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00.03.01. Megadeth in Seoul

미친도사 2009. 9. 14. 15:43

2000.3.1. 삼일절 그들이 또 왔다.


전과는 완전히 다른 앨범을 들고서 말이다.
사실 이번 공연은 볼까 말까 망설였다. 기타리스트인 MARTY FRIEDMAN이 앨범 발표 후에 탈퇴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텔 메틀 동호회 회원은 10% 할인해주기로 했기에 보기로 했다. 전화 예매로.. 예약 번호 015번.. 헉.. 지난 번 공연은 앞에서 아홉번째 자리였던 것 같다. 예약 번호 015.. 더 앞일 것 같았다.

선희 없는 집에서 혼자 작은 방을 대대적으로 청소한 후에 냉장고에 있던 음료수를 두 개 챙기고,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을 갖고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STING, METALLICA, MEGADETH의 공연을 보러 몇번 가본지라 어렵지 않게 가장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고 표를 받으러 갔다. 헉.. 2열 55번.. 2열이라 함은 가운데쪽일 것이고 55번이라 함은 적어도 6번째 줄은 되지 않겠나.

 

추워서 차에서 음료수 하나와 갖고간 초코렛을 먹으며 만화책을 봤다. 한참 보다가 한시간쯤 자고 일어났더니 5시쯤 된 것 같다. 슬슬 가볼까... 아직도 사람들이 별로 없이 성질급한 몇몇만 줄을 서 있다. 차에 가서 음악이나 더 듣고 와야겠다. 이러기를 서너번.. METALLICA공연 때에는 정말 한참 줄 서있었는데.. 이번에는 여유가 생겨서인지 7시가 되어서야 어슬렁어슬렁 공연장에 들어갔다. 자리를 찾아보니.. 헉.. 다섯번째 줄.. 거의 가운데.. 감동이다... 자리에 앉아서 주위 사람 구경하고 있는데, 옆사람이 말을 건다.

"저.. 혹시 혼자 오셨어요?"
"아, 예" "저도 혼자 왔어요."
"아, 그러세요."

몇마디 더 했나 보다.

"학생이세요?"
"예. 이번에 대학 들어가요."
"아, 예."
"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요. 스물 아홉이요."
"어, 한참 형이시네요. 말 낮추세요.."
"아닙니다. 이게 편한데요, 뭘."
"전 원주에서 공연 보려고 올라 왔습니다."

이런저런.. 요새 듣는 음악이 THRASH, DEATH인데 근래에는 SLAYER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TESTAMENT, METAL CHURCH, ANTHRAX 등 내가 좋아했던 그룹들을 얘기해 주니 무척 반긴다.

7시 반이 되었다. 불이 퍽! 우워~~~~~~ 와!와!와! 오프닝밴드.. 한국 METAL의 자존심. CRASH 신곡으로 쭉.. 멋지다. 마지막은 그들의 최고 인기곡 SMOKE ON THE WATER 어~ 몸 잘 풀었다. 또 30분쯤 기다렸다.

8시 반이 되어가는데.. 갑자기 불이 꺼지면서.. 기깅..기깅..기깅.. 우워~! 와! 와! '어! 이러면 안 되는데.. 나 녹음 준비 다 해왔는데..' 더듬더듬 버튼을 대충 눌렀다. 발악은 기본. 헤드뱅잉은 필수. 미친 듯이 놀았다. 지난 공연은 모르는 곡이 절반이나 되어 덜 신났는데, 이번에는 1집을 제외한 전곡을 알고 갔기에 더 신난다. 소리가 좀 뭉개지고 했지만, 그건 노는 거랑은 상관없다.

새 앨범이 좀 느슨하다고 생각했지만, METALLICA도 그런 곡들이 공연에서 빛을 발하지 않았던가. 이번 공연도 그랬다. 관중 모두가 광분했다. 내 주변은 광들만 모였나보다. 내가 노는 것은 기본이다. 옆 친구는 노는 와중에 사진 찍느라 정신없다. 지난 앨범이 한국에서 많이 팔려서 골드레코드 받았다며 우리에게 보여준다. 짜식, 나같은 사람이 한국에는 많은 거 이제 알았지? 그들도 시종일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열심히 연주했다.

리더인 DAVE MUSTAIN은 지난 공연과 마찬가지로 역시 뛰어난 기타실력을 보여줬다. 보컬도 한층 성숙해진 듯..

베이스 DAVID ELLEFSON은 힘있는 연주로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바로 내 앞이어서 잘 보였는데, 던진 피크가 계속 내 왼쪽으로만 갔다. T_T

새로 온 기타리스트.. 알 피트렐리(영어로 쓸 줄 몰라)는 잘 치긴 하는데, 워낙 전멤버인 MARTY FRIEDMAN의 명성이 높아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좀 위축되어 보이는 것 같다. 차츰 적응해 나가면 잘 할 것 같다.

드럼 JIMMY DEGRASSO는 정말 힘이 넘치는 연주를 했다. 계속 드럼 박자에 맞춰 헤드뱅잉하다가 막판에는 머리 핏줄이 팽팽해지는 것같이 아파와서 혼났다. 전보다 덜 화려했지만 더 많이 즐긴 공연이었다.

끝나고 DAVE MUSTAIN이 피크를 한움큼 그냥 던졌는데, 내 주위에 떨어져서 사람들이 달려들어 좀 고생했다. 슬슬.. 쉬면서 나는 나가려는데, 옆 친구는 무대 앞으로 간다. 뒤에서 난 사람들 빠지기를 기다리면서 사람 구경했는데, 그 친구는 혼자 두리번거리더니, 무대 앞에서 독사진도 찍고 그런다. 출구 근처에서 만나서는

"어때요, 잘 봤어요?"
"어, 형. 우리 사진 찍어요."

무대를 저 뒷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보내드릴게요."

전화한댄다. 짜슥..



"형, 얌전한 줄 알았더니 음악시작하니까.."

씨익.. 그럼 이런 공연와서 얌전히 앉아 있으려면 왜 오냐? 그 친구 잠실역에 내려주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이 글 쓴다. 귀가 멍멍하고, 머리도 띵~ 목은 뻐근.. 이제 자야겠다. 이번 공연은 후유증이 몇일 갈까 궁금하다. 아~ 속이 다 시원하다.

아, 집에 오는 길에 녹음되었나 봤는데, 우이~씨. 녹음 하나도 안 되었다. 엉뚱한 버튼 눌렀었나보다. 허~

%% 공연사진들은 통신에 올라온 것들이고, 아래는 내 옆에서 함께 공연을 즐긴 어린 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SET LIST

1. Prince of Darkness
2. Holy Wars...
3. In My Darkest Hour
4. Reckoning Day
5. Hangar18
6. Breadline
7. Shewolf
8. A Tout Le Mond
9. Almost Honest
10. Use The Man
11. Crush'Em
12. Trust
13. Sweating Bullets
14. Symphony Of Destruction
15. Peace Sells...

Encore

1. Paranoid
2. Anarchy In The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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