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0.06.12. MIKA @ Olympic Hall

미친도사 2010. 6. 23. 14:10

2000년대에 등장한 아티스트 중에 맘에 드는 아티스트가 딱 하나 있는데, 그가 바로 MIKA(미카)이다.
처음에 어디선가 Grace Kelly라는 곡을 들었는데, 독특한 가성과 매력적인 멜로디...
구입한 1집은 모두 맘에 들었고, 팝에 관심이 적은 아내조차도 그의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1집 발매 후에 나온 라이브 DVD는 노래는 잘 하지만, 아직 공연을 재밌게 이끄는 능력은 조금 부족하지 않나 느낌을 주었다.

[이게 그 재미가 살짝 부족한 DVD]

2집 발매 후 가진 첫번째 내한 공연은 둘다 지대한 관심은 있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보지는 못했었다.
여기저기 들리는 말로, 대단했고 미카 역시 대단히 좋아했다고 한다. 아~ 아까워라...

그러다가, 다시 들리는 두번째 내한 공연 소식!
아싸~!!!

초등학교 3학년인 큰 딸 규영이조차도 미카 음악을 좋아하여, '자기도 공연을 꼭 보고 싶다'고 한다... 웅...
체력 소모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카 공연에 체력 약한 규영이는 아직 좀 힘들다고 설득해서 우리 부부만 보기로 ... 

아내가 스탠딩 공연을 살짝 바라는 것 같았는데, 내 경험을 얘기해주고 젊은 친구들과 몸싸움은 어렵지 않겠냐고 해서 좌석에서 보기로 했다.

자리는 지난 달 딥퍼플 공연을 본 바로 뒷줄. 거의 정중앙.
6월 12일 토요일은 월드컵 우리나라 첫경기가 있는 날이기도 해서, 공연 끝나고 바로 현장에서 단체 응원도 한다고 한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오~~~ 사람 많다. 늘 비인기 장르인 락/메틀 공연만 다니다가 이렇게 젊은 관객들 많은 공연장 주변을 보니 좀 신기하기까지... 하하.

공연장 앞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랑 우동으로 요기를 하고 입장.
커... 지난 달에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봤지만, 관객 수가 비교가 안 된다.
스탠딩 석이 빈자리가 거의 안 보이게 꽉 차있다. 오~우~

바로 이어서 축구 응원도 할 예정이어서 그런지 붉은 악마 뿔도 많이 보이고, 다양한 야광봉도 많이 보인다.
관객들도 절대적으로 여성 관객이 많고 전체적인 연령대도 많이 젊다. 아내랑 '우리가 제일 나이 많은 거 아냐?' 그러기도 했으니... (우리 둘다 만 37세...)

자리엔 흰색 A4로 만들어진 종이비행기가 놓여있었다. 아마도 특정 곡에서 단체로 날리기 할 듯... 흠. 준비 많이 했군. 나중에 보니 팬클럽에서 준비했다는 것 같다. 원래 길죽하게 생긴 비행기인데, 더 멀리 가라고 평범한 비행기로 개조... ^^

6시 시작인데, 비가 와서인지 입장이 살짝 늦어져서 한 20분 정도 지나서 시작한 듯.
무대는 좌우로 나무가 서 있고, 가운데 계단으로 높여진 부분이 있다.

어두워진 무대에 가운데 보름달이 뜨고, 그를 배경으로 주인공 미카가 등장.
지난 달 딥퍼플 공연에서 내가 앉은 구역은 거의 막판까지 일어나지 않은 게 살짝 걱정되었는데, 미카의 등장과 첫곡의 본격적인 멜로디가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탠딩 분위기. 적어도 내 앞줄은 거의 다 일어났고 나와 아내는 일어났다. 흠...

[공연 시작 바로 직전의 무대. 저 보름달은 공연 내내 다양한 모습으로 변했다]

[미카의 등장~! 까~~~~]

첫곡은 Relax (Take It Easy)인데, 오~ 이 곡이 이렇게 매력적이던가... 우리 나라 관객들의 특허 '떼창'... 그런데 톤이 내가 자주 듣던 그런 톤이 아닌 여성들의 하이톤이 메인이다. 아~ 살짝 적응 안 된다.

