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할머니(제 어머니)의 홈페이지에서 퍼온 글입니다.
Name |
정영숙 |
(2004-10-21 01:14:45, Hit : 1, Vote : 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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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손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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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은 기억하고 싶은 날이다.
손녀가 다 자란듯, 엄마 떨어져 처음 우리집에서 잔 날이기 때문이다.
병원 놀이를 좋아하는 손녀를 위해
할아버지께서 진짜 주사기를 사다 주신게 계기이다.
주사 바늘로 푹신한 봉재인형의 엉덩이를 찌르고,
반창고를 바르고, 처방전을 쓰고...
정말 끈질기게 반복하며 종일을 노는 것이다.
너무 열중하더니 급기야 자고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
치료 받느라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은 인형이랑
반창고, 가위, 붕대, 핀셋, 처방전 용지까지 든 왕진 가방을
머리 위에 늘어 놓고 잠이 든 것이다.
"이 약을 한동안 먹이세요. 열이 떨어질꺼예요.
오늘은 핑크색 약만 드리겠어요.
그리고 토토로 들어 오세요. 이것 저것 말해 줄게 있어요....."
꿈 속에서도 소꼽 놀이를 하지 않았을까 ?
잠 든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어디에서 와서 지금 이렇게 옆에서 곤하게 잠 들어 있는가 ?
저 조그만 머리에 무엇을 담았기에
통통 튀는 기발한 언어들을 마구 풀어 놓는가 ?
인간의 출생은 실로 소중하고 경이로운 것이다.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남아 있는 날에 우리의 위치에 대해
새삼 생각케 하는 가을 밤이었다.
아이가 살아 가는 세상에 우리는 무엇이 되어 도와야 하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