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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 58주년, 딥 퍼플이 입증한 '하드락의 근본' (2026 내한 후기)

미친도사 2026. 5. 9. 17:54

딥퍼플(Deep Purple)은 1968년에 데뷰한 밴드이다. 올해로 결성 58주년으로, 멤버 나이가 58세가 아니고, 밴드 결성이 58년 된 거다. 그러면 멤버들은 당연히 나이는 그보다 더 많다. 내가 그들의 공연을 처음 본 것은 2000년, 30주년 기념 투어였다. 그 당시 50대 중후반의 멤버들이 뿜어내는 여유로움과 역동적인 음악은 진짜 훌륭했다. "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공연 보길 잘 했다!"

 

2010년도에 40주년 기념 투어로 그들이 다시 한 번 왔었다. 존 로드(Jon Lord)가 그만 두고, 대타로 락/메탈 신의 초특급 세션 키보디스트인 돈 에어리(Don Airey)가 합류했다. 60대 중후반의 멤버들은 여전히 여유 만만하면서 음악은 여전히 훌륭했다. "진짜 마지막일 것 같은 내한공연 보길 잘 했다!" 싶었다. 당시 팬미팅에 당첨되어 공연 전에 멤버들 만나 인사하고 준비해간 CD, LP 등에 사인을 받을 기회도 있었다. 너무 흥분해서 공연 시작하고도 20여분 간을 손을 덜덜 떨었던 기억이 있다.

2010년 내한 공연 당시 팬미팅 사진. 😍

 

그렇게 곧 은퇴할 것 같았던 그들이 쉬지를 않는다.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못 받았지만, 딥퍼플의 최장기 기타리스트였던 스티브 모스(Steve Morse)가 2022년에 밴드를 떠나고, 그 자리에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사이먼 맥브라이드(Simon McBride)라는 인물이 합류했다. 그의 합류 이후에도 그들은 새 앨범을 내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유튜브 팬캠 속 이언 길런(Ian Gillan)의 목소리는 '이제 은퇴하시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그들의 공연을 다시 한번 볼 수만 있다면!!!'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올해 1월 말에 마이클 쉥커(Michael Schenker)의 UFO 시절 투어의 도쿄 공연을 부도칸에서 봤다. 그 때에 공연장 밖에 내 눈길을 끄는 포스터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딥퍼플의 부도칸 공연이었다. 아직 투어를 다니는 것도 놀라운데,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부도칸을 채울 수 있는 일본 락팬들의 충성도도 놀라웠다. '하, 딥퍼플 보러 부도칸 표 사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올 1월에 부도칸에서 본 딥퍼플의 부도칸 공연 안내

 

그렇게 부러움 가득한 시간이 지나가는 중에, 갑자기 딥퍼플의 내한 공연 소식이 전해졌다. 한 달 반도 안 남은 시점이었고, 공연장이 무려 인천 공항 바로 앞에 있는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 야외 무대라는 거다. 이거 뭐지? 마이케미컬로맨스(My Chemical Romance)가 해당 일자(4월 18일)에 공연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투어 전체 일정을 미루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급하게 딥퍼플을 섭외한 것 같다. 그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딥퍼플이 한국에 다시 온다고!!! 무려 16년 만에 말이다. 내가 일본에 가서라도 보고 싶었던 2026년의 딥퍼플이 내한 공연을 한다 이거야!

 

2026 내한 공연 포스터

 

멤버들 나이도 많고, 그들의 음악을 즐겼던 팬들 역시 나이가 많을 수 밖에 없다. 표도 다 매진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딥.퍼.플"이란 이름만으로도 내 주변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회사 동료 둘이나 표를 샀고, 옛 친구도 표를 샀다고 한다. 

