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09.12.17. Earth, Wind & Fire: Live in Seoul @ Coex

미친도사 2009. 12. 18. 12:34



내가 Earth, Wind & Fire(이후 EWF)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그래봤자 벌써 5-6년 전...)
DVD 커뮤니티에 올라온 어떤 후기를 보고, 그냥 무심코 하나 구입을 했는데... 와우~
이 타이틀 하나가 이번 공연까지 보게 한 계기가 된 것이다.

멤버 전원이 흑인들인데, 관악기가 포함된 1969년에 결성된 밴드이다.
그런데, 흑인 특유의 끈끈하고 느린 음악이 아닌, 신나기 그지 없는 그런 음악이었다. 아~ 글로 설명하기 힘들어라.
키가 상당히 커보이는 베이시스트 Verdine White (이후 Verdine)의 활동적이고 신들린 듯한 연주는 분위기를 대단히 띄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연주는 매우 탄탄하고 훌륭한 정말 라이브로 들어야 하는 그런 밴드 음악...
사실 스튜디오 버전은 라이브 버전에 비해 꽤 느린 곡이 많다.

어쨌든 그들이 내한공연을 한다고 한다.
아~ 이런이런. 여기저기 정보를 접한 바, 창단 멤버면서 메인 보컬이었던 인물이 아파서 활동을 안 하지만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었다. 흠... 유튜브 등에서 영상을 보니, 최근 공연은 DVD에서의 연주보다는 확실히 느려졌더군. 그래도, 여전히 신나 보였다. 원년 멤버는 세 명, 베이스의 Verdine, 보컬에 Philip Bailey(이후 Philip), 또 보컬 및 타악기에 Ralph Johnson (이후 Ralph)이라고 한다. 흠...

예매날을 어찌어찌해서 알게 되었는데, 깜빡 까먹고 30분 정도 지나쳤다.
얼른 들어 갔더니 오웅~ 앞부분이 싸~악 채워진 가운데, 앞에서 네번째 중앙 자리 몇개만 비어있는 것.
바로 하나 예매 !!! 우와~~~


매우 추운 12월 17일... 공연장인 코엑스로 향했다.
생각보다 관객이 많고 젊다! 무려 40년 경력의 EWF의 공연인데 상당히 젊었다.
관객석은 모두 좌석이었다. 혼자 생각하기엔 관객들 나이가 많아서 좌석으로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관객들은 상당히 젊었다구.
역시나 스탭들은 대부분 흑인들...
아, 관객들 중에 외국인들은 역시나 흑인들이 많았다. 정말 즐거워하며 기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공연 시작 전에 엔니오 모리코네 공연장에서 인사 나눈 적 있는 닥**스님도 오셔서 공연 전에 잠시 이야기 나눴다.
자리를 잡으니, 아... 이건 너무 앞이잖아. 너무 좋아~~!!!
예정 시간이었던 8시를 약간 넘겼을 때 무대 왼쪽에 사람들의 그림자가 보인다... 아...

그들이 나타나고, 무대가 환해지자 관객들의 환호성...
아~ 이럴 때 어찌 앉아 있을 수가 있는지...
주위 사람들 대부분 앉아있었지만, 혼자 벌떡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다같이 우루루 스탠딩 모드로 전환.

아~ 첫곡부터 이런이런...
Boogie Wonderland!!! 신나기 그지 없는 곡으로 시작을 한다. 와~ 촌스럽다면 촌스러운 음악인데, 이렇게 신날 수가~ DVD에서 보던 것보단 조금 느려졌지만, 그래도 funky한 분위기 좋아좋아~


[사진에서조차 그들 특유의 흥겨움이 느껴진다!!!]

원년 멤버 셋 외에, 드럼 한 명 관악기 세 명, 키보드 한 명, 또 한명의 젊은 보컬 한 명, 기타는 두 명...
무대가 꽉~ 차 보인다.

헤비메틀 공연장은 헤드뱅잉을 하거나 주먹으로 하늘 치기를 주로 하는데, 여기선 관객들이 춤을 춘다.
리듬에 맞춰 흔들흔들 ... 아~ 신나 신나~

쉬지 않고 계속 간다. 와~ 신나 신나~
보컬들은 노래하면서, 무대 앞쪽에 있는 타악기들도 연주하기도 했다.

젊은 보컬이 무대를 뛰어다니면서 분위기를 많이 띄워준다.
그렇다고, 나머지 멤버들이 힘겨워 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들도 무대 위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종횡무진~!
특히나, 베이스 치는 Verdine은 정말 보고만 있어도 신이 날 정도로....

[시종일관 저렇게 Verdine은 신나게 무대 위를 누비면서 연주했다. 연주 역시 훌륭했다!!!]


[가끔은 이렇게 촌스러운 듯한 포즈를 취해가면서!!! 아~ 너무 좋아~~~~!!!!]


[뭐하는 순간이었는지 몰라도... Verdine만 바라보고 있어도 재밌을 정도!!!]

노래 제목들이 생각이 안 나는데... (녹음기 버튼을 잘못 눌러서 앞의 절반 정도는 녹음이 안 되었다는 슬픈...T-T)
바로 앞서 있었던 일본 공연 셋리스트를 참고해서...
Serpentine Fire, Sun Goddess, Sing A Song, Shining Star, Kalimba Story 등등... Kalimba라는 악기는 실제로 보니 꽤 작더라고...

