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6.02.12. MIKA @ 잠실 실내 체육관

미친도사 2016. 2. 22. 21:05


이번에도 공연 끝나고 열흘이나 지나서 후기 완성... 내용 무지 기니까 준비하시고...



MIKA(미카)는 현재 활동 중인 팝가수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 중 하나이다.

세상에 자신을 알린 Grace Kelly 때부터 좋아했는데, 유난히 한국을 좋아하는 가수로도 알려져 있다.

2집 발표 후에 했던 2010년도의 두번째 내한 공연에 우리 부부가 갔었는데, 노래도 잘 하고, 신나는 분위기에 관객들의 떼창과 이벤트로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연이 너무나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2010/06/23 - [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 2010.06.12. MIKA @ Olympic Hall


그 이후로도 수차례 내한 공연을 했는데, 못 보았다가 이번 내한 공연을 보게 되었다.

최근에 팝음악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에게 미카 내한공연을 언급했었는데, 아무 말 없다가 공연을 얼마 안 남겨두고 '다음 주 미카 공연이네...' 했더니 규영이가 보고 싶다는 거다. 흠... 그래서, 얼마 남지 않은 자리를 고르다가 '스탠딩 공연으로 볼래?' 했더니 해보고 싶단다. 금액이 좀 나가지만, 미카 공연은 스탠딩 공연으로 보면 훨씬 더 신날 것임을 확신하기에 큰 맘 먹고 구입했다. 일단 두 장을 구입했는데, 스탠딩 공연이 별로 맘에 안 드는 세영이는 막판까지 재다가 안 가기로 결정. 결국엔 내가 규영이랑 공연을 보기로 했다. 


우리 자리는 F3 구역. 여러번 공연 다니면서 스탠딩으로는 F3 정도가 편하게 볼 수 있는 구역이라 판단해서이다.


잠실 실내체육관이라는데, 차를 끌고 가서 탄천 주차장에 세워두고 공연장까지 걸어갔다. 도착했더니 제일 첫번째 스탠딩 구역 입장이 시작되었다. 헉. 서둘러서 표를 받고 팔찌 발급받아서 줄을 섰다.



일단 여자 관객이 절대적으로 많다. 그런데, 이제 규영이가 키가 훌쩍 커져서 165cm 정도 되는데, 어지간한 여자 관객들에 비해 작지 않더라. 살짝 흥분하고 긴장한 듯 말이 적어진 규영이.



입장해서 보니 스탠딩 구역에 이렇게 사람 많은 것은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난 젊은이들 사이에서 뛰기엔 벅차니까 사운드 콘솔 구역의 펜스에 기대서 보기로 하고, 규영이는 앞에 나가서 보기로 했다. 공연장이 이렇게 꽉 찬 것도 참 오래간만이네.



입장해서 서 있는데, 우리 옆에 있는 아가씨 둘이 규영이에게 말을 걸면서 이벤트 용품 있냐고 묻는다. 없다니까, 팬클럽에서 준비한 듯한 이벤트 용품을 규영이에게 나눠줬다. 우왓! 규영이가 이벤트를 함께 하고 싶어 혼자 인터넷 뒤져서 준비물을 조사해서 챙겨오려 했는데 못 구해서 그냥 와서 아쉽다 그랬는데, 이런 횡재가!!! 규영이 공연 시작도 하기 전에 흥분 지주 막 상승.



무대는 커튼이 쳐져 있고, 그 앞에 피아노 하나가 덩그라니 놓여져 있었다. 흠. 전날 부산 공연 셋리스트를 보니 첫 곡에서 피아노로 시작하려나 보다. 무대가 어두워지고 미카가 관중들의 환호 속에 커튼 앞으로 등장하면서 바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면서 노래 시작. 규영이에게 앞쪽으로 나가보라 하지만 아직 주저하는 모습.