옆나라에는 총리가 딥퍼플을 총리관저에 초대해서 얘기를 나눴다는 뉴스가 유튜브에 올라놨다. 학교 밴드에서 드럼 쳤다던 총리는 사진만으로도 봐도 팬심 가득한 모습이었다. 특히나 이언 페이스(Ian Paice)는 자신에게 신과 같은 존재였다면서, 부부 싸움할 때에 <Burn>을 크게 틀어놓고 남편과 다투기도 했단다. 현재 보컬 이언 길런 후임으로 있었던 데이빗 커버데일(David Coverdale) 시절의 곡으로 이언 길런이 라이브에서는 절대 부를 일 없는 명곡이다. '이언 길런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닌데...'라는 일본 팬들의 댓글에 큭큭거릴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일본 총리가 부러울 때도 다 있네. 그러나, 부도칸 공연의 팬캠을 보니 이언 길런이 너무 힘겨워 보여 살짝 걱정도 된다.

 

「夫と喧嘩したら『Burn』叩いて…」高市総理が憧れのDEEP PURPLEと面会 「あなたは私の神様」と“高市節”も|TBS NEWS DIG

일본 방문 당시 총리 관저에 초대된 딥퍼플 관련 일본 뉴스

 

어쨌든, 일본에서의 3회 공연이 끝나고, 공연 날이 왔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친구가 차를 갖고 간다 해서 얻어 타고 한참 외곽 순환도로를 달리던 중에 친구가 "헛. 표 안 가져왔다!"를 외친다. 😮 눈 앞에 바로 광명역 쪽으로 빠지는 갈림길이 보여서 그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서, 나는 광명역에서 내리고 친구는 표를 가지러 돌아가기로 했다. 공연 시간이 임박한 건 아니었지만, 친구는 나보다 입장 번호가 앞이었던 친구는 그 혜택은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다행히 차에서 내리자마자 인천공항행 공항버스가 와서 무난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천 공항 1터미널에서 파라다이스 시티까지는 걸어갔다. 공연장 입구에 대기줄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하, 이런 야외 공연장을 채우기엔 딥퍼플이 우리나라에서의 집객력은 많이 부족할텐데, 너무 무리한 기획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입장 번호 507번이었지만, 도착한 관객이 많지 않아 일찍 입장할 수 있었다. 무대 크기는 적당히 야외 락페 수준이었는데 무대 앞 열 번째 이내 자리에 위치할 수 있었지만,  공연 시간까지 대기 포함해서 거의 4시간을 서있어야 해서 조금은 뒤쪽이지만 중앙 펜스를 잡을 수 있는 곳에 자리잡았다. 그렇게 하더라도 충분히 가까웠다.

 

 

2000번이 넘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들어왔을 때도 내 주변은 한산해서 그들과 같이 있을 수 있었다. 공연장 한켠에 맥주 파는 곳에서 맥주 사와서 공연 전 앞풀이를 하며 기대감을 나눴다. 막내가 드럼 치던 친구라 이언 페이스의 드럼 배치가 무척 특이하다는 얘기도 했다. 아, 그런 얘기 들은 적 있는 것 같아.

표를 집에 두고 와서 되돌아갔다 온 친구도 너무 늦지 않게 입장했고, 여전히 한적한 내 근처에 합류할 수 있었다. 베이스로 밴드에서 생활 꽤나 오래한 친구는 무대 위의 앰프와 스피커 세팅을 보더니 무척 반가워 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밴드들의 무대에 장비 몇 없는 그런 디지털 환경이 아닌, 우리가 옛날부터 보던 커다란 스피커와 앰프들로 무대가 가득했다. 그런 장비에 아날로그스럽게 마이크 갖다 놓은 세팅이 주는 기대감도 커졌다. 시작 전 무대부터 이미 연륜이 한 가득 느껴진다.

시작 전부터 예사롭지 않은 무대 구경

 

작년에 5월 1일에 인천 송도 야외 무대에서 건스 앤 로지즈(Guns N' Roses)의 내한 공연 당시 너무너무 추웠던 기억이 있다. 그보다 2주나 이른 공연이었지만  낮엔 날이 너무 좋아 살짝 더울 정도였다. 다만, 6시가 넘어 슬슬 해가 내려가자 서늘해지기 시작하네. 무대 위에 테크니션들이 최종 점검하는 중에 관객들 사진도 찍으니 관객들이 환호로 응한다. 그리고, 관람 구역도 느릿느릿 채워지면서 앞쪽 구역은 다 얼추 채워져 보인다. 아마도, 원래는 콘솔 뒷구역까지 다 채워지길 희망했겠지만 앞쪽 구역이라도 다 채워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7시 공연 시작인데, 10여 분 전부터, 본격적으로 무대 뒷편 스크린에 딥퍼플 로고(사실 딥퍼플은 딱히 정해진 로고가 없다)가 뜬다. 우하!우하! 심호흡! 58분 즈음에 뭔가 공연 시작을 알리는 듯한 시그널 뮤직이 나오기 시작한다. 우와!!!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았지만, 서늘해진 공연장이 순식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멤버들이 올라오고 거의 7시 정시에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했다.

