나누면서 사운드 체크를 하는데... 아~ 그냥 카리스마가 저녁 공기를 통해 마구 전해온다.


피아 공연이 끝난 9시 10분에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개막 행사라고 진행자 하나가 올라왔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뭐라뭐라 하면서 펜타포트 락페의 메인 서포터인 인천광역시의 아무개 시장을 모신댄다. 관객들 반응 '우~~~' 별 쓰잘데기 없는 소리하다가 개막 선언을 한다. 뭐 굳이 개막식까지 한다 그러는지... 저런 사람들은 말투에서 권위 의식이 느껴져서 싫다. 개막식은 짧게 하고 자우림 무대로 넘어가자면서 개막식 끝과 함께 불꽃놀이... 그닥 재미는 없었다.


개막 행사가 끝나도 자우림 공연은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시작 시간까지 빈둥. 9시 반이 되어가는 데도 덥다. 휴.

내 자리 좌우로 방송국 카메라가 위치했다. 오른쪽에 SBS, 왼쪽엔 아리랑 TV. 정중앙을 차지하고 싶었겠지만, 내가 일찍 자리 잡아서 못 잡았을지도 모르겠다.


9시 40분이 되니, 무대 좌우로 있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자우림 공연 시작을 알린다. 관객들은 '자우림! 자우림!'을 외치며 그들의 공연 시작을 기다린다. 역시 헤드라이너이고,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 받는 밴드답다. 굉장히 관객이 많아졌다.


첫 곡은 '마왕'이란 곡으로 약간 몽환적이고 특유의 살짝 사악한 느낌... 아~ 드디어 자우림의 라이브를 눈 앞에서 보는구나! 원래 멤버는 4인조인데, 드러머 구태훈이 당분간 활동을 함께 못 한다 해서 객원 드러머가 자리하고, 키보드 두 명에 코러스 한 명의 구성. 짧은 드럼 솔로와 베이스 솔로... 오~ 근사해! 하, 김윤아의 카리스마 ... 어쩔 거야...

바로 이어서 '#1'이란 곡이 연주되었는데, 이건 가사가 영어다. 이런 곡이 있었나 싶다. 누구 곡 커버하는 건가 했더만 자기네 곡이네... 처음을 유명하고 신나는 곡들로 시작할 것 같았는데, 조금은 덜 유명한 곡으로 시작한 건 의외다. 중간에 이선규의 기타 솔로도 멋지고, 김윤아의 몰아치는 듯한 감정의 변화도 멋지다!



김윤아가 차분하게 인사한다. "저희는 자우림이란 팀입니다. 많은 페스티벌을 다니지만, 여름 페스티벌이 제일 반가워요.... 왜냐면 맥주를 많이 마셨으니까!!!" 하하.

이선규가 인사한다. "맥주 많이 마셨어요? 덜 취했네. 오늘 자우림 음악에 취하게 해드릴게요."

김진만이 인사한다. "이선규 20년 친구 김진만입니다. 펜타포트에 10년 만에 인사드립니다. 탈진하기 일보 직전이죠? 우리가 탈진시켜 드릴게요~"

이선규: "깃발 많은데, 자우림 깃발 없어. 아이 씨발. 내년에 잘 부탁해요"

김윤아: "저기 저기 자우림 깃발 있어. 사랑한다~!"

이선규: "자우림~~~~!"

세션 멤버들 소개.


김윤아가 열 번째 앨범 이번에 냈다면서 자기네 생각에 가장 자우림다운 앨범인 것 같다면서 너무 만족스럽단다. 다같이 자축의 박수~

그러면서 새 앨범에서 몇 곡 하겠단다.

또다시 잔잔한 곡. 이번엔 신보에서... '영원히 영원히'. 이번 앨범을 애플 뮤직에서 몇 번 들어봤는데, 개인적으로 카니발아모르 있던 7집 이후 가장 좋은 것 같다. 여러 번 들어서 그런지, 이게 새 앨범 곡인지 어떤지 구분이 잘 안 되네. 하여간, 좋다. 바로 이어서, 관객들의 박수가 연주의 일부처럼 함께 하는 새 앨범의 마지막 곡 XOXO. 앨범 발매 전에 미리 공개되었던 곡으로 20년을 맞아 팬들을 향한 곡. 마지막 부분의 '우우우우우우~' 관객들의 코러스. 햐~ 멋지다, 멋져.



김윤아: (땀을 닦으며) 밤이라 덥지 않을 줄 알았어요. 어떠세요, 선규 형님

이선규: 종니 더워요. (관객들에게) 더우면 벗을 수 있으니까 막 벗으세요.

김윤아: 스무살이신 분? 여러분과 동갑인 노래에요.


