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3.4.26. EBS 스페이스 공감 - 해리빅버튼 (Harry Big Button)

미친도사 2013. 4. 27. 10:59
내가 해리빅버튼이란 밴드의 이름을 들은 건 아래 공연이었던 것 같다.
포스터이미지

친구 재기가 함께 보자고 해서 예매까지 했다가, 몸이 안 좋아서 못 본 공연.
보고나서 재기가 해리빅버튼의 기타리스트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면서 그들의 음악이 매력적이더란 말을 했었다.

그리고나서, 작년 TOP밴드2...
1차 예선을 거친 팀들로 2차 예선부터 방송에 나왔는데, 그 때 나를 확 사로잡은 한 팀이 바로 해리빅버튼.


비록 많이 편집된 영상이었지만, 핑크플로이드의 명곡이 남성적인 하드록으로 재구성된 곡에 눈과 귀가 번쩍 뜨였다.

나이도 꽤 있어 보이는데, 이 사람들 도대체 뭐야?


이 팀에 매료된 사람들이 나뿐만은 아니었던 듯. 속속 정보가 올라오는 것이, 기타리스트 겸 보컬 이성수는 우리나라 쓰래쉬메틀 대표 밴드인 크래쉬(Crash) 3집에 참여했던 기타리스트였다는 것.


하지만, 크래쉬와는 다르게 조금은 느리지만 묵직함이 온몸을 궁궁궁 울리는 그런 음악이랄까?

TOP밴드2에서 상위권까지는 못 올라갔지만, 매번 시청자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다가, 정규 1집 발매 소식이 전해왔다. 아흐~ 기대기대!

그런데, 바로 전해져 온 이성수의 사고 소식. 사고가 나서 혼수상태라는 둥 어쩌고라는 얘기가 들렸다. 아~ 이 밴드의 공연은 이제 못 보는 것인가... 아쉬움과 걱정이 ... 흑.


그렇게 올해 좀 바쁘게 지내다 보니 Q1에 공연을 하나도 못 보고 지나가던 중에 EBS 스페이스 공감에 해리빅버튼의 공연이 떴다!!! 당장 이틀 모두 신청을 하고 기다리던 중 당첨 메일이!!!



우하하. EBS 스페이스 공감 홈페이지에서 재확인까지!!!



금요일 공연은 방송 녹화날이다. 목요일에 당첨되면 판교 공연이랑 겹쳐서 하나를 포기해야 했을 텐데 다행히 금요일에 되어서 두 가지 공연 모두 볼 수 있게 되었다.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은 늘 차를 몰고 갔었는데, 회사도 교통이 좋은 곳으로 옮기고 해서 교통 정보 확인하고 버스를 탔는데... 아뿔싸... 과천에서 양재로 넘어가는 양재대로가 완전 주차장... 헥... 매봉역 EBS에 도착하니 5분 전. 얼른 표 받으면서 친구가 좀 늦을테니 한 장 맡아달라고 하고 화장실로 가려는데, '입구는 저 쪽인데요?' '화장실에 먼저 좀 ...' 큭큭.


화장실에서 오줌 누고 있는데, 옆에 누군가가 와서 볼일을 보는데, 헉. 이성수닷. 민망해 할까봐 인사는 못 하고, 입구쪽으로 가는데 또다른 멤버인 박주영이 화장실로 가는 중. 풉. 입장을 하니 휴~ 벌써 꽉 찼다. 오~ 이건 보통 때 스탠딩 공연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은데? 무대 가운데엔 해리빅버튼의 로고 패널과 좌우에 LED 스크린이 준비되어 있다. 공감이 공연장 개수하면서 스크린까지 놨나??


[스페이스 공감 공연 리허설 중인 해리빅버튼, 사진 출처: 해리빅버튼 페이스북 페이지]


무대를 바라보고 제일 우측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보통 약간 뒤쪽에 서서 봤는데, 키큰 사람이 있어서 그냥 제일 앞 그룹에 섞이기로 했다. 공연 진행 FD가 나와서 공연 관람에 대한 이런저런 안내를 했다. 내 뒤에 서 있는 두 명 중에 한 명은 이들을 알고 있는 듯하고, 다른 한 명은 이제 막 락을 듣기 시작한 사람들인 듯, 아는 한 명이 밴드에 대한 소개를 한다.