Good evening, Seoul~, 안녕하세요~
Are you ready to sing? 준비됐어요?
Are you ready to dance? 춤출래요?

오웅~ 우리 말도 곧잘 한다. 지난 내한까지만 해도 베이시스트가 한국계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닌 듯. 어쨌든 우리말을 꽤 잘 한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곡은 아내의 핸드폰 벨소리이기도 한 Big Girl (You are Beautiful)... 처음 시작부분은 살짝 심심하게 시작한 듯하지만, 관객들의 후렴구 합창에 곡은 이내 흥분 모드로 ... 본격적인 연주와 함께 스탠딩 석 중앙에선 커다랗고 살찐 여자 다리 풍선이 부풀어 오르고... 관객들은 다같이 방방 뛰면서 Big Girl, You are beautiful을 외친다. 아싸~ 신난다...

[관객들 사이에 등장한 통통한 다리 풍선]

한국에 다시 와서 좋아요 (영어로), 오우, 서울 너무 좋아요~ (우리말로)...

멤버들끼리 무대 가운데 자리 차지하기 다투기도 하고, 서로 입으로 트럼펫 소리 시늉내기 시합도 한 신나는 곡 Stuck in the middle... '세계 최고의 트럼펫 솔로를 기대해 주세요 (우리말)' ^^ ... 다른 멤버들의 엉뚱한 트럼펫 소리 시늉엔 '시시해 (우리말)'...

[미카는 종종 피아노 연주도 하고, 피아노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알록달록 화려한 망또를 걸치면서 불렀던 Dr. John... 망또를 걸친 모습을 보니 왜 난 Queen의 Freddie Mercury가 살짝 느껴지는 것일까. 데뷰 당시 프레디 머큐리의 재림이니 하는 말에 분개했던 나인데 말이다... 지금처럼 훌륭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활동하다보면 거장의 대열에 오르겠지...

[Dr.John 부르는 모습. 감히 프레디가 느껴지다니.... 어허] 

산뜻했던 Blue Eyes과 Good Gone Girl... 이 곡들도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라이브로 들으니 느낌이 참 좋다. 후렴구와 백보컬은 관객의 몫이다. 허허. 나도 공연 참 많이 다닌다고 했지만, 이런 팝가수 공연은 처음이어서 여러 모습들이 다 재밌다.

이것은 친구에 대한 곡입니다 (우리말)... Billy Brown을 소개한 말이다. 도중에 BILLY란 이름이 세로로 쓰여진 현수막이 무대 아래쪽에서 올라왔는데, 마치 B자가 다 안 빠진 것 같이 미카가 현수막을 잡아당기는 것 같아 보여 살짝 웃겼다. 미카가 몇소절 안 부르는 것이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관객들이 알아서 다 불러주니까... 야~

[분명히 BILLY일텐데, B가 잘 안 보인다. 그래서 막 댕기는 것 같았다]

흥겨운 Touches You가 끝나고, '이번엔 새로운 노래를 부를 거에요 (우리말)'
오옷~ 함께 부르자면서, 가르쳐 주겠단다. 손으로 높은 톤에서 낮은 톤으로 '아~ 아~ 오우'를 3단계로... 야~ 이거 신난다~ We are young, We are strong으로 이어지는 후렴구는 대단히 리드미컬했고, 모든 관객들을 방방 뛰게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중반 이후에 '아 아 오우~'를 관객들이 부르면서 미카의 노래... 정말 대박이었다. 실제로 난 곡이 끝나고 '와~ 대박이닷~!'하고 외치기까지...

[스크린에 비친 모습. 레바논 태생으로 사진들보다 더 중동 사람답게 생겼다]

이어지는 곡은 내가 2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 Rain... 분위기 예사롭지 않다.

'밴드를 소개해 드릴게요'...
장난스러운 여성 백보컬... 베이스, 키보드, 기타를 소개하더니, 흑인 여성 드러머를 소개를 빼먹는다...
소개를 머뭇거리면서 'Do I have to?' ... 관객들 '와~~~'
'진짜루?'.... 하하.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밌다.

