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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핀란드 ROCKFEST 2023 2일차 - 데프레파드, 머틀리크루, 스트라토바리우스, 테스타먼트, 크래쉬다이엇

미친도사 2023. 7. 1. 11:29

지난 이야기
[프롤로그] 메탈의 나라 핀란드에서 락페 보기! ROCKFEST 2023

 

[프롤로그] 메탈의 나라 핀란드에서 락페 보기! ROCKFEST 2023

작년에 딸이 살고 있는 핀란드에 처음 갔다왔다. 덤으로 그 기간에 Rockfest란 이름의 락페스티벌 3일을 모두 보면서, 제가 좋아하던 여러 밴드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작년 라인업 작년에 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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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핀란드 ROCKFEST 2023 1일차 - 판테라, 배틀비스트, 랜시드, 로르디 등

 

[공연후기] 핀란드 ROCKFEST 2023 1일차 - 판테라, 배틀비스트, 랜시드, 로르디 등

본격적인 공연 후기 이전 이야기 [프롤로그] 메탈의 나라 핀란드에서 락페 보기! ROCKFEST 2023 아침 일찍 오울루(Oulu)에서 비행기를 타고 헬싱키 공항에 도착해서는, 차를 렌트하고, 호텔 체크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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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공연날 아침.
오늘은 2시 반에 오픈런을 해서, 머천을 구경 및 사고 좀 빈둥거리다가 4시 반부터 주구장창 달리는 일정이다.

Crashdiet부터 Def Leppard까지 쉴 수 없는 2일차 일정

 
호텔 근처 수퍼마켓에서 초코바 등 간단한 요기 거리 및 샌드위치를 사두고, 공항 근처 작은 동네에서 점심 먹고 2시 반에 도착할 목적으로 공연장을 향했다. 

1일권 주차 티켓을 앞에 두고 주차하러 가는 중.

 
공연장으로 가는 도중에 AA배터리를 안 산 것이 생각 나서 공연장 주변 동네 마트에서 배터리를 사고 갔더니 이미 3시가 되어버렸다. 아, 이거 예정보다 바쁘겠는데?

주차하고 공연장으로 향해 활주로를 걷는다

전 날은 너무나 추웠는데, 오늘은 비는 안 올 것 같아서 얇은 바람막이를 가방에 넣고, 경량 패딩 잠바는 가방에 걸치고 기모 후드 입고 입장.

날씨가 좋다!

입장해서 얼른 머천 파는 곳으로 갔는데, 아... 이런 판테라 옷은 제일 작은 사이즈랑 가장 큰 사이즈 외엔 모두 품절이랜다. 쩝. 머틀리 크루랑 데프 레파드 조인트 투어 티셔츠 하나만 사서 얼른 차에 갖다 두고 재입장

디자인이 딱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두 밴드의 조인트 공연 기념으로 구입

 
일단 입장을 했으니, 얼른 맥주 한 캔 사먹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쁜 날이 될 예정이라 일찍 마셔버리고. ㅎㅎ

맥주인 줄 알았는데, 맥주는 아니었다.

이렇게 맥주를 마시고 나면 빈 캔을 반납하는 곳이 있어서, 여기에 갖다 주면 1유로를 환급해 준다!

그래서, 공연장에 술마시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데도 캔이 버려지는 것을 찾기 힘들 정도로 깨끗하다. 이런 게 공연장 안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고, 일상에도 빈 캔이나 PET병 회수하는 곳이 마트 입구에 있어서 일상에서도 재활용 자원의 회수가 꽤 잘 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주차하는 순간부터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많아서, 행사장 입구에 빈 캔 모으는 어린애들도 꽤 많이 보인다. 사람들이 맥주 마시면 그 아이들이 들고 있는 봉지에 캔 담아준다.
 
일단 맥주도 마셨고, 미리 화장실도 가야지. 아래는 행사장 내부에 있는 남자 화장실이다.

 
작년엔 처음 보고 꽤나 당황스러웠다. 그냥 별도의 가림막이 없이 이렇게 화장실이 노천에 있다. 물론 구역이 있긴 하지만... 이게 그닥 어색하지 않게 여기는 게 신기하다가도 뭐 이상한 거라고 그리 가리고 그래? 라면서 그들 방식에 수긍하게 된다. 저 통은 그 자체로 오줌을 모으는 기능을 하는 거라. 소변을 누고 물을 내리거나 하는 일이 없다. 그리고, 냄새도 생각보다 거의 안 난다. 괜찮은 것 같아.
 
수돗물을 그대로 마셔도 되는 핀란드여서, 물마시는 수돗가도 있고 손 씻는 수돗가도 따로 있다. 사람들 작은 PET병을 들고 다니면서 물 받아 마시는 등의 모습들이 그냥 환경 보호에 대해 정말 많이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까 마트에서 산 배터리 역시 그냥 종이 포장 뿐이다. 우리네는 꼭 포장에 플라스틱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편의점 샌드위치도 종이 포장이고, 행사장 음식 그릇도 다 종이에다 준다.
 
일단 시간이 좀 남아서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는 'The 69 Eyes'란 팀을 보러 메인 무대의 앞에 갔다가, 노래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메인 무대랑 레드 스테이지 중간에 있는 휴게 공간에서 초코바 하나 먹으면서 좀 쉬었다.
 

눈부신 하늘

이 휴게 공간도 보고 있으면 재밌다.

그냥 나무 팔레트 쌓아두고, 허드레 자수 매트 하나 깔아둔 게 휴게 공간이다. 저기에 뺑~ 둘러 앉으면 꽤 여럿 앉을 수 있다. 물론 먹거리 파는 쪽엔 간이 탁자 및 의자가 있긴 하다. 그래도 환경 친화적인 이들 삶의 모습을 또 느끼는 부분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튿날은 우리가 예전에 LA메탈이라 부르던 헤어메탈 밴드들이 많아서 그런지 관객들 분위기도 헤어메탈 공연 영상들 보면 나올 법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 라이브에서 볼 법한 여성 관객도 많았다. 특히나 빈스 닐을 짝퉁스럽게 닮은 관객이 내 시선을 끌기도 했다. ㅎㅎ
 
시간은 흘러흘러 첫번째 볼 팀 크래쉬다이엇이 공연할 블랙 스테이지로 향했다. 무대가 작고 관객도 좀 있었지만, 사람들 사이에 여유가 있어서 난 앞에서 두번째 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앞에 거구 두 명이 있었지만, 시야 괜찮은 2열 확보!

이 크래쉬다이엇은 이번 락페 간다고 자주가는 커뮤니티에 글 올렸을 때, 추천 받은 밴드인데 스웨덴의 헤어메탈 밴드이다. 예습한다고 예상 셋리스트를 만들어서 들었는데, 어후~ 너무 좋아서 기대를 많이 한 밴드이기도 하다.
 
공연이 시작했는데, 헛! 2023년 다른 공연들에서 시작곡으로 했던 곡이 아닌 다른 곡이 시작 곡이다.
이 셋리스트는 녹음한 부틀렉을 기반으로 내가 setlist.fm에 기록했다.

CRASHDÏET Setlist Rockfest  2023

 

전형적인 4인조 구성에 젊은 친구들인데 머틀리 크루, 래트(Ratt), 스키드로우(SkidRow) 등의 80년대 헤어 메탈 스타일이고 꽤나 좋다. 보컬이 음반에서 듣던 것보다 고음이 좀 얇은 느낌이긴 한데 무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관객들을 휘어잡는 능력이 좋다!