조금 후에 해리빅버튼이 무대에 올라왔다. 이번 공감 공연이 사고 이후 첫 무대여서 그런지 감회가 남다르다는 이야기와 함께, 방송 녹화를 하겠지만 그런 건 상관말고 공연을 하자면서 시작을 했다. 무대 중앙에 이성수, 내 앞엔 또다른 멤버인 박주영. 반대편엔 베이시스트, 중앙 뒤쪽으로 드러머.


첫 곡은 Angry Face!!! 흐허! 그냥 헤비함! 그 자체다. 다른 수식어가 필요없다. HEAVY! 탄탄하고 묵직한 진짜 남성스런 사운드에 이성수의 보컬. 죽인다! 단 한 곡에 압도되어 버린다. 중간에 이성수의 기타 솔로가 내 자리에선 잘 안 들린다. 헉. 차츰 나아지겠지. 그리고 그는 무대 중앙에 있고 난 거리로는 얼마 안 멀지만 사이드여서 잘 안 보인다. 흑. 그래도 좋다!!! 한 곡이 끝나고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그냥 맛이 간 표정들. 하하. 내 뒤의 두 명 중 새내기(?)도 무척 놀란 듯.


목요일 공연은 완전히 난리도 아니었다면서 관객들의 반응이 약하다는 가벼운 불평도 하고, 다쳤을 때 잠을 많이 자서 목요일 공연 이후 아직 잠이 안 깬 것 같은데 이게 꿈이라도 자긴 좋다라는 얘기도 한다. 이 사람이 젊을 때 음악하다가 잠시 음악계를 떠났다가 다시 마음 먹고 음악을 시작해서 막 사랑과 관심을 받는 중에 사고가 나서 음악을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났겠지.


이어진 곡이 아마도 Stand For You. 스튜디오 버전으로 들었을 땐 몰랐는데, 이런 슬로 템포 곡도 라이브로 들으니 허~! 사운드도 조금씩 잡혀가는 것 같고, 또 한명의 기타리스트인 박주영의 연주도 아주 좋았다. 이 사람이 시나위 출신 보컬 김바다와 함께 Art of Parties를 했던 인물이더라고...


이들의 대표곡인 Fxxx You Very Much를 하기 전엔, 이걸 공연할 때 해도 되는지 물어봤었다면서 무대 쪽에서 욕만 안 하면 되는 거 아니냐면서 어떻게 되든 가보자 한다. 크하~! 드디어!!! 완전 남성미 철철 흐르는 곡! 말로 설명이 어렵다. 딱 헤드뱅잉하기 적당한 템포에 맞춰 머리 흔들다가 다함께 'Fxxx you very much!'를 외치는 통쾌함이란, 그 곡을 라이브로 함께 하지 않고는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중간중간 박주영이 이야기를 할 때면, 관객들 속에서 '귀요미'라는 둥 외모와는 영 안 어울리는 반응이 나오던데 실제로  멤버들 중에 제일 어리고 연주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아주 쾌활하고 재미있는 친구였다. 박주영이 이야기하는 동안엔 이성수가 눈을 마사지하는 등 잠깐잠깐씩 쉬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좀 힘들긴 한가 보다. 쩝. 좀 더 쉬다가 활동해도 될텐데, 저러다 더 탈이 나면 어쩌려고. 박주영이 횡설수설하자 이성수가 '우린 정말 말을 못 해요. 그쵸? 음악이나 잘 할게요'란다. 하하.


King's Life, The Road 등의 1집 수록곡도 연주하고 나온 Another Brick on  the Wall, part 2. 아! 나를 이들의 매력에 한방에 보내버린 그 곡! 흑흑. 라이브로 듣다니!!! 원곡의 반항적인 메시지가 해리빅버튼의 헤비한 사운드로 전달이 되니 이건 큰 한방이 되어 전해오는 듯하다. 이러다 정말 오래간만에 목 쉬는 거 아냐? 


