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6.11.10. ABTB - 지금, 우리의, 시대정신 @ EBS 스페이스 공감

미친도사 2016. 11. 26. 10:16

올해 앨범을 낸 국내 밴드 중에 단연 화제의 밴드는 ABTB가 아닐까 싶다.


5월에 앨범도 안 낸 상태에서 한 단독 공연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들의 첫번째 앨범이 기다려졌다.

밴드 소개랑 단독 공연 이야기는 지난 글 링크도 대체...

2016.05.06. ABTB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 @ 클럽 打

지난 5월 공연 당시 기타 한 자리가 주로 게스트로 채워져 공연이 꾸며졌는데, 현재는 '황린'이란 친구가 정식 멤버가 되어 앨범도 내고 활동 중이다.


현재 ABTB의 멤버는 다음과 같다

 박근홍 - 보컬

 강대희 - 드럼

 장혁조 - 베이스

 곽민혁 - 기타

 황린 - 기타


이 5인조 밴드가 올 10월에 낸 첫번째 앨범 셀프 타이틀 앨범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을 냈다.

이 앨범은 옛 하드락 스타일을 품은 현대적 느낌의 락 음악들로 채워진 올해 접한 음악들 중에 단연 손꼽을 만한 수작이라 생각한다.



앨범을 내고 얼마 안 있어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있었는데, 그 때엔 못 가서 아쉬워 하던 차에 EBS 스페이스 공감에 일정이 잡혔음을 보고 바로 신청. 보컬 박근홍의 다른 밴드 게이트플라워즈가 EBS 스페이스 공감에 여러번 나온 적이 있기에 ABTB도 나올거라 생각하고 기대했는데, 역시!


EBS 스페이스 공감은 우리나라 락밴드 공연은 신청하면 어지간하면 당첨되는지라, 마음 편히 기다렸더니 역시나 당첨 문자가... 하하


혹자는 1년에 두번 이상 공감 공연에 당첨이 되는 나를 보고 뭔가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 하는데, 실제 우리나라 락밴드 공연은 신청하면 어지간하면 다 당첨된다. 신청도 안 하고, '난 그런 거 당첨 안 돼'는 말도 안 되는 거잖아.

그런데, 공연 날짜가 Anthrax 내한 공연 바로 이틀 후이고, 회사 일이 무척 바쁜 주에 걸려 있어 살짝 우려가 된다. 하지만, 회사 일이 매우 잘 풀려서 공연 당일 시간이 되어서 편한 마음으로 퇴근 후에 EBS 본사로 갔다. EBS에는 지하 주차장이 있고, 공감을 보면 주차비를 2000원에 해주는 할인 쿠폰을 준다. 집에 차 세워두고 전철타고 오가는 것보다 차 갖고 가는 것이 더 싸게 느껴지기도 해서 요새는 차를 갖고 가는 편이다.

7시 즈음에 도착한 것 같은데, 헉! 로비가 꽤 썰렁하다.
표를 받고 로비에서 좀 기다리니 드러머 강대희, 기타 황린이 왔다갔다 한다. 우힛.

7시 25분 정도가 되어서 입장 시작. 스페이스 공감의 스탠딩 공연이면 보통 무대 앞쪽에 있는 한두열만 좌석을 치우는데, 이 날은 다른 날보다 치워둔 좌석이 좀 더 많았던 것 같아.

늘 자리하는 무대를 바라보고 우측 구역에 이번에도 자리잡았다. 공감에서 하는 스탠딩 락 공연을 수차례 봤지만, 관객수가 좀 적긴 하다. 30분이 되자 진행자가 올라와서 무대쪽으로 관객들을 좀 모은다. 녹화날이어서 관객석이 좀 덜 비어보이게 하려는 것인 듯.

무대 가운데에 ABTB의 로고가 하얗게 빛나고 있고, 마이크는 세대가 설치되어 있다. 멤버들이 올라오는데, 왼쪽부터 베이스 장혁조, 기타 곽민혁, 보컬 박근홍, 기타 황린 순서로 선다. 5월 공연에선 곽민혁 쪽에서 봤는데, 이번엔 황린이 내 앞쪽에 있다. 박근홍과의 위치도 매우 가깝고. 좋다! 딱 기대한 정도의 위치!!!

박근홍의 첫마디. "너무 많이 와주셨네요. 어, 숨쉬기 힘들다." 푸하하. 
이 날 연주한 곡 목록은 아래와 같다. (출처: 페이스북 ABTB 페이지)

  
거의 앨범 수록곡이고 핑크플로이드(Pink Floyd)의 Another brick in the wall을 편곡해서 부른 것도 자기네 곡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고 좋았다.

적시 적소에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박근홍의 공연 진행은 내내 내가 공연에 함께 참여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멘트하는 거나, 다음 곡 소개를 위해 어거지로 끼워맞추는 듯하기도 하고 썰렁하기도 한 이야기들도 관객들을 재밌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가끔 가사를 틀려서 따라 부르는 내가 뭔가 잘못 불렀나 싶었는데, 본인 입으로 자기가 쓴 가사를 틀렸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하하.