아, '미안해 널 미워해'다. 관객들이 함께 부르면서 시작한다. 야, 이 노래가 이리 반가울 줄이야. 이 노래가 그리 오래되었단 말인가. 내가 아주 잘 아는 곡이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내가 큰 소리로는 못 하지만 중얼중얼 따라부르고 있다. 커~ 김윤아 목청은 정말 끝내주는구나.



김윤아: 프로그램을 잘못 짰어. 지금 이렇게 더우면 안 돼. 혹시 자우림 노래 좋아하시는 분? (관객들이 손을 번쩍 드니...) 아~ 아름답다. (스탭 쪽을 향해) 누구 이거 찍어주세요. 다음 두 곡이 그냥 자우림 자체인 곡이에요. 개인작업할 때랑 자우림 작업할 때가 다르다. 다음 곡은 개인 작업할 땐 절대 등장하지 않아요. 무슨 곡일까?


새 앨범 수록곡 '있지'. 이번 앨범에서도 나름 인상적이었던 곡 중 하나다. 차분한 듯하다가 뭔가 치고 올라가는 그런... 어찌보면 자우림스러운 스타일의 곡 구성. 하, 이 곡도 넘 좋잖아. 이번 앨범 정말 괜찮다. 정말로.

바로 이어지는 곡은 '샤이닝'. 2006년 6집 수록곡. 조금 낯선다. 이번에도 조용한 곡. 앞선 곡에서도 그랬고, 이 곡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의 자조적인 가사인 것 같은데, 너무 좋네. 발매 당시보다는 지금 더 사랑 받는 것 같아서 좀 슬픈 것 같단다. 우리가 슬픈 게 아니라 세상이 슬퍼진 것 같다고... 흠. 


김윤아: 슬픈 순간이 있다면, 행복한 순간이 있어요. 몇 안 되는 행복한 노래에요.

멤버들이 반딧불을 보러 간 추억을 노래한 곡이라면서, '반딧불'. 야, 이 곡은 내가 좋아했던 7집 앨범 수록곡이라 꽤 낮익다. 센 음악이 아니어서 그렇지, 연주 쫀쫀하니 좋고, 분위기 좋다~ 곡은 선선한 느낌이어서 그런가, 이 때부터 조금은 선선한 기운이 돌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

다음 곡은 분위기는 비슷한데, 온통 저주의 말로 가득한 새 노래란다. 이 쪽이 더 자우림답다 느낄 거라면서 시작한 'Give me one reason'. 중간에 남자 코러스의 휘파람인가? 멋지게 들어간다. 분노로 가득찬  가사를 차분히 풀어내다가 쭉~ 끌어올리다가 다시 차분하게... 하~ 멋지네.



저 앞에서 관객 몇이서 큰 소리로 뭔가를 외쳤는데, 뭐라는지 모르겠다면서 '나도 사랑해~'로 얼버무린다. 하하. 차가워진 분위기를 다시 데우도록 하겠습니다. 와우~ 기대기대!!! 뭘까?


모든게 그대를 우울하게 만드는 날이면 이 노래를 불러보게~

꺄오~~~ 하하하쏭이닷. 신난다, 신나. 관객들 방방 뛰기 시작. 김윤아가 무대 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하!하!하!를 지휘한다. 순식간에 광란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번 공연 녹음 부틀렉 중 狂犬時代]



후끈해진 분위기를 새 앨범의 첫 곡인 狂犬時代(광견시대)로 이어간다. 김윤아가 작은 메가폰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닥치는 대로 ...'라는 가사가 통쾌한 느낌이 드는 신나는 곡이다. 중간에 '하! 하! 하! 하! 닥치는 대로!!'를 다같이 부르는데 속이 뻥~ 뚫린다.  신난다, 신나!!!

바로 다음 곡으로 가는데, 경쾌한 드럼의 오프닝에 맞춰 관객들은 '아이! 아이! 아이!'를 외친다. 기타와 베이스가 순서대로 이어지면서 시작하는 노래는 '매직 카펫 라이드'!!! 아오~ 앞의 신나는 노래에도 난 뛰지는 않았는데, 이 노래부터 나도 뛰기 시작한 것 같다.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방방 뛰면서... 신나, 신나~ 넘 멋지잖아!!! '헤이~ 호~!'  완전 분위기 끝장이다!

