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6.05.06. ABTB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 @ 클럽 打

미친도사 2016. 5. 7. 11:23


몇 년 전에 KBS에서 한 탑밴드라는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밴드 중 하나가 게이트플라워즈(Gate Flowers)였다. 왼손잡이 기타 연주 및 리듬 파트의 연주 모두 대단히 안정적이었는데 단연 눈에 띄는 이는 보컬 박근홍이었다. 굉장히 거친 듯한데 보컬이 귀에 쏙쏙 들리는 발음이 인상적이었다. 2012년 부산 락페스티벌에서 이들의 공연을 짧게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 관람이었다.


한참 활동을 안 하는 듯했는데, 박근홍이 출연하는 팟캐스트를 알게 되었고 그가 관여하는 음악 팟캐스트들을 쭉 듣다가 이 사람이 새로운 밴드 활동도 시작했다는 걸 알았다. ABTB라는데, 앨범은 아직 안 낸 것 같고 그냥 이제 활동을 막 시작했나 보다 싶어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최근에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 소개가 되면서 공개된 세 곡의 라이브 비디오 영상은 아주 세련되면서 흡입력이 강한 음악이었다. 박근홍이 얼터너티브, 그런지 등이라 칭해지는 내가 잘 안듣는 그런 음악을 지향한다곤 하지만, 온스테이지에서 공개된 ABTB 음악은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그러다가, 앨범도 안 낸 밴드가 단독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승환이 공연 준비의 모든 것을 후원하는 차카게 살자 프로젝트에 ABTB가 선정되어 하게 된 것이라 한다. 오호~ 급 관심이 생긴다. 금요일 저녁이라 하지만, 퇴근하고 바로 가면 시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임시 공휴일이 되었고, 좀 더 여유롭게 공연장을 갈 수 있게 되었다.


공연장은 홍대 일대의 클럽 打(타)라는 곳이라는데, 도착해서 보니 3월 달에 봤던 와일드매치를 했던 공연장 A.O.R과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딱히 포스터를 제작하지는 않았는지 입구에 이렇게 손으로 쓴 공연 안내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예매를 할까 하다가 결정을 못 해서 미뤘기에 현매를 했고, 이렇게 손바닥에 도장을 찍어 주었다.


시간이 되어 공연장으로 내려가니, 여긴 무대를 기준으로 가로로 긴 형태의 클럽이네. 


저 스크린 뒤쪽으로 온스테이지 영상에서 보였던 전광판이 있었다.


이렇게 뭔가 밴드를 알리는 뭔가가 있으니 한결 좋네. 공연 시작 전에 잘 모르는 곡이 계속 반복된다. 뭐냐. 발표 예정인 이들 음악인가? 목소리가 좀 다른데... 흠.


8시가 다가오니 사람들이 꽤나 많이 모인다. 유니언스틸의 조영문님과 양아취락의 DJ번님과 함께 예전의 이브의 보컬이자 현재 더히스테릭스(The Hysterics)의 보컬이자 리더인 김세헌님도 보인다. 오~ DJ번님과 인사하고 조금 후에 공연이 시작한다. 오프닝밴드 이런 것 없이 바로 ABTB가 무대에 오른다.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사람들도 꽤나 많다. 야~


온스테이지에선 트윈 기타 시스템으로 5인조였는데, 4인조로 시작하네. 온스테이지 홍보 문구에서 홍대 어벤저스라 칭했는데, 각자 활동하는 팀이 있는 실력파 연주자들이 모여 만든 밴드답게 첫 곡부터 연주의 탄탄함이 느껴진다.


첫 곡이 끝나고 박근홍이 인사와 함께 멘트를 한다. 공연 전에 주구장창 반복되는 곡이 영화 어벤저스 주제곡이었단다. 어헛... 저 가죽 잠바 안에 입은 티셔츠 역시 어벤저스 티셔츠랜다. ^^

기타리스트 한 명이 손을 다쳐서 함께 하지 못 했다면서, 대신 친분이 있는 기타리스트들을 여러 곡에 게스트 연주자로 참여시켜 공연을 진행했다.


처음 두 곡을 4인조로 연주한 이후에 미싱루실(Missing Lucile)이란 밴드의 기타리스트 강우석을 소개하면서, ABTB 결성 최초에 이렇게 5인이 이 밴드를 시작했었다며, 제일 먼저 합주한 곡이라며 연주한 곡이 온스테이지에서 소개되어 매우 인상적이었던 Artificial이란 곡이다. 위의 사진에서 모자 쓴 기타리스트 곽민혁이 아주정적인 반면에 강우석은 매우 액티브했다. 야~ 온스테이지에서 소개되었던 곡이어서 그런지 관객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다. 일단 곡이 엄청 좋다. 진짜 이 정도면 수퍼밴드라 해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연주도 훌륭하네. 이 기타리스트와 함께 한 무대는 사진을 안 찍었네. 아이 참... 강우석과는 템포가 좀 있는 두 곡을 함께 했다.


