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6.04.06. 노브레인 - 이 밤이 가도록 @ EBS 스페이스 공감

미친도사 2016. 4. 9. 10:08

매달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보고 싶은 공연을 찜을 하는데, 어쩌다가 4월 공연 일정은 제대로 확인을 안 했나 보다.

지난 주 초던가? 4월 초에 노브레인의 공연 일정이 이틀 잡혀있는 걸 알게되었다.

화요일은 매주 일이 있어 안 되고, 수요일 공연을 신청했더니 지난 주말에 하비페어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당첨 문자를 받았다. 아싸~!!!



EBS 스페이스 공감의 해당 공연 소개 글 http://www.ebs.co.kr/space/program/4000


노브레인은 홍대 앞을 근거로 하는 인디 밴드 중에 크라잉넛과 함께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팀 중 하나일 것이다. 공연을 꽤나 쫓아다녔지만, 아직 이들의 단독 공연을 본 적은 없었다. 전에 판교에서 했던 It's Rock Festa에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던 게 유일하게 본 것 같다. 한번 더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2012/09/07 - [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 2012.09.06. It's Rock Festa @ 판교 예술의 거리


아, 이 때 함께 했던 브로큰발렌타인이 생각나니 또 맘이 아프네. 정말 매력 철철이었던 브로큰발렌타인의 보컬 '반'이 작년 여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 아... 다시 한번 고인을 생각하면서...


크라잉넛도 친숙했는데, 작년에서야 처음으로 공연을 봤고... 노브레인 역시 이번 공감을 통해 처음으로 단독 공연을 보게 되었다.



2015/11/14 - [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 2015.11.11. 판교에서 말 달리고 온 이야기 - 크라잉 넛 @ 커먼키친, 판교



매번 공감 공연을 보면 티켓은 두 장 신청해서 당첨되어도 같이 갈 사람이 없어 혼자 가서 보곤 했는데 이번엔 거래 업체 직원 중에 직장인 밴드도 하고 락음악을 즐기는 친구가 하나 있어서 연락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


월요일에 갑자기 연락이 와선 본사 IT 관리자들이 한국에 방문했다고 해서, 공연 당일인 오늘 미팅이 잡혔다. 아침부터 호텔에서 픽업해서 회사로 데려가서 미팅하고, 같이 점심 먹고 했더니 정신이 하나 없네. 휴~



칼퇴근하고 열심히 양재동으로 달렸더니 6시 50분쯤 도착! 업체 직원과 만나서 간단하게 요기하고 입장. 이 친구는 공감은 처음 와본단다. 오. 그런데, 관객이 진짜 많다. 공연 입장이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로비까지 입장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은 처음 본다.


입장해서 제일 앞으로 이동. 가방 내려 놓고 놀 준비! 공감에서 스탠딩 공연을 수차례 봤지만, 관객 제일 많은 것 같아.


늘 그렇듯이 진행자가 나와 안내 멘트하고, 녹음된 주의 사항 안내가 끝나고 그들이 올라왔다.

이번엔 원래 멤버 네 명 외에 건반과 퍼커션 세션이 함께 한단다. 보컬 이성우를 빼고 나머지 멤버들이 올라와 연주를 시작한다. 기타리스트 보보가 내 바로 앞! 이힛!


노브레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무대 조명 끈 사진 (https://www.facebook.com/OfficialNoBrain)


이달 말에 새 앨범이 나올 예정이란다. 그래서, 새 앨범 곡들을 많이 해줬다. 처음 세 곡을 내리 신보 수록곡으로 했는데, 첫 곡은 그들의 밴드 명인 노브레인(No Brain)의 형용사적 표현인 듯한 Brainless라고 이성우 없이 나머지 멤버들의 연주와 코러스로 꾸며진 공연 오프닝 트랙으로 좋을 듯한 곡이었다. 이어진 신곡들 내 가죽 잠바, 하루살이는 생소한 곡들이었지만 흔들흔들하면서 코러스 혹은 환호 부분을 따라하기 어렵지 않아 시작부터 분위기 후끈! 그래서, 멤버들이 모두 가죽 잠바를 입고 있나 보다. 드러머만 처음 한두곡 하고 잠바 벗었다.


새 앨범 소개 잠깐 하고 타이틀 곡이 될 '내 가죽 잠바'의 후렴구를 가르치더니 관객 한 명한테 시켰는데 다르게 불러서 웃음 한바탕. 하하.


'자 이제부터 뛸 준비됐습니까? 뛰어볼까~? 미친 듯 놀자~!'



