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 달에 한번씩 가는 공방 가는 날이었습니다.
유치원의 오후반 엄마들이 오전반 가족들이 공방에 가서 재밌게 지내고 온다는 것을 듣고 모임을 조직해 보고자, 한 가족을 파견차 보냈습니다. 민영이란 남자 아이와 엄마가 우리 차를 타고 함께 갔습니다.
도착하니, 사장님은 안 계시고, 사모님과 아들과 딸이 우릴 반기더군요.
공방 2층을 다 꾸몄으니, 구경을 하라는 겁니다.
올라갔는데, 허걱...
진짜 근사한 공간을 꾸미셨더군요.
흙으로 만든 난로도 있고...
한쪽엔 빠 같이 만들어 두셨고요. 아무것도 없는 빈 빠지만, 방문하는 회원들이 알아서 다 채워줄 겁니다.
반대편엔 음악 카페 같은 DJ실에, 오래된 LP판들이 꽂혀 있고 그 앞에 음악 들으면서 차 한잔 할 수 있는 테이블...
한 쪽은 여기저기서 모은 골동품들... 풍금, 옛날 국민학교 책상 등등...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보기만 해도 옛스런 정취가 물씬...
손님이 와서 잘 수 있게 침대 방도 하나 있고...
폐업한 비디오 대여점에서 테이프를 왕창 구입을 하셨는지, 비디오 방도 있습니다. 그 방엔 노래방 기계도 있고, 드럼 셋도 있습니다. 드럼을 치지는 않더라도 드럼 셋에 앉아서 치는 시늉을 하는 것도 해보고 싶고 그런 일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저도 그렇고, 음악 좋아하는 규영이가 드럼셋에 앉아서 이것저것 치면서 너무나 즐거워 하더군요.
나중에 다른 가족들이 와서 구경하러 올라가면 계속 올라가서 드럼 치고 그러는 것 같더군요.
감탄을 하고 내려오니, 15m 정도되는 길이의 눈썰매장을 만드셨더군요.
도심이 눈이 오자마자 녹아버렸는데, 눈이 좀 왔다고 하더라고요.
공방의 아들이 눈썰매 탈 수 있도록 하면 재밌겠다고 하면서, 직접 눈을 한쪽에 쌓아서 눈길을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온 가족이 비닐 포대로 썰매 타면서 재밌게 놀았다고 하네요. 막내인 딸이 대학교 졸업했던가 그런 나이인데, 다들 참으로 즐겁게 사는 가족입니다.
아이들 열광합니다.
젖어서 추울텐데도 쉬지 않고 타더군요.
몇집이 오고 나니, 부침개 재료를 내 주십니다. 부침 전문 지호아빠가 오기 전이어서, 희원이 아빠가 대신 부치기 시작하십니다. 지호네 오고 나서는 지호 아빠가 바톤 터치... 막걸리 잔이 오고 갑니다... 공방에서 먹는 막걸리도 맛있습니다.
아, 동지라고, 아내가 팥죽을 쑤어서 가져 갔습니다. 사람들이 즐거워 합니다.
그러더니, 석화굴을 삶은 게 나옵니다. 사람들 열광합니다. 구워만 먹어보다가, 삶아서 먹어보니 이것도 맛이 괜찮습니다. 아이들도 좋아하네요... 희원이네가 가져온 화이트 와인 1병이 따집니다.
5시쯤 사장님 오셨습니다. 공방 회원이셨던 분의 추천으로 서울 어디에선가 즐겁게 사는 것에 대한 강연을 하고 오셨다고 합니다.
이제 고기를 굽기 시작합니다. 죽입니다... 이젠 소주잔이 오고 갑니다... 시원하고 상큼한 총각 김치와, 비지찌개, 돼지고기... 그리고, 항상 행복한 사장님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즐겁습니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도 모르겠네요.
의영이네도 석화굴을 사와서 또한번 석화 파티~
다들 공방 2층에서 크리스마스 파티하자고 몰려 갑니다. 마지막까지 술을 마시던, 저와 지호 아빠, 희원이 아빠는 술자리 주변을 정리하고, 우리가 먹던 그릇들 설겆이를 하고 2층에 갑니다.
아까 그 DJ실엔 캐롤 LP가 돌고 있고, 아이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놀고 있고...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도 하고, 먹고 있기도 하고, 그럽니다. 흙난로에 불을 피워 그 옆에서 행복하게 불쬐고 있는 분들도 있고...
DJ실 앞 테이블에선 술판이 계속 됩니다.
신이난 저는 DJ실을 들락날락거리면서, 음악들을 바꿔 틉니다. 조하문 1집, 이문세 4집, WHAM의 Last Christmas, WHAM 1집, 김현식 등등... 사람들의 신청곡 찾아 틀기도 하고... 사람들이 선곡이 기가 막히다고 좋아하니 더 신납니다.
옛날 노래를 들으면서 술도 마시고, 나오는 노래도 같이 불러가면서... 낭만이란 단어 그 자체입니다.
아이들 몇은 노래방 기계 있는 방에서 동요에 만화 노래에 신나게 부릅니다.
나중엔 아이들과 엄마들 몇이 윷놀이도 하고요...
아빠들과 사장님 부부는 낭만에 취해 술에 취해 시간이 가는 줄 모릅니다. 신년을 공방에서 맞이하자는 얘기도 했던 것 같군요. 다른 팀으로 공방에 다니다가 지금 이 팀으로 계속 가고 있는 저를 사장님이 너무 좋다고 하십니다...
시간이 늦어 집에 갈 시간입니다. 사장님은 저보고 차 한잔 더 하고 싶다고 하시네요. 태우고 온 민영이네 때문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집에 옵니다.
그 다음부턴 기억도 별로 안 납니다. 취해서...
계속 꿈을 꾸면서, 그 꿈을 구체화하는 낭만파 사장님. 나무 공방을 이어받겠다는 아들...
방문하는 회원들이 즐겁게 먹고 즐길 수 있게 해주시는 호탕한 사모님...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는 딸..
온 가족이 방문하는 회원 가족과 인간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걸 보면, 진정 행복한 가족을 봅니다.
그 곳에 우리가 너무 빡빡하게 살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공방을 통해 그 낭만을 공유하면서 같이 행복해 하고요.
술이 안 깨서 아침에 좀 고생했지만, 그래도 낭만에 취해 행복해 한 그 느낌이 종일 지워지질 않네요.
벌써 다음 달 방문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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