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30. 게리 무어(Gary Moore) @ 올림픽 공원, 펜싱 경기장

올 초부터 유명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이 밀려오는 와중에도, 내가 보고 싶었던 공연은 없었다.
그런데, 소식을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히던 공연이 있었으니, Gary Moore (이하 게리 무어)였다.

처음 접했던 것은 중3(87년)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 게리 무어는 락을 연주했다. 실제로 기타 연주 기법 같은 것을 잘 모르기에, 힘이 느껴지고 곡이 좋은 그의 곡이 그냥 좋았다. 게리 무어는 83년 당시 소련이 대한항공 여객기를 격추시킨 사건을 노래(Murder in the skies)로 만들어서 우리나라와도 나름 인연이 있었다. 게리 무어가 여의도 광장에서 공연하겠다고 했는데 허가를 안 해준다는 그런 얘기도 들리곤 했었다.

그러다가 90년 그가 Still Got the Blues란 앨범을 내면서, Blues를 전면에 앞세운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두어장의 앨범까지 더 구입하고서는 더 이상은 그의 앨범은 안 샀다. 내가 흥미가 떨어져서 그랬는지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덜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간간이 보이는 그의 Live DVD는 관심있게 보고 한두장 샀지만 집중해서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그의 내한 소식은 갑자기 나를 흥분시켰다.

예약 시작하는 순간. 1-2열은 포기하고 안전하게 3열을 선택... 정중앙 블럭 3열을 두장 구입. DP 성용방의 Ccasper님과 함께 가려고. Ccasper님과는 TOTO, MSG를 함께 본 적이 있다.

4월 초에 했다는 유럽에서의 연주 목록은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아는 곡이 별로 없을 정도로 근래 곡(내가 없는 음반들 95년도 음반부터 안 샀네...)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싶어 벅스 뮤직에서 목록 만들어 두고 예습... 그러다가 지난 주 일본 공연 목록 확보. 아~ 신보와 Still Got the Blues 앨범에서 많이 선곡되었다. 일본에서도 오래간만에 하는 공연이어서 그랬는지 선곡이 많이 대중적이 된 것 같았다.

평일 저녁 8시 올림픽 공원... 도저히 운전해서는 제 시간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회사에서 버스 - 지하철 - 버스 타고 올림픽 공원으로 ... Ccasper님 만나고, 정성하 팬카페 회원 만나서 인사한 후에 입장. 아~ 꽤 많다! 살짝 걱정했는데, 펜싱 경기장이 이 정도 찼다면 꽤 많이 왔다고 할 수 있었다. 앉아서 기다리다가 초등학교 친구인 재기도 만나고, 다음 QUEEN 팬카페 회원이신 보헤미안PJ분도 만나고 (바로 내 앞이었다. 이런 우연이...) 정성하 팬카페 회원 한 분한테서 문자가 왔다. 어디 있냐고... 나랑 같은 줄에 있었는데... ^^

무대는 정말 단출했다. 드럼 하나, 마이크, 건반... 평일 저녁이어서 관객이 많이 입장하지 못했다고 8시 5분 정도에 시작한댄다. 8시 10분쯤 되었을까... 무대가 어두워지면서 멤버들이 올라온다.

게리무어 외에 대머리 드러머, 베이스, 건반... 올라오자 마자, 가볍게 손을 푸는 듯하더니 "Pretty woman 연주할 건데, 준비되었냐?" '예~~~"

Pretty Woman이 연주된다. 살짝 빠른 템포의 곡인데 으하~ 기타 소리 쫀득쫀득하게 음반에서 듣던 수준으로 깨끗하다! 목소리도 그대로! 드럼 소리도 뭐랄까 찰진 소리랄까... 예감이 좋다!!! 일어나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

이어서 신보에서 두 곡을 했는데, 다른 모양의 기타를 들고 연주했다. Bad for You Baby는 스튜디오 버전보다도 확실히 좋게 들렸고, 이어서 매우 빠른 컨트리 블루스 곡이라 소개한 Down the Line을 시작할 때엔 헤비 메틀 공연을 방불케 하는 솔로 연주를 보여주었다. 장난 아니다!! 저렇게 빠르고 기타를 주무르는데도 힘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러면서 실제 곡에서는 음반에서보다 훨씬 빠른 템포로 연주했다. 아~싸! 들썩들썩.

다시 그의 레스폴 레스폴 스타일 기타를 들고 본격적인 블루스 타임인 듯... 살짝 흥겨운 스타일의 Since I Met You Baby를 지나 느린 블루스... Have You Heard ... 시작할 때 'One Two Three~ 부터 아주 느리게 외치는게 얼마나 느려질지... 스튜디오 앨범에서 5분 49초짜리 곡을 19분에 걸쳐 연주했다. 분명히 느린 블루스 곡인데, 속주에 기타 조율이 틀어질 정도의 벤딩 (실제로 미친듯한 벤딩 후엔 해당 줄을 연주 중에 살짝 다시 맞추길 몇 번했다) 등 불타는 기타 연주에 그리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All Your Love를 짤막하게 (5분 가량) 연주하고, I Love You More than You'll Ever Know를 17분에 걸쳐 연주...