첫 곡은 Porcelain이란 잔잔한 곡. 2015년 4집 신보에 수록된 곡인데, 미카의 피아노가 메인이고, 드럼과 베이스가 잔잔하게 커튼 뒤에서 연주되다가 미카의 피아노에 점점 박력이 가해지면서 다른 악기들이 힘이 붙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아~ 시작부터 재밌을 조짐이 보인다. 와~~~~



'Good evening, Seoul'이란 짤막한 인사와 함께 바로 다음 곡 이어진다. 아직 무대엔 커튼이 있고, 미카는 그 앞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한다. 1집 수록곡 My Interpretation이란 곡인데, 관객들의 떼창 시작. 이 곡에서 커튼이 내려가려나? 이 곡은 그리 유명했던 곡 아닌데, 오래된 곡이라 그런지 반응이 좋네. 분위기 상승 중!!! 미카가 뭐라고 했는데 환호성에 잘 안 들린다.



그러면서 다음 곡으로 이어진다. 이번엔 신곡 중에 싱글로도 나와서 인기 있는 곡 Talk about You. 이 곡에서 팬클럽에서 준비한 이벤트가 있는데, 아직 무대는 커튼은 쳐져 있다. 서서 무대를 돌아다니는 미카. 키 정말 크다. 메인 후렴구에서 팬클럽에서 준비한 종이리본 던지기. 캬오~ 뒤에서 보니 장관이다. 미카도 활짝 웃으며 노래한다. "So good to be back to Seoul~" 관객들에게 노래하라 그러고, 자기는 반주했던 것 같다. 하하. 저 무대에서 보면 이 관객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규영이도 방방 뛰면서 잘 놀고 있다. 이 곡 중간부터 커튼이 내려간 것 같다.


팬들이 준비한 종이 리본이 여기저기서 날리는 중인 Talk about You. (앞에 키 큰 사람 좀 거슬림)


Talk about You 끝날 즈음인 것 같으데, 피아노에서 색종이가 펑~하고 하늘로 솟구침과 함께 커튼이 걷히고 무대가 열렸다.



피아노로 장난스럽게 연주 좀 하더니, 그의 데뷰곡 Grace Kelly의 전주가 나온다. 관객들의 큰 박수 소리. 이 곡은 관객들이 처음부터 다 따라부를 기세다. 이번 공연엔 코러스 전담이 없고 밴드 멤버들이 코러스를 하는데, 별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관객들의 코러스가 엄청나다. 나도 얌전히 보려했는데, 흔들흔들. 규영이는 저 앞에서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방방 뛰고 있다. 하하. 너무 귀여워!!! 막판에는 관객들의 환호성을 지휘하면서 마무리. 하하. 재밌어, 재밌어!!! 내 주변에 관객들은 미카를 잘 몰랐던 이도 있었는지 잘 생겼네 어쩌네 하면서 재밌다고 좋아한다.



다음 곡은 신보 수록곡 Good Wife. 좀 생소한 신보 곡이지만, 멜로디 좋고 귀에 쏙쏙 박히는 것이 미카 곡답다. 이 관객들은 신보여도 떼창에 차이가 없다. 오호~



바로 교회 오르간 소리가 나오면서 독백에 이어지는 흥겨운 기타 소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Big Girl (You are Beautiful). 역시 인기곡이라 전 곡 다 따라 부를 기세다. 편곡이 살짝 다르지만, 흥겨움은 여전하다. 나도 소리를 안 지를 수가 없네.뚱뚱한 여자와 춤을 추는 듯한 포즈를 취하면서 관객들에게 자기 따라 노래 부르게 한다.  2010년도 공연에선 무대 근처에서 대형 풍선이 올라왔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은 없었지만 한결 여유로워진 무대가 흥을 멈출 수 없게 하네. 하~


이 곡 끝나고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규영이는 잠바 입고 있다가 더운지 벗어서 안고 있길래 내가 받아서 자리 근처에 두고 맘껏 놀아보라 했다. 다음 곡도 피아노로 시작했는데, 정말 피아노 감칠맛 나게 잘 친다. 불어로 된 노래인데, 후렴구인 Boum Boum Boum은 따라 할 수 있어 관객들도 열심히 따라 부른다. 이 곡의 가사는 불어여서 알 수 없지만, 그 느낌이 묘하게 관능적인 것이 매력적이다. 연주가 쫄깃쫄깃한 것이 참 좋네. 막판엔 관객들을 조용히 시키더니 자기 심장 소리를 들어보라는 듯하며, 아주 작은 피아노, 베이스, 퍼커션 소리를 들려주다가 한두번씩 큰 탐탐 소리를 들려주는데, 그 박자에 맞춰 관객들은 붐붐붐을 부른다. 햐~ 재밌어.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어보라는 시늉 중인 미카...