첫 곡부터 무대 아래쪽 살쪽 높은 공간까지 내려와서 노래한다!

바로 옆나라 스웨덴 출신이라 그런지, 핀란드에서 공연도 수차례 한 듯하고 "내 경험으론 핀란드가 끝내줬었다. 너희도 끝내주는 거지?" 등 공연 중간중간 멘트도 관객들 호응을 이끌어내는 걸 잘 했다.
 
블랙 스테이지는 무대가 관객과 가까운데, 아래로 내려오기 쉽게 되어 있어서 그런가 이 보컬 엄청 자주 내려온다. 두번째 곡이던가에 처음 내 바로 앞 펜스에 한 발을 걸쳐 노래하더니, 좀 있다가는 아예 펜스에 올라가서 내 앞에 있던 덩치 큰 남자 관객 어깨를 짚고 한참 노래했다. 

헉. 너무 가까워!!!

세 번째 곡부터는 내가 아는 첫 번째 곡으로 진행되었다. 처음 보는 밴드이지만 엄청 신나게 봤다.

제대로 재미있고 멋진 밴드 만났다! Crashdiet

이들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Cocaine Cowboys'란 곡을 한 때엔 아예 내 바로 앞으로 해서 관객들 사이에 들어와서 같이 노래했다. 우왓

 

한참 부르다가 후반 부엔 잘 모르는 밴드의 멤버 둘이 무대에 올라와서 같이 부르기도 했는데, 나중에 좀 찾아 보니까 핀란드의 'Shiraz Lane'란 밴드인데, 이번 행사에 구경왔다가 친한 밴드라 무대에 올라왔나 보다.

게스트로 올라온 사람들은 Shiraz Lane란 밴드 멤버인 듯

2일 차의 나의 첫 밴드였던 크래쉬다이엇은 1시간동안 13곡을 부르면서 관객들을 제대로 흥분시켰고, 처음 본 나에게도 굉장히 큰 인상을 남겼다. 흙바닥이었던 블랙 스테이지에서 1시간 가량 하도 뛰어서 시작부터 흙먼지 잔뜩 뒤집어 쓴 건 보너스. ㅎㅎ
 
마지막 인사를 관객을 향해 찍기도 하고, 관객을 배경으로 해서 찍었는데 관객을 향한 포즈가 좀 웃겼다. 나중에 이들의 인스타그램 보고 완전 크게 웃었다.
일단 내가 찍은 사진!

그들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XXX 버전. ㅋㅋ

완전 웃긴 놈들이다. ㅋㅋ
하여간, 첫 팀부터 이렇게 신나게 놀아서 나중에 어쩌려고... 싶었으나 정말 재밌게 잘~ 놀았다. 너희 내가 찍었어! 크래쉬다이엇!

 

애플 뮤직에 이 날 셋리스트로 재생 목록도 만들었다.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crashd%C3%AFet-2023-06-09-rockfest-2023-hyvink%C3%A4%C3%A4/pl.u-DDlPsaADkveW?l=ko 

 

Setlist: Crashdïet (2023.06.09) Rockfest 2023 @ Hyvinkää, Finland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13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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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메인 무대에서 하는 '스트라토바리우스(Stratovarius)'다. 정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팀!
 
핀란드 밴드이기도 하고, 원체 유명한 팀이라 관객들이 적지 않다!
끝나고 사인회가 있어서 빠르게 이동을 해야 해서 좀 멀리서 볼까 하다가, 이들은 정말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헬로윈의 2011년 세계 투어에 동행하면서 내한해서 처음 공연을 봤던 팀인데, 그 때 너무 좋았기도 하고 작년에 낸 앨범이 너무 좋았기에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멤버들이 무대에 나오는데, 내 바로 앞쪽에 밴드 사운드의 핵심 중 한 명인 키보디스트 '옌스 요한손(Jens Johansson)'이 딱 있는데, 어후~ 그냥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다. 덥다고 할 수 있는 날씨는 아닌데, 핀란드 사람들은 핀란드 사람들인가보다. 반팔에 베이시스트는 아예 상의 단추 다 풀고 무대에 올랐다.

우하. 스트라토바리우스 시작!

시작은 예상한 대로 신보의 첫 곡 'Survive'였다.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Stratovarius Setlist Rockfest  2023

2022년에 발표된 신보 수록곡이지만, 시작부터 임팩트가 어마어마하다. 사운드도 엄청 깨끗하고, 밸런스도 딱 좋다! 시작부터 나는 '우와~'를 연발했다. 보컬 '티모 코티펠토'의 목소리는 2011년 내한 공연 때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 힘도 있고, 고음도 엄청 안정적이다.

90년대에 전성기였던 밴드였고 당시 '티모 톨키'란 스타 기타리스트가 탈퇴하면서 밴드 인기도 조금 낮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드러머를 제외한 멤버들이 15년 가까이 함께 하고 있으면서 꾸준히 괜찮은 앨범들을 내 왔는데, 이번 앨범은 정말 대박이다. 드러머는 10년 정도 함께 하고 있는데, 젊은 멤버이고 엄청난 연주력으로 밴드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스트라토바리우스 만세!

시작부터 나 너무 흥분하는데? 체력 배분이 필요하다고 시작부터 염두에 두고 관람을 시작했지만, 크래쉬다이엇에서 그냥 포기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 봐야겠다. 그나저나, 스트라토바리우스 정말 최고닷!
 
최근 곡들과 과거 히트곡들의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신보에서 연주한 'Survive', 'World on Fire', 'Frozen in Time'은 곡의 짜임새나 연주력 모두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셋리스트 안에서도 빛을 발했다.
 
히트곡 중에서는 'Father Time'이 시작부터 엄청 났다. 원래 굉장히 스피디한 곡인데, 시작 부분을 더 긴 연주곡으로 편곡해서 연주하는데, 아~ 그냥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기타리스트 '마티아스 쿠피아이넨'은 정말 딱 스트라토바리우스 기타리스트인 것이고, 베이시스트 '라우리 포라' 역시 스피드와 연주력, 그리고 무대 위에서 관객들 바라보는 미소가 완전 멋지다. '옌스 요한손'은 말할 것도 없고. 하~ 본 곡이 시작하니, 티모의 목소리는 안정적이면서 호흡도 완전 길어. 진짜 감동이야. 하~ 원체 인기 있는 곡이라 분위기 죽인다!

그리고, 옌스 요한손의 바로 그 솔로 오프닝, 'Black Diamond'. 이 곡은 여기서 그냥 게임 오버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저 키보드 멜로디는 정말이지 사람을 미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베이시스트 '라우리 포라'도 키보드 옆에 와서 가끔씩 왼손으로 키보드 연주를 보탰다. 이 사람이 핀란드의 대표 클래식 음악 작곡가인 '얀 시벨리우스'의 증손자면서 몇 년 전에 국내에서도 좀 화제가 되었던 '핀란드 메탈 밴드 (Heavy Trip)'의 음악을 맡기도 하고, 클래식 음악 영역까지 활동하는 음악적 역량이 상당한 인물이다.
멤버 모두 자기네 본거지라 그런지 한결 여유롭고 자기 역량을 제대로 뽐내는 게 정말 멋지다. 
 