 

여느 공연과 마찬가지로 <Highway Star>로 시작했다. 이언 페이스의 드럼 - 로저 글로버의 베이스 - 돈 에어리의 키보드와 사이먼 맥브라이드의 기타가 순차적으로 쌓아가는 곡 시작부의 흐름은 순식간에 흥분의 도가니로 만든다. 초반에 이언 길런의 목소리가 좀 잘 안 들려서 '역시 힘이 약해졌나' 살짝 우려했으나, 곡 중반부터는 음량도 보정이 된 듯했고, 실제로 노래도 꽤나 좋아졌다. 아니, 이언 길런 생각보다 아주 괜찮다! 54년 된 곡이 아직도 이런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시작부터 "이게 진짜 하드락이다"를 제대로 보여준다. 기타와 키보드가 서로 주고 받는 부분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아직도 짜릿짜릿하다! 무대에서는 밴드가 연주하고, 무대 아래쪽에선 관객들이 입으로 같이 연주하는 순간, 아주 신난다 신나!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야, 사이먼 맥브라이드 기타 죽인다. 스티브 모스보다 좀 더 하드락적인 색이 많이 느껴진다.

Highway Star

 

바로 이어지는 곡은  2024년 신보 수록곡 <A Bit on the Side>이다. 아무래도 최근 곡이라 이언 길런이 좀 편하게 부르는 것 같다. 이게 스튜디오 앨범으로 들을 땐 그닥 귀에 안 꽂히더니, 라이브에선 꽤나 딥퍼플스러우면서도 모든 멤버들이 빛이 나면서 공연 앞 부분에서 분위기를 띄우기에 충분히 멋졌다. 날이 추운데 다들 너무 춥게 입으신 건 아닌가 살짝 걱정도 된다. 4분 가량의 길지 않은 곡인데, 정말 꽉찬 느낌이 일품이네. 큰 화면에서 보이는 이언 길런은 살짝씩 손을 떠는 모습에서 80세 노인이 보이기도 했다.

 

로저 글로버의 탱탱한 베이스로 시작하는 <Hard Lovin' Man>. 그들의 최고 명반 중 하나인 [In Rock] (1970)의 마지막 곡으로 아주 대중적이지 않을지 몰라도, 이렇게 선곡할 수 있는 그들이 너무 멋졌다. 그리고, 그 선곡은 무조건 옳았다. 55년 된 곡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 가득한 연주는 정말 기꺼이 압도될 수 밖에 없다! 쉼없이 이어지는 <Into the Fire>가 주는 헤비함은 요즘 음악이 주는 그 헤비함과는 레벨이 완전 다르다. 그냥 죽인다!

 

인사를 하고, 딥퍼플의 상징 중 한 명이었던 타계한 '존 로드'를 잠시 언급했다. 'Electric Benjo'라며 기타리스트 사이먼 맥브라이드를 소개하면서 그의 기타 솔로가 시작했다. 멤버들의 아들뻘 나이에 그닥 많이 알려진 이름은 아니지만, 딥 퍼플의 기타리스트가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진짜 잘 친다. 딥 퍼플의 기타리스트 자리는 정말 어려운 자리가 아닐 수 없다. 본격 하드락의 근본인 밴드에서 전설 그 자체인 '리치 블랙모어'의 자리를 대체한다는 건 아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딥퍼플의 50년이 넘는 역사에서 절반 이상을 책임졌던 스티브 모스 역시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지만, 그의 후임이라는 중책을 맡은 사이먼 맥브라이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대한히 훌륭한 기타리스트임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확실히 키보드를 돈 에어리가 맡은 이후의 곡들은 익히 아는 딥퍼플의 곡과는 다른 톤의 키보드 사운드가 종종 나와서 낯설기도 했다. 이어진 <Uncommon Man>이 그랬다. 그리고, 최신 곡임에도 너무 딥퍼플다운 키보드 소리에 왠지 반가움이 있는 곳이 있기도 했는데, 바로 이어진 <Lazy Sod>가 그런 곡이었다. <Lazy Sod>는 배경으로 뮤직 비디오 영상이 함께 나왔었다.