또, 새 앨범 곡인데 이건 뭐 시작부터 다 따라부르네. Good Guys. 흥겨움 멜로디 위에 살짝 경건한 느낌이 드는 묘한 곡이네. 이 곡에서였나? 관객들이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켜서 흔들면서 불렀던 것 같다. 중간에 반주는 최소화하며 미카와 관객들만 함께 부르는 부분은 참으로 멋진 모습이었다. 무대 쪽 조명도 다 끄고 관객들의 플래시만으로 무대를 비추기도 했었다.



이 곡 끝나고였나, 무대 앞쪽 한 아가씨가 'I Love You'라고 비명처럼 질렀더니, 관객들이 웃으니 미카가 '우리 대화중이다. 당신 이름이 뭐냐?'

'(비명처럼 질러서) 꽥꽥'.

'(관객들 조용히 시키면서) 당신 이름이 뭐냐?'

'희나!'

'희나, 이 곡은 당신을 위한 겁니다'라고 하자 난리 났다. 캬악~ 하하하.


그러면서 시작한 곡은 어떤 곡인지는 모르겠지만, 피아노 반주에 관객들 보고 박자 맞춰 '봄~'을 부르게 하더니 그 곡은 이내 익숙한 반주로 이어진다. 1집 수록곡 Relax, Take It Easy. 반갑다. 아주 반갑다. 그리고 신난다. 아주 신난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면서 곡을 즐긴다. 노래가 귀에 쏙쏙 꽂히는구나.



내가 1, 2집은 정말 많이 들었는데, 3집 Origin of Love는 그리 많이 듣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어진 3집의 타이틀 곡 Origin of Love는 오~ 아주 멋지다. 살짝 힘을 뺀 듯이 시작했다가 Origin of Love란 관객들이 부르는 후렴구 부분에선 웅장함이 고조되면서 흥겨움, 웅장함이 곡 전체에서 아주 다이나믹하게 오르내리는 것이 완전 멋지다. 관객들의 코러스에 미카의 노래. 더 이상 멋질 수가 있을까. 미카는 꼭 우리나라 라이브를 정식으로 앨범으로 내야 할 것이야!


다음 곡 역시 내겐 들어는 봤지만, 그닥 익숙하지 않은 3집 수록곡 Under Water. 조용한 곡인데 다함께 부르는 후렴구인 Under Water는 아~ 이 뭐라 설명하기 힘든 분위기. 관객들의 플래시 조명으로 공연장 전체가 하얗게 반짝였던 것 같다. 멋지다. 하~ 미카가 무대 아래로 잠시 내려가더니 누군가의 전화기를 들고 올라와서는, 여러분은 하늘의 별이라면서 '(한국어) 내 손의 빛을 따라해 주세요'라며 관객들보고 자기 손따라 폰을 따라 흔들라면서 오르락내리락 숨겼다 갑자기 내놓다가 하며 장난을 친다. 이 때 공연장 전체에 조명을 꺼서 관객의 빛으로만 밝혀졌던 것 같다. 몇차례 Under Water를 부르게 하더니 다 함께 가장 크게 불러보란다. 지금까지도 큰 소리였지만, 더 큰 소리로 노래하는 관객들의 코러스로 곡을 마무리했다. 아~ 완전 3집의 재발견이야. 다시 제대로 들어봐야겠다.


관객들의 스마트폰 조명만으로 밝혀진 무대


흥겨운 기타 소리로 시작한 노래는 신보 중에서 Staring at the Sun. 오~ 이거 신나는데~ 그런데 무대에서 미카가 사라졌다. 어디 갔지? 싶었는데 갑자기 스탠딩석을 구분하는 통로 사이에서 미카 머리가 쑥 나오는 게 아닌가?