우위씨!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이 노래를 들으면서 부르면서 미친 듯 놀지 않을 수 있을까? 하도 오래간만에 불러서 목소리가 갈라지고 잘 올라가지도 않는데 그래도 미친 듯 놀아야 한다! 신난다~ 신나!!!! 중간에 후렴구를 따라 부르는 시간! 이성우의 반항기 가득한 목소리는 들을 때마다 신기하다. 바로 이어지는 곡은 이성우의 고향 마산을 노래한 'Come on Come on 마산 스트리트여'. 관객들의 박수 박자로 시작해서 달리는 리듬으로 이어지면서 바로 광란 모드! 마산 이야기에 이어지는 '바다 사나이' 이 곡에서 마이크를 무대 앞의 관객에게 넘겼는데 곧잘 부르네. 하하. 곡마다 달리는 부분이 있다보니 멤버들도 점점 신이 나는 듯했다. 특히나 기타리스트 보보는 흥이 점점 나는지 액션이 과해지더니 기타 어깨끝이 떨어져서 잠시 기타를 수리하는 시간동안 이성우가 새 앨범 소개를 한참 얘기를 한다. 그 동안 보보는 기타 없이 무대에 서있는 게 어색한지 계속 꼼지락거리면서 '기타가 없으니 발가벗은 것 같다. 이런 일이 잘 없는데 여러분 모습에 너무 신나서 기타 줄이 빠져버렸다'며 수줍게 멘트를 했다.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 좀 하는데, 해외를 고려해서 영어로 제목을 만든 게 영 어색하더라는 얘기 등등. 이어지는 곡도 새 앨범 수록곡 Anyway. 처음 듣는데도 코러스를 따라 할 수 있다. "예이예이예이예이 예~" 아, 목터져라 따라 불러! 바로 이어지는 곡은 '네가 나한테 대체 해준게 얼마나 뭐가 있는데~'라며 불평불만으로 시작하는 곡이다. 제목이 '무슨 벼슬이냐'인가 보다. 이 곡에서도 예예예예예예예~하면서 유치찬란한 듯한데 따라부르는 재미가 있다. 펑크라고 하면 연주가 고만고만할 것 같지만 연주도 참 잘한다. Anyway에서 영어로 F로 시작하는 욕이 나오는데 그걸 freaking으로 바꿔 부르느라 발음이 좀 꼬였단다. 하하. 강산에의 노래 가사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을 인용해 가면서 연주한 신곡을 설명.


이어지는 '한밤의 뮤직'. 한 숨돌리는 코너인가 보다. 그래도 꽤 세긴 하지만. ^^ 야, 이 노래가 라이브로 들으니 이런 느낌이구나. 좋다. 노브레인 앨범들을 쭉 다시 들어봐야겠다. '한밤의 뮤직~ 한밤의 뮤직~ 뮤직 인 마이 라이프' 관객들이 온전히 부르는 코러스 부분. 분위기 좋다!


노브레인 스타일의 블루스 신곡이란다. 캬라멜 색깔의 술의 절여진 블루스 '위스키 블루스'. 키보드가 바닥에 짜~악 깔리면서 보보의 찐덕찐덕한 블루스 기타 연주가 멋졌던 느린 템포의 올드 스타일의 블루스인데 노브레인의 기존 이미지와는 꽤나 다른 곡인데 괜찮네. 이 친구들 늘상 무대에서 까불어서 그렇지 실력 참 좋네. 후반부의 기타 솔로에서 보컬 이성우가 무대를 내려간다. 흠. 뭐지? 드러머 황현성이 무대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는다. 보컬 이성우는 드럼 앞에 앉는다. 시원하게 망한 노래라며 다시 불러 본다면서 '소주 한잔'. 쿵짝쿵짝쿵짝 신나네. 소주잔을 비우고 머리 위에 확인하는 시늉을 하며 '야~~~~'를 서너번 외치는데 이 노래도 재밌는게 관객들이 모두 함박 미소를 지으며 따라 했다. 소주 많이 마시고 뻗었나보다. 무대에 들이 누워서 웅얼웅얼 노래... '야~~~~' 외치는 후렴구가 무지 재밌다. 하하. 정말 유쾌한 친구들이다. 황현성이 뭔가 말을 좀 많이 하려니 이성우가 마이크를 확 뺏아 가더니 '왜 망한지 아시겠죠? 패인이 그에게 있었습니다'란다. 하하. 위스키에 소주에...


소풍가는 기분으로 '아직도 긴 터널'을 함께 하잔다. 건반이 쿵짝쿵짝 분위기를 경쾌하게 시작하는 스카? 레게 등이 짬뽕 된 듯한 곡이다. 신곡들이 다들 처음 들어도 후렴구 따라하기 좋게 만들어졌네. 이달 말에 나온다는데 기대된다.