 

뮤직 비디오 영상이 함께 나왔던 <Lazy Sod>

 

Deep Purple - Lazy Sod (Official Music Video)

 

 

중간중간 곡을 설명하는 이언 길런은 나이가 무색하게 장난스러운 모습이 많이 보였다. 돈 에어리의 키보드 솔로는 시도때도 없이 등장했는데, 77세의 거장은 멈춰 있으면 손을 살짝 떠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키보드에 손이 닿는 순간 그의 손은 건반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가사가 있긴 하지만 <Lazy>는 정말 멋진 연주곡이기도 하다. 모든 악기들이 너무나 타이트하게 연주되고 있는데, 그게 또 너무나 여유롭고 자유롭다. 웃음이 절로 난다.

 

Lazy

 

다음 곡은 꽤나 오래된 발라드 곡인 <When a Blind Man Cries>인데, 하~ 쫀득하니 너무나 좋다. 관객들이 폰의 플래시를 켜서 좌우로 흔들면서 어두운 야외 공연장을 점점이 밝히면서 쫀쫀한 분위기에 포인트가 빡! 더해지니 아주 근사하다. 우리 관객들이 확실히 이런 걸 잘 한다. 곡의 끝부분에 이언 길런의 마무리는 "와~ 살아있네!!!"를 외치게 한다. 관객들의 플래시 호응에 "50년 전이면 여러분의 손가락이 탈 것을 걱정했을 것이다"라며 유쾌하게 응대한다. 😝

 

저기 배경으로 관객들의 조명이 보인다. 무대에서 보면 되게 멋졌을 것 같다.

 

확실히 이들의 전성기는 70년대 초라고 하겠으나, 선곡은 시대를 따지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곡들을 하는 것 같다. 그닥 유명한 곡이라 할 수는 없지만, [The Battle Rages On] (1993) 앨범의 수록곡 <Anya>가 이어졌다. 지난 주의 일본 셋리스트에 있었기에 예습으로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갔는데, 아후~ 메인 멜로디에 "땃따따라~"를 같이 외치는 게 이리 재밌을 줄이야! 크게 기대 않던 곡인데 너무 재밌다!

 

이어지는 돈 에어리의 본격적인 키보드 솔로. 시작부분에 아주 짧게나마 Ozzy Osbourne의 <Mr.Crowley>의 오프닝을 알아챌 듯 말 듯 짤막하게 집어 넣은 센스에 감탄! 그리고, 신디 사운드를 한참 몰아 치더니, 이내 클래식 피아노 소품 몇 곡을 연주하고, 곧이어 애국가를 피아노 편곡으로 연주하는 팬 서비스까지!!!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내한하는 아티스트들은 아리랑이니 이런 거 한 소절씩 해주곤 했었다. 옛날 분들이라 그런지 이런 서비스가 나오는구나. 너무나 반갑고 고맙다. 정말 존 로드를 대체할 이가 있을까 싶었는데, 돈 에어리가 딱 제격이다.

 

거장이란 호칭에 부족함이 없는 돈 에어리

 

신보에서의 또 하나의 곡 <Bleeding Obvious>이 연주된다. 70년대의 곡들이 다들 힘이 빡 들어간 느낌이라면 최신 곡들은 따뜻함에서 오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그 와중에도 Dream Theater 못지 않은 타이트함이 순간순간 느껴지는 게 진심 고수들답다.