스탠딩 석 3개의 구역이 만나는 지점(나도 미카 표정이 다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펜스의 발판에 올라서서 노래하고 있다. 우리 구역 관객들은 다들 앞으로 몰려간다. 규영이도 밀려갔는지 앞으로 달려갔는지 모르겠지만 안 보인다. 앗. 잠깐 걱정하다가 잘 놀고 있겠지 싶어 다시 나혼자 놀기 시작. 미카는 통로를 좌우로도 옮겨다니면서 노래한다. 분위기 죽인다~~~!!! 엄청 신나!!! 곡이 끝나고 보니 주변 사람들이 많이 바뀌어 있다. 풉. 규영인 내 시야 밖으로 벗어났고 내 앞쪽에 있던 키 큰 남자도 내 시야에서 많이 벗어났다. 캬캬캬. 좋아좋아.



다음은 미카의 피아노 옆에 밴드 멤버들이 모여 피아노를 두드리며 (건반 말고 껍데기) '우우~'거리며 관객들과 함께 노래한다. 그러면서 시작하는 피아노 연주는 익숙한 듯한 멜로디. 멤버들은 여전히 피아노를 드드리며 노래가 시작했다. 1집의 신나는 곡 Lollipop. 팬클럽에서 공동 제작한 듯한 막대사탕 모양의 조명이 여기저기서 춤을 춘다. 피아노 두드리기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노래가 시작했는데 원곡과는 많이 다른 편곡이지만 재밌다, 재밌어!!! 그래도 조금만 더 길게 해주지. 살짝 아쉽네.



살짝 생소한 것이 신보 노래. Promiseland란 곡인데 이것조차도 좋다! 중간중간 살짝 강렬한 기타 소리에 힘있는 리듬이 속이 후련하다.


다음 곡에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더니, 'Nice piano, poor piano'라더니 갑자기 '(우리말로) 불쌍한 피아노'란다. 하하하. 때리고, 짓밟고 그런단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곡은 Happy Ending. 아~ 뭉클하다. 관객들은 다 따라부르는구나. 미카 곡들이 대개 기승전결이 확연하긴 한데, 이 곡은 정말 클라이막스로 올라가는 그 흐름이 정말 좋다. 분위기 정리하는 데 딱 좋네. 너무 과하지 않고 적당하게 차분하게 만든다. 아까는 안 보이다가 내 근처로 온 아가씨 둘은 서로 마주보며 난리다.


흥겨운 피아노 연주로 시작한 분위기를 다시 달굴 기세다. 이번에도 불어 노래. Elle Me Dit. 전에 미카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들은 불어노래조차도 다 따라 부르더라고 했던 곡이다. 뭐라는 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따라 부르는 이들이 상당하다. 이 곡은 Emily라는 영어 제목 노래도 있는데 불어 노래가 더 유명한 듯. 이 노래는 미카가 무대에서 누워서 한참 불렀다.



중반부터의 베이스 드럼의 킥이 강하게 나오면서 후렴구 부분이 춤이 절로 춰진다. 관객들도 들썩들썩, 나도 들썩들썩. 겨울 공연에 땀나면서 후끈거릴 거라 생각 못 했는데 후끈후끈. 신난다~~~~~ 신나~ 와우! 미카가 무대 중앙에 무릎꿇고 노래하면서 기타와 베이스를 자기 옆에 같이 무릎 꿇게 하고 연주하는 부분에선 관객들도 다같이 박수로 신나는 연주에 박자를 맞췄다. 각 파트별로 짤막한 솔로 타임~! 기타, 베이스, 드럼, 퍼커션, 건반 각 1명씩인데도 충분히 꽉찬 연주! 좋다, 좋아! 라이브는 이래야지!!!



또 피아노로 시작하는데, 뭐지?

'당신들은 어메이징한 관객들입니다. (우리말로) 여러분들 너무 좋아~'

팬들이 전해 준듯한 많은 선물들을 나열하면서 '(우리말로) 여러분의 정성 감사합니다.'라며 '(우리말) 한국은 저의 제 2의 고향입니다'라고 말하고 시작한 We are Golden. 2집 타이틀 곡이었는데, 메인 후렴구에서 We are Golden이라는 부분에서 또 팬클럽이 준비한 금가루(까진 아니고 응원용 금술을 짧게 자른 것)가 여기저기서 뿌려지는 장관이 연출되는 곡이다. 한국에서 처음 행해진 것으로 알려진 것으로 미카도 무척 좋아하는 이벤트인 듯. 2010년에 이어서 이번에도 관객들에게서 이 금가루를 한봉지 받아서 자기 멤버들에게 뿌려댄다.



