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가족들과 함께 가던 공방을 7월 달엔 혼자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방에 토요일에 손님이 오신다고 7월달은 쉰다 하시네요. 너무나 아쉬워 하고 있던 차에 공방 아들 현동씨를 통해 금요일에 와서 저녁 시간을 보내도 좋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돌렸지요. 민주네, 희원이네가 함께 할 수 있다는 답을 해주셨어요. 저는 대학교 과 친구인 정필이에게 연락을 해서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정필이란 친구는 대학교 같은 과 친구인데, 대학 시절엔 그리 친하지 않았는데 (사실 제가 대학 시절 좀 과에선 아웃사이더 적인 생활을 해서...) 졸업 후에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있는 사이지요. 전부터 제가 공방에 대해 쓰는 글에 관심이 많더니, 이번에 시간이 되어 함께 가기로 했지요.
모임 당일에 희원이 아버님께서 몸이 좀 안 좋으셔서 함께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연락을 주셨네요. 아쉽네요. 어쨌든 저는 퇴근하고 정필이를 분당에서 태우고 열심히 양지로 고!고!
도착했더니 민주네 가족이 먼저 와서 늦게온 저희 때문에 식사도 못하고 계셨어요. 죄송해라. 민주 아버님도 고향 친구 한 분과 같이 오셨더군요. 제 도착 시간에 맞춰 고기가 구워지고 있었는데, 저도 좀 도와서 고기 구워서 얼른 밥을 먹기 시작했지요. 저녁 시간이 늦어져서 더욱 맛있게 밥을 먹었어요. 전에 회사 직원들 몇 명이 우연히 공방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 직원들도 고추가 너무 맛있다고 했는데, 이번에 정필이도 고추가 아주 시원하고 맛있다고 그러네요. 고기도 물론 맛있고... 공방에서 먹는게 뭐 안 맛있는게 있었나요? 하하. 무척이나 더운 때였는데, 해지고 나서 간 공방은 역시나 선선하니 좋았습니다.
그 주에 제가 만들었던 막걸리도 들고 가서 맛을 여러분과 함께 봤지요. 보통 막걸리가 6-7도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 막걸리를 맛본 민주 아버님과 정필이가 깜짝 놀라더라고요. 세다고. 그래도 맛이 좋다고 해줘서 좋았어요. 다음에 더 만들어 봐야지.
민주네는 저녁 먹고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은 민주 때문에 일찍 떠나셨고요, 저랑 정필이는 공방 가족들과 함께 술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했답니다. 공방이 궁금한 정필이를 데리고 사장님이 공장 구경도 시켜주시고, 2층의 공간도 보여주셨지요.
저도 2층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올라가봤는데, 여전히 아늑한 분위기. 사장님이 모은 골동품에 정필이도 아주 즐거워 했고, 2층의 DJ박스, 바, 난로 등이 있는 공간을 보고는 많이 놀라하는 것 같았어요. 저도 처음에 무척 놀랐으니 그러리라 생각했지요. ^^
공방 여기저기에 사장님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에 감탄을 하며 마당 뒷쪽의 작은 연못 구경을 했는데 밤되니 가재들이 꽤나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보이더군요. 사장님이 한마리 잡아서 보여주셨어요. 꽤나 큰 놈이네요..
정필이는 쌓아놓은 장작에도 관심을 많이 보이더니 직접 패보기 시작하더군요. 설명을 듣고 해보지만, 처음부터 잘 될리가. 저는 늘 보면서도 장작 패볼 생각은 별로 안 해봤는데, 정필이는 참 열심히 했습니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다네요. 장작 패는 것. 사장님의 시범, 아들 현동씨의 시범 등을 보고, 또 많이 시도하면서 다음 날 아침엔 꽤 잘 쪼갤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의 역작 황토방에 이불 깔고 자기로 했는데, 모기 있을지 모른다고 모기장을 쳐주셨어요.
이 얼마만에 보고 자보는 모기장인지. 하~
그런데, 그냥 잠들기엔 아쉬움이 많은 정필이. 둘이서 술 한잔 더 하면서 얘기하라고 사장님이 연못가에 자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사장님이 불을 피워주셨습니다.
