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5.08.07.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1일차; Scorpions

미친도사 2015. 8. 27. 23:00

이번 펜타포트 락페를 볼 결정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첫날의 헤드라이너인 스콜피온스 때문이었습니다.

저먼 메탈(German Metal)의 선두 주자이자 아직까지도 대표 밴드라 할 수 있고, 수많은 히트곡을 갖고 있는 노장 밴드지요.


밴드 결성만 두고 본다면 올해가 무려 결성 50주년이랍니다. 루돌프와 마이클 쉥커 형제가 밴드 만든 것이 1965년이라네요. 허허.

1집 발매를 두고 본다고 해도 43년째인 진짜 오래된 밴드지요. 우리나라에도 수차례 왔는데, 제가 한번도 못 봤어요.


1960년대부터 기타의 루돌프 쉥커(Rudolf Schenker)와 보컬의 클라우스 마이네(Klaus Meine)가 함께 하고 있고, 1978년부터 리드 기타로 마티아스 얍스(Matthias Jabs)가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지요. 드러머 제임스 코탁(James Kottak)도 1996년에 합류했으니 꽤나 오래 함께 하고 있는 편이고, 현 베이시스트가 2004년에 합류했네요.


이 밴드는 우리나라에선 80년대에 Holiday, Always Somewhere, Still Loving You 같은 발라드 곡으로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멋진 락음악을 주로 하는 락밴드죠. 조용한 발라드 한 곡 믿고 샀다가 시끄러운 음악에 경악을 한다는 대표적인 밴드일 겁니다. 1980년대까지의 수많은 히트곡들이 거의 다 기타리스트 루돌프 쉥커 작곡인데, 정말 세계 최고의 멜로디 메이커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여간, 그들이 다시 한국에 왔습니다.

현재 라인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Rudolf Schenker — Rhythm & Lead Guitars, Lead & Backing Vocals (1965–Present)

Klaus Meine — Lead Vocals, Guitars, Tambourine (1969–Present)

Matthias Jabs — Lead & Rhythm Guitars, Backing Vocals (1978–Present)

James Kottak — Drums, Backing Vocals (1996–Present)

PaweŁ Mąciwoda — Bass, Backing Vocals (2004–Present)


이번 투어가 시작할 즈음에 고별 투어라는 얘기가 있어서 이번엔 꼭 봐야겠다 싶더군요. 그들의 공연을 한번도 못 보고 이별할 수는 없을 것 같았거든요. 공연 전날인 목요일 저녁에 라디오를 켰는데, 휴가간 배철수 대타로 자우림의 김윤아가 진행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스콜피온스의 3인이 나왔어요. 와우! 루돌프 쉥커, 클라우스 마이네, 마티아스 얍스. 진짜 반갑더군요. 이런 저런 얘기 다 즐거웠지만, 마지막에 고별 투어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이번 투어를 하면서 아직은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는 말에 혼자 박수치고 좋아했습니다. 아싸!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1일차의 스콜피온스의 공연 이전까지 이야기는 아래 링크 참고하세요.

2015/08/09 - [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 2015.08.07.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1일차; 옐로우몬스터즈, The Used & 김창완 밴드

 

김창완 밴드의 무대가 끝나고 그 자리에서 쉬는데,락음악 카페에서 알게 된 권모씨가 아들과 어슬렁거리는 것을 포착하고 인사 나눴어요. 올 초에 아치 에너미 공연장에서 만나고 또 공연장에서 만났습니다. 저는 저쪽 넥스트 무대 안 가고 이 앞에서 죽치고 있을 줄 알았답니다. 풉. 제가 평소에 페이스북 같은 곳에서 보이는 이미지가 그랬나 봅니다. 하하. 이 분은 어린 아들과 함께 다시 어슬렁. 넥스트 무대도 보고 싶긴 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제가 넥스트 음악을 그리 많이 아는 것 같지 않아서 그냥 쉬기로 했지요.


해가 진 공연장 주변을 둘러보니 공연장의 사운드 콘솔 및 조명을 무대를 바라보고 타워를 만들어 꾸며놨습니다. 밤이 되니 아주 멋집니다.