세션 두 명 소개하고 말 별로 안 한 베이스 정우용, 기타 보보와 드럼 황현성이 각자 한마디씩 얘기. 마지막에 황현성이 마흔이 된 이성우 색시감이 시급하다고 하니, 갑자기 이성우 불쌍하게 몰아가는 분위기. '씨발~!' 건반이 배경으로 인간극장 시그널 뮤직을 깔아준다. '어머니 나는 괜찮아요. 잘 살고 있단 말이야!' 하하하. 재밌어.


마지막 곡이란다. '(관객들) 아~~~' '(이성우) 앵콜 있다! 그리고, 씨디 좀 사라!!!'

넌 내게 반했어!!!


이 또한 내 노래방 애창곡 중 하나. 아~ 미치겠다. 살짝 비가 와서 싸늘한 저녁이었는데, 공연장 안에서는 열이 나서 덥다. '오~ 스탠바이미, 스탠바이미, 스탠바이미~' 중간에 관객들 소리 지르게 하면서 같이 부르는데 숨이 차고 목소리가 안 올라가서 갈라지는데도 정말 신나고 행복하다. 정말 그간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구나.


곡이 끝나자마자 관객들은 앵콜을 연호한다. 잠깐 나가는 척하다가 다시 무대 올라와서는 메탈리카 같은 초대형 밴드 아니고서는 앵콜 무대 올라가는 타이밍을 무대 뒤에서 고민한댄다. 하하.


계속 새 앨범 타이틀 곡(내 가죽 잠바)을 관객들에게 교육시키는데, 다시 가볼까요? 하다가 진행 측에 살짝 물어보더니 그냥 예정대로 간댄다. 하하. 마지막 곡은 Hey Tonight. 흥겨움 안에 타이트하게 몰아부치는 드럼이 흥분을 극대화시키네. 관객들한테 가사 알려주고 따라 부르는 시간. 오랜 기간 수많은 공연을 해본 팀이어서 그런지 관객들 참여를 유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처음 보는 관객이라도 팬이 되겠어. 하~


끝났다. 내내 가죽잠바 입고 노래하던 이성우가 빨간 잠바를 벗고 멤버들과 다같이 인사를 한다. 새 앨범 타이틀 곡이 가죽 잠바여서 내내 입고 있었던 것이기도 했겠지만, 사실은 팔의 문신을 가리려는 이유가 더 컸을 것 같다. ^^ 인사 마친 멤버들이 내려갈 때 보보랑 하이파이브도 하고, 이성우랑도 하이파이브했다. 이성우는 무대 앞에서 관객들과 한참 하이파이브 다 해주고 천천히 내려갔다.


하~ 새 앨범 나오기 직전이라 그런지 앨범 판매도 없고 사인회도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CD랑 라디오스타 DVD에 사인 받으려 갖고 갔는데... 쩝. 다음 기회에! 함께 한 친구도 진짜 신나고 재밌었다며 좋았단다.


처음 시작할 땐 이 친구들 컨디션이 안 좋나 싶게 살짝 무표정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과 함께 다같이 즐거워하며 신나게 노는 모습에서 이들이 왜 꾸준히 사랑을 받나 알 수 있었다. 주먹 쥐고 하늘 찌르기 액션도 유치하지만 신나고 재밌어! 보통 소규모 공연과는 다르게 건반, 퍼커션 세션이 있어 거칠지만 소리가 풍부했고 연주 실력 역시 훌륭해서 보는 재미, 듣는 재미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성우는 어떻게 저런 목소리로 내내 노래할 수 있을지 놀라웠고, 기타 보보는 컨디션이 무척 안 좋은지 얼굴이 피곤해 보이고 곡과 곡 사이에 손도 좀 떨고 했지만 정말 열심히 그리고 흥에 겨운 연주로 즐거움을 주었다. 베이스 정우용은 언제나처럼 요란하진 않지만 탄탄했고, 황현성은 익살스러운 모습과는 다르게 진지한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거의 막판에는 드럼 스틱 하나가 쪼개져서 버리고 새로운 스틱을 잡는 모습이 내 눈에 띄기도 했다.


75분 가량의 시간 동안 여유있게 즐겁게 공연을 이끈 이들의 무대를 보며, '관객들과 함께 즐겁게 노는 공연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마음 껏 느낀 공연이었다. 이번 말에 나올 이들의 신보를 기다린다.


방송엔 5월에나 나오겠지? 에헤...


[노브레인]

이성우(보컬)

정민준(기타)

정우용(베이스)

황현성(드럼)


세션//

유지훈 (건반)

김인중 (퍼커션)


공연 끝나고 무대 바닥에 붙어있던 셋리스트 뜯어왔다. ^^ 득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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