5월 공연에선 모자 푹 눌러쓰고 가만히 연주만 했던 곽민혁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모자 벗고 연주를 했는데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좋은 의미로! 보통 기타 솔로는 황린이 했지만, 곽민혁의 솔로가 있는 부분도 좀 있었고 황린과는 또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ABTB에 제일 마지막에 합류한 황린의 기타는 처음 봤을 때도 놀라웠지만, 바로 코앞에서 보니 정말 멋졌다. 쌍팔 시절의 예쁘장하게 생긴 락밴드들의 기타리스트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면서 실력도 훌륭하다!

장혁조의 베이스는 탄탄한 베이스 본연의 리듬 파트 역할을 하다가도 곳곳에서 트윈 기타 사이로 들리는 묵직하면서도 유려한 멜로디 라인이 귀에 쏙쏙 들리는 것이 정말 좋았다. 멀어서 잘 못 본 것이 제일 아쉽다. 다음엔 장혁조 앞에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강대희의 드럼은 찰진 느낌? 마이크가 있는 것도 아닌데, 거의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연주를 하는 것이 곡에 대한 애착같은 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의 재미 중 하나가 라이브에서 생길 수 있는 사건, 사고도 있고, 녹화 방송을 전제로 하는 거라 실수가 있을 때, 다시 연주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ABTB의 공연에서도 수차례 그런 게 있었다. 처음엔 곽민혁 쪽 모니터 스피커, 다음엔 장혁조 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박근홍은 무슨 우주의 기운이 방해를 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 우주의 기운이 가장 강하게 작용한 것은 Artificial이었다. 황린이 중간에 기타를 갈아매고 연주를 해야 하는데, 기타 멜빵이 잘 안 채워져서 막상 연주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되니 멜빵을 안 채운 채로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연주를 이어갔다. 와~ 순발력 끝내준다! 중간중간 페달도 밟아야 해서 꽤나 조마조마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는데, 황린은 크게 당황하지 않고 아주 잘 했다. 야~ 내심 박근홍이 멜빵을 채우는 걸 도와줬으면 멋진 그림이 나왔을 것 같지만, 아마도 여기저기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상황을 잘 캐치 못 했던 듯. 그러고보니, 올해 4월에 본 노브레인의 EBS 공감 공연도 멜빵이 말썽을 피웠던 게 생각난다. ^^

'할렐루야'까지 해서 정규 순서는 무사히 끝났는데, 앙코르 무대로 올라왔을 때 멜빵 사건이 있었던 Artificial은 방송에 나가야 하는 곡이라면서 다시 하겠단다. 아날로그 테이프를 감는 듯한 손짓으로 다시 리와인드(?!) 무대!!! 햐햐, 제일 멋진 곡을 두번 본다. 하하. 이런 게 공감의 큰 재미지!

적은 관객, 자잘한 무대 장비의 오류, 황린의 기타 멜빵 사건 등의 불길한 우주의 기운이 방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ABTB의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은 첫 곡 Matador부터 앙코르 곡인 E.S.C까지 무척 재밌고 훌륭했다.

멤버들이 인사하고 나가면서 황린이 쓰던 기타 피크를 던졌는데 내 근처에서 반짝 보이다가 떨어졌다. 주변을 보니 내 오른쪽 발 밑에 떨어졌다. 아싸~ 득템!


피크가 꽤나 작은데, 뾰족한 쪽이 아닌 둥근 쪽으로 친 흔적이 있다. 오호~ 좀 특이한 것 같다.


나오니 사인회 줄이 이미 길다. 흠. 난 집에서 CD 알맹이는 빼고 씨디 패키지를 챙겨 갔다. ^^ 멤버들도 땀만 간신히 닦고 나온 듯 아주 빨리 나왔다. 장혁조 - 곽민혁 - 황린 - 강대희 - 박근홍 순서로 앉아 있었다. 장혁조에게 씨디 케이스를 내밀면서 이름을 물어는데, 이름 말고 '미친도사'로 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장혁조가 '어!'하면서 좀 놀란 듯하다. 장혁조가 자주 나오는 팟캐스트 '소닉붐&아르마딜로' 게시판에 가끔씩 글도 올리고 해서 방송에서도 언급되고는 해서 그런지 내 닉네임을 기억하고 있나 보다. "공연 잘 보셨어요?"라고 물어보네. 하하. 물론 잘 봤지요! 내 뒤에는 나보다 좀 나이가 많은 여성 두 분이 계셨는데, 황린군 어머니 친구들인가보다. 황린도 그 분들 보니 살짝 놀라는 눈치. 하하. 다들 정성껏 사인을 해준다. 멤버들 하나하나에게 수고했다, 멋졌다고 인사했다. 마지막에 박근홍은 전에 인사했다고 날 알아봐준다. ^^ 사인에 '미친도사兄님, 항상 감사합니다!!!' 문구까지 써주었다. 야~



이렇게 신인밴드(!!) ABTB의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이 끝났다. 정식 앨범이 나와서 곡을 많이 들어본 상태에서 봐서 함께 따라 부르고 즐길 수 있어 5월 공연과는 다르게 훨씬 재밌었다. 이 공연 그대로 라이브 앨범이 나왔어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재밌었다. 내가 부틀렉을 좋아하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1년에 한 밴드의 공연을 두 번 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올해 ABTB는 두 번 봤네. 내년에도 한번은 봐야겠다 싶고, 그 때엔 꼭 장혁조 쪽에서 봐야겠다.

이상 ABTB의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 후기, 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