그리고, 스콜피온스의 무대는 앞선 다른 팀들보다 무대를 더 넓게 쓰는 것 같습니다. 무대 뒤쪽이 솟아 오르고, 그 위에 드럼셋이 놓여있고요, 스크린도 분할되어 더 많은 영상을 보여줄 수 있나 봅니다.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몰리는데, 오우~ 이건 앞선 공연들보다 확실히 많습니다. 관객들의 연령층도 확! 높아집니다. 제 옆에는 부자지간인 듯한 분들도 계시더군요.



앞선 공연들은 스케줄에 표시된 시간에 바로바로 공연이 시작했는데, 스콜피온스 공연은 정각이 되어도 시작하지 않더군요. 조마조마. 한 5분 늦게 시작한 것 같습니다.


배경 음악이 흐르다 갑자기 터져 나오는 사이렌 소리에 묻히더니 신보 Return To Forever의 첫 곡인 Going Out With A Bang.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우워!!!!



시작부터 그냥 압도적입니다. 무대 왼쪽부터 베이시스트, 루돌프 쉥커, 클라우스 마이네, 마티아스 얍스 순으로 서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스콜피온스 멤버들의 복장 그대로입니다. 우워!!! 큰 키에 깁슨 플라잉V를 메고 있는 루돌프 쉥커, 번개 모양 기타의 야구 모자 같은 것 쓴 마티아스 얍스, 그리고 베레모 같은 거 쓴 클라우스 마이네... 아~

시작 당시엔 사운드가 살짝 언밸런스하지만, 금방 정리된 것 같습니다. 신곡이라 많이 익숙한 곡은 아니지만, 첫 곡으로 현장을 압도하기에 충분히 박력 있습니다. 스콜피온스는 늘 신보가 기대한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우리말) 안녕하시(?)요, 코리아~"


짧게 인사 날리고는 익숙한 전주가 나옵니다. Make It Real... 아마도 이 때 무대 배경은 태극기가 휘날리는 배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루돌프와 마티아스가 함께 등을 맞대고 연주하는 모습이 이리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아으~



"(영어) 우리 다시 돌아왔다, 코리아~. 10번째 펜타포트 페스티벌이란다. 뭐라 할 수 있겠냐. 축하한다~ (우리말) 축하합니다~"


오우, 우리말 꽤나 연습하셨나봐. 그러면서 바로 이어지는 "자자자자자자~자자자~ 자자~ 자자자자자자~ 자자자~ 자자~" The Zoo!!!

반가워서 저 혼자 인트로 부분을 큰 소리로 '빰빰'거리며 외쳤습니다. 이 곡의 큰 특징 중 하나인 중간에 마티아스가 입에 호스 물고 소리내는 토크박스라는 이펙터로 솔로도 한참 했습니다.



그리곤, 이들의 대표 연주곡 Coast To Coast. 캬오~ 이 곡이 이렇게나 반가울 줄 몰랐습니다. 아마도 제가 처음으로 산 이들의 앨범이 오아시스에서 나온 금지곡에 표지까지 바뀌어서 나온 Lovedrive(1979)여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대 뒤의 스크린에 큰 플라잉V 기타 그림이 나오고 루돌 프쉥커만 무대 앞에서 연주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드럼 옆의 무대 위쪽으로 올라가서 연주를 하기 시작합니다. 아~ 루돌프 쉥커 너무 멋집니다. 멤버들이 하나둘씩 무대 아래로 내려오더니, 클라우스까지 기타 들고 무대 앞에 나와서 네 명(베이스 + (3) 기타)이서 기타 연주하는 장관이 눈앞에서 펼쳐집니다. 음반에선 잘 못 느꼈는데, 기타 멜로디도 참 좋은데 드럼 소리가 아주 찰진 것이 기가 막히더군요. 라이브에서 그것도 스콜피온스 같은 밴드가 연주곡을 당당히 셋리스트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고, 그 곡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대단히 좋았던 것도 놀라웠습니다.



"(우리말) 감사합니다~ (영어) 1965년에 밴드를 만들어서 어쩌고 저쩌고, 70년대로 돌아가서 어쩌고 저쩌고..."

