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즈 페스티벌(이하 서재페)은 매년 5월에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이다. 올해가 15회인만큼 이력도 꽤 되고 매년 라인업이 빵빵하고 수년간 큰 말썽 없이 잘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음악 축제 중 하나라 하겠다. 이 페스티벌에 단골 손님이 몇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영국의 MIKA(미카)이다.
미카는 2007년에 'Grace Kelly'란 곡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어느 날 퇴근길에 배철수의 음악 캠프(이하 배캠)를 듣는데, 처음 듣는 노래가 내가 좋아하는 퀸(Queen)의 프레디머큐리(Freddie Mercury)의 가성과 비슷하면서도 곡이 너무 좋은 거다. 이후 그의 1집 앨범을 구입해서 차에서, 집에서 참 많이 들었다. 아이들이 7살,5살이었던 그 시절에 아이들도 곡을 참 좋아해서 미카는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팝 가수가 되었다.
2010년 내한 공연은 우리 부부가 함께 보았고, 그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에 충분했다.
2010.06.12. MIKA @ Olympic Hall
이후 미카는 서재페에 수차례 나오면서, 매번 한국팬들을 늘려 나갔고 그는 서재페 단골 아티스트가 되었다. 한국을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되기에 이르렀다.
2016년 내한 공연 때엔 중3이었던 큰 딸과 함께 보았다.
https://crazydoc.tistory.com/768
이 공연은 정말 미카의 매력의 무한함에 감탄했던 공연이었다. 이 즈음에 페이스북을 통해 학교 땐 잘 몰랐던 고등학교 동기랑 페친이 되었는데, 내가 이 공연을 본 것을 확인하고는 자기가 이 당시에 무대 감독이었다고 해서 급속히 친해지게 되었다. 꽤나 이 친구가 하는 공연이 우리 애들이 좋아하는 공연과 많이 겹쳐서 아이들도 이후에 이 친구와 많이 친해졌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미카를 훌쩍 커서 본 큰 아이는 이 공연을 본 이후에 미카에 흠뻑 빠져서 미카 팬질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내 미카 CD랑 DVD 다 가져가서 자기 책꽂이에 꽂고 각종 한정판 사다 모으고, 이런 저런 해외 팬 모임까지 들락거렸다. 그러다가, 한 호주 학생이 한국의 미카 공연이 재밌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카 해외 게시판을 전전하다가 큰 애와 연결이 되어 교류를 시작했다. 동갑의 이 친구는 호주에는 미카가 한 번도 공연을 하지 않음에 슬퍼하면서 언젠가 한국에서 미카 공연을 하면 오겠다는 얘길 했다 한다. 하여간, 이 친구랑은 이후 계속 교류를 하게 된다.
2019년 말에 미카가 2020년 3월 내한 공연을 발표했다.
이번 내한 공연은 두 딸 모두와 함께 보기로 해서 표를 구해서 잔뜩 기대를 했으나, 코로나의 공포가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즈음이라 방역에 미리 대응한 우리나라에서는 이 공연이 취소되기에 이르른다. 하~ 정말 큰 기대한 공연이었는데... 이 때 미카 공연을 처음 보는 둘째 딸은 미카 공연을 기다리며 페이퍼 커팅 크래프트로 작품을 하나 만들어서 공연을 기념하기도 했었다.
어쩌다 보니 2020년부터 큰 아이는 핀란드에서 공부하게 되었는데, 2022년 여름에 런던에서 미카 공연을 보게 된다. 그것도 2016년부터 알고 지낸 그 호주 친구를 처음 만나서 함께.
코로나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고, 슬슬 미카가 공연을 할 거란 기대를 하고 있는데 작년 말에 미카가 2023년 5월 말에 일본 공연을 발표했다.