 

"빠밤~ 빰빰빰! 빠밤~ 빰빰빰!" 공연이 막판으로 가는 신호탄은 <Space Truckin'>이다. "Come on! Come on! Let's go space truckin'"을 외치는 이 순간이 얼마나 멋진지 모른다. 중간에 짤막한 이언 페이스의 드럼 솔로 구간도 너무나 반갑다. 이언 길런은 젊은 시절의 날카로운 샤우팅은 어렵지만 그는 현재 수준에서 최선의 샤우팅으로 곡을 불러냈고 너무나 멋있었다. 곡이 끝나자 관객들은 다함께 "딥!퍼플!"을 연호하며 그들을 칭송했다.

 

 

이제 나올 차례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 리프 "빰빰빰 빰빰빠바~" <Smoke on the Water>가 터져 나왔다. 정말 수없이 많이 들었던 곡이지만, 딥퍼플이 직접 눈 앞에서 연주하는 이 명곡은 역시나 그 힘이 차원이 달랐다.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이 곡을 2026년에 라이브로 듣고 함께 "Smoke on the Water"를 떼창한 것으로 이 공연 관람은 충분히 값어치를 하고 남았다 하겠다. 마지막 부분에서의 몰아치는 기타/키보드/드럼/베이스의 합은 정말 짜릿함 그 자체였다.

 

정규 순서가 끝났다. 내 친구는 "마음이 아파서 앵콜을 못 하겠다"했지만, 나 포함 많은 이들이 앵콜을 큰 소리로 외쳤다. 정말 이렇게 끝나도 아쉬움 하나 없을 정도로 훌륭했지만, 옛날 분들답게 앵콜 무대가 바로 시작한다.

 

처음 듣는 연주곡이다!!! 지난 주에 도쿄 부도칸에서 처음 공개된 <Guinnessis>라는 신곡이다. 기타와 키보드가 끌고 가는 선율이 너무나 세련되고 좋다. 2026년에 이런 감성의 하드락 연주곡이 신곡이라니, 그것도 딥퍼플의 이름으로 말이다! 아니, 딥퍼플이기에 가능한 연주곡이 아닐까 싶다. 정말 초기 히트 앨범 두어 장을 오래동안 우려 먹는 밴드들이 즐비한 세상에, 58년차 대 밴드가 라이브 셋리스트를 신보와 그보도다 더 신곡으로 꾸미고 공연을 함께 관객들과 즐기는 게 괜히 이들이 80의 나이에 투어를 다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앵콜 첫 곡은 무려 미발매 신곡인 연주곡

 

딥퍼플 2기는 락 역사상 가장 위대한 라인업이었고, 그 시절의 보컬이었던 이언 길런은 이후의 다른 보컬들 시절의 노래는 절대 안 한다. 다만, 그가 입사(?!)하기 전의 앨범에 수록되었던 커버곡 <Hush>만은 라이브에서 부른다. 기타와 키보드가 서로 대화하듯 주고 받는 중간 부분은 요즘 락 음악에서는 많이 잊혀진 즐거움이다. 존 로드와 리치 블랙모어의 대화는 팽팽한 기싸움의 대결 구도였다면, 돈 에어리와 사이먼 맥브라이드의 주고 받음은 즐거운 대화 같은 유쾌함이 있어 좋다. 로저 글로버의 베이스 솔로도 한소절 너무나 반갑구나!

"나 나나 나 나나 나 나나나~ " 너무나 신난다.

 

이언 페이스의 짧은 드럼 솔로로 시작하는 이 날의 마지막 곡은 "다~라라 라라라 다~라라 라라라 다라! 다라!"의 <Black Night>다. 사이먼의 기타 선창에 관객들의 떼창이 이어지는 부분 포함해서 정말 그루브가 요즘 애들 말로 "쩐다!"로도 한참 부족하다. 마지막까지 에너지 한가득, 즐거움 한가득이다. 

 

100분이 어찌 지나간 거지?

 

100분이 살짝 넘는 공연이 끝났다. 1시간 반 가량 정도 될 줄 알았던 공연이 100분을 넘길 줄도 몰랐고, 그 100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훌륭한 연주가 주는 쾌감 100%의 대단한 공연이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로저 글로버는 끝까지 남아 관객들을 향해 피크를 한참동안 날려주면서 인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다. 베이스 치던 친구는 "저거 너무 받고 싶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친구와도 사진 찍고, 요새 공연장에서 자주 만나는 후배도 만나서 인사 나눴다. 회사 직원들하고는 양재동으로 이동해서 늦은 저녁 겸 맥주 한 잔하면서 공연 이야기하며 마무리했다.

