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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3 윤하 앵콜 콘서트 c/2023YH @ 올림픽 핸드볼 경기장 / 2023.03.12.

미친도사 2023. 4. 2. 14:22

 

윤하를 알게 된 건 꽤 오래 전(2007년?)이다. 일본에서 먼저 데뷰했고 '혜성'이란 곡이 일본에서도 꽤나 히트했는데 한국에서도 활동을 한다는 얘길 듣고 궁금해서 찾아 들었나 어쨌나... 그렇게 접한 '혜성'은 피아노가 강조되면서 약간은 일본의 경쾌한 락 음악 스타일로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상당히 생소한 장르의 음악이었다. 무엇보다도 속이 후련한 가창력이 처음부터 좋은 인상이었다. 그리고, 비밀번호 486 같은 곡들이 히트하면서 꽤나 잘 나가는 듯했고 '기회되면 꼭 공연 봐야지'란 맘을 먹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점차 뭔가 우리 나라의 댄스 음악 위주의 주류와는 살짝 어긋난 그의 행보는 조금씩 대중에서 멀어져 가는 듯했다.

나는 그래도 2012년에 발매한 정규 4집 Supersonic까지는 CD를 구입해서 들으면서도, '아, 대중에게서 조금씩 멀어질 수 있겠다'라는 느낌은 받았었다.

 

이후에도 활동은 하는 것 같았으나 나도 잊고 지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유튜브에 윤하가 추천으로 보이고, 커뮤니티 여기저기에 윤하 6집이 굉장히 좋다라는 글들이 보이면서 다시 찾아 들은 게 6집 스페셜 에디션.

다들 '사건의 지평선'을 얘기하는데, 나는 그녀의 전매 특허라 할 수 있는 경쾌란 락 넘버인 '오르트구름'과 '살별'이 너무나 좋았다.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한참을 찾아 들으면서 '이번엔 꼭 공연을 봐야겠어!'란 맘을 먹었다. 그러나, 갑자기 다시 인기 폭발하여 역주행 기록을 세우는 윤하의 연말 공연 티켓을 잡기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다가, 이번 투어의 앵콜 공연 이틀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티케팅을 시도했으나 시작하자마자 좌석은 순식간에 동이 나고 스탠딩도 '어, 어'하다가 다 놓쳤다. 눈물을 머금고 다음을 기약하려던 중... 어느 날 아침에 눈뜨자마자 괜히 인터파크에 들어가 보고 싶은 거다. 그랬더니, 스탠딩 몇 장이 나와 있는 거 아닌가. 아마도 새벽에 취소표가 풀린 날이었나보다. 고민도 안 하고 예매. 처음에 예매할 때엔 '스탠딩 공연 힘들 것 같다'란 이유가 있었으나, 내가 누군가. 락페에서 대여섯시간 스탠딩 공연도 보고, 작년엔 3일 연짱으로 핀란드에서 락페도 봤던 사람인데, 두 시간 정도 스탠딩이야 견디지!

 

작년 연말 공연 셋리스트를 찾아서 애플뮤직에서 목록 만들어 들어보니, 내가 모르는 곡도 몇 곡 있다. 예전에 내가 샀던 앨범인데도 생소한 곡도 좀 있고...

 

그렇게 공연날이 다가왔다. 공연이 있던 주의 금요일 토요일은 정말 3월 초인데 날씨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기온이 높았다.

출처: 기상청 홈페이지

공연인 일요일에도 날에는 오전에 비가 왔는데, 기온이 확 낮아질 거란 예보. 밤에 확 추워질 것 같아서 적당히 옷을 껴입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윤하 공연 말고도, 어느 아이돌 밴드의 팬 미팅이 있는 것 같아서 주차장이 꽤 많이 붐볐다. 차 세워놓고 공연장 입구로 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있다. B구역 1000번대에 적당히 서있었는데, 이거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인다. 안그래도 머리가 꽤 하얘서 젊은 애들 사이에서 티가 많이 날 것 같다. 후드 뒤집어 쓰고 핸드폰으로 배구 경기 보면서 기다렸다. 주변에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윤하가 최근에 주목 받으면서 공연이란 걸 처음 오는 친구들이 꽤 많은 것 같았다.