아주 잘 건조된 가구용 목재 조각들을 태우니 잘 타죠. 예쁘게 세워서 불을 살려 봅니다. 불장난은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MT 같은 데 가서 하는 캠프 파이어는 석유를 부어 기름 냄새가 많이 나지만, 나무만 타는 그 향기는 참 좋지요. 정필이는 나무만 태우는 불놀이는 처음이었나 봅니다. 불놀이의 매력에 아이처럼 좋아했습니다.
겨울에 여기에 깻단 태우면 불도 크고 냄새도 좋다는 얘기하다가 쑥을 태우면 좋다는 얘기까지 나오더니, 사장님은 황토방에 말리고 있던 쑥 묶음을 갖고 나와서 불 속에 던져 주십니다. 하하. 사장님도 기분이 참 좋으셨나 봅니다.
잘 마른 풀이 들어가니 불이 훅~ 살아나고 그 은은한 향기가 조용하고 깜깜한 밤에 퍼져나오는 것이 분위기 정말 좋습니다.
불을 바라보며 흐뭇해 하는 정필이.
선선하고 깨끗한 공기에 앞에선 따듯한 불이 피워져 있고, 깜깜한 주변에 별이 많은 하늘이 오히려 더 검지 않았던 하늘도 바라 보며 와인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가 끊어지질 않았습니다.
수그러드는 불을 바라보며, 고구마나 감자 구워먹으면 맛있겠다는 얘기를 했더니 또 바로 감자 준비해 오시는 사장님.
보통 은박지에 싸서 불 속에 넣어 익히는데, 이번엔 그냥 구웠습니다.
그랬더니 그 탄 나무의 냄새가 고스란히 배어들어서 더욱 맛있는 감자가 되었습니다. 캬~ 한밤 중에 감자까지 먹고. 진짜 이 날 밤에 사장님 밑천 다 보여주시려나 봅니다. 하하.
별 안주도 없지만 그냥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도 참으로 좋습니다.
이러다가 새벽 4시 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허허. 이런이런.
눈을 떠보니 10시 반. 어라? 정필이는 아직 자고 있고...
해가 따가운 오전. 공방 뒤에 지난 달에 심었던 들깨 잘 자라고 있나 보러 갔습니다.
이 쪽이 지난 번에 심었던 들깨들인 듯. 꽤 많이 자랐네요.
매달 다른 모습의 공방의 모습이지만 한참 더울 때의 공방의 푸르름은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수세미가 크게 자라고 작은 호박도 자라고 있지요.
미니 논의 벼도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지난 달에 태어난 병아리들이 안 보이길래 물어봤더니, 쥐들이 몇마리 잡아 먹었고 나머지 아이들은 다른 데에 입양 보냈답니다.
대신 사흘된 병아리 몇마리가 어미 곁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참 귀여웠습니다.
기온은 높고 햇살은 따가웠지만, 공방이란 공간은 따뜻한 느낌이 더 많습니다.
11시가 넘은 시간에 늦은 아침을 먹고 나니, 사모님이 오후에 올 손님에게 마당에서 딴 호박으로 속을 한 만두할 거라고 만드는 것 좀 도우라고 하십니다.
사장님과 저랑 정필이가 밀가루 반죽으로 만두피 밀었습니다. 그러면 사모님과 며느리 보라씨가 속을 넣었습니다. 태어난 지 4주 된 현동씨네 아기는 고모 팔에서 잠들어 있고요.
만들어진 만두를 맛보라고 익혀주셨습니다. 늦은 아침으로 배가 빵빵한 가운데, 맛을 안 볼수가 없엇고 만두 좋아하는 저는 또 과식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세끼나 공방에서 먹고 공방 손님이 오시는 시간에 맞추어 저와 정필이는 공방을 떠났습니다. 공방에 오랫동안 다녔지만 이렇게 밤늦게까지 있어본 것도 처음이었고, 잠도 처음 자봤네요.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저는 이번 여름 휴가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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