자기한테 금가루 막 뿌리면서 노래 중인 미카


이 곡 끝에서였나? 색종이가 쏟아져 내려 분위기를 극으로 치닫게 한다. 이 곡이 정규 순서의 마지막 곡이어서 멤버들은 무대 뒤로 잠시 사라졌다. 관객들의 앵콜 연호에 잠시 후 멤버들 다시 복귀. 기타리스트와 미카는 무대 뒤 쪽에서 그림자로 등장.



저 앞에서 관객들이 무슨 노래를 부르는데 뭐지?하는 데 익숙한 베이스 멜로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Love Today닷!!! 가성을 많이 쓰는 미카.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부분이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시작. 그러다가 잠시 멈춘 듯하다가 광란의 분위기를 만드는 편곡. 수많은 관객들이 다들 방방 뛴다. 이렇게 막판까지 방방 뛰게 할 수 있는 가수가 얼마나 될까? 아우~ 죽인다, 죽여. 안 뛸 수가 없어!!! '뚬 따라리라리 뚬 따라리라리 뚬 따라리라리 라리라리 뚬뚬 ~ 라리라리 뚬~ Love, love me~'



이 곡에선 미카가 드럼 스틱을 들고 퍼커션 연주자와 함께 마주보고 퍼커션을 두들겨 팬다. 2010년도에선 멤버 전체가 무대 앞에서 난타처럼 퍼커션을 두드렸었지. 하하. 그러면서 관객들은 여전히 '뚬 따라리라리~'를 반복하고 있다. 마지막이라고 인사를 하면서 셋을 세면 뛰란다. 갑자기 관객들을 조용히 시키더니 셋을 세곤 다들 미쳐 날뛰게 한다. 그런 미카의 지시보다도 더 미쳐 날뛰는 관객들. 와~



이제 진짜 마지막 곡인 듯. 3집 수록곡인데 아주 생소한 Stardust란 곡. 이 곡 역시 팬클럽이 준비한 유인물에 보면 가사까지 다 나와서 떼창을 유도한 곡. 그래서 그런가, 그리 많이 안 알려진 곡 같은데 다들 잘 따라 부른다. 나중에 규영이가 팬카페에서 본 바로는 원래 예정된 곡이 아니었는데, 인터미션 시간에 앞쪽에서 부른 노래가 이 노래란다. 그래서, 마지막 곡으로 부르게 된 거라고 한다. 앞선 공연이었던 부산에선 이 노래 안 불렀단다. 가사에 See you again이 반복되는데, 하~ 뭉클하다. 여기저기서 아쉬워하는 소리들. 



밴드를 모두 무대 앞으로 불러내서는 함께 인사한다. 하~ 끝났다. 2시간 가까이 뛰고 솟고 놀았으면서 아직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 관객들은 '미카! 미카! 미카!'을 외쳤다. 아~ 진짜로 끝났다.



규영이가 잠시 후에 어디선가 나타났는데, 완전 활짝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근래 몇 년간 저리 활짝 웃는 모습을 보았나 싶을 정도로 밝은 모습이었다. 너무 재밌었다며 땀에 절고 목도 쉬었다고 말하는 모습에 흥분이 가득하다. 무대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퇴장. 비가 오고 있었는데, 입장할 때 못 찍은 입구 쪽 대형 현수막 앞에서 사진 찍고 주차장으로 이동. 집에 오는 내내 뭐랄까 둘이서 같이 흥분해서 공연 얘기 나누는데, 살짝 웃기기까지... 다음에 오면 꼭 다시 보겠다며, 또 다른 공연도 스탠딩으로 볼 거란다. 공연 보기 적금들어야겠다는 얘기도 나왔던 것 같다.