'Unbreakable'이란 곡이 이렇게 라이브에서 멋질 줄 몰랐고, 함께 그 시절 그 곡 'Hunting High and Low'를 떼창하는 걸로 '스트라토바리우스'의 엄청난 1시간 공연이 끝났다.
 
핀란드의 푸른 하늘 아래에서 '스트라토바리우스'의 이런 멋진 공연이라니, 정말 꿈꾸는 것 같다.
 
너무 좋았기에 사진도 팍팍 더해 본다.

30년 가까이 밴드를 지켜온 두 노장!
스트라토바리우스 만만세!!!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stratovarius-2023-06-09-rockfest-2023-hyvink%C3%A4%C3%A4/pl.u-eWDLCz94ML6k?l=ko 

 

Setlist: Stratovarius (2023.06.09) Rockfest 2023 @ Hyvinkää, Finland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9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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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토바리우스' 공연이 끝나자마자 바쁘게 Radiorock 부스로 발길을 옮겼다. 둘쨋날의 사인회는 바로 지금 막 공연을 마친 '스트라토바리우스'이기 때문이다. 인기 많은 핀란드 밴드여서 줄이 길 것 같아서 열심히 갔는데, 상당히 앞쪽에 줄을 설 수 있었다. 사인회 자체가 크게 홍보가 안 된 것 같다. 다행이지, 뭐야. 앞에서 열번째 이내인 것 같아. 한 20분 정도 기다리는데, 아~ 저 멀리서 좀 보고 싶었던 '이스케이프 더 페이트 (Escape the Fate)' 노래가 들린다. 꽤나 관심있는 밴드였는데, 못 보는구나. 멀리서 좀 작게지만 정말 라이브 잘 하네. 밴드가 언제 오나 하면서 부스 입구를 한참 쳐다보고 있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한국에서 이 페스티벌 때문에 왔다"고 하니까, '와우~'로 반기면서 베이시스트 '라우리 포라'가 "xx해서 기뻐요"라고 뭔가 우리말 같은 걸 했는데 잘 못 알아들었다. "어메이징한 공연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마지막에 자리 잡은 '옌스 요한손'이랑 눈이 딱 마주쳤다.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앉아 있어서 살짝 떨렸는데, 눈 마주칠 때 "Thank you!"라고 인사하니 밝게 인사해줬다. 하~ 심장 터질 것 같아.

스트라토바리우스 만만만세!

터질 듯한 심장을 부여잡고, 아쉽지만 '이스케이프 더 페이트'의 무대 앞을 지나 메인 무대 쪽으로 급하게 이동했다.
 
내가 여기 핀란드에 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머틀리 크루 (Mötley Crüe)'가 다음 순서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헤어/글램 메탈 성향이 강한 이틀 째를 상징하는 밴드의 순서라 그런지 확실히 여성 관객도 많고 분위기도 밝은 것 같다.
 
무대는 생각보다 무슨 장치가 많지는 않다.

앞에 마이크 2개가 데롱데롱 매달려서 흔들리는데 공연하는데 방해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흠.
 
공연 시간은 7시 50분부터 90분이다. 시간이 다가오자, 클래식 음악(모짜르트의 Requiem in D minor, K. 626)이 흘러나온다. 이번 투어의 오프닝이란 걸 알고 있어 두근두근. 곧 시작할 거야. 그런데, 생각보다 좀 길었다. ㅎㅎ 정시가 되자 좌우 화면을 통해 뉴스 속보가 방송된다! 머틀리 크루가 어쩌고 저쩌고...

공연 전 속보와 '존 파이브 (John5)'의 등장

마지막 방송 문구가 "The Future is Ours"라고 하면서 '존 파이브'가 무대에 등장했다!!! 우웨엑!!!
셋리스트 먼저...

Mötley Crüe Setlist Rockfest  2023, The World Tour

그리고 시작하는 그 유명한 'Wild Side'의 오프닝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으악. 그런데, 이게 뭐야.
전체적인 볼륨이 너무 높고, 베이스 소리가 너무 커서 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니키 식스'의 드럼과 '토미 리'의 베이스 드럼 부분이 특히나 듣기 불편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머틀리 크루'가 있다니!!! 영상에나 보던 글래머러스한 코러스 댄서 두 명과 함께!

머틀리 크루 등장!!!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동네 사람들이 핀란드가 춥긴 추웠나 보다. '존 파이브'는 털코트 입고 연주한다. ㅎㅎ
저 뒤의 좀 덜 입은 댄서들은 좀 춥겠어. ㅎㅎ
 
'Shout at the Devil'에서는 Led Zeppelin의 Immigrant Song의 샤우팅이 MR로 살짝 들어가서 묘하게 재밌게 들렸다. 어후, 내가 Shot at the Devil을 외치고 있을 줄이야!!! 

빈스가 간단하게 인사하면서 옛날 노래라면서 시작하는데, 사운드가 꽤나 뭉개져 들리지만 어후~ 'Too Fast for Love'네! 내 앞에 여성 관객 둘은 기타리스트가 자기네가 아닌 사람이 아닌 것에 좀 의아해하면서 검색한다. '믹 마스' 은퇴했다고 얘기해주려다가 금방 찾길래 가만 있었다. ㅎㅎ 빈스가 2022-2023 투어에서 영~ 노래 못 한다고들 하는데, 음색은 완전 좋다. 호흡이 좀 짧은데 나쁘지 않다. 관객들한테 마이크를 자주 넘기는데, 현장에서는 충분히 그럴만 한 정도였다. 
 
댄서 중에 한 명이 빈스에게 어쿠스틱 기타를 전달하니 관객들이 박수 치며 어이!어이!

빈스에게 기타 전달하는 댄서

"여러분, 노래하고 싶냐?" 와~~~
'Dr. Feelgood' 수록곡인 'Don't Go Away Mad (Just Go Away)'가 이어졌다.

Don't Go Away Mad (Just Go Away)

사운드가 너무 불편해서 주변 관객들도 표정이 그닥 안 좋을 때가 많았다. 다음 곡이 이어지는데, 뭔가 아는 곡 같은데 왜 이래? 'Saints of Los Angeles'에서는 사운드가 정말 안 좋았다.
 

 
"좀 오래된 노래들 할 건데, 준비 됐냐?" 우워~
(지~지지지징~ 지~지지지징~) 'Live Wire'! 이거 예상 밖으로 엄청 멋지다. 탄탄한 토미의 드럼과 니키의 베이스 위에 존 파이브의 기타가 어울어지니 연주만으로도 엄청 근사하다. 중간에 관객들에게 꽤 긴 부분을 부르게 했는데, 떼창은 좀 약했던 것 같기도 하다. 토미 드럼이 굉장하네~
 
바로 이어진 곡 'Looks that Kill'도 참으로 반갑다.
 

존 파이브는 원곡과는 다른 것 같은데, 굉장히 머틀리 크루다운 솔로를 연주해서 왜 여러 밴드에서 그를 라이브 세션으로 많이 기용했었는지, 그리고 왜 그가 지금 믹 마스를 대신해서 저 자리에 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연주였다.
 
다음 곡은 넷플릭스의 머틀리 크루 전기 영화 'The Dirt'의 주제곡이었다. 배경으론 영화 장면이나 촬영 장면 등이 나왔다.