 

 

입장은 번호 대역별로 큰 지체없이 진행되었다. 입장해서 제일 뒤의 펜스 근처에 있고자 했으나 이미 사람들이 펜스 쪽에 진을 치고 있었다. 애매하게 서서 공연 안 보려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입장이 어느 정도 되었을 때, 적당히 위치 옮기면서 잘 보이는 자리 잡았다. 그리고, 스탠딩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커플들이다. 남자가 관심 없는 여친 데려 왔을 때보다, 여자가 관심 없는 남친 데려왔을 때가 좀 더 짜증난다. 공연에 집중 못하는 남자가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꽤 짜증나거든. ㅎㅎ 그런 것 같은 커플들은 적당히 피해서 자리 잘 잡았다.

 

난 B구역

 

 

공연 전에 공연장에 배경 음악으로 나오는 음악은 모두 윤하의 곡으로 이뤄졌던 것 같다.

공연 시작할 때까지 나는 후드 뒤집어 쓰고 있다가 공연 시작하면서 후드 벗고 관람했다. ㅎㅎ

 

공연은 거의 정시에 시작했다.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01 나는 계획이 있다 
02 물의 여행 
03 오르트구름 
04 Supersonic
05 Fireworks


06 Rock Like Stars
07 텔레파시 
08 Run
09 Black hole
10 종이비행기 

 

11 괜찮다 
12 우산 
13 비가 내리는 날에는 
14 먹구름 
15 Parade

 

16 살별 
17 혜성 
18 비밀번호 486 
19 사건의 지평선 

 

- Encore -
20 Hope
21 Home
22 느린 우체통 

 

공연 셋리스트 및 기억은 유튜브에 그 날 공연을 올린 어느 분의 영상의 도움을 받았다.

https://youtu.be/awzuf1t10ns

전체 곡을 다 감상을 올리기 보다는 그냥 생각나는 것들을 나열 해보면

  • 천문에 관심이 많은 걸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는 배경 화면

  • 처음 두 곡은 살짝 조용한 곡으로 시작했다. 두 곡 끝나고 인사하면서 멘트를 했는데, 2층 지정석에 있는 이들을 경로석 취급을 했다. 스탠딩 석에 50 먹은 아저씨도 있는데.

  • ㅎㅎ 시작을 조용한 곡으로 해서 걱정 많이 했다면서 바로 분위기 올리는 '오르트 구름'을 불렀다. 정말 6집 특별판의 첫 곡으로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멋진 가사로 참 좋아하는 곡이었는데, 분위기 띄우는 데 최고였다. 이어서 미드 템포의 근사한 락음악인 'Supersonic'과 내가 잘 모르는 'Fireworks'를 불렀는데 목청이 그냥 끝내줬다. 바로 이어서 'Rock Like Stars'의 오프닝의 샤우팅도 멋졌다!
  • 발라드 - 락 - 발라드 - 락 순서의 조합을 적절히 잘 했다는 생

  • 첫 날 공연은 긴장을 많이 해서 실수도 하고 했댄다. 큰 실수 없이 잘 했다.
  • 무대 앞에 안이 비치는 커튼 같이 되어 있었는데, 그게 스크린처럼 쓰여지기도 했다. 오프닝 영상 끝나고 그 뒤쪽으로 윤하가 비쳐지는데 그게 열리면서 무대가 등장했고, 앙코르 노래에선 커튼 앞에서 노래하고, 그 막에 가사가 쓰여지기도 했는데 꽤나 멋졌다.

  • 머천다이스로 파는 응원봉이 있었는데, 그게 무대 조명과 싱크가 되더라. 아마도 BLE 기능을 활용한 것 같았는데 흥미로웠다.
  • 밴드 멤버들을 따로 소개하는 인터뷰 영상을 따로 틀기도 했고, 공연 중에도 멤버들 하나하나 소개하는 순서도 있었다. 밴드 멤버들도 대부분 오래동안 윤하랑 활동한 이들이었다. 