이 공연 발표를 본 나는, "미카가 서재페에 오는구나!"를 직감했다. 미카는 한국 공연을 위해 일본 일정을 만든 것이 틀림없다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얼마 후 서재페의 1차 라인업 발표에는 오차 없이 미카의 참가가 확정되었고, 그는 Gregory Porter(그레고리 포터)와 함께 1일차의 헤드라이너로 발표되었다. 큰 아이가 학기가 끝나는 시점에 귀국 일정을 미카의 공연 날짜를 타겟으로 했음은 예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호주 친구가 미카의 내한 공연을 보기 위해 방한 일정을 잡았다는 얘기까지 듣게 된다.
서재페 1일차의 라인업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미카를 제외하고는 악동뮤지션과 이진아의 무대가 보고 싶었으나 발표된 시간표로는 악뮤를 보기는 쉽지 않겠어.
시간표를 보면 모든 아티스트에 대해 1시간 이상의 무대를 할당해줘서 아티스트의 공연을 온전히 즐기기에 충분한 페스티벌이다. 다만, 시간이 겹칠 수 있어서 시간 배분을 잘 해야 하겠어.
앞서 언급했던 무대 감독 친구 회사가 서재페 기획사와 함께 무대를 만들어온 회사여서 서재페 준비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는데, 미카가 힘들게 한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했었다. 뭔가 나름 기밀 사항인 것 같아 더 물어보진 못 했다.
큰 아이가가 1년 만에 귀국했고, 2016년부터 교류해 온 호주 친구도 입국하여 우리 집에서 체류하면서 간만에 우리집도 복잡복잡하게 보내는 중이다.
공연이 있던 월요일에 배캠의 이번 주 일정 공지에 미카가 공연 전날에 출연한다는 소식이다!
어. 배캠에 이런 손님이 올 때엔 MBC의 가든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방송을 해서 팬들이 방송을 지켜볼 수 있는 걸로 아는데! 그리고, 미카는 이 때 팬과 만나서 사인도 해주곤 한다는 걸 익히 아는지라 애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호주 친구는 방송국을 찾아가겠다 하고, 큰 아이도도 동행하겠단다. 큰 애가 혹시나 하면서 나한테서 사인 받을 때 쓸 네임펜 혹은 마커를 빌려달라고 한다. 보통 <사람과 음악> 순서는 보이는 라디오까지는 안 하는 걸로 아는데, 이 날은 보이는 라디오로 송출한다고 했다. 얼른 퇴근하고 MBC 라디오 앱을 통해서 보이는 라디오로 방송을 봤는데, 미카가 입국 후에 방송국을 오는 길이 막혀서 좀 늦는댄다. ㅎㅎ
이 날 보이는 라디오 방송은 아래 링크 참고
https://playvod.imbc.com/Vod/VodPlay?broadcastId=1000588107169100000
조금은 늦었지만, 배캠에 수차례 나온 적 있는 미카는 특유의 밝은 모습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한국 관객에 대해서 친절하고 디테일하고 에너지가 남다르다는 얘기를 했다. 그 에너지는 정말 그 안에 있어본 사람들은 모두 안다. 우리 관객들은 젊은 시절의 미카의 공연에 열광적으로 함께 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수에게 주었고, 가수는 그 에너지를 받아서 더 열심히 노래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우리는 목격해 왔기에 그 몇 마디는 너무나 반가웠고 뿌듯했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셋리스트를 오픈해두고 다양한 선곡의 여지를 둔다는 말을 했는데, 이게 무대 준비하는 친구가 힘들다고 했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여러 가수를 준비해야 하는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급 가수의 셋리스트를 예정된 시간보다 더 많이 준비해야 하니 힘들다고 한 것 같다.
방송이 끝나고, 미카가 밖에 있던 팬들 하나하나 만나서 사인도 해주고 사진도 같이 찍어주고 얘기도 나눴음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딸이 아래와 같이 톡을 보내왔다. ㅎㅎ
우왓!!! 내가 십수년 동안 공연장 다니면서 가끔 사인을 받을 일이 있을 때, 금색이나 은색 펜이 앨범에 사인 받기가 좋아서 늘 필통에 넣고 다니는데 이렇게 쓰이네.
큰 애도 미카와 대화 많이 했고, 함께 갔던 호주 친구는 미카랑 사진도 찍어서 한껏 흥분한 모습으로 귀가했다.