이에 반짝이는 뭔가를 끼고 나왔던 존 파이브

아마도 이 곡에서 존 파이브가 이에 뭔가 반짝이는 LED 같은 걸 끼고 나왔던 것 같다. 굉장히 기대했던 곡이었는데, 불편한 사운드로 흥이 좀 떨어진 건 많이 아쉽다. 곡은 진짜 좋다!
 
'니키 식스'가 무대 중앙으로 나왔다.

핀란드 국기를 들고 무대에 등장한 니키 식스

니키가 무대에 나오더니 앞쪽을 바라보며 무대 위로 한명 올라오라고 찍었다. 분명 여성 관객이겠지? ㅎㅎ
한 젊은 여성 관객이 무대에 올라오는 동안 니키가 '걱정마, 나 안 물어' 그런다. ㅎㅎ
무대에 올라온 관객과 포옹을 하고 말을 거는데, 이 관객은 흥분+당황해서 어버버하면서 어쩔 줄 몰라한다.

무대에 올라온 관객

흥분한 관객에게 잠시 틈을 주면서 "너 남편이나 전 남친, 엄마, 아빠 누구든지 말하고 싶은 사람에게 얘기해봐라"하고 시간을 주었는데, 이게 꽤 임팩트있던 시간이 되었다. 그 순간을 머틀리 크루 공식 소셜 채널에서 영상으로 만들어서 올렸다. 아래 인스타 영상 참고.
 

너무 좋아서 이 아가씨가 이야기를 못 이어가나 싶었는데 살짝 울먹이듯이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셨고 생전에 머틀리크루 노래를 함께 연주하고 노래했었단다. 아~ 순간 분위기가 경건해지면서 따뜻해졌다 해야 하나? 니키가 이 공연으로 아버지를 기념하자면서 관객들과 다 함께 환호하고 박수로 팬미팅 이벤트를 정리했다. 야~ 멋진 순간이네!
새 노래 작업하고 있고, 기대해 달라는 그런 얘기를 니키가 이어서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마법사라고 부르는데, 여러분은 '존 - Fxxking - 파이브'라고 불러줘라"면서 존 파이브의 기타 솔로가 이어졌다.
 

존 파이브 기타 솔로

처음부터 속주 날리는데, 어휴~ 기타 진짜 잘 치네. 디제잉하는 듯한 효과음을 내기도 하면서 다양한 느낌의 연주를 선보였다. 솔로는 아주 길게 이어지진 않았지만, 기타 솔로의 연장처럼 Smokin' in the Boys Room, Helter Skelter, Anarchy in the U.K., Blitzkrieg Bop이 메들리로 그의 기타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계속 느끼는 거지만, 머틀리 크루를 보게 될 줄이야!
저 그림으로 티셔츠 있었으면 당장 샀을 텐데..

 
존 파이브가 주인공이었던 시간이 지나자 드럼 치던 토미가 무대 앞으로 나와서 쪼그려 앉아 얘길 시작한다.

딱 봐도 악동스러운 토미 리!

다수의 F- 단어 써가면서 재미있냐면서, "맥주랑 술은 어디있어??"라며 술을 든 관객들을 찾는다. 관객들이 플라스틱 컵에 담겨진 맥주를 들어올린다. 그러더니, "찌찌는 어디 있어?"라고 한다. ㅋㅋ 그러더니 "어~ 저깄네~"하면서 좌우 화면에 무대 앞의 관객이 비춰지는데, ㅋㅋㅋ 남자 관객 둘이 가슴 맨살에 각각 "HELLO" "TOMMY"를 써서 웃짱을 까서 보이고 있었다. 재밌어. 존 파이브의 실망한 듯한 기타 효과음. 그러더니, "진짜 가슴은 어디 있는 거지?" 그랬더니, 몇몇 여성 관객들이 목마를 타고 올라서서는 진짜 웃짱을 까기도 했다. 영상에서나 볼 법한 순간들이 실제로 라이브에서 연출되는구나. 
 
토미가 무대 중앙에 있는 피아노로 가더니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 아~ Home Sweet Home.

딱 봐도 무슨 곡인지 알지? Home Sweet Home

살짝 울컥해지네. 요새 옛날에 좋아했던 밴드의 라이브 보면 눈물 펑펑 순간이 있었는데, 그러진 않았다. 머틀리 크루에서는 그런 순간은 없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슈퍼밴드2에서 크랙실버가 이 노래 부를 때 굉장히 감동적이었는데, 그 영상이 떠오르기도 했고, 이들이 한국에서 라이브를 해서 크랙실버 멤버들 포함 오랜 팬들이 직접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그런 생각도 많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나이는 좀 들었지만, 진짜 우리가 좋아했던 그 머틀리 크루의 모습이 느껴져서 참 좋다!

묵직하고 익숙한 기타 오프닝이 연주된다. 아~~~~악!!! 내가 참으로 좋아하고 기다렸던 'Dr. Feelgood'!
 

 
너무 기대했던 것에 비해 뭔가 흥겨움은 조금 덜 했던 것 같다. 사운드 때문이었을까? 빈스가 노래를 많이 안 불러서 그런가? 편곡이 좀 느슨했나?
 
곡 사이에 코러스 겸 백댄서들 소개가 잠시 있었고, 다시 빈스가 기타를 메고 'Same Ol' Situation'이 연주되었다.

Same Ol' Situation

이 곡이 은근 감칠맛나는 곡인데, 역시나 라이브에서 코러스 부분을 다같이 부르니 흥이 오른다. 가끔씩 샤우팅하는 빈스 보면 관리 조금만 더 하면 훨씬 좋을 것 같은데...하는 아쉬움이 좀 생기긴 한다.
 
무대 양 쪽으로 커다란 여자 로봇(?) 풍선이 올라오면서 오토바이 부르릉 엔진 소리!

Girls, Girls, Girls!

그래! 내가 이 노래를 35년 만에 라이브로 보게 되다니! 감개무량~
그런 것에 비해 노래는 딱 예상한 부분에서 떼창하고 신나게 박수치고 노는 그 이상 감흥은 없어서 묘하게 아쉬움이 남는 그런 시간이었다.

다 함께 외쳐 보자! Girls~ Girls~ Girls~

니키가 "노래 더 원하냐?" 와~~ "한 곡 더?" 와~ "두 곡 더?" 와~~~
"이 미친 핀란드 M- F-들아. 하늘 높이 주먹 들고 펀치 날려봐!"
둥둥둥둥~ 베이스와 드럼이 시작하는데, 최악이야... 소리 제일 안 좋은 베이스와 베이스 드럼 소리가 귀를 불편하게 자극하면서, 이거 분명 'Primal Scream'인데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였던 것 같다.
 
'존 파이브'가 기타를 바이올린 활 같은 걸 들고 나와서 소음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사운드를 선보인 존파이브

그러면서 우~~~~~~~웅 우~~~~~~웅 시작하는 바로 그 곡. 'Kickstart My Heart' 이들 음악 중에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이렇게 차근차근 흥분을 고조시켜가는 곡을 참 좋아한다. 'Judas Priest'의 'The Sentinel'도 그런 면에서 엄청 좋아한다. 하여간, 신난다, 신나!!!
 