다음 게스트는 엔들리스케이브(Endless Cave)란 밴드의 이인규라는 기타리스트가 함께 했는데, 좀 느린 템포 두 곡을 했다. 이런 장르의 음악을 내가 그리 잘 안 들어와서 느린 곡들은 좀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들 음악이 흡입력이 상당하다. 실력이 출중해서 그런지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있는 듯하다. 이인규란 기타리스트는 뭔가 몽환적인 것이 앞선 곡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네. 두번째 곡은 레드제플린(Led Zeppelin) 스타일이라 생각해서 Zeppelin이라 이름 지었다는데, 이 곡은 다양한 템포가 한 곡에 있는 변화가 많은 곡이었다. 내가 레드제플린을 그닥 많이 듣지 않아서인지 왜 그들 음악 같다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 긴 곡이었는데도 그닥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들었다. 뭐랄까 70년대 하드락 밴드들이 연주를 길게 넣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현대적인 감각이라 구티나지 않고 길게 느껴지지 않는 멋진 곡이었다.



다음 게스트는 홍대 여러 밴드의 기타리스트들의 사부라는데 드럼 치는 강대희와 쿠바라는 밴드에서 함께 한다는 이정우라고 한다. 체격이 무척 큰 인물이었는데, 이 때엔 커버곡을 두 곡했다. 좀 생소한 커버넌트 뮬(Gov't Mule)이란 밴드의 헤비 블루스곡과 씬리지(Thin Lizzy)의 Boys are back in town을 함께 했다. 첫 곡은 블루스 곡이었데, 그냥 처음부터 강한 내공이 철철 흐르네. 이 곡에서였나? 두 명의 기타리스트가 서로 솔로를 주고 받았는데 그냥 어후~ 짜릿하다. 두 번째 곡은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씬리지 곡이라니! 씬리지 곡이라고 소개하는 순간 소리를 빽 질렀다. 너무 좋아서. 원곡의 분위기와 이 밴드의 느낌은 많이 다른 듯했지만, 원체 고수들이라 그런지 아주 자연스럽게 이 곡을 소화해낸다. 신난다, 신나~ Boys are back in town~! Boys are back in town~! Boys are back in town~! 정말 적절한 선곡이 아니었을까? 이런 밴드를 우리는 기다려왔고, 그런 사람들(boys)이 한국의 락신에 돌아왔다구! 게스트 이정우의 기타는 연신 정말 감탄이 나오게 했다.




신나는 씬리지 곡이 끝나고 발라드 곡 하나와 웹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곡 Love of My Life를 이어서 했다. 박근홍이 퀸의 팬이어서 커버곡을 하는 줄 알았는데, 자작곡이네. ^^ 이 때엔 4인조로. 야~ 이들 정규 앨범이 또 기대되게 만드는 곡이다.


다음은 아주 어려보이는 듯한 기타리스트가 게스트로 올라왔는데, '김새롬(?)'을 소개한다면서 40대 드러머 강대희가 얼굴 마담인 밴드에 새로운 얼굴 마담이 생겼다며 소개한 이는 해쉬(Hash)란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인 황린이었다. 팟캐스트 소닉붐x아르마딜로에서 소개되어 아주 인상깊었던 해쉬의 황린이 ABTB와 함께 한단다. 그러면서 시작한 곡은 온스테이지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시대 정신이란 꽤 비트도 세고 템포도 빠른 곡이었는데, 아으~ 완전 죽인다. 앞선 게스트들에 비해 황린은 여리여리하게 생기고 머리도 긴데, 움직임이 매우 크다. 황린이란 친구... 아니, 아주 젊은 20대 초반 친구인데 뭐랄까 80년대 말, 90년 대 초의 락/메탈 신의 꽃미남 기타리스트 같은 느낌이 풀풀 난다. 해쉬의 음악에서도 장난 아니었는데, 직접 보니 이 친구 진짜 물건일세.


박근홍의 손가락 끝에 머리가 있는 이가 황린.


어린 친구가 들어와서 BPM이 빨라져서 죽을 것 같단다. 풉. 다음으로는 살짝 느린 템포 곡을 하나 한다는데, 그닥 느리지 않은데? 이거 정말 묘하다. 90년대 밴드가 80년대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느낌이랄까? 아니 반대? 반대는 아닌 것 같은데, 정말 귀에 쏙쏙 박히는 것이 좋다. 처음 듣는 곡들인데 이렇게 인상적이라니. 다음 곡은 제목이 계속 바뀐 곡이라면서 이은 곡은 최근 제목은 '옥시'란다. 푸하하. 캬~ 이거 신나고 좋다! 좀 옛날 하드락 느낌인데, 연주가 완전 작살이네. 어후~ 


다음은 알 수 있는 곡이긴 한데, 자기네 음악은 좀 따라 부르기는 어려울 거라 잘 따라 부를 수 있으면 밴드를 바로 시작해도 될 거란다. 자작곡으로 시작하는 듯 했는데, 은근슬쩍 핑크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pt.2로 이어졌다. 오~ 이 곡이 락넘버로 연주된다. 아 너무 반갑네. 바로 빠른 자작곡으로 이어진다. 하~ 연륜이 있는 이들이라 그런지 공연의 구성이 정말 좋다. 완급 조절을 하다가 관객들을 클라이막스로 몰고가면서 마무리하는 것이 정말 훌륭하다.