공연 전 날에 유튜브에서 해리빅버튼 영상 보다가 최근에 올라온 듯한 Desire란 곡의 영상을 봤는데, 그 곡이 나온다. 이 곡의 시작에서 박주영이 기타를 괴롭히면서 내는 사운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두 명의 기타리스트가 솔로도 곡마다 적절히 나눠서 연주하는 등 기타리스트로서의 비중을 잘 배분한 듯하다. 어느 곡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박주영이 좀 이상한 장치로 피킹 대신 연주를 시작한 곡도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다. 이 곡은 중반까지는 묵직하면서도 몽환적이랄까? 중반 이후에 템포가 빨라지면서 선동하는 듯한 느낌의 곡으로 진행되면서 관객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후~


박주영이 두 곡 남았다 할 때, '(관객들) 우~' '(박) 그런데, 벌써 한시간 넘은 건 아무도 모른다는 거'란다. 곡 순서가 잘 기억이 안 나는 관계로 마지막에서 두번째 곡이 뭔지는 가물가물. 하여간 마지막 곡은 Everything is Fine Except Money! 이 곡은 TOP밴드2에서 이들이 탈락한 후에 다른 경연 때 축하 무대에 올라서 불렀던 노래다. TOP밴드2에 참가했던 많은 팀들의 보컬이 녹음에 참여했다는 곡. 슈퍼키드, 시베리안허스키, 펠라스, 네메시스, 네바다51 등등. 가사는 정말 단순. 하지만, 단순하기에 따라하기에도 좋고 그 중독성이 강한 그런 곡. 중반 이후에 과격 헤드뱅잉하기 딱 좋은 연주는 막판에 나를 휘청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요새 젊은 친구들은 나같은 헤드뱅잉을 잘 안 하는 것 같아. 하~


이들의  정규 공연 순서가 끝났다. 다들 큰 소리로 앵콜을 연호했고, 조금 후에 다시 등장하고 앵콜로 부른 곡은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 시나위 출신 김바다와 함께 활동을 했던 박주영이 있는지라 선곡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정말 이 곡은 라이브에서 최강인 듯. 락음악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는 동시에 해소되는 것 같다. 아~ 목이 터져라 "크!게! 라디오를 켜고, 다 함께 노래해요~!" 아~ 후련하다!


공연이 끝났다. 좀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만, 충분히 그들의 매력을 느끼고도 남을 정도였다. 박주영이 피크를 한 줌 쥐어서 주변에 날려주고 쥐어주고 한다. 상당히 앞에 있었던 내게도 하나 날아와서 피크 득템! 푸하하! 신난다.


정말 이처럼 속이 후련한 공연이 얼마 만인가? 후~ 몸과 목근육도 뻐끈하고 목(throat)도 따끔. 하지만 기분이 아주 좋다! 나와서 CD 사서 사인회를 기다린다. 공감 공연 후에 사인회 몇차례 서봤지만 이렇게 줄이 길었던 적도 처음인 것 같다. 검정 네임펜으로 사인을 해주고 있던데, 어두운 CD 표지에 사인을 해주면 티가 안 날 것 같다. 가방을 뒤져보니, 늘 갖고 다니던 은색 마커가 있다. 흐흐. 열심히 흔들어서 난 표지에 은색 마커로 사인 받았다!!! 친절히 이름 물어봐서 이름도 써주고, 정성스럽게 사인 해준다.




 그리고, 멤버 두명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하하.


우하하. 더 이상 실속있는 공연이 또 있을까? EBS 스페이스 공감, 사랑해요!!!


좀 늦을 것 같던 친구 재기는, 길도 막히고 주소를 잘못 찾아서 많이 늦어 결국엔 못 봤다 한다. 내가 다 아쉽고 미안하다. 다음에 멋진 공연 함께 하길 기대해본다.


만 하루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깨가 뻐근하긴 하지만 이 공연만 생각하면 뿌듯하다. 방송 나오면 녹화해야지!!!

혹시 해리빅버튼의 음악을 안 들어 본 이가 있으면 꼭 들어보시고, 음악만 들어봤다면 공연을 꼭 보시라.

요새 애들 말로 닥치고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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