한참을 쉬지 않고 노래와 연주를 하더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 처음 왔는데, 다음에 꼭 다시 올 것 같다'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한다. 와와와~!!!

땀이 살짝 나면서 힘들 때쯤 되니, 타악기, 건반 솔로, 기타 솔로...
음악이 듣기 편하고 신나는 음악이라 그렇지 각 파트별로 연주인들의 실력은 정말 좋았다.
이런 거장 밴드에서 연주하려면 역시 실력이 있어야 해!

그러다가, 중반 쯤에 나온 곡이 After the Love Has Gone...
이 곡이 원체 유명한 곡이지만 가성이 무척 많아서 나이가 든 Philip이 어려워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 마음이 짜~안하도록 아름답게 불러냈다.


[아마도 After the Love Has Gone 부를 때였을 듯. 정말 아름다웠다!!!]

이어지는 Reasons에서도 Philip의 가성은 우리 모두를 짜릿하게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신나고 멋진 곡들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틈틈히 각 파트별 솔로도 해가면서 지루할 틈을 안 주고 공연은 자연스럽게 흘러 간다. In the Stone, Got to Get You into My Life, Fantasy... 아~ 활홀하다구...


[저 두 기타리스트도 훌륭!!!]

그러다가 들리는 딱딱 끊어지는 듯한 기타 소리로 시작하는 ... SEPTEMBER다~~~
아이아이~ 아이아~ 아이아이~ 아이아~
이렇게 신날 수가~!! 관객들 모두 음악에 맞춰 춤을 춰가면서, 손은 들어 좌우로 흔들어 가면서....
아마 무대 위나 뒤에서 봤으면 정말 장관이었을 거다. 난 너무 앞이어서...


[우리의 원년 멤버들! 좌로부터 Verdin, Ralph (노란 티), Philip (검정 옷)]

이어지는 또 하나의 신나는 곡... Let's Groove...
밖은 추울지 몰라도, 공연장은 덥다, 더워! 뭘 어떻게 표현해야 이 신나는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을까.

한 두곡 더한 것 같은데... 무대의 불이 꺼졌다.
아마도 정규 순서는 끝이 난 듯. 하지만, 그들 대부분 그자리에 있었다.
관객들의 끊이지 않는 박수 소리에 무대의 불은 다시 밝혀졌고, 앙코르 곡은 Getaway였다.


[앉아서 연주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대 위에서 가만히 있질 않는다!!!]

그들의 공연이 끝났다. 인사하는 그들의 표정에서 만족스러웠음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 역시 그랬고.
특히나 Verdine은 관객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너희 끝내줬어~!' 이런 표정의 제스추어를 해주었다. 아~

노래와 퍼커션을 맡았던 Ralph가 드럼 스틱을 여기저기 던진다. 내가 있던 근처에도 왔지만, 받기엔 좀 먼...
인사를 마치고 들어가는 그들에게 관객들은 계속 박수로 감사함을 전했다.
마침 흘러나오는 음악도 Boogie Wonderland~~


[인사하는 밴드~ 우리도 감사합니다~!!!]

스탭들이 나오면서 정리하는데, 드럼 스틱 하나를 제일 앞줄에 있는 어떤 이를 지적해서 던져준다. 야~ 좋겠다.
그러고는 또 하나를 던졌는데, 오~ 내 근처닷. 정확하게는 내 바로 옆 통로를 향해 날아온다.
바로 받기엔 실패했지만, 떨어진 자리를 바로 포착해서 다른 이들보다 훨씬 빨리 몸싸움 없이 드럼 스틱을 획득!!! 아~ 이런 일이! 흐뭇하기 그지 없다. 90년대 초에 블랙신드롬 공연장에서 오프닝 밴드의 드럼 스틱을 받아 본 이후 처음이다. 2000년 Dream Theater 공연장에선 드럼 스틱에 직격타를 맞으면서도 획득엔 실패한 경험도 있음... 지난 Mr.Big 공연에서 피크 획득한 이후 연속으로 득템인 셈이다. 하하하.

내려오는 동안 말을 들어보니, 관객들 모두 크게 만족한 듯하다.
올 들어서 제일 신나게 본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있던 자리에서는 사운드도 꽤 괜찮은 편이었고,
공연장 규모도 딱 적당한 수준이었고, 공연장이 거의 다 채워진 것도 좋았다.

공연 시작하자마자 뒤에서 내 옆의 통로로 몰려나와 잠시 어수선했는데, 곧 진행 요원이 정리를 했다.
흠 잡으려면 못 잡을리 없겠지만, 이 정도면 상당히 쾌적하게 본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40년만에 첫 내한 공연이지만, 그들은 계속 진행형이라 할 만큼 훌륭한 모습이었다.
보컬 위주의 밴드이기 전에, 대단한 연주 밴드임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리고, 꾸준히 활동하고 사랑받는 아티스트는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도 재확인했고...
역시나 거장의 공연은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리였다.


[이번에 획득한 드럼 스틱!!! 와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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