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日常 Daily Life/기타 일상 이야기

가나초콜렛의 추억

미친도사 2004. 11. 2. 23:32

제 어머니의 홈피에서 퍼온 글입니다.

제목만 보고는 무슨 글일까 했는데, 결국은 세영이와 제 얘기군요.

 

저도 모르는 기억을 아이들을 통해 부모님이 다시 떠올리시고,

이제는 홈페이지라는 공간을 통해 남기셔서, 제가 다시 보고 뭔가를 느끼게 됩니다.

 


세영이는 생김새에서부터 표정까지
사랑을 듬뿍 머금고 미소에 실어 그것을 연신 뿌리는 것같은 아이다.

지난 일요일.
아빠는 예식장 가고 엄마는 언니랑 연극 구경 가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집에 남게 되었다.
불과 3시간 남짓이지만 우리로서는 대단한 일인 것이다.

우리는 세영이의 환심(?)을 사려고 빵집에 가서 가장 맛있게 생긴 빵 3종을 샀다.
가장 맛있다는 것의 개념은 치즈나 햄 마요네즈 등
평소 언니때문에 잘 못 먹는 재료의 것을 말한다.

'빠리바게뜨' 노천의 의자에 달랑 앉아 빵을 먹으며 그렇게 행복한 얼굴에다  
건물 밖으로 새어 나온 음악에 고개까지 좌,우로 까딱이고 있으니
지나 가는 사람들이 "너무 귀엽다" 며 탄성을 지르고 간다.

그런데 그 맛있는 빵 한 조각을 들어 할머니 입에다 밀어 넣는 것이다.
아깝지도 않은지...나의 감격은 일러 무삼한 일이다 물론.
엄마 떨어져 할머니, 할아버지를 교대로 바라보며
특유의 "으흥"을 외치며 노는 것 자체가 감격인데 말이다.

입이 텁텁할 것같아 집에 들어와 밀감을 내어 놓았다.
야무진 손으로 껍질을 꼼꼼히 까서 조그만 입에 쏙 집어 넣더니
이번에는 밀감 하나를 들어 할머니에게,또 하나는 할아버지에게 내미는 게 아닌가 ?
얼마나 다정하고 고운 마음인가?

순간 가나 쵸콜렛의 기억이...
세영 아빠가 어릴쩍, 가나 쵸콜렛을 먹으면
아무리 맛있어도 한조각을 짤라 엄마한테 내밀었던 것이다
얼마나 맛 있을텐데도 꼭 한조각은 엄마한테로.
그래서 나는 가나쵸골렛을 보면 늘 조그만 감동이 있다.
지금은 물론 아이 아빠가 되어 언제나 점잖은편 말이 없지만...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닮는 건 왜일까?
사소한 생활 습관까지도 닮을진대 하물며 외모야...

플라타나스가 가로(街路)에 함부로 딩굴며
또 한 해가 떠나감을 알리지만 뭐 그렇게 슬픈 일도 아닌 것이다.
우리가 인생의 가을에 서 있다면 또 다른 생명은 이제 막 봄을 구가(謳歌) 하고 있으테고  

아이가 자라는 그 예쁜 속도에 비해  
우리는 더디 늙는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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