정규 순서가 끝이 나고, 앙코르는 닐영(Neil Young) 원곡의 Rocking in a Free World. 내가 이 곡을 어디서 그리 많이 들었나 했더니 본조비 라이브 앨범에서 많이 들었구나... 관객들이 신나게 따라할 수 있게 한 편곡과 멤버들의 연주 등등 정말 분위기 최고조로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네. 



이렇게 1시간 50분 가량의 ABTB의 공연이 끝났다. 15곡 정도를 한 것 같다. 이승환 측에서 준비한 선물도 많아서 중간중간 선물 추첨 시간도 있어 흥미를 돋구는 큰 역할을 했다. 팟캐스트 등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박근홍의 공연 진행은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물론 썰렁한 개그나 횡설수설이 없진 않았지만, 유쾌하게 분위기를 저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생각한다.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박근홍은 공연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진짜 노력을 많이 하는 모습이 보였다. 첫 곡에서만 선글래스를 끼고 노래했고, 그 이후엔 맨눈으로 관객들과 눈맞춤을 꼼꼼히 하여서 딴 짓을 못하게 하게 만들더라. 곡 중간중간엔 혼자 무대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무대에서의 존재감을 계속 유지했다. 얼마 전에 팟캐스트 소닉붐x아르마딜로에서 밴드는 자기네가 상품이고 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박근홍의 말이 생각났다. 정말 자기네 상품을 위해 무대 위에서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베이스 치는 장혁조(소닉붐x아르마딜로에서 하도 주완이 장조혁이라 그래서 이름이 막 헷갈린다)는 단단한 베이스 연주는 기본이고 코러스를 전담했고, 박근홍의 멘트를 적절히 옆에서 조율해주었다. 장혁조라 소개하니, 어디선가 장조혁~이라고 누군가가 외친 것이 들렸다. 나중에 보니 팟캐스트 청취자 분들이 꽤나 계셨던 것 같다. ^^ !


드럼 강대희는 처음 본 연주였지만, 정말 전천후 드러머인 것 같았다. 파워와 탄탄한 리듬, 그리고 연주하는 모습이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내 앞쪽에 있던 기타리스트 곽민혁은 모자를 꾹 눌러쓰고 큰 액션없이 연주했는데, 정말 차분했다. 무대에서만 본다면 박근홍, 장혁조가 살짝 띄우는 분위기의 사람들이라면 강대희와 곽민혁은 그 분위기를 적당히 차분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중간중간 연주는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게스트 기타리스트들도 다들 개성있는 연주가 일품이었다. 그 중에서도 ABTB와 함께 하기로 했다는 황린은 정말 저리 어린 친구가 어찌 저런 감성의 연주를 할 수 있는 거지? 거기에 무대 위에서 액션이 화려해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으면서, 내가 진짜 락 공연장에 있구나 싶은 느낌을 팍! 받게 했다.


멤버들 및 게스트 모두 대단해서 다들 원래 활동하던 밴드의 음악을 차근차근 찾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은 처음엔 주로 화장품으로 시작해서, 머그컵 하나가 주어졌고 마지막엔 우엉차가 남았다며 이건 노래 도중에 박근홍이 무작위로 던졌는데 내가 하나 손을 뻗어 획득. 푸하하. 나한테 하나는 올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고. ^^v



공연 후에 공연장 밖에서 박근홍에게 인사했다. 미친도사라고 소개하니 반갑게 맞아줬다. 공연 전에 다른 분에게 미친도사 아니냐고 물어봤었댄다. ^^


관객들 표정도 다들 즐거워 보인다. 정규 앨범도 하나 없는 팀의 단독 공연이어서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충분히 많은 멋진 자작곡들과 개성있게 편곡된 커버곡들이 뛰어난 연주자들을 통해 연주 되니 만족도가 엄청 높은 공연이 되었다. 헤비니스 부문에서도 그랬지만, 내가 관심이 적은 락장르의 음악도 해외팀보다는 이렇게 우리네 밴드가 더 내 취향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들의 정규 앨범 및 이후 활동도 무척 기대하게 하는 그런 공연이었다.


박근홍은 오늘까지만 홍대 어벤저스하겠다 했지만, 계속 홍대 어벤저스가 되길 바래본다.


P.S. 셋리스트는 자작곡들 제목을 정확하게 아는 게 적어서 그냥 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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