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5.3.3. 한영애 - 세상을 깨우는 목소리 @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후기

미친도사 2015. 3. 14. 11:54



한영애란 가수의 무대를 처음 본 것은 대학교 때였다.

학교 무슨 행사였는지, 몇몇 아티스트가 학교 저 안쪽에 있는 야외 강당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기억이 나는 것은 막 가입했던 김바다가 보컬이었던 시나위와 한영애의 무대였다.


한영애의 무대는 막연히 기억나기로, 노래도 대단했지만 연극적인 퍼포먼스 또한 깊게 마음 속에 새겨져 있다.


해외 아티스트 공연은 이번 아니면 못 본다 싶어서, 열심히 챙겨보는 편이지만 국내 아티스트는 상대적으로 "덜" 열심히 챙겨본다. 그렇게 어영부영 공연을 못 본 아티스트 중 하나가 한영애이다.


얼마 전에 신보를 내고서,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금요일 코너에서 노래하는 걸 들으니 잠깐 잊었던 한영애의 공연이 봐야겠다는 마음이 다시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3월 초에 EBS 스페이스 공감에 한영애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신청하고 기다리던 2월 마지막 주말에 화요일 공연이 당첨되었다고 문자가 왔다. 오... 드디어!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의 공연은 늘 당첨이 안 되어서, 지금껏 수차례 공감 공연을 봤어도 늘 락밴드 공연만 봤는데 (그래도 좋아하거나 주목하던 밴드였음) 처음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가수 공연이 당첨되었다!!!


화요일에 퇴근하고 열심히 도곡동 EBS로 갔다. 자리는 앞에서 두 번째인데, 무대를 바라보고 왼쪽 끝이다. -_-;; 녹화하는 날이라 여기저기 카메라도 많다.



공연이 시작하는데, 무대에 기타리스트와 드러머만 올라온다. O_O 오잉?

조금 의아해 하는데, 한영애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가까이서 보니 많이 작다. ^^ 공감이라는 무대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 좋다는 얘기를 했다. 새 앨범의 곡 ‘회귀’로 시작했는데, 메인 반주는 MR로 나왔다. 스타일이 살짝 일렉트로니카 느낌이랄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영애의 노래 분위기라는 다른데, 이런 느낌도 꽤 좋다. 그런데, 노래하는 도중에 갑자기 딱 끝나길래, ‘거 묘하게 끝나네’ 싶었는데, 무슨 오류가 있었는지 중단시킨 것이었다. 다시 처음부터… 이번엔 그 묘한 리듬에 맞춰 묘한 율동을 한다. 한영애만이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묘한 느낌… 바로 이어지는 또 신곡 ‘안부’. 이 곡부터는 밴드가 전부 올라온 것 같다. 강산에가 ‘누나한테 딱 맞는 멜로디가 생각났다면서’ 작곡해준 곡이라는데 간결한 느낌의 곡이었던 강산에 느낌이 많이 난다.


이 곡 끝나고, 관객들을 일으켜 세우곤 여러분의 공연을 보고 싶다면서, 누가 춤을 제일 잘 추는지 보자면서 ‘누구 없소’를 했다. 아. 한영애의 ‘누구 없소’를 바로 코앞에서 듣는다. 곡이 너무 신나고 좋은데, 관객들이 상대적으로 좀 얌전한 듯하다. 새 앨범의 대표곡인 듯한 업템포의 ‘샤키포’가 이어진다. 경쾌한 멜로디에 한영애의 주술적인 느낌 가득한 목소리로 따라하기 좋은 주문(!) ‘샤키포’가 분위기를 좀 경직된 공연을 한결 부드럽게 만든 것 같다. 바로 이어지는 신보 수곡곡 중의 락음악 ‘크레이지 카사노바’. 제대로 듣는 건 처음인데, 무지 신난다. 한영애는 진정 락가수인 것이다!!! 크하~ 진짜 멋져!!!! 이런 노래는 큰 무대에서 들어도 완전 재밌을 것 같다. 카사노바란 인물의 자서전를 읽어보라는 얘기를 하며, 다음 곡 준비… 그런데, 자기 관객들이 넘 엄숙한 것 같다며, 살짝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


