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

나의 음악 이야기... #1

미친도사 2015. 3. 29. 23:52

얼마 전에 어머니께 늘 좋아하셨던 조영남, 윤형주, 김세환 (요즘엔 쎄시봉이라 그러죠.)의 성남 공연을 보여드렸습니다.

그러면서, 당신 블로그에 글을 남기셨는데, 그 글에 제 어릴 적 음악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좀 있길래

저도 생각나는 대로 좀 적어볼까 합니다.


일단 어머니의 2015년 세시봉 콘서트 성남 공연 후기...

쎄시봉 공연, '순수 시대의 초대장'


제가 음악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전적으로 음악을 좋아하신 어머니 영향일 겁니다.

당신은 저희를 키우느라 음악들 못 들으셨지만, 저희는 어머니의 레코드판을 휴대용 전축에 돌리면서 음악을 듣고 놀았지요.



어머니가 결혼 전에 쓰시던 일제 휴대형 전축이었던 것 같은데, 저기에 이 판, 저 판 꺼내 들으면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어릴 적엔 그게 별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자라면서 그 때 엄마(!)랑 음악 듣고, 엄마의 간단한 설명이 나중에 제가 음악을 꽤나 많이 알고 있더라는 것을 보면 큰 영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 가운데 회전판에 다른 장난감 올려서 돌려가며 놀기도 많이 했지만, 저 빨갛고 베이지색 전축은 제 어릴 적 기억에 꽤나 큰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사진 보여드렸더니 어머니도 참 반가워 하시더군요. 아직까지 갖고 있었으면 이베이에서 돈 좀 받겠더군요. ^^


국민학교 1학년 때, 음악 시간이었나 봅니다. 교과서에 '숲 속의 대장간'이란 클래식 곡이 소개되었는지, 집에 '숲 속의 대장간' 레코드 판이 있는 사람 손들라 하셨는데, 저는 당연히 제가 잘 아는 곡이고 집에 판이 있으니 손을 들었지요. 집에 와서 엄마한테 그 얘길 했고, 엄마는 판 상태가 안 좋은데 어쩌고저쩌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그래도 제가 학교에 갖고 간다 했으니 갖고 가야 할 것 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지요. 어머니의 이번 글을 보니, 그 때 학교를 바로 찾아가서 (당시 집에 전화가 없던 시절이니) 레코드판 상태를 말씀하셨고, 담임 선생님은 이 음악을 소장한 가정이 별로 없어 구하기 어려운 판이니 그냥 보내보라 하셨나 봅니다. 제가 기억하는 부분은 등교길에 레코드판 잘 들고 가서 선생님 드렸고, 그 레코드 판을 아침 시간에 교무실에서 1학년 전체 교실에 틀어 다같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아주 내성적이고 큰 이벤트 없었던 국민학교 생활을 한 제겐 나름 큰 기억 중 하나입니다.


집에 변변한 전축 하나 없다가, 친척 분(작은 이모네였는지, 큰 고모네 둘째 형이었는지 기억은 안 납니다)이 전축 업그레이드하면서 쓰시던 전축을 우리 집에 주었는지 해서 전축이 생겼습니다. Kenwood 앰프에 턴테이블과 스피커는 어디 거였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집에 큰 전축이 생긴 이후론 가끔은 한번씩 정도 가족 모두 동네 레코드 가게에 가서 레코드판 하나 사서 들었지요. 그 당시에 구입한 판 중에 가장 기억나는 건 서부영화 주제곡 모음집이네요. 영화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고르신 것이었나 봅니다. 처음 시작에 스피커 한쪽에서 다른 한 쪽으로 마차 달려가는 소리가 이동하는 것이 얼마나 신나고 좋았는지 참 즐겨 들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음악 감상 시험 준비할 때엔, 해당 곡들만 테이프에 녹음해서 듣지 않고 전 앨범을 다 구입해서 듣곤 했습니다. 테이프에 녹음해서 듣는 것은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막 개점한 삼성동 현대백화점의 레코드 가게를 주로 갔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공부(!)에 자료로 쓰이는 것에는 당연하게 지원해주신 부모님의 의식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교과서에 나오는 음악 뿐만 아니라 그 곡들과 함께 있던 다른 클래식 음악들까지 (혹은 주요 악장이 아닌, 다른 악장들까지)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겠지요. 종종 클래식 판 구입해서 사다보니 매장 직원 누나랑 인사할 정도 알게 되어서 나중엔 사고 싶은 판 부탁해서 구입할 수 있을 정도도 되었었네요. 어머니랑 가끔 구경 가서 한 장씩 사오는 재미를 알게 되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이 당시에 매장 직원한테 구해달라 구입한 음반 중에 기억나는 것은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입니다. 당시엔 딱히 연주자나 버전을 골라 들었던 건 아니어서 (그래도, 카라얀 + 베를린 필의 조합이 제일 많았을 겁니다) 아래 음반을 구해주어서 구입했습니다. 지금도 갖고 있어서 아래 사진은 좀 전에 찍은 겁니다.



생각난 김에 다음 주말엔 한번 틀어봐야겠네요...라고 했다가 너무 들어보고 싶어서 규영이랑 밤 11시 반에 듣고 있습니다.


아, 밤이라 크게 못 들어도, 턴테이블을 언제 마지막으로 돌렸는지 기억도 잘 안 나지만 좋네요...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 이야기는 언제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좀더 대중음악을 듣게 되는 중학 시절을 쓰게 될 것 같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