공연 날 아침! 비가 올 수도 있다고 한 금요일이었지만, 공연 당일은 날씨는 아주 맑는 않았지만 꽤 괜찮은 날씨였다.
큰 딸과 호주 친구는 오픈런하겠단다. 굳이 안 그래도 될 것 같다 그랬는데, 얘들은 앞쪽 중앙을 사수하겠다는 의지가 너무나 확고해 보였다. 나는 출근했다가 오후 반차내고 갈 예정이고, 둘째는 학교 수업이 5시에나 끝난다고 6시 즈음에 공연장에 도착할 것 같다 한다.
일단 내 작전은 4시 전에 도착해서 행사장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이진아 공연 전체를 보고 이후엔 맥주 좀 먹고 좀 빈둥거리다가 악뮤 살짝 보고 나와서 미카를 볼 생각이었다.
오후 반차 내고 볼 일 좀 보고 쉬었다 공연장으로 가려 했으나, 아침 일찍 간 아이들이 춥다 해서 걸칠 옷을 챙겨서 일찍 공연장으로 향했다. 올림픽 공원은 평일임에도 주차 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로 차가 많았다. 어찌어찌해서 멀지 않은 곳에 주차하고 티켓 수령하고 공연장에 가서 옷을 건네주었다. 공연장 구조를 보니 중앙에 통로가 있어서 나중에 미카가 내려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차로 돌아가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5시에 이진아 공연을 보기 위해 수변 무대를 찾아갔다. 그런데, 여기서 서재페 수변 무대 위치를 미리 확인하지 않고, 그냥 올림픽 공원 수변 무대를 검색해서 한참 갔는데... 아 거기가 아니었다. 다시 부지런히 걸어서 공연장 근처에 도착했는데, 둘째가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으윽. 다시 주차장으로 가서 차에 아이 짐을 두고 행사장으로 와서 둘째 입장권 수령하고, 이진아 무대를 찾아가니 70분 공연 중에 50분 가량이 지난 상태였다. ㅠㅠ
이진아의 공연은 작은 호수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행해졌는데, 재즈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재즈 음악이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대중적인 음악이었다. 온전히 다 들은 '냠냠냠'과 '시간아 천천히'는 익히 아는 곡이었지만, 정말 피아노 위에서 자유롭게 편곡되어 연주되는 곡은 완전 다른 느낌의 곡이었다. 짧은 시간에 아쉬움 가득했지만 감탄을 자아내기엔 충분한 공연이었다.
다음에는 메인 잔디 무대로 가봤다. Justin Hurwitz Jazz란 팀이 준비 중이었는데, 아티스트들이 준비하는 걸 확인하는 친구 모습을 잠시 볼 수 있었다. 둘째는 다른 무대 구경하고 오겠다 해서 나는 혼자 생맥주 하나 마시면서 공연을 잠시 봤다.
7시부터 하는 Mamas Gun이란 팀의 공연을 보기 위해 다시 수변 무대로 갔다. 이 팀은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음악은 전혀 몰랐는데, 젊은 친구들이 하는 80년대 팝음악 같은 느낌이었다. 건반 주자가 생일이라면서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멤버들이 모두 유쾌하게 공연을 즐겼다. 관객들 역시 익숙한 팀인 듯 반응이 꽤나 좋았다. 함께 보던 둘째도 다음 주부터는 이 밴드 음악 좀 찾아 들어봐야겠다 한다. 작은 무대였지만, 90분이란 시간을 할당받아 헤드라이너급 공연을 했다. 꽤 괜찮은 밴드 발견이라는 게 반가웠던 무대. 마지막으로 앵콜곡을 할 때 나는 미카가 공연할 KSPO돔으로 이동했다.
중간 펜스 근처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너무 빽빽하게 서서 보는 것보다 살짝 뒤에서 여유있게 즐기기로 하고 자리를 옮겼다. 큰 애는 제일 앞줄에서 중앙 펜스를 잡았고, 호주 친구도 근처에 있었고, 둘째는 중간쯤 펜스의 중앙 통로 근처에 자리 잡았다. 공연은 9시 10분 시작으로 예정되었으나 약 10분 정도 늦게 시작했다.