이런 설명과 함께 초기 작품들의 메들리(Top Of The Bill / Steamrock Fever / Speedy's Coming / Catch Your Train)가 이어졌습니다. 제겐 Speedy's Coming 빼곤 좀 덜 익숙한 곡들인데, 조금 더 직선적인 느낌인 것이 예전 앨범들 곡도 다시 좀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이 많은 70년대 말 Lovedrive 앨범 이후의 곡들보단 좀 거친 듯하지만,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들어도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이 때엔 배경이 아래쪽은 스피커를 빽빽하게 배열한 그림에 위쪽은 스콜피온스 로고 주변이 아주 알록달록 예쁘게 변화했습니다.



70년대에서 갑자기 2015년으로 돌아왔습니다. 신보의 첫 싱글인 We Built This House를 하네요. 뮤직 비디오인 듯한 영상이 배경으로 나고 곡은 스콜피온스스러운 멜로딕했는데, 따라부르기 쉬운 '오오오~오오~오오오~~'하는 부분이 있어 생소한 곡이어도 관객들이 잘 따라불러 분위기를 계속 상승시키네요. 뮤직 비디오에 메가데스(Megadeth)의 데이브 머스테인(Dave Mustaine)처럼 생긴 사람이 나와서 오옷~!했는데, 집에 와서 다시 찾아보니 닮은 사람이었나 봅니다. 흐흐.



이 곡이 끝나곤 마티아스 얍스의 솔로가 잠깐 있었습니다. 이 때엔 제 3의 인물이 리듬 기타를 쳤습니다. 누구지? 흠...


잔뜩 들뜬 분위기를 어쿠스틱 곡으로 잠시 숨을 돌리려나 봅니다. 두 기타리스트 모두 자기의 대표 기타 모양을 한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나왔습니다. 루돌프 쉥커의 V형, 마티아스 얍스의 번개 모양의 어쿠스틱 기타. 두 기타 모두 어쿠스틱 기타와는 좀 안 어울리긴 합니다. 루돌프 쉥커의 동생 마이클 쉥커는 어쿠스틱 기타는 일반 둥근 디자인에 V자 무늬를 넣었는데, 형인 루돌프쉥커는 아예 V형 어쿠스틱 기타입니다.



1979년 앨범 Lovedrive 수록곡 Always Somewhere로 시작합니다. 햐, 이 노래를 듣게 되다니. 짧게 마치고 바로 신보에서의 Eye Of The Storm란 곡을 합니다. 좋긴 합니다만, 그들의 대표 발라드 곡들보단 덜 인상적이네요. 그리곤, 1990년 앨범 Crazy World 수록곡, Send Me An Angel이 이어집니다. 이 노래도 후렴부가 따라 부르기 좋네요. 비교적 최근 곡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노래도 벌써 25년 전 곡이군요. 어쿠스틱 기타들을 들여보내길래 락 넘버를 할 줄 알았는데, 녹음된 듯한 휘파람 소리가 나옵니다. 헛. Wind Of Change다! 그러더니, 바로 클라우스마이네가 직접 그 오프닝 휘파람을 붑니다. 오~ 진짜 잘 붑니다. 짱 멋있다. 멤버들이 서있는 바로 뒤의 배경은 베를린 장벽을 의미하는 듯한 벽 그림이 보여집니다. 인기 있던 곡이어서 그런지 분위기 좋습니다.



이어지는 곡은 빠른 곡인데, 신보 수록곡 Rock'n'Roll Band. 빠른 템포 곡이어서 관객들 방방 뛰고 소리 지르고... 신난다~신나! 새로운 앨범 투어답게 새 앨범 곡들도 적당히 넣어서 구성한 셋리스트가 꽤나 좋습니다. 후렴구가 단순하게 Rock'n'Roll Band여서 따라하기도 좋습니다. 목터져라 외쳤습니다. 바로 빠른 곡이 이어졌는데, 상당히 직선적인 곡 Dynamite! 이 날 공연에서 클라우스 마이네 목소리가 이 곡에서 최고였지 않나 싶었고, 제일 놀란 곡이었습니다. 그냥 쭉쭉 뻗어내는데, 속이 다 후련합니다. 이 곡이 이렇게 신나고 멋진 곡이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최고였습니다.



