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음악 감상

요새 출근 길에 듣는 음악들 ...

미친도사 2013. 1. 31. 08:54

국민학교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가,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같은 반이 되었던 친구 영진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 들어가기 바로 전까지 4년간 다섯 번 만들어준 테이프를 요새 다시 꺼내 듣고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영진이가 전영혁씨가 진행하는 심야 라디오 방송을 소개해줬는데, 그로 인해 저의 음악적 관심이 많이 넓어졌죠.

학교 가면 간밤에 들은 음악 얘기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는데, 등교 길이 서로 교차하는지라 가끔 아침에 만나기도 했지요. 등교 길에 '오늘은 영진이를 만날까?'하는 기대도 있었고, 만나게 되면 괜히 기분이 좋은 하루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영진이는 턴테이블도 없으면서 나중에 들을거라면서 LP를 50장 가까이 모아뒀고,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부모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미니 전축으로 매해 크리스마스와 생일 즈음에 제 선물을 테이프에 녹음해서 주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그냥 테이프에 음악만 녹음한 것 같아 보이지만, 모두 오프닝, 곡 소개, 클로징까지 육성을 녹음해서 저만을 위한 방송을 한 것이랍니다. 전영혁씨의 심야 방송을 저도 참 즐겨 들었지만, 저보다 다양한 음악을 좋아했던 영진이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받은 테이프가 92년 초인데, 얼마 전 생일에 영진이가 페이스북으로 생일 축하 글을 남겨준 것에 이 테이프가 생각이 나서 21년만에 다시 꺼내서 요새 출근길에 듣고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전영혁씨 심야 방송 듣는 것 같은 기분도 나고, 영진이의 해설과 이야기가 아침부터 기분 좋게 만들어 줍니다. 출근길이 짧아서 매일 듣지만 오늘 아침에 네번째 테이프 막 시작할 즈음에 회사에 도착했습니다.


영진이는 음질이 나쁘다고 미안하단 말을 했지만, 좋은 음악은 음질이 아무 상관이 없네요. 라디오 녹음한 테이프를 다시 녹음한 곡들조차도 옛 생각과 함께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대학 들어간 후엔 만난 게 한두번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올해엔 한번 만나서 옛날 얘기, 사는 얘기 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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