8시 20분쯤에 공연장이 어두워지면서 공연이 시작했다.
어두운 무대에 아이가 중얼거리면서 노래하는 음향과 함께 미카의 노래 포함하여 여러 노래의 짤막한 몇 소절을 짜깁기한 오프닝이 시작하더니 'Lollipop' 멜로디의 간결한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미카가 피아노를 치면서 시작하나 싶었는데, 건반 주자가 피아노를 치고 있고, 미카나 피아노 위에 누워서 내레이션을 시작한다.
"7년, 난 7년간 잠이 들었어요. 이제 일어납니다. 스트레칭하고 심호흡. 그리고는 말하지요! 'Good morning, Seoul Jazz Festival'" 우와!!!! 그러면서 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피아노 반주로 편곡된 Lollipop을 시작한다. 아~ 시작부터 완전 색다르다. 피아노 템포가 빨라지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멜로디로 바뀌면서 우리 모두 박수치면서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우와. 시작부터 관객들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밴드의 반주가 함께 시작하면서 공연장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피아노 락으로 편곡된 롤리팝 완전 끝내주네!
다음 곡으로 이미 예상한 'Origin of Love'의 전주가 시작하면서 미카가 말한다. "7년만이에요. 난 서울에 돌아와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다같이 소리 질러~!!!" (우와아악!!!) 원곡보다 조금 간결한 듯한 반주에 우리 모두 후렴구를 부른다. 공연장이 꽤 큰데, 무대는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게 디자인이 되어서 키가 큰(191cm) 미카가 서서 노래하면 마치 작은 무대에서 노래하는 듯하게 보인다. 아, 차분하게 공연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안 되네. "Thanks god that you found me"란 가사가 유난히 잘 들리는 게 괜히 뭉클해진다. "서울, 7년 전에 하지 않았던 여러분 모두에게... 만나서 반가워요, 내 이름은 미카에요. 지금 이순간 난 행복한 사람입니다." (와~~~)
"오늘 밤 여기에 여러분은 규칙을 기억할 겁니다. 아주 중요한 규칙... 여러분은 노래를 해야만 해요!" 다같이 'Origin of Love'의 후렴구를 점점 크게 불러낸다. 우와 감정이 그냥 수직 상승한다.
베이시스트가 혼자 무대 가운데에서 솔로 연주를 한다.
짤막한 리듬인데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한다. 나중에 예전 사진 보니까 이 양반도 미카랑 오래 함께 했던 사람 같다. 미카가 옷을 갈아입고 등장했다. '다함께 춤 추기 위해 이 옷으로 갈아입었다' 뭐 이런 얘길 했던 것 같다.
간결한 드럼 반주로 시작한 곡은 'Big Girl (You are beautiful)' 어후. 그냥 옷을 갈아 입고 나오자 마자 미카는 땀범벅이 되었는데, 어느새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통로로 다니는 듯하더니, 관객들 가운데로 비집고 들어가서 그 안에서 관객들하고 다같이 뛰면서 후렴구를 같이 부르며 뛰었다. 왼쪽, 오른쪽 구역 다 돌아다녔다. 관객들도 예상치 못한 미카의 난입에 어쩔 줄 모르면서 다같이 미친 듯 뛰었던 것 같다. 미카 공연을 잘 모르는 것 같은 관객들도 다같이 뛰면서 '아~ 재밌다!'한다. 이거 너무 일찍 내려왔는데? 나중에 어쩌려고. 후~ 세 곡 했는데 벌써 에너지가 엄청나다.
피아노 반주로 잠잠하게 'Tiny Love'가 시작한다. 계속 잠잠하게 가는 건 페이크인 거다. 순식간에 본 템포를 찾으면서 분위기 상승! 팬들이 준비한 무지개색 하트 모양을 하나 건네 받더니, 그건 가슴에 대고 부르다가 아예 땀이 흐르는 맨가슴에 붙여서 노래한다. 하하. 너무 웃긴데 저 태연한 연기라니. 곡마다 이벤트야.