짧게 연주곡을 하고는 드럼 솔로로 넘어갔습니다. 현 드러머 제임스 코탁도 스콜피온스에서 꽤나 오래 함께 하고 있는데, 타이트하면서도 찰진 드럼 연주가 나이가 많은 스콜피온스에 큰 에너지를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드럼 솔로에서 적절히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면서 진행해나가는 모습이 스콜피온스 드러머할 만하다 싶었습니다. 중간에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한박자 한박자마다 스콜피온스의 앨범들이 배경에 나오면서, 최근 앨범인 Return To Forever까지 꽉 채워지는 것에서 스콜피온스의 역사를 한번 훑어주는 배경 화면 구성도 참 좋았습니다. '한국에 다시 와서 좋다(Great)!'라고 외치더니 Led Zeppelin의 Rock'n'Roll의 앞부분인 듯한 부분을 연주하다가 속도감 있는 드러밍으로 드럼 솔로를 마쳤습니다.


정말 스콜피온스의 저 야시시한 표지들은 학생 시절에 너무나도 사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었지요. 국내엔 다 다른 표지로 발매...


드럼 솔로 이후에 사이렌 소리가 울리더니 Blackout이 시작합니다. 콧소리 가득한 클라우스 마이네 목소리에 맞춰 죽어라 외쳤습니다! Blackout!!! 주위에 저만큼 난리 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다들 즐거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곡에서 마티아스 얍스가 전면에 나서서 연주를 했었는데, 루돌프 쉥커가 전면에서 나서서 연주를 시작하더니 나오는 곡은 Big City Nights. 아, 이 노래는 정말 이 분위기에 딱 맞는 거야. 더운 8월 초의 불금에 더 이상 어울릴 수 있을까 싶습니다. 정말 스콜피온스가 연주하는 이 곡을 함께 부르고 뛰고 있자니 행복합니다. 저기 저 루돌프 쉥커는 너무나도 멋진 겁니다. 후반부에 관객들에게 Big City Nights를 부르게 하는 부분에선 목소리가 안 나오려고 하는데, 안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꽥꽥!



하, Big City Nights가 정규 순서의 마지막이었나 봅니다. 멤버들 모두 정말 끝내 듯이 인사하고 들어갑니다. 한참 있다가 클라우스 마이네는 태극기들 들고, 제임스 코탁은 스콜피온스 깃발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하하하.



그리곤, '(우리말) 사랑합니다~ (영어) 우린 여전히 여러분을 사랑합니다~'라면서 너무나도 유명하고 아름다운 Still Loving You의 전주가 시작합니다. 아~ 정말로 정말로 이 곡을 듣는구나. 이 곡을 알게된 지 28년 정도 만에 듣습니다. 루돌프와 클라우스는 나이가 70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CD에서 듣는 것처럼 연주하고 노래합니다. 아니 더 잘 합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루돌프 쉥커는 락 역사상 가장 뛰어난 멜로디 메이커 중 하나임을 여실히 보여준 곡이라 생각합니다. 후~


마지막 곡으론 그들의 또 하나의 대표곡, Rock You Like a Hurricane!!! 시작과 함께 관객들은 '어이! 어이! 어이!'을 외쳤습니다. Here I Am~ Rock You Like a Hurricane! 이게 공연이 끝날 분위기가 아닙니다. 밤 11시가 막 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에너지가 계속 상승 중입니다. 끝내고 싶지 않았지만, 마지막 곡임을 아는지라 그냥 죽어라 소리 질렀습니다. 아~ 숨넘어간다... 곡이 끝날 즈음엔 루돌프 쉥커가 팔을 휘저으면서 풍차(?) 피킹을 하면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꺄악! 너무 멋있어!!!!!


멤버들이 모두 인사하는데, 정말 뿌듯함과 행복감에 가슴이 벅찹니다. 흑흑.