'자~~~' 

아이, 씨! '고래 사냥'이다... 자우림의 나가수 데뷰곡. 원곡이 우리 대학교 다닐 때 술자리에서 많이 불렀던 곡이기도 했던 바로 그 곡. 나가수에서 불렀던 곡이지만, 자우림의 대표곡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각 파트의 솔로도 있고, 관객들에게 '야야~ 야야야야~ 야야야야야야~'를 부르게 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 때 쯤이었을 거다. 깃발 들고 관객들 사이를 뛰어다니던 수십명 혹은 100여(?) 명의 무리가 갑자기 자리에 주저 앉더니, 앞에 한 명의 지휘에 맞춰 노젖는 시늉을 했던 것 같다. 아마 자우림 공연 많이 다니면서 놀아본 무리인 듯한다. 완전 웃겨!!! 아마도 무대 쪽에선 안 보이는 듯. 하, 완전 죽여, 죽여.



아주 작은 소리로 뭔가가 연주되는 듯하는데, 저 앞에서부터 뭔가를 부르는데... 그게 '일탈'이란 말이지. 이게 마지막 곡이랜다. 조용하게 시작했던 곡은 '잘 놀 수 있어요?'란 김윤아의 질문과 함께 미친 분위기로 전환. 여기 있는 모두가 일탈 중일 것이다. 이렇게 락페스티벌에 와서 미친 듯 소리치고 노래하고 춤추며 놀며 나름의 일탈을 즐기며 일상의 답답함을 풀고 있는 것이다. 자우림이 괜히 20년간 버티는 게 아닌 것이다. 이렇게 속을 확! 풀어주는 노래들로 변함 없이 라이브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으니 가능한 것이다.



락페는 보통 앙코르를 안 하지만, 마지막 순서인 헤드라이너는 약간의 여유를 두고 정규 순서를 끝내고 앙코르 형태로 한 곡 정도 더 하는 것 같다. 길지 않은 앙코르 연호 후에 다시 무대에 등장.


땀 좀 닦고 재정비한 후에 마지막 곡으로 연주한 곡은 지난 앨범의 대표곡 중 하나인 '스물 다섯, 스물 하나'. 난 아주 익숙한 곡은 아닌데 마무리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차분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 너무나도 좋은 것이다. 하~ 좋다. 그냥 너무 좋다. 울컥할 정도로 좋다.


이렇게 해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첫 날의 헤드라이너 자우림의 공연이 끝났다. 10시 50분쯤 되었을 거다. 무대 정리하는 앞으로 다가가서 열심히 무대 정리를 지휘하던 친구 이름을 크게 불러서 먼발치에서 인사하고 나도 공연장을 나선다.



20년을 꾸준히 활동하였지만, 한 번도 공연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면서도, 때로는 애교 만빵으로 무대 위에서 관객들 들었다 놨다 하는 김윤아의 카리스마는 정말 대단했다. 흔들림 하나 없이 여리게 혹은 사악하게 혹은 강렬하게 노래하는 목소리 역시 정말 최고였다.

조용한 듯하면서도 가끔씩 웃기는 소리 하는 이선균의 연주는 김윤아의 목소리와 함께 자우림 사운드의 핵심이라 할 만하게 훌륭했다. 김진만의 베이스 연주 역시 탄탄하게 그들의 사운드를 버텨주고 있었다. 세션들의 연주 역시 훌륭하여 전반적으로 거의 완벽한 연주였다 생각이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의 대중적인 락밴드 중에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여름 락페라도 끝날 즈음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 마련인데, 거의 끝날 때까지 더워서 굉장히 안 좋은 여건이었지만, 자우림의 음악으로 우리는 서늘하기도 했고, 미친 듯한 뜨거움도 맛보았다.


안 그래도 관심 갖고 좋아하던 밴드 자우림. 이제 더 좋아져서 응원하게 될 것 같다. 하~



끝나서 밖으로 몰려 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좀 많이 늦어져서 집에는 늦게 들어왔지만, 그런 건 한참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잘 안 난다. 

게다가 이번 펜타포트 락페의 메인 무대 총감독이 고등학교 친구여서 더 뿌듯했다. 친구는 이번 행사 마치고 6kg이 빠졌댄다. 어휴.


그냥 이번 펜타포트 1일차 공연은 그냥 대박이었다. 좋아하던 우리네 헤비니스 밴드들 해머링, R4-19, 소닉스톤스도 좋았고, 진짜 보고 싶었던 일본의 라우드니스... 잠깐밖에 못 즐겨 아쉬웠던 데이브레이크, 마지막으로 최강 자우림까지... 정말 더 이상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공연들이었다.


내년 펜타포트를 기대하면서 올해 펜타포트 3부에 나눠 정리한 락페스티벌 1일차 공연 후기를 마친다.



셋리스트

1. 마왕

2. #1

3. 영원히 영원히

4. XOXO

5. 미안해 널 미워해

6. 있지

7. 샤이닝

8. 반딧불

9. Give Me One Reason

10. 하하하송

11. 狂犬時代

12. 매직 카펫 라이드

13. 고래 사냥

14. 일탈

15. 스물다섯, 스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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