또하나의 대박 히트곡이지! 'Relax, Take it Easy'가 시작한다. 가성으로 불러 재끼는 후렴구가 진짜 멋지다. 거기에 맞춰 그 큰 키로 몸을 뒤틀어 깡총 뛰는 액션이 또 관객들을 미치게 한다. 저 액션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구. 안 뛰려 했고 노래는 적당히 따라 부르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미친 듯 뛰고 있고, 목터져라 노래 따라하고 있다. 어휴~ 너무 좋아!!!
아앗. Ice Cream이닷. 아까 Tiny Love에서 쓰였던 하트가 반대편으로 접으니 아이스크림이 된다. 아까 썼던 땀에 쩔었던 하트를 들고와서는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서는 바지 춤에 꼽고 노래하기 시작한다. ㅋㅋ 노래를 한참 하는데, 갑자기 관객석 어디선가 큼직한 분홍 선글래스를 건네 받아서 쓰고 노래하기 시작한다. 어어? 어제 저거 큰 애가 호주 친구랑 인생 네컷 찍은 사진에서 본 건데? 큰 애 걸 건네 준 건가? 하여간 재밌는 소품이 되어 공연에 쓰였다. 나중에 보니, 큰 애가 초반에 건네주려 했다가 생각해보니, Ice Cream에 딱 어울릴 것 같아서 노래 시작하자마자 미카한테 이거 가져가라고 손짓해서 전달했단다. 미카가 고맙다고 손짓으로 인사하고 했다는데, 너무 신나서 사진이고 뭐고 없댄다. ㅎ
다음 곡은 시작하자마자 밴드 코러스가 필요 없이 관객들이 코러스를 한다. 미카가 활짝 웃으면서 "팬데믹의 첫 공연 취소가 한국 공연이어서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공연 시작 전에 긴장했었다"는 등 얘기를 하면서 미카가 'Popular Song'을 시작했다. 관객들의 코러스로 곡이 한껏 풍성해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게 미카 공연의 매력인 것이다. 그닥 재미 없는 것 같은 곡도 한국 관객들에 의해 최적화되면 아주 멋진 곡이 된다.
미카가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 양반 피아노를 잘 치기도 하고 참 멋지다. 'Good Guys'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잠깐 타이밍을 놓쳤는지 한 소절 정도 빼먹으며 씩 웃었다. 이 곡이 뭔가 흥겨운 느낌과 차분한 느낌이 공존하는 묘한 곡인데, 관객들이 폰으로 라이트를 켜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급기야는 관객들의 목소리만으로 노래가 되어 끝내게 된다. 이 곡 중간에 또 한번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 통로를 지나가면서 노래했는데, 내가 있는 근처까지도 와서 노래하고 갔다. 하~ 좋다.
또, 피아노 반주로 시작하는 곡은 비교적 신곡 'Yo Yo'. 살짝은 슬픈 듯이 시작했으나, 피아노 반주가 끝나면서 반주가 살짝씩 댄스 음악의 약한 버전으로 변해간다. 이게 분명 댄스 음악 느낌인데 아주 잔잔하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려운데, 곡이 기가 막히다. 이 때 관객들이 준비한 색이 변하는 MIKA 로고를 스마트폰으로 들고 있어서 미카가 살짝 놀랐던 것 같다.