혹시나 예전처럼 드럼 셋이 무대 위로 부상해서 360도 회전하나? 그런 엉뚱한 기대도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ㅎㅎ 관객들도 신나서 방방 뛰면서 다같이 'Kickstart my heart'를 부르면서 마지막 곡을 함께 즐겼다. 스튜디오 원곡에선 마지막에 믹 마스가 "Kickstart my hea~rt"를 토크 박스(talk box) 효과로 마무리하는데, 이번 라이브에서는 존 파이브의 기타로만 그 느낌을 연주했다. 내심 토크 박스 기대했는데... ㅎㅎ
 
이렇게 해서 90분의 내 생애 첫 머틀리 크루 공연이 끝났다.

반가운 만큼 아쉬움도 많았던 머틀리 크루 공연

사운드가 많이많이 아쉬워서 어느 자리에서 봤으면 제일 깨끗했을까?하는 궁금증도 있었지만, 상당히 앞에서 그들의 표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거리에서 그들의 히트곡들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참 좋았다. 상당히 대중적인 헤어 메탈(우리 때엔 팝메탈이란 말도 썼던 것 같다)이기에 연주력이 좀 떨어진다 생각할 수 있었는데, 니키 식스와 토미 리의 리듬 섹션은 굉장히 탄탄했고, 새로 합류한 존 파이브는 왜 밴드가 그를 선택했는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을 만큼 훌륭했다. 그리고, 빈스 닐의 목소리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호흡이 좀 짧고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횟수가 많긴 했지만, 충분히 멋졌다. 유튜브 보면 빈스 욕하는 댓글이 참 많은데, 직접 보면 절대 그렇게 욕먹을 만큼 후지지 않다고 얘기해주고 싶을 만큼 난 좋았다.
하여간, 기다림이 컸던 만큼 아쉬움도 있었지만, 충분히 재미있던 무대였다.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m%C3%B6tley-cr%C3%BCe-2023-06-09-rockfest-2023-hyvink%C3%A4%C3%A4/pl.u-90oWtxDK3P68?l=ko

 

Setlist: Mötley Crüe (2023.06.09) Rockfest 2023 @ Hyvinkää, Finland by Kwon Hee Ch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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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좀 돌리고 싶었지만, 다음 밴드가 무려 '테스타먼트'다. 바로 레드 스테이지로 발빠르게 이동했다.
 
테스타먼트는 조금 뒤에서 보기로 한다.

테스타먼트가 시작하는 시각은 대략 9시 반쯤인데 여전히 밝다

관객들이 시작하기 전부터 '테스타먼트'를 연호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곧 오프닝 시그널 음악이 나오면서 멤버들이 등장한다. 우와~ 핀란드는 확실히 센 음악에 관객들 반응이 확실한 것 같다.
 
'Rise Up'으로 화끈하게 시작한다. 이 날의 테스타먼트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Testament Setlist Rockfest  2023, Titans of Creation

작년에 합류해서 투어를 돌았던 위대한 '데이브 롬바르도(Dave Lombardo, ex-Slayer)'가 2023년 투어를 시작하기 직전에 갑자기 탈퇴해서 좀 걱정스러웠는데, 바로 '크리스 도바스(Chris Dovas)'라는 젊은 세션 드러머를 영입하여 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위독해서 유럽 투어를 함께 시작하지 못 했던 리드 기타리스트 '알렉스 스콜닉(Alex Skolnick)'도 핀란드 공연 직전에 합류할 수 있어 반가웠다.
 
아. 진짜 드디어 테스타먼트 공연을 보게 되는구나. 이번 락페 와서 이 생각을 몇 번째 하는 건지...

눈 앞에 테스타먼트가 뜨악!!! 무대가 꽉 차 보인다!

비교적 신곡이었던 'Rise Up'은 원래 센 거 알았지만, 이어서 한 80년대 곡인 'The New Order'랑 'The Preacher'가 이리 강력한 곡이었던가? 완전 죽인다!!! 다시 제대로 들어봐야겠어. 척 빌리, 알렉스 스콜닉, 에릭 피터슨까지는 잘 알지만, 베이시스트가 예사롭지 않다. 엄청나다. 정교한 드럼 위에 힘있고 빠른 핑거링 베이스가 정말 일품이다!
 
'Children of the Next Level', 'The Pale King'으로 이어지는 비교적 근작들은 정말 정교하다. 당시 드러머가 별명이 원자 시계(atomic clock)이라 불리던 '진 호글란'의 연주라 그런지 정말 정교한 드럼 위에 곡이 만들어졌네. 새 드러머 정말 기가 막히다. 
 
정말 이렇게 빠르고, 정교하고 거친 음악에 알렉스 스콜닉의 기타 솔로는 정말 멜로딕하고 유려한 것이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유려하다는 말이 참 평소에 쓰기 어려운 말인데, 알렉스의 기타 솔로를 보면서 딱 떠오르는 단어가 "유려함"이었다. ㅎ

알렉스 스콜닉의 "유려한" 기타 연주

앞에 관객 셋은 친구들인지 같이 맥주 좀 마시다가 한둘씩 저 앞에 있는 서클 핏에 가서 뛰놀다 돌아오고 그런다. ㅎㅎ
우리나라 공연을 보면 관객들이 치열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에는 그냥 우리네 관객들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핀란드 락페를 두번 경험하면서 이게 이런 대형 밴드들을 자주 접하는 현지 사람들은 공연을 정말 즐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여유롭게 보다가, 서클핏 가서 좀 뛰놀다가 소리도 치다가... 우리 기준으로 보면 대충 보는 것 같을 정도다. 우리네 관객들은  일상도 빡세지만, 좋아하는 밴드를 자주 접하기 어렵다 보니 한이 서려서 혹은 죽어도 여한이 없게 놀아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 때문에 죽어라 뛰고, 목터져라 노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진짜 듣고 싶었던 노래가 나온다. D.N.R!!! 아마도 테스타먼트 팬들이라면 다들 인정할 것 같은데, 이 곡이 수록된 'The Gathering (1999)' 앨범부터 밴드의 음악이 훨씬 공격적이고 레벨이 올라갔다. 그건 바로 드러머가 앞서 잠깐 언급했던 大 슬레이어 출신의 '데이브 롬바르도'였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정말 이 사람 드럼은 연주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속도감과 파괴력을 지녔다. 하여간, 이 앨범 두곡이 연속으로 (+ '3 Days in Darkness') 나오는데, 새로운 드러머도 어마어마한 게 기대했던 만큼 끝내줬다! 
 

사진만 봐도 척 빌리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생각보다 옛날 노래들 많이 불렀는데 - 80년대 앨범 3장에서 여섯 곡 - 다들 정말 파괴력이 어마어마하다. 옛날 앨범들은 드럼 소리가 텅~텅~거리는 게 별로 마음에 안 들었고, 척 빌리 목소리도 좀 힘이 덜 했다. 그래서, 당시엔 그닥 안 좋아했다가 척 빌리가 살이 붙고 위에 언급한 The Gathering 앨범 이후에 확~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예전 곡들도 훨씬 파워풀하게 편곡되어 요새 연주되는 예전 곡들은 진짜 끝내준다.

지금도 활동하는 80년대 스래쉬 밴드 중에 여전히 빡세고 멋진 연주를 하고 있는 밴드 중 하나로 꼭 보고 싶었던 팀인데, 이렇게 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제 오버킬(Overkill)만 보면 좋겠는데. ㅎ

 

그리고, 꽤나 코러스 떼창 포인트가 많은 것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거구 '척 빌리'의 무대 존재감은 어마어마했다.