  • Parade란 곡에선 백댄서들이 나와서 춤이 있는 무대가 꾸며졌다. 곡 끝무렵에는 천정에서 반짝이가 쏟아져 내려서 꽤나 멋진 장면도 연출되었다.

  • 살별 - 혜성 - 비밀번호 486에 이어지는 윤하가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는 부분은 가장 하일라이트라고 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는 윤하는 정말 최강이닷!

  • 락에 대한 관심, 자부심 같은 게 꽤나 느껴졌다. 골수 메탈 팬들이 들으면 네가 무슨 락이냐 할 수도 있겠으나, 대중 음악이란 범주 안에 이런 락 필의 음악을 꾸준히 해온 가수라는 부분에서 충분히 인정해도 좋다 생각한다. 
  • 4집 발표할 즈음엔 물 새는 지하 작업실에서 곡 쓰고 연습하고 그랬었다는데, 그 때가 대중적으로 좀 멀어진 것 같이 느꼈을 때였나보다.
  • '사건의 지평선'의 역주행에 대해서는 '5분이 넘고 우리나라에서 선배님들이 활동하시던 시기를 제외하고 락음악이 잘 된 적이 있냐?'며 본인도 너무나 신기하다 했다. 관객들 반응 진짜 좋았고, 노래 정말 멋졌다.

사거의 지평선!

  • 주구장창 달리는 락 공연도 해보고 싶단다. 난 기꺼이 동참할 의향이 있다!
  • 천문, 기상에 관한 노래가 확실히 많았다. '물의 여행', '오르트 구름', 'Black Hole', '우산', '비가 내리는 날에는', '먹구름, '살별', '혜성'
  • 약 4000 석 규모의 공연장였는데, 윤하 데뷰 이래 개인 콘서트로는 가장 큰 공연이라면서 엄청 뿌듯해 했는데, 관객들이 '체조 경기장 가자~'고 그래서 '일단 여기를 만끽하고 싶다' 했던 것 같다.
  • 애가 밝고 흥이 많아서 공연 내내 노래 뿐만 아니라 멘트에서도 밝은 에너지를 많이 전달했다. 연차도 꽤 있어서 여유로움도 참 좋았다.

  • 마지막 노래가 끝났을 때엔 무대 좌우에선 크게 허리 숙여 인사하다가, 무대 가운데에선 아예 큰 절을 했다.

  • 입장할 때 응원 슬로건을 하나씩 가져가라고 했는데, 안 챙겼다. 들고 있으면 공연 보기에 불편할 것 같아서. 이게 이틀동안 문구가 달랐었나 보다. 공연 끝나고 기념으로 하나 챙겼다. ㅎㅎ

  • 음악 분위기에 비해 관객들은 좀 얌전한 편이었다. 이 정도 음악이면 빠른 템포 곡에선 방방 뜨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떼창과 호응은 매우 좋았다.
  • 발라드 곡들이 가사가 참 좋은 게 많았다. 셋리스트로 애플 뮤직에 플레이리스트 만들어서 매일 한번씩 듣고 있다.
 

Setlist: 윤하 C/2023YH 앵콜 콘서트 2023.03.12 @ 올림픽공원핸드볼경기장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22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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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끝나고 스크린에 영상이 하나 나왔는데,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이 나온댄다. 아싸~! 엄청 기대된다. 이번 건 사야지!!!
  • 부틀렉 녹음은 실패. 오래간만에 녹음기 쓰다가 버튼 잘못 눌러서 다 날려 먹음. 사진도 앞에 한 30분 정도 날려 먹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네. 흠.

 

공연 끝나고 나오니까, 예상대로 엄청 추웠다.

 

약 15년 만에 다시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윤하의 행로가 기대가 많이 되고, 처음 공연을 보게 되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되는 대로 다시 보고 싶게 하는 공연이었다.

 

간단한 공연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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