[공연 내내 방방 뜬 미카. 내가 가수라도 관객들이 이렇게 좋아면 방방 뜰 것 같다]

그러더니 엄청 빠른 박수를 치라고 한다. 그러면서, '6개월만에 다시 오게 되어 영광이다. 이번이 아시아에서는 첫 big show다'란다. 아마도 지난 번에 큰 호응에 이번엔 좀 더 큰 규모로 공연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였던 듯. 원래 우리나라 관객들이 많이 뜨겁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리라... 하여간, 정신없이 빠른 박수에 맞춰 부르기 시작한 노래는 'Blame it on the girls'... 야호~ 이 노래도 무지 좋아하는 노랜데... 그런데, 이렇게 약한 반주로만 끝내는 건가? 아. 아니다. 짧지만 신나는 반주와 함께 노래를 ... 이힛~!

[발끝으로 잠시 서는 모습을 종종 연출했는데, 늘씬한 체격이 부각되는 게 꽤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피아노 반주에 시작한 Happy Ending ... 어~ 내가 생각하기에 이 곡은 정규 셋리스트의 마지막곡이 아닐까 싶었던 곡인데, 벌써 끝을 향해 가는 것인가... 이 곡의 중간 노래가 없는 간주 부분에서 여기저기서 비행기가 날기 시작한다. 아~ 이 곡이구나. 날아온 비행기는 또 다시 다른 관객들에 의해 날아가고... 미카가 노래 부르면서 놀란 표정... 웃으면서 두 엄지를 치켜들고... 그리고, 무대 위로 날아든 비행기들을 주워서 다시 관객석으로도 날리고... 정말 이렇게 하는데 무대 위의 가수는 얼마나 좋을까. 우리 나라 관객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대로 날아온 종이 비행기를 다시 날리는 중인 미카. 미카와 멤버들이 종이 비행기 날아들 때 놀라고 감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어. 이 곡이 끝이 아닌가? 웅. 무대에 인형 같은 복장들의 사람들이 등장... 웅. 이건 무슨 곡이지?
컥... "뜸~따~ 라리라리, 뜸~따~ 라리라리" 켁켁켁!!! 1-2집 통틀어서 제일 좋아하는 Love Today다. 방방 뜰 수 밖에 없다. 야~ 신나신나~! 표현 불가. 이 곡에서 스탠딩 석 아래쪽으로 미카가 내려왔다! 와~ 스탠딩석의 섹션을 구분한 좁은 통로를 오가면서 관객들 속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 아 부러워라~! 우리 나라에서는 백보컬이 별로 필요 없을 듯. 다 관객들이 다 해주니까. 관객들의 "뜸~따~ 라리라리, 뜸~따~ 라리라리" 백보컬에 미카의 메인 보컬... 멤버들을 모두 손 총으로 쏴죽인 후에 자살까지 한 미카는 어둠 속에서 셋을 세면 모두 점프를 하라면서 하나~ 둘~ 셋. 다시 "뜸~따~ 라리라리, 뜸~따~ 라리라리" 하하.

[인형 복장의 사람들 등장]

[무대 위의 큰 인형]

[Love Today 도중에 관객들 사이로 내려온 미카. 저 주변 관객들 얼마나 좋았을까~!]

어. 또 하네... 이번엔 2집 첫 곡인 We are Golden... 야~ 이 곡이 이렇게 근사하다니... 메인 후렴구가 나오니 무대 앞쪽 관객들이 금가루를 뿌린다. 아마도 팬클럽에서 준비한 듯... 미카 역시 신이 나서 금가루 봉지 하나 얻어서 멤버들 머리에 뿌리며 즐거워한다. 베이스 드럼 위에 올라서서 드러머 머리에 한참을 뿌려댔다.
이 곡이 정규 순서의 마지막인가보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관객들이 뿌리던 금가루 한봉지 얻어서 드러머한테 한참 뿌리면서 노래했다]

미카와 멤버들이 무대에서 사라졌다. 관객들이 '미카'를 외치는데... 요건 락팬들에 비해 확실히 약하다. 하하. 우리나라 락팬들의 앙코르 요청은 정말 살짝 무서울 정도인데... 올림픽 공원의 대부분 경기장에서 발을 구르면서 앙코르를 외치면 정말 체육관 전체가 진동을 하는데, 여성 관객이 많아서인지 몰라서인지 그렇게는 안 한다. 하하. 어쨌든 원체 관객들의 환호성이 커서 그런지 곧 재등장...