관객들이 좌우로 나뉘어 있었는데, 각 구역에서 서클핏 만들어서 열심히들 뛰놀았는데, 마지막 곡 'Into the Pit'에서는 척 빌리가 좌우 경쟁시키면서 기타 솔로 파트에서는 맷돌 돌리는 듯한 시늉하면서 열심히 서클핏에서 놀게 했다. 하하하. 서클핏을 돌진 않았지만 흙바닥이라 역시나 흙먼지 왕창 뒤집어 쓴 건 어쩔 수 없다. 

 

척 빌리는 시작부터 끝까지 주머니에서 피크를 한 줌씩 꺼내서 엄청 뿌려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앞쪽에 자리 잡을 걸. 

최강의 테스타먼트 라인 업!

 

존재감 뽜악!!

밴드 멤버 소개하면서 마지막 곡을 마무리했다. 소리 지르고 헤드뱅잉하다 보니, 1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나 모르게 지나갔네. 아~ 아쉬워. 

센 음악 더 세게 여전하게 해줘서 너무 좋다!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testament-2023-06-09-rockfest-2023-hyvink%C3%A4%C3%A4/pl.u-3YM8UP1rbJGX?l=ko 

 

Setlist: Testament (2023.06.09) Rockfest 2023 @ Hyvinkää, Finland by Kwon Hee Ch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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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타먼트까지 봤으니 이제 나의 마지막 일정인 데프 레파드를 보러 메인 무대로 서둘로 발을 옮겼다. 하. 바쁘다 바빠. 

 

멀리서 보니 메인 무대의 좌우엔 공연 시작 시각까지 카운트다운이 표시되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

매번 무대를 바라보면 오른쪽에 위치했는데, 이번엔 왼쪽으로 가보자. 무대 앞쪽 구역으로 들어가 중앙 근처로 해서 적당히 시야 좋은 곳으로 이동하니, 딱 시작 시각! 아~ 시간 딱 맞췄어.

공연 시작 카운트 다운이 끝나면 이륙(TAKE OFF!)로 표시된다!

멤버들이 무대에 오르면서 별도의 오프닝 시그널 음악 없이 바로 시작했던 것 같다. 무려 2022년 신보 'Diamond Star Halos'의 첫 곡 'Take What You Want'의 멋진 오프닝으로 시작한다.

 

데프 레파드의 이 날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Def Leppard Setlist Rockfest  2023, The World Tour

 

무대에 그들이 자리 잡고 첫 곡이 연주되고 노래가 나오는 순간, 난 "와~~~씨, 이게 뭐야~~~" 

와~~씨, 이게 뭐야!!!

그냥 이 순간이 너무 비현실적인 거다. 내 앞에 그 시절 그 밴드가 그 멤버 그대로 연주하고 노래하고 있다고. 이틀 동안 열번째 밴드인데 이 감정은 앞선 아홉 팀들과는 완전 다르다. 새 앨범을 꽤 괜찮게 들었던지라 기대했는데, 역시나 연주와 곡, 코러스가 딱 우리가 좋아했던 그 데프 레파드다. 아~

 

이번에도 베이스 소리가 조금 크게 들리긴 하는게 아까보다는 훨씬 밸런스가 좋다. 이번 Def Crue 투어 사운드 세팅이 뭔가 컨셉이 좀 의심이 된다.

 

첫 곡이 끝나자마자 "우와~~~ 이게 웬일이야, 이게 웬일이야"를 외치게 되네. 하~

이게 웬일이야? 이게 말이 되냐고?
화려하다! 이미 밤 10시 반이 훌쩍 넘은 시각

"굿 이브닝~ 핀랜드~~" 로 조가 늘 하는 인삿말 몇 마디를 하면서 질문 하나를 하겠단다. "Do you wanna get rocked?"

이거 안 미칠 수 있는 사람 있어? 우와~ 이게 정말 뭔 일이야!!!

Do you wanna get rocked?

흔들흔들 너무나 신나게 춤추면서 목터져라 외친다. "Let's get, let's get, let's get rocked!"

우와. 내 눈앞에 바로 그 "비비안 캠벨"과 "필 콜렌"이 기타를 치고 있다고.

노래랑 연주 완전 잘 해. '그냥 잘 해'가 아니고 완벽해!

비비안 캠벨과 필 콜렌이라고!

이게 꿈이야 현실이야 하는 중에 시작하는 익숙한 오프닝 "아~ 어떡해!"  'Animal'이야.

I gotta feel it in my blood / Whoa oh
I need your touch don't need your love / Whoa oh

And I want / And I need / And I lust / Animal

이걸 내가 목터져라 지금 부르고 있다고. 공연 그리 다니면서, 이렇게 가슴 벅찬 느낌은 처음인 것 같다. 눈물 그렁그렁. 진짜 행복하다.

 

날씨 나쁜 영국에서 온 사람도 핀란드는 추운가 보구나. 베이시스트 릭 새비지는 곡 끝날 때마다 손을 비비고, 마이크 스탠드에 걸어둔 수건에 손을 싸고 그런다. 비비안 캠벨도 좀 추워하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 핀란드. 많이 와서 고맙고, 기다려줘서 고맙다. 1983년의 Pyromania 앨범 곡을 할 거다"

아. 또 익숙한 전주. Foolin'이다.

F-f-f-foolin', ah f-f-foolin'

아. 진짜 이거 어느 하나 쉽게 가는 곡이 없다.

 

코러스가 많은 팀이라 마이크가 놓여진 자기 위치들이 있는 것 같다. 멤버들이 널직널직하게 서서 연주하고 노래한다. 뭔가 멤버들끼리 서로 마주 보고 액션은 거의 없다. 대형 콘서트에 익숙한 듯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그들의 연주다.

 

많은 관객들에게 환호성을 크게 지르게 하고 좀 더 크게 할 수 있냐면서 북 잉글랜드 출신의 '비비안 캠벨(/벌/에 가깝게 발음했다)'을 소개한다. 비비안이 시작한 연주는 또, 'Hysteria' 곡이다. 꽤엑!!! 'Armageddon It'

으하. 이거 그냥 감탄사만으로 후기 다 채우겠는데, 어쩔 수 없고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마 주변 5미터 내에 내가 제일 신난 것 같다.

조 엘리엇은 목소리가 특이해서 라이브에서 저 목소리 못 낼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곡이 나온 지가 36년이 지난 지금도 그와 밴드의 목소리는 그 때 그 느낌 가득이다.

 

"핀란드 4년 만에 왔다. 4년간 많이 바뀌었다. 그 중 하나가 저기 저 드론인데. 아마도 우리를 찍고 있겠지. 좀 무섭기도 하다. 꺼져라 (F- off). 우리 밴드도 바뀐 게 있는데, 팬데믹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어 집에 있으면서 100% 원격으로 작업하여 앨범을 만들었다. 새로운 곡을 소개해서 기쁘다. K-I-C-K (케이-아-씨-케이)"

이런 말로 시작한 새로운 곡 Kick은 이들이 여전히 그들 스타일의 반가움 가득한 곡이다. 이번 앨범 진짜 괜찮다.