그리고, 뒷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이 곡을 '천안함'의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바친다면서 연주를 시작한다... "Still Got the Blues"... 아~ 추모곡으로 이 곡의 선정은 의외였다. 하지만, 원체 유명한 곡이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확연히 바뀐다. CD를 듣고 있는 것과 같은 깨끗하면서도 느낌이 풍부한 기타 소리... 정말 아름답다.

함께 부르겠냐고 물어보면서 시작한 Walking by Myself. 신나는 곡인데, 응... 일어나는 사람이 없다. 나랑 앞에 있는 보헤미안PJ님은 엉덩이가 들썩들썩...  정규 순서의 마지막이었는지 '감사합니다~ 우리 조금 있다가 올게요~' 하면서 들어간다. 푸하하.

앙코르 첫곡은 The Blues is Alright. Hey~ Hey~ The blues is alright~ 을 따라 부르면서 게리 무어의 지시(?)에 따라 이제서야 스탠딩. 신나게 따라부르고는 무대위를 또 '좀 있다 올게요~'하고 나가는 멤버들... 다시 돌아와서 시작한 연주... 띠~잉 띠~잉 띠~이~잉... Parisienne Walkways ... 아~ 진짜 한다. 게리 무어의 Parisienne Walkways ... 관객들 처음 몇 소절에 뻑 간다. 뻑이 안 갈래야 안 갈 수 없다. 그러다가 중간에 연주를 딱 멈춘다. 그 유명한 한 음 오래 끌기를 할 건가 보다. 관객들의 환호성을 유도한다. 와~~~~ 22초 정도 된 듯 ... 이 곡도 그냥 마무리하지 않고 길게 솔로를 했는데, 속주조차도 부드럽게 들리게 연주하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끝나고 인사 말과 함께 '다음에 보길 바란다. 내년에 보자'면서 특별한 제스처 없이 무대를 내려갔다. 베이스 치는 아저씨가 관객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가볍게 인사하고 내려간다.

후~ 더 이상의 앙코르는 없을 걸 알고 있지만, 관객들은 체조 경기장 바닥을 굴러 가면서 'We Want Moore'를 외쳤다. 아~
약 1시간 35분의 공연 시간이었다.

정말 엄청난 연주였다. 기타 소리는 역시나 기대 그 이상이었고, 노래 역시 기대한 정도로 훌륭했고, 세션들 역시 멋진 연주를 보여주었다. 라이브 음반에서 들어보면, 특유의 짧게 끊어 말하는 'Thank you!'도 정말 그랬고, 곡마다 소개 다 짤막하게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었다. 훌륭히 연주해 준 멤버들 소개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고, 관객한테 개인적인 소감의 말 몇마디 더 하면 어땠을까 싶었다. 공연 후 '아~ 게리 무어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구나!' 이랬네요.

게리 무어 외의 밴드 멤버들 얘길 좀 하자면,
다들 나이는 좀 된 듯한 준-할아버지 수준이었다. 베이스 치는 아저씨는 큰 액션 없이 덤덤히 가끔 베이스를 후려 갈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대머리에 흰 수염 드러머는 거의 락 드러머 수준의 파워!!! 키보드 치는 아저씨는 공연 끝날때까지 고개 한 번도 안 든 것 같다.

아, 게리 무어 손 정말 컸다. 게리 무어가 머리가 꽤 큰 사람이었는데, 뻥 좀 보태서 손으로 얼굴이 가려질 것 같았다.

어쨌거나 게리 무어의 첫 내한 공연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이다. 그의 말대로 다음 혹은 내년에 다른 레파토리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

공연 후에 만난 재기는 완전히 목이 쉬었었다. 주다스 프리스트 보고도 그 정도로 목이 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하.

난 공연 후엔 정성하군 팬카페 회원들 만나서 신천역의 친구 가게에서 술 좀 마시고 집에 들어왔다.

게리 무어의 락 공연을 기대해 본다.

1.Oh Pretty Woman
2.Bad For You Baby
3.Down The Line
4.Since I Met You Baby
5.Have You Heard
6.All Your Love
7.I Love You More Than You'll Ever Know
8.Still Got The Blues
9.Walking By Myself

Encore # 1
10.The Blues Is Alright

Encore # 2
11.Parisienne Walkways

 

예매자정보 [출처: 인터파크]

남 71.1% 28.9% 여 10대  2.9% 20대  14.6% 30대  39.1% 40대  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