미카의 'Tomorrow~ Tomorrow~'의 선창에 세번째는 관객들의 'Tomorrow~'로 곡이 시작한다. 하~ 가사를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잘 들리지도 않지만 곡이 참으로 예쁘다. 흔들흔들~ Tomorrow~
또 색다르게 시작하는 익숙한 멜로디. 'Rain'이닷. 모르는 사람이 처음 시작만 들으면 이게 이리 신나는 곡이라 생각할까? 진짜 편곡 죽인다. 피아노로 시작해서는 베이스가 리듬을 보태고, 드럼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공연장은 그냥 미친다. 어후. 다들 방방 뛰면서 손을 번쩍 들어서 좌우로 힘차게 흔들고 있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자니 진짜 장관이다. 신나신나!!! 공연 끝나고 말하길 둘째가 Rain이 제일 신났다 그러네. ㅎㅎ
또 한번 잔잔하게 'Underwater'가 시작한다. 이 곡은 진짜 잔잔한 곡이다. 그런데, 그게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 아무래도 스탠딩의 뒤쪽이라 열광적으로 참여하는 관객이 좀 적은데, 내 옆에 있는 여자 관객분은 상당히 강력한 팬이신 듯. 둘이서 정말 진짜 열심히 뛰고 노래했다. 누가 보면 일행인 줄 알았을 거다. 어둡게 만들어진 공연장을 관객들의 전화기 라이트로만 밝혀진 상태에서 관객들의 코러스로 'Underwater'가 불려질 때에는 정말 그 힘이 어마어마하다. 2016년 공연 때에도 이 곡에서 엄청 감명받았는데, 이번에도 정말 끝내준다. 진짜 라이브에서만 접할 수 있는 대단한 에너지다.
아, 계속되는 힘이 가득한 미드 템포 곡이다. 'Happy Ending'. 계속 노래를 같이 불렀지만, 후반부에 'Little bit of Love'를 반복적으로 관객 모두가 코러스를 하고, 그 위에 미카가 노래를 이어가는 부분은 정말 더 이상 멋질 수가 있을까 싶다. 이 노래는 정말 음원도 대단히 좋지만, 한국 관객들과 함께 하는 라이브는 최강이다! 우리도 우리네 관객들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데, 무대 위의 미카는 얼마나 좋을까. 그냥 미카 얼굴에서, 눈에서 , 미소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우리 관객들 표정도 분명 그럴 것 같아. 아. 너무 좋다. 너무 좋아.
관객들이 MIKA를 연호하는 박자에 드럼이 이어지면서 다음 곡이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팬들은 그 드럼 박자에 박자를 보탠 박수를 치면서 곡을 시작했고, 그 곡은 불어로 부르는 'Elle me dit'. 2016년 내한 당시 '불어 노래도 다 따라부른다고?' 놀랐던 곡이다. 이 곡이 흥겹고 후렴구 일부는 대충 따라 부를 수 있어서 무척 재밌는 곡이다. 편곡 역시 원곡과는 달리 좀 단순하지만, 더 리드미컬하게 바꿔서 신났던 것 같다. 중간에 무대 쪽에서 금술이 뻥 터져서 공연장 전체를 장식했던 것 같다.
다음은 빠른 박수 박자로 시작한 'Blame it on the Girls'. 어. 이건 살짝 예상 못한 선곡인데? 좋아좋아! 신나신나! 흔들흔들~ 'Blame it on the girls, Blame it on the boys~'
다음 곡도 피아노로 땅! 땅! 땅! 으로 시작하는데, "Seoul, I wanna talk to you"라는 한 마디에 그냥 끝! "7년 동안 잠들었었고, 다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 다시는 7년간 잠들지 않겠어. 심호흡하고~" 힘찬 피아노 반주로 시작한 그가 세상에 나온 그 곡 'Grace Kelly'가 시작한다. 아, 15년이 훌쩍 넘은 곡이 되어 버렸어. 하지만, 이 곡은 여전히 그를 상징하는 곡이라 생각한다. 공연은 처음부터 뜨거웠지만, 클라이막스로 가고 있음을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모두가 방방 뛰면서 우리의 미카가 건재하게 함께 함을 즐거워했다. 마지막의 '칭~'까지 완벽했어!!