 

다음 곡 앞부분이 기계음 목소리의 MR이 나오자마자 나는 신음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If you've got love in your sights / Watch out / Love bites

내 기억으로 중3 때에 라디오로 내가 제일 처음 접한 이들의 음악이다. 그 때에도 참 좋은 곡이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너무나 좋구나. 그냥 눈물 줄줄 흐르는데 손수건 한 손에 쥐고 닦아가면서 따라 불렀다.

 

관객들 반응이 좀 화끈하지 않은지, 조가 한번 더 관객들에게 소리 지르게 하면서 "런던 동쪽에서 온 필 콜렌에게 소리 질러"이라고 소개하면서 그의 기타로 다음 곡이 시작한다. 아, 이거 또 멋진 곡이지. 1999년 발매 앨범 'Euphoria' 앨범의 대표곡인 'Promises'이다. 원체 'Hysteria' 앨범과 'Adrelanize' 앨범이 대박이어서 그렇지 이후 몇 장의 앨범도 꽤 괜찮았다. 이 앨범 역시 참 괜찮았는데 이렇게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조 엘리엇 노래에 내가 코러스를 넣고 있다니. 하~

 

멤버들이 악기를 바꾸는 동안, 릭 앨런이 베이스 드럼과 스네어를 치고, 조 엘리엇이 준비되자 밴드 소개가 진행된다

"내 뒤에 있는 저 사람, 견고하고 오직 단 한 명인 Rick Allen"

"1977년 8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베이스 기타 Rick Savage"

"벨파스트에서 온 비비안 캠벨"

"런던에서 온 필 콜렌"

새 앨범에서 한 곡 더 할 거라면서 시작한 곡은 'This Guitar'. 비비안과 필은 통기타를 연주하는 슬로 템포의 곡인데 따뜻한 느낌이 참 좋다.

밴드 소개 시간. 통기타 들고 있는 두 기타리스트

 

When Love and Hate Collide

다음 곡은 원곡과 다르게 준비했고, 함께 노래하자면서 시작한 노래는 'When Love and Hate Collide'이다. 베이시스트 릭 새비지와 조 엘리엇 둘이서만 연주하고 노래를 시작한다. 아~ 심플한 게 너무 좋잖아. 이건 이들의 베스트 앨범에 신곡으로 들어갔던 곡인데 참 좋아 했다. 그런데, 아. 이거 큰 오류네. 관객들이 저 제목이 가사로 나오는 부분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신통치 않다. 결국엔 조가 그 부분을 불러서 다음으로 넘어간다.

아, 내가 다 민망하려 하네. 생각보다 관객들이 데프 레파드 노래를 잘 안 따라 부른다. 잘 모르나? 아님 목소리가 작나? 센 음악엔 확실히 반응이 큰데, 이런 좀 말랑한 음악엔 반응이 적은 건가? 이런 일은 나중에 어떤 곡인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비슷한 일이 있어서 조가 고개를 살짝 설레설레 흔드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 있기도 했다. 이들 노래는 함께 불러야 제맛인데.

이거 11월에 일본 공연 있는데, 그 때에도 그러려나? 혹~시나 그 때 내한을 하면 우리네 관객은 잘 따라 부를 수 있을까? 온갖 쓸 데 없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간다.

 

안타까운 몇 분이 지나가고 바로 그 유명한 오프닝이 시작한다. 우주선 발사 관제실 소리가 효과음으로 나면서 릭 앨런의 차카차카차카 드럼 소리... 아~~악!!! 'Rocket'

I'll be your Rocket, yeah, satellite of love

"워어어 워~어어 우우우~ 우~우우" 순식간에 분위기 바뀌고, 좀 전의 우려는 날려버리고 난 혼자라도 노래하고 잘 놀 거다! 

신난다, 신나! 흔들흔들

I will be your, I will be your, I'll be your / Rocket, yeah, satellite of love / Rocket, yeah, satellite of love / Rocket, yeah, satellite of love

를 목터져라 외치니 행복하기 이를 데가 없구나. 역시 'Hysteria' 앨범은 최강이다!

 

언제부터인가 내 옆에 중년(혹은 내 또래)의 한 여성 관객이 있었는데, 그 분도 어지간히 신나신 듯. 둘이 각자 신나서 열심히 춤추며 노래하고 그랬다. 같이 노는 사람이 옆에 있어 나도 힘을 좀 받는다.

 

이번엔 파워 발라드 'Bringin' on the Heartbreak' 1981년 앨범 수록곡인데, 이 곡 나올 때던가, 타계한 기타리스트 스티브 크락(Steve Clark)의 영상이 비쳐졌던 것 같다. 바로 이어서 원래 앨범에서도 바로 다음 곡이며 연주곡인 'Switch 625'을 연주하는데, 우와! 이래서 이들이 NWBHM(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의 대표 주자 중 하나구나. 연주가 진짜 탄탄하고 헤비하다. 초기 앨범들은 많이 듣진 않았는데, 예사롭지가 않다. 아앗. 릭 앨런의 드럼 솔로로 이어진다.

"THE ONE AND OLNY"란 말이 딱 어울리는 드러머 'Rick Allen'

킥 드럼과 스네어 위주로 짧게 구성되었지만, 그 누가 이게 외팔 연주자의 드럼 연주라 하겠냐 말이냐. 손가락으로 V를 만들어 하늘 높이 올리고는 사람 좋은 미소로 자기 앞에 있는 카메라에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 환호성과 존경의 박수가 절로 나온다. 진짜 대단하다!!!

인상이 너무 좋았던 릭 알런

 

정말 명곡의 향연이라 아니할 수 없다. Hysteria에서 'Pour Some Sugar on Me'로 이어지는데 익숙해질 법도 한데도 이 앨범 곡들은 계속 사람 마음을 자극한다. Hysteria에선 중간 이후에 관객들에게 "어워~워워워~"를 따라 부르게 하는 부분을 만들어 넣기도 했다.

 

릭 알렌을 한번 더 소개하면서 Rock of Ages가 이어졌다. 내가 데프 레파드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좋아하는 밴드를 꼽으라 하면 데프 레파드가 떠오르지 않는데, 이렇게 공연으로 보니 내가 참 좋아했던 음악들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마지막 곡으로는 Photograph가 나오면서 멤버들의 옛날부터 모습이 스냅 사진 형태로 스크린에 비쳐졌다.

Photograph

전성기에 들어서는 순간에 큰 시련을 맞았으나 우정으로 극복해 내어서 더 큰 전성기를 만들어 내고, 또 한 번의 시련을 극복해서 40년이 훌쩍 넘도록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그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데프레파드 측에서 북유럽 3개국 공연의 백스테이지 영상을 올렸네. 역시나 핀란드는 추웠다는 얘기가 나오고, 노르웨이는 초저녁에 공연을 해서 더 밝았네.

 

데프 레파드의 90분 공연이 끝났다. 한참 출장 많이 다닐 때 데프 레파드 공연이 하루나 이틀 차이로 출장 기간이랑 엇나간 적이 있었고, 결국엔 못 보겠구나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먼 나라까지 와서라도 보게 되네. 시작부터 끝까지 어느 노래 하나 반갑지 않은 곡이 없었고, 연주, 노래 모두 최고였다.

아, 진짜 멋지다!

조 엘리엇, 릭 새비지, 비비안 캠벨, 필 콜렌, 릭 알렌 ...