 

마지막까지 관객들과 인사하는 로저 글로버. 많이 늙으셨다.

 

각 멤버들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

  • 58년의 딥퍼플 역사에 유일한 창단 멤버인 드럼 이언 페이스(77세)는 액션이 크거나 하지 않고, 요즘 더블 베이스 갈겨대는 드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규하고 연주의 견고함과 그가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에서 오는 속도감이 정말 일품이었다. 
  • 딥퍼플 2기의 주축 멤버 중 하나인 베이스 로저 글로버(80세)는 시종일관 은은한 미소 지으면서 이언 페이스와 함께 미치도록 타이트함을 유지함이 정말 대단했다.
  • 보컬 이언 길런(80세)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30주년, 40주년 투어 때보다 더 멋졌다. 물론 전성기 기량을 기대하면 제일 아쉬운 사람이기도 하지만, 정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실제로도 매우 훌륭했다. 유튜브에서 폰으로 찍어대는 팬캠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것 다시 한번 확인했다.
  • 존 로드의 탈퇴 후에 합류한 돈 에어리(77세)는 40주년 투어 때보다 더 딥퍼플다운 모습이었다. 실제로 이 분은 락/메탈 분야의 세션 키보디스트로 굉장히 유명했던 분이지만, 정작 특정 밴드의 주역이었던 적인 별로 없었다. 40주년 때엔 뭔가 객원 주자의 느낌이 좀 있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당당히 딥 퍼플의 주연임을 보여줬다 생각한다.
  • 가장 최근에 합류한 기타리스트 사이먼 맥브라이드(47세)는 어린(!!) 나이에도 이런 베테랑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합류한 데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솔직히 스티브 모스 시절보다 더 예전의 딥퍼플다운 기타 연주였다고 느껴질 정도로 훌륭했다.

초절정 히트곡 뿐만 아니라 최근 앨범에서의 선곡, 적당히 중간 기간의 곡들을 잘 버무려 만든 셋리스트는 어느 곡 하나 뺼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물론 안 한 명곡들이 훨씬 더 많은 건 밴드의 역사가 있어서 어쩔 수 없겠다.

 

그리고,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무대에서 뿜어내는 사운드는 정말 대단했다. 첫 곡 시작할 즈음에서 살짝 보컬이 묻힌 느낌이었지만 이내 조정이 이뤄진 이후로는 정말 모든 악기 소리가 골고루 너무나 선명하고 조화롭게 편하면서도 그 파워풀한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관객들의 호응도 대단해서 공연 내내 멤버들 표정에서 기분 좋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5인조 밴드로 멤버들 나이 합계 360세가 넘는 58년차 밴드의 공연이 여느 젊은 밴드들의 공연 이상으로 에너지 넘치고 신났다. 공연 전에는 '의무감'에 본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보고 나니 몇 년은 더 하셔도 될 것 같고 심지어는 다음 내한 공연을 기대하게 될 정도였다.

이언 길런의 "다음 공연은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다"라는 마지막 멘트가 제발🙏 현실이 되길 기대해 본다.

 


 

골라 놓은 사진 몇 장 더 투척!

 

애플 뮤직 셋리스트 재생 목록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deep-purple-2026-04-18-paradise-city-culture/pl.u-1k5af8GXkdLM

 

Setlist: Deep Purple (2026.04.18) @ Paradise City Culture Park, Incheon, Korea by Kwon Hee Cheong on Apple Music

Playlist · 14 Songs

music.apple.com

 


이 글에서 언급된 공연들 후기들

2000.04.01. Deep Purple in Seoul - Celebration of 30 Years in Hard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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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PURPLE IN SEOUL 2000 Celebration of 30 Years in Hard Rock (이 후기는 다른 분께 메일로 보낸 것입니다.) 안녕하세욧! 어제 딥퍼플 공연 보고 왔습니다. 아~ 몸이 안 아픈데가 없네요. 우선 딥퍼플 현재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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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8. Deep Purple, 40th Anniversary Tour @ Olympic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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