2010년에 두번째 내한 공연을 아내와 보고, 6년 후에 큰 딸과 같이 미카의 공연을 봤다. 규영이로서는 첫번째 스탠딩 공연이었는데, 그게 제대로 한방이었던 듯하다. 2015년 신보 CD도 샀고, 이 후기를 쓰고 있는 약 열흘 동안 매일 하루 종일 미카 노래만 듣고 있다. 다른 노래는 낄 틈이 없고, 지난 주말엔 혼자 가입한 미카 팬클럽의 번개 모임에도 나가서 몇 시간동안 어울리고 왔다. 난 학생 때 그런 삶은 꿈도 못 꿨는데... 아빠가 아직도 공연장에 다니고, 음악 모임 같은데서 활동하니 그런 모습이 낯설지 않았나보다. 한참 좀 무기력해 보이기도 했는데, 요새 뭔가에 막 몰두하고 생기가 도는 것 같아 공연의 순기능이 아닌가 싶다. ^^



공연 얘기를 정리해보자면 ...

- 미카가 예전에 비해 몸이 많이 건장해졌다. 2010년엔 큰 키(191cm)에 무대 위에서 뛰면서 춤추는 모습이 좀 위태위태한 느낌이었는데, 이젠 탄탄해진 느낌. 최근 사진 보면 몸이 확실히 좋아졌다.

- 가성을 많이 쓰는 미카의 창법이 자칫 막판에 힘이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끝까지 다양한 창법을 잘 불러내는 것이 계속 발전하고 있음에 감탄했다.

- 1, 2집 이후 좀 활동이 저조한 것 아니었나 싶었는데 신보는 싱글 발표된 곡들도 반응이 좋은 듯하고, 일단 모든 곡들이 라이브에선 그 매력이 팍팍 발산되는 것이 이번 공연 안 봤으면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나라 관객들은 정말 가수가 열심히 부르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전 곡 엄청난 떼창 코러스에, 시기 적절한 이벤트 등 미카는 수차례 우리나라 공연을 했음에도 이벤트나 엄청난 떼창에 실제로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이 수차례 보여졌다. 뭐랄까, 일부러 감동한 듯한 제스쳐가 아닌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런 모습. 미카의 공연이 재밌는 것은 그와 밴드의 훌륭한 음악과 연주도 있었겠지만, 관객들이 많들어낸 순간순간이 함께 어울어졌기 때문이다.

- 이제 8-9년 차의 경력이 그를 한층 더 성숙하고 여유롭게 만든 느낌이다. 한창 좋을 때의 전성기구나. 그리고, 이 친구는 꽤나 롱런할 수 있는 가수가 될 것 같다는 생각.

- 2010년 때엔 코러스 전담이 한 명 있었고, 몇가지 큼직한 무대 소품 등 볼거리가 있었지만 이번엔 없었다. 그렇지만 그의 연륜과 관객들과의 호흡이 그런 볼거리나 소품 등의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게 할 정도로 매 순간이 재미있었다.

- 아시아 투어의 첫 나라가 한국이었고, 이번엔 무려 3개 도시(부산 - 서울 - 대구)였다. 한껏 재밌는 공연을 즐기고 간 미카가 다른 나라에서 실망하는 건 아닌가 쓸 데 없는 걱정도 해본다.



마무리...

처음으로 규영이와 스탠딩 공연을 봤고, 이제 키가 커서 스탠딩 공연에서도 꿀리지 않고 맘껏 즐기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고 기특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음악에 대해서 아빠와 같이 얘기거리가 원래도 있었지만, 이번 공연으로 우리 둘만의 큰 추억거리가 생긴 것 같아 참으로 좋다. 정서적으로 풍부한 아가씨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맘 속에 뭔가 많이 있는데, 글로 쓰려니 잘 안 되네. 


다음 미카 공연이 벌써 기대되는 그런 멋진 공연이었다!!! 다음엔 온 가족이 함께!!!


1. Porcelain
2. My Interpretation
3. Talk About You
4. Grace Kelly
5. Good Wife
6. Big Girl (You Are Beautiful)
7. Boum Boum Boum
8. Good Guys
9. Relax, Take It Easy
10. Origin Of Love

11. Underwater
12. Staring at the Sun
13. Lollipop
14. Promiseland
15. Happy Ending
16. Elle Me Dit
17. We Are Golden

18. Love Today
19. Stardust


[출처: 인터파크]


규영이가 공연을 맞아 만든 기념 초콜릿


정말 무대에서 춤추고 눕고 돌고 뛰고 온갖 난리를 치는데, 사진은 그걸 나타낼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