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日常 Daily Life/아이들 커가는 이야기

규영이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 잤어요...

미친도사 2004. 10. 21. 22:49

지난 15일에 규영이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
할머니 집에서 잤답니다. 

할아버지가 사주신 진짜 주사기로 병원놀이를 너무 재밌게 하다가 집에 오기 싫었나 봅니다. 

할머니가 당신 홈페이지에 올리신 글을 잡기장에 퍼왔습니다. 

그날에 대한 할머니의 감상입니다. 

흐뭇하네요.


Name  
   정영숙  (2004-10-21 01:14:45, Hit : 1, Vote : 0)
Subject  
   손녀 생각
지난 15일은 기억하고 싶은 날이다.
손녀가 다 자란듯, 엄마 떨어져 처음 우리집에서 잔 날이기 때문이다.

병원 놀이를 좋아하는 손녀를 위해
할아버지께서 진짜 주사기를 사다 주신게 계기이다.
주사 바늘로 푹신한 봉재인형의 엉덩이를 찌르고,
반창고를 바르고, 처방전을 쓰고...
정말 끈질기게 반복하며 종일을 노는 것이다.

너무 열중하더니 급기야 자고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
치료 받느라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은 인형이랑
반창고, 가위, 붕대, 핀셋, 처방전 용지까지 든 왕진 가방을
머리 위에 늘어 놓고 잠이 든 것이다.

"이 약을 한동안 먹이세요. 열이 떨어질꺼예요.
오늘은 핑크색 약만 드리겠어요.
그리고 토토로 들어 오세요. 이것 저것 말해 줄게 있어요....."
꿈 속에서도 소꼽 놀이를 하지 않았을까 ?

잠 든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어디에서 와서 지금 이렇게 옆에서 곤하게 잠 들어 있는가 ?
저 조그만 머리에 무엇을 담았기에
통통 튀는 기발한 언어들을 마구 풀어 놓는가 ?
인간의 출생은 실로 소중하고 경이로운 것이다.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남아 있는 날에 우리의 위치에 대해
새삼 생각케 하는 가을 밤이었다.

아이가 살아 가는 세상에 우리는 무엇이 되어 도와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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