신곡 ‘바람’이란 곡인데, 생소한 정서의 곡이어서 수록을 망설였다 한다. 무대 중앙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부른 노래인데, 흡입력이 엄청나서 조용한 곡인데도 주변에서 바람이 느껴지는 듯했고 그녀의 노래하는 모습에 몰두할 수 밖에 없다. 그녀가 이 곡을 노래하는 옆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 날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이었다. 
다음 곡은 끈끈한 블루스 곡 ‘건널 수 없는 강’. 곡 시작 부분 가사 ‘손을 내밀면 잡힐 것 같이…’에서 무대 바로 앞에 있는 관객에게 손을 뻗어 잡을 듯하더니 쓰윽 손을 빼면서 밀당을 하는 듯하다. 하하. 이 곡에선 그냥 찐~한 블루스 가수다. 아으~ 밴드 연주도 죽이는 것이, 마냥 쫄깃쫄깃하다. 녹화하는 날이어서 그런지 쉬는 중간중간에 코디네이터들이 나와서 분장을 손봐준다. 머리카락이 얼굴을 좀 가린 스타일을 가리켜 한 말인 것 같은데, 자기는 머리카락이 볼을 애무해 줄 때 노래가 잘 된단다. 자기 얼굴이 둥글기도 하다는 말을 덧붙여서… ^^

신곡 ‘하루하루’. 느리고, 여백이 좀 있는 것 같은데, 풍성하게 들리는 묘한 느낌. 하~ 다음은 ‘너의 편’이란 곡. 내편 네편이 아닌, 진리는 나의 편… 이런 ‘편’이란다. 곡이 시작했는데, 조금 후에 갑자기 멈추더니 밴드 멤버 중 한 명이 ‘다시 하겠습니다~’라면서 곡을 세웠다. 무대에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 이젠 컴퓨터가 공연에 꼭 필요하다면서, 혹시나 무대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여러분(관객)이 준비를 해야 한단다. 아까부터 계속 그러는데, 무대 위의 가수만이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 역시 무대 위의 아티스트와 함께 공연을 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전에 이승철 공연에서, ‘여러분은 한 명의 공연을 보고 있지만, 난 여러분 모두의 공연을 본다’고 했던 말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바로 이어지는 곡은 바로 ‘조율’… 이 곡은 예전엔 그리 좋은 줄 몰랐다가, 수년 전 나가수에서 JK 김동욱이 부른 걸 듣고 다시 원곡을 찾아 듣고 좋아지게 된 곡이다.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 후렴구 열심히 따라 부른다. 아~ 뭉클하다.

멤버들 소개하고 정규 순서를 마치려는데, 관객들이 앙코르를 연호하며 박수를 친다!!! 들어가는 척하다가 다시 무대 중앙으로 돌아왔는데, 뭔가 문제가 있었는지 스탭이랑 건반 주자가 뭔가 의논을 한다. 녹화 방송인데, 무대 뒤쪽에서 문제가 있었나 보다. 몇 곡을 다시 해야할 것 같다고 한다. 아싸!!! 맥빠지지 않냐는데, 몇 곡 더 들을 수 있는데 얼마나 좋아! 샤키포 이런 거 하면 다 일어서서 다시 해주실 거냐는데, 당연하지!!! 자기는 공연하면서 어지간하면 실수해도 다시 안 해서, 다시하는 걸 잘 못한단다. 다시 하는 첫 곡은 ‘바람’. 아~ 다시 들어도 좋다. 다음은 앙코르 곡을 먼저 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부르는 곡으로 신나게 놀고 가자고 한다.

앙코르로 다시 무대에 등장하는 것처럼 하자, 관객들은 앙코르를 연호하면서 함께 박자 맞춰준다. 앙코르 곡으로 부른 노래는 그녀의 솔로 데뷰곡인 ‘여울목’. 마지막으로, ‘한바탕 놀다 가죠, 여러분의 공연을 기대하겠다’면서 다시 하는 곡은 무려 ‘누구 없소’. 아까보다 관객들의 반응이 한결 적극적이다. 이제 분위기에 익숙해진 듯. 신난다, 신나~ 이렇게 예정 시간보다 오래 한영애의 공감 무대가 끝났다. 보통 EBS 스페이스 공감이 1시간 살짝 넘기는 정도의 시간의 공연을 하기 마련인데, 몇 곡이 기술상의 (관객들은 알 수 없는) 문제점으로 삑사리나면서 다시 하게 되어서, 1시간 20분 가량이 되었고 좋은 곡들을 두 번 듣는 별난 경험도 하게 되었다. 한영애의 매력, 아니 마력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녀의 무대에서 완성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공연이었다. 거장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공연 후에 사인회 시간은 없었다. 그래도, 신보 판매를 하고 있어서 하나 사서 요새 종종 듣는 중이다. 방송은 4월달에 나올 것 같다. 아~ 빨리 방송으로 다시 보고 싶다! 

프로그램 (2015.03.03)
  1. 01. 회귀
  2. 02. 안부
  3. 03. 누구 없소
  4. 04. 샤키포
  5. 05. 크레이지 카사노바
  6. 06. 바람
  7. 07. 건널 수 없는 강
  8. 08. 하루하루
  9. 09. 너의 편
  10. 10. 조율
  11. 11. 여울목


공연 사진 몇 장은 EBS 스페이스 공감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네요.

http://www.ebs.co.kr/space/program/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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