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日常 Daily Life/아이들 커가는 이야기

배움의 우주에 별을 띄우고

미친도사 2010. 3. 31. 16:25
어머니 홈피에서 퍼옵니다. http://www.suhaenghwa.w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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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영이는 얼굴도 더 없이 예쁘지만 동그랗게 튀어 나온 이마가 그렇게 예쁘다.
엄마가 읽어 주던 “마빡이”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을 들고 와서는 페이지를 넘겨 가며 아주 큰 소리로 내게 읽어 주어 깜짝 놀라게 하던 아기,
글자도 모르면서 한자도 틀리지 않게 또박또박 읽어 주었으니 어찌 감동하지 않았으리!  .

“오늘이 너희 엄마, 아빠 결혼 기념일이야”
“그럼 우리는 다시 엄마 뱃 속에 다시 들어 가야 돼?”
당연하고도 진지하게 물어 오던 그 천진한 시간을 지나고….

예쁜 이마 내 놓으면 좋아라하는 할머니를 위해 현관문 들어 서면서, 머리띠로 머리카락을 올백으로 좍 밀어 넘기면서 하는 말,
“할머니 소~원”.
우리 마빡이 세영이가 학교엘 갔다.

입학식에 맞춰 옷을 한 벌 사 입혔다.
평소에는 옷 갈아 입는 것도 퍽 싫어하더니 그래도 싫은 내색 없이 두어 가지 입어 보고는 만족해 하는 모습에 살짝 여성스런 면도 보였다,.

옷 입은 모양을 할아버지께 보여 드리기도 하고, 저녁도 함께 먹자고 할아버지께 연락하니 도통 전화를 안 받으신다.
헤어져 그냥 집에 돌아 오려는 내게 세영이가 제안한다.

“할아버지는 집에 있으라고 하고 할머니 혼자 밥 먹고 가!
할어버지는 전화 안 받은 벌로 집에 있어야 돼.
그래야 공평 하잖아”

이런 것도 공평하게 이콜(=)을 만들어야 하는 게 수학 잘 하는 우리 세영이 식 계산법인가?
밥 먹고 가라고 한사코 붙잡는 모양이 그렇게 고맙고 따스하게 느껴진 순간이다..
그래도 늦으면 길이 많이 막히니까 가야겠다고 나서니까
“막히면 막히는 대로 가면 되지 뭐. 왜? 할아버지가 그렇게 무서워?”
서운한 마음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혼자 많이 웃으며 돌아 왔다.

속셈 하기를 좋아하여 산수 문답식 통화를 가끔 하는데 내심 반기며 “또” “또 내 봐”를 연발하여 나를 즐겁게 하고
집에서 재미 삼아 문제를 내면 구석에 가서 혼자 생각해 보고 답을 맞춰 오고,
또 문제는 스스로 풀고 싶은데 옆에서 거든답시고 힌트라도 주면 몹시 자존심 상해 하고,

현관 문 여는데 할아버지가 뒤에서 비밀번호를 소리 내어 불러 줬다고
“당장 번호 바꿔”
카리스마 넘치게 외쳐 대던 세영이.
질리지 않는 퍼즐 사랑으로 어딜 가서 언니랑 나란히 상품까지 받아 올 정도이니 나의 손주 자랑은 고슴도치 수준은 아닐 것이다.
  
앎에 샘이 많고, 꼭 다문 입술에 성실함이 가득한 세영이가 나는 너무 좋고, 수월하고 또 예쁘게 자라 준 것이 늘 고맙다.
아이들 거두느라 힘 들었던 저의 엄마, 아빠에게까지 생각이 이르면 나는 여지없이 눈물이 난다.
그래서 이번 설날 세뱃돈과 함께 입학을 축하도 하고, 세영이에게 몇 자 편지를 쓰면서 엄마, 아빠에게 고마운 마음 잊지 말라는 말을 슬쩍 써 봤는데 관심사에서 세뱃돈에 밀린 것 같았다.

그래도 좋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우리 집 아이들은 제비들이라 자랄수록 예뻐질 테고, 저의 엄마, 아빠 딸이니 어디다 둬도 자기 자리에 충실할 성품일 테니 이 할머니는 뭐에 걱정이 있으리오!

이제 긴 배움의 세월 앞에 호기심 가득한 큰 눈으로 서 있는 세영이를 바라 보며 –수처작주- 자기가 처한 자리가 어디이든 그 자리에서 주인이 되어 있으라는 말씀을 새겨 살았으면 하고 마음으로 당부하고 또 기원할 것이다.

우리 세영이는 별이다. 태양과 교유하며 그 에너지를 조용히 안에 간직하는 별 같은 아이다.  

그 영롱한 별을 배움의 우주에 띄웠다.
정녕 영롱한 별 하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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