멤버들도 꽤나 긴 시간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해주었는데, 루돌프 쉥커가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할 때엔 너무 좋아서 혼자 '쉥커~!!!!'를 크게 외치기도 했습니다. 흐흐. 제가 다시 락음악 공연에 열광하게 된 것이 2008년 8월의 마이클 쉥커였는데, 그 정점을 그의 형인 루돌프 쉥커가 2015년 8월에 찍어주시는군요.


공연 전체적으로 클라우스 마이네의 목소리는 갈수록 목이 풀리는지 좋아졌습니다. 그 작은 체구에서 터져나오는 노래는 최고였습니다. 마티아스 얍스는 친근한 아저씨 느낌으로 연신 웃는 모습이 참 좋았고요, 큰 키에 짧은 백발의 루돌프 쉥커는 제가 기대했던 이상으로 멋있었습니다. 제 시선의 50%는 루돌프 쉥커에게 가 있었을 거에요. 드러머 제임스 코탁 역시 귀에 짝짝 붙는 드럼 사운드에 역동적인 무대 매너로 재미도 함께 주었습니다. 베이시스트는 아주 튀지는 않았지만, 멜로딕한 스콜피온스 곡들에 최적의 연주였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스콜피온스의 공연이 끝이 났습니다.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의 1일차 헤드라이너 순서가 끝이 난 것이기도 했고요. 스콜피온스는 어디서 읽은 글마냥, 헤드라이너는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것 같습니다. 70-80년대 락팬부터 젊은 락팬들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밴드임을 증명해 보이더군요. 자칫 ‘나이가 많아서 맛이 갔을 거야’라고 지레짐작하고 공연 보기를 거부한 왕년 스콜피온스 팬들은 큰 실수 한 겁니다.


언젠가부터 오래된 밴드가 아직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 몸이 무척 좋다는 걸 알게 됩니다. 체력이 되어야 라이브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다른 파트는 모르겠지만, 보컬은 정말 나이가 들면 어려울 텐데, 클라우스 마이네 특유의 콧소리 많이 섞인 고음이 60대 후반인 지금까지도 건재한 것에선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비록 나이는 많지만 건장한 체격으로 한시간 반동안 주구장창 연주하는 모습은 절로 그들의 팬이 되게 하기에 충분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들의 은퇴는 한 5년쯤 후에 생각해봐도 괜찮지 않나 싶을 정도로 에너지 가득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펜타포트 1일차의 저녁 공연들을 쭉 보면서, 참 진행을 잘한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은 장소가 여유롭고, 진행 요원들이 여기저기 있으면서도 공연에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자칫 쓰레기가 넘치는 행사장이 되기 십상인데 쓰레기통도 여기저기 많이 보이고 수시로 비우는 등 행사장 전체적으로 참으로 깨끗하다는 느낌이 있어 참 좋았습니다. 1999년 트라이포트 락페부터 시작해서 현재 국내 락페 중엔 제일 오래된 행사여서 그 간의 노하우가 많이 쌓인 이유겠지요. 가장 걱정이었던 주차 공간도 충분해서 라인업이 좋다면 내년에도 또 와보고 싶어지더군요.


더운 여름에 일곱 시간 이상 공연장에 있어서 몸은 힘들었지만 더 많은 에너지를 얻어서 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11시부터 하는 디아블로의 공연도 보고 싶었는데, 스콜피온스 공연에서 진을 다 빼서 서 있을 힘도 없더군요. 이래저래 집에 오니 새벽 1시...


정말 즐거운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서의 하루였습니다.


[Set List]

1. Going Out With a Bang 

2. Make It Real 

3. The Zoo 

4. Coast to Coast 

5. Top of the Bill / Steamrock Fever / Speedy's Coming / Catch Your Train 


6. We Built This House 

7. Delicate Dance 

8. Always Somewhere / Eye of the Storm / Send Me an Angel 

9. Wind of Change 

10. Rock 'N' Roll Band 


11. Dynamite 

12. In The Line Of Fire 

13. Kottak Attack 

14. Blackout 

15. Big City Nights 


Encore:

16. Still Loving You 

17. Rock You Like a Hurric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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