무대 뒤에 알록달록 꽃무늬 배경이 내려오면서 꽃을 머리에 꽃고 알록달록 조끼를 입은 미카... 그의 데뷰 히트곡 Grace Kelly다. 야~ 정말 노래 잘 한다. 이 곡에서도 살작 프레디 머큐리가 느껴지려 한다. 이런 감히! 하하. 끝 부분에 미카의 독특한 효과음도 매력 만점~~

[무대가 참 예뻤던 Grace Kelly]

무대가 어두워지더니, 미카가 '대~한민국'을 외친다. 몇번 외치더니, 관객들이 외치게 한다. 그러더니, 드러머를 제외한 양철 쓰레기통 같은 걸 앞에 두고 난타 같은 타악기 퍼포먼스를 시작한다. 거기에 드럼과 키보드가 가세하더니 시작한 노래는 우리 규영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Lollipop. 관객들에게 대~한민국을 외치게 시작한다. 자기보다 여러분이 더 잘할 거라면서... 그리고는 따라부르기를 시킨다. '워~워~ 롤리팝~' 마지막 인사와 함께 곡을 마친다. 와~

[난데없이 난타?]

[Lollipop에서도 이런 분장의 사람들 많이 등장. 마지막 부분에 저 중 한명이 미카를 꼭 껴앉고 안 놔줘서 관객들 사이에서 시기의 비명이 나기도...]

실제로 마지막인 듯 멤버들 모두 함께 인사한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관객들은 계속 미카와 앙코르를 외친다. 흠. 내 생각엔 확실히 끝났는데... 잠시 후에 미카가 혼자 나와서는 'Good night and good luck'라고 인사하고는 퇴장... 이어지는 한국 축구에 행운을 빌어준 것 같고, 아마도 그 준비 시간 때문에 끝냈으리라.
사실 더 부를 곡도 없었을텐데... 하하.

[마지막으로 혼자 나와서 Good night and good luck...으로 인사하고 들어가는 미카]

약 1시간 30분의 짧다면 짧은 공연이었는데, 정말 신나게 자~~알 논 공연이었다.
역시나 우리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아티스트 역시 대단히 열심히 했음은 물론이다.

미카 역시 우리 나라 공연이 무척 좋았나보다. 공연 끝나고 바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이렇게 짧게라도 소감을 쓴 공연이 많지 않던데...

Seoul tonight was incredible. Thank you. Now watching South Korea Vs Greece on a giant screen in the same arena we just performed in.
9:03 PM Jun 12th via Twitter for iPhone
 
공연 전 날엔 우리 말로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더라고...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가 컸나 보다.

한국 팬 여러분 곧 만나요~
11:26 PM Jun 11th via Twitter for iPhone

팝 시장에서 아직 신인에 가까운 미카지만, 한국에서만큼은 빅스타였다. 한국에서의 두번째 공연이면서 아시아에서 첫 큰 공연이었다는 두번째 공연 역시 대성공이라 할 만했다.

곡 잘 만들고 노래 잘하는 아티스트에서 이제 관객들과 함께 즐길 줄 아는 아티스트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보기 좋기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카 정도 공연은 Live in Korea라는 타이틀의 CD와 DVD가 나와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흠...

공연 끝나고 얼른 모여서 축구보기로 한 곳으로 갔더니 벌써 한 골을 넣은 상태. 기분 좋게 축구 구경까지 마친 주말이었다.

01 Relax (Take It Easy)
02 Big Girl (You are Beautiful)
03 Stuck in the Middle
04 Dr.John
05 Blue Eyes
06 Good Gone Girl
07 Billy Brown
08 Touches You
09 Kick Ass
10 Rain
11 Blame It on the Girls
12 Happy Ending
13 Love Today
14 We are Golden

15 Grace Kelly
16 Lollipop


예매자정보
남 28.1% 71.9% 여
10대  4.6%
20대  56.7%
30대  28.1%
40대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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