뭔가 교회 음악 같은 느낌의 장중함으로 시작하는데 난데 없이 'Love Today' 가사를 읊조리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 끙~ 미카가 이 때엔 버섯 그림의 깃발을 들고 등장했다가 등나무 같은 재질로 만든 왕관을 쓰고 노래를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드럼 박자에 맞춰 'Love'를 외치게 하더니 '뚬 따리라리~ 뚬 따리라리~'로 돌변한다. 우와~악!!! 지금 껏 너무 뛰어서 힘들지만, 지금까지보다 더 열심히 뛸 수 밖에 없다. 공연장은 무슨 종교 집단 같아 보였을지도 몰라. 관객들 모두 방방 뛰면서 목이 터져라 노래한다. 어휴, 중간중간에 드럼 반주만 강조해서 집어넣은 것도 기가 막혀. 이게 미카 공연인 거야. 가수 만의 퍼포먼스가 아닌, 관객을 포함한 공연장 전체가 하나의 라이브 퍼포먼스로 완성되는 모습. 드럼 솔로가 신나게 이어지는 데, "서울 재즈 페스티벌, 이제 집에 가야할 시간이야~" (어우~ 안 돼~) "작별 인사하기 전에 할 일이 있어. 내가 셋을 셀 건데, 뭘 해야 할 지 알거야. 준비되었지?" 큰 박수와 함께 미카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미친 듯 뛰기 시작. 하~ 정규 순서가 끝났어. 미치겠네.
관객들의 앙코르 연호는 길지 않았고, 미카는 호랑이 탈을 뒤집어 쓰고 등장해서 마지막 곡 We are Golden을 시작했다. 관객들은 팬카페에서 준비한 금술을 다같이 흔들며 마지막 곡을 열창했다. 미카도 관객에게 하나 건네 받아서 함께 흔들기도 하고, 관객이 준비한 M이 박힌 태극 무늬 하트가 가운데 있는 태극기를 가슴에 안고 마지막 곡을 불렀다. 우리는 마지막임을 알기에 더 목이 터져라 따라 불렀다. 미카가 무대 좌우로 뛰어다니면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90분간의 미카의 7년 만의 내한 공연이 끝났다. 무대 앞에 나란히 선 미카와 밴드 멤버들 모두 만족감 가득한 웃음으로 인사하고 'See you soon'이란 의미심장한 말로 무대를 떠났다.
이어서, 'Yo Yo'의 좀 더 강렬한 편곡이 흘러나오면서 공연은 끝났지만 공연장은 또다른 춤판으로 변했다. ㅎㅎ 이 곡 진짜 매력적이다. 아쉬움이 가득한 팬들은 이 노래 맞춰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마무리를 했다.
이 날의 공연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출처는 setlist.fm
7년 만에 만난 미카는 여전히 대단했다. 관객과 서로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 분위기가 고양되는 것이 왜 우리가 미카를 좋아하고, 왜 미카가 한국 관객들을 좋아하는지 서로가 다시 확인하는 기회였던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소회를 꼭 올리는 미카가 공연이 끝나고 이틀이 지나도록 글이 없더니, 직접 내레이션을 한 동영상으로 올려서 한국 팬들의 열성적인 호응에 보답했다.
영상 중간에 큰 아이의 인사도 들어가고, 엄청 뛰는 모습도 들어가서 나름 기념이 되는 영상이 되기도 했다.
미카 데뷰 당시 꼬마였던 아이들이 커서 이제 아빠랑 같이 미카 공연장에서 함께 뛰놀다니 감회가 남달랐던 시간이었다. 호주 친구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하고 그새 한국 관객 몇하고 친해져서 헤어질 때 인사도 하고 그러더라. 큰 아이는 공연장에서 런던 공연에서 만났던 이들 몇을 다시 만나서 얘기 나눠서 재밌었다고도 했다. 그 중에 핀란드 팬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이는 일본 공연은 아기자기한 느낌, 한국은 소문대로 대단한 관객들의 에너지로 가수가 에너지를 다 쏟아붓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단 소감을 인스타에 남기기도 했다.
미카의 내한 공연은 오래간 만에 한국의 미카 팬들을 다시 한번 흥분시키기에 충분했고, 미카도 한국 팬들도 서로에게 진심이었음을 재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에 "See you soon"이 그냥 의례적인 말이 아님은 우리는 알고 있고, 그 soon이 진심으로 soon이길 바란다.
이 날 셋리스트로 애플 뮤직에 플레이리스트도 만들었다!
다음 공연 일정은 Rockfest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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