모두 노래면 노래, 연주면 연주 훌륭했고, 무대 연출도 깔끔했고, 여유로움과 세련됨, 그리고 그 안에 느껴지는 에너지를 통해 우리가 좋아했던 그 데프 레파드가 여전히 현역으로 특급 밴드임을 스스로 보여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노래들이 정말이지 너무 좋았던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사진 몇 장 더 투척!!

아, 11월에 일본 일정 생겼는데, 내한하면 좋겠다.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def-leppard-2023-06-09-rockfest-2023-hyvink%C3%A4%C3%A4/pl.u-DDxBtaADkveW?l=ko 

 

Setlist: Def Leppard (2023.06.09) Rockfest 2023 @ Hyvinkää, Finland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17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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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 레파드 공연이 끝난 시각이 자정! 오후 4시반의 크래쉬다이엇부터 해서 7시간 반을 거의 쉼없이 봤지만, 너무나 재밌었기에 힘든 줄도 모르겠다. 


데프 레파드 공연의 여운 때문인지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서 쉬고 노는 사람이 많다. 다음 팀 공연장 쪽으로 가는 사람도 많았고...

 

이틀 동안 10개의 팀 공연을 열심히 봤다. 행사는 3일차가 남았지만, 나로서는 마지막 날이었기에 기념으로 Rockfest 기념 조형물 앞에서 인증샷 찍었다!

행복에 겨운 50대 락키드(!)

이틀 간의 멋진 공연들 관람을 마치고 행사장을 빠져나와서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가다 보니, 저~기 먼데 지평선 밑으로 지나가는 해 때문에 멋진 하늘이 보여서 사진을 찍어 보려 했는데...

 
 이렇게 한 남자가 내가 사진 찍는 순간에 난입을 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허허 웃었더니, 말을 걸기 시작한다.

"이 페스티벌은 처음이냐?" 

// 아니 작년에도 왔었다.

"나는 독일에서 왔는데 네 번째다. 너 어디서 왔냐? 중국? 일본?"

// 나, 한국.

"남쪽? 북쪽?"

// 남쪽

"아, 난 핀란드 사람들이 너무 좋다. 그래서 매년 오고 있다"

// 아, 나도 동의한다. 사람들이 좋은 것 같다.

어쩌구저쩌구... 얘기 좀 하다가 주차장 입구에서 헤어졌다. 술 꽤 취한 것 같던데 잘 들어갔겠지?

 

주차장을 빠져나오기가 오래걸렸지만, 이제는 꽤나 익숙한 길로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공연을 여운을 좀 즐기다가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선 아침 밥 먹고 짐 싸서 차 반납하고 헬싱키 시내 잠시 구경하고 무사히 귀국했다.

 

정말 2년 가량 작은 딸이 매일 운동을 하게 관리해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렇게 이틀 동안 열심히 놀았는데, 골병 안 들고 무사히 복귀했다. 귀국했더니 가족들이 내 목소리가 상당히 맛이 갔다 그런다. ㅎㅎ 난 몰랐는데, 마지막에 데프 레파드 공연 보면서 어지간하 노래 열심히 불렀나보다. 목소리는 맛이 갔으나 뿌듯하기 그지 없다. ㅎㅎ

 

이렇게 내 생애 두번째 핀란드 Rockfest를 봤다.

사흘 일정 중에 이틀만 봤지만, 사흘 내내 공연 봤던 작년보다 훨씬 알차게 재밌게 봤다. 이게 정통 락/메탈 밴드가 강세인 핀란드여서인지 라인업이 정말 딱 내 취향이었고, 벌써 내년 행사를 기대하게 된다. 정말 매년 오게 되는 거 아닌가 싶다.

 

내가 생각하는 핀란드 Rockfest의 장점

1. 라인업이 정말 빵빵하다

우리가 좋아했던 밴드, 그리고 비슷한 성향의 젊은 밴드들까지 구성이 정말 좋다.

2. 모든 팀들이 1시간 이상의 시간 배정

이거 정말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정말 재밌어지려 할 때 끝나는 그런 게 아니고, 1시간이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3. 규모에 비해 관객이 빡빡하게 많지 않아 쾌적함

정말 초대형 밴드들이 오고 하지만, 핀란드 사람들 성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관객들 사이가 널찍해서 쾌적하게 관람이 가능하고 원하면 상당히 앞자리 진입도 어렵지 않다

4. 자유로운 흡연과 음주

행사 자체가 18세 이상 관람가라 음주가 자유롭고, 공연 보면서 흡연도 크게 제지하지 않는다. 난 담배는 안 피우고, 술도 무대 바로 앞에선 안 마시지만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우리네 락 팬들이 엄청 부러워할 것 같은 분위기다.

5. 현실적인 가격

다른 유럽의 대형 락페를 경험하지 못 해봤지만, Rockfest는 가격이 착한 편이다.

내가 구입할 당시 (3개월 전쯤?) 1일권 145유로(약 20만원), 2일권 196유로(약 28만원), 3일권 229유로(약 33만원)이다. 블라인드 티케팅이나 더 이른 얼리버드는 더 싸게 살 수도 있다. 올해 라인업처럼 이틀동안 판테라-머틀리크루-데프레파드 급의 초특급 헤드라이너에 스트라토바리우스-테스타먼트-배틀비스트-랜시드 급의 밴드들까지 해서 30만원도 안 하는 가격이라면 정말 매력적인 가격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 팀만 해도 15만원은 족히 넘을 라인업인데.

게다가 한국 내한이 요원한 그 시절 락/메탈 밴드 공연이라면 일본 가서 보는 것도 많이들 생각하는데 그거 생각하면 진짜 괜찮다. 핀란드까지 비행기만 잘 사면 진짜 고민해 볼만하다 생각한다.

 

이번 공연 관람만에 든 비용.

- 1, 2일차 2일권: 약 28만원

- 헬싱키 공항 근처 호텔 2박: 약 21만원

- 렌트비: 약 17만원 + 유류비 (약 52,000원)

- 이틀 주차비: 약 45,000원

비행기 값 제외 약 76만원 가량 되는 듯하다.

현재 비행기가 유일한 단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래 9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시간이 13시간 전후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요금도 올랐다. 어쨌든 비행기 값만 잘 해결하면 정말 매력적인 선택인 것 같다.

 

아, 북유럽 물가 비싸다고들 하는데, 북유럽 3개국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중에 핀란드 물가가 제일 싸다. 핀란드에 사는 딸의 체험이기도 하고, 실제로 핀란드 다녀보면 생각보다 비싸다는 느낌 별로 없다. 요새 우리나라 물가가 엄청 올라서. 하여간 정말 괜찮다. ㅎㅎ

 

공연 후기를 오자마자 쓰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프로젝트가 동시에 여러 개 시작하면서 글을 마무리할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3주가 지난 시점에서야 마무리하게 되었다. 정말 내가 락 음악을 듣기 시작할 즈음에 접했던 머틀리 크루, 데프 레파드부터 한참 센 음악 많이 들을 때의 판테라, 테스타먼트, 스트라토바리우스, 최근에 좋아하게 된 배틀 비스트와 이번 페스티벌로 팬이 된 랜시드, 크래쉬다이엇, 로르디까지 정말 알차게 재미있었던 이틀 간의 페스티벌이었다.

다음 락 공연 관람 7월 2일에 있을 다시 돌아온 우리네 밴드 '게이트 플라워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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