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1.03.10. Iron Maiden - The Final Frontier World Tour @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미친도사 2011. 3. 19. 14:18


작년 말에 아주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이 온다는 것이다.
오 마이 갓!!!오 마이 갓!!!오 마이 갓!!!오 마이 갓!!!오 마이 갓!!!

아이언 메이든은 1980년도에 첫번째 앨범을 내어서 지금까지도 영국 헤비 메탈의 대표 주자로 아직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밴드이다. 그들의 전성기는 80년대라고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까지도 주기적인 앨범 작업과 꾸준한 라이브로 엄연한 현역 밴드인 것이다.

내가 막 락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하던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에 욕범이라 불리는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친구가 이들의 곡 중에 Tropper란 곡이 최고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다. 마침 그 해 가을에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Ram It Down앨범과 이들의 Seventh Son of a Seventh Son이란 앨범이 국내 발매되면서, 난 주다스 프리스트의 앨범을 사고, 친구는 아이언 메이든 앨범을 사서, 서로 교환해서 테이프에 녹음해서 듣기로 했다. 그렇게 처음 접한 아이언 메이든은 뭐랄까, 다른 밴드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속도감과 짜임새, 뭐 그런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자주 가던 레코드가게에 가서 뒤져보면, 국내 발매된 앨범은 곡도 몇 곡 없고, 표지도 좀 이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 앨범의 표지는 항상 에디(Eddie)라는 괴물(?)이 나오는데, 15금 정도 수준의 고어(gore)스럽다고 할까? 그래서, 금지곡도 많았고, 표지도 다 편집된 것이었다. 어쨌든 Seventh ~ 앨범을 통해 이들을 알게 된 후에, 심야 방송을 통해 몇곡을 더 알게되던 중... 음반 직배가 되면서, 예전 음반들이 다 발매가 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90년도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들의 앨범 나오는 족족 다 LP로 사면서 그들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데 ...

Fear of the Dark 이후에 보컬리스트 브루스 디킨슨(Bruce Dickinson)이 탈퇴하면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 이후에 나온 음반들도 테이프로는 샀고, 몇몇 곡들은 참 멋졌지만, 브루스 디킨슨의 보컬을 무척 좋아하던 팬들로서는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브루스 디킨슨의 솔로 앨범도 몇장 샀지만, 아이언 메이든이 아닌 그의 목소리는 또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러던 중에 그가 1999년에 다시 아이언 메이든에 기타리스트 에이드리안 스미스(Adrian Smith)와 함께 합류했다. 그러면서, 트리플 기타 체제로. 아~ 이후 나오는 앨범들은 들어보니, 브루스 디킨슨 부재 기간에 변한 스타일인 듯하게 들렸다. 특유의 베이스라인이 강조된 리드미컬한 속도감 만땅의 곡이 아닌, 좀 더 묵직해졌다고 할까? 기타가 세 명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베이스의 소리가 좀 덜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들은 꾸준히 앨범과 라이브 앨범, 그리고 DVD등의 영상물들을 발매했다. 2000년대에 낸 앨범들을 다 산 것은 아니지만, 라이브 영상물은 구입해서 보면서, 아직 건재함에 반가움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은 깊어져만 갔다.

이런 중에 작년에 신보 The Final Frontier 발매와 함께 연말에 알려진 내한공연 소식. 소식을 접하면서 숨을 쉬기 힘들었던 것은 2008년 주다스 프리스트 이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신보의 딜럭스판을 미국 아마존에서 공수해서 들어본다. 이들은 현재 진행형 밴드여서, 늘 신보에서 많은 곡을 연주하는 공연을 했기에 신보의 느낌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귀에 잘 안 들어온다. 분명 멋지긴 한데, 라이브에서 어떤 느낌일지 자신이 없었다. 어쨌든, 간만에 락공연 소식에 여기저기 음악 관련 동호회 게시판에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전용기 'Ed Force One'을 타고 온다는 것이 아닌가? 아~ 에드 포스 원을 보기 위해 공항에 나가봐야 할 것 같은 생각까지...

[이번 투어 역시 에드 포스 원이 뜬다고 그들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 사진과 함께 떴다. 브루스 디킨슨!!!]

공연장은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 예매 시작하자마자 달렸는데도, 가구역의 입장 순서 110번. 아~ 제일 앞줄 사수가 쉽지 않겠는데. 스탠딩 공연이라 제일 앞줄이 아니라면 힘이 들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지난 주에 스트라토바리우스/헬로윈 공연에서 제일 앞이 아니라면, 펜스를 등지고 보는 것이 편하겠다는 판단을 했다. 흠. 좋아좋아. 언제나 그렇듯이 1장 예매.

날은 흘러 드디어 무지막지한 3월이 왔다. 수많은 아티스트가 내한하는 3월에 난 2일의 스트라토바리우스/헬로윈, 10일의 아이언 메이든, 15일의 이글스(Eagles)를 예매를 해두었다. 3월 2일의 스트라토바리우스/헬로윈 공연을 신나게 즐기고 나니, 슬슬 긴장이 된다. 그런데, 회사 일이 바빠서 일하면서도 예습을 하지만, 귀에 쏙쏙 안 들어온다. 공연 이틀 전부터는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는 것 같이 긴장감이 심해졌다. 잠을 푹 자야할 전 날도 가슴이 떨려서 늦게서야 잠이 들고, 공연 당일인 어제는 종일 숨이 쉬기 힘들 정도로 긴장이 더해져갔다. 아이언 메이든의 페이스북 게시판에 'Seoul Tomorrow. Who's coming?'이라 올라온 글에 숨이 턱 막혔다. 락음악 관련 인터넷 카페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들 역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맘을 알 수 있었다. 나와 함께 공연 몇차례 같이 본 적이 있는 DP 성용방 캐스퍼님도 보신다고 한다.  전용기 에드 포스 원은 공연 전날 새벽에 도착했다고 한다. 아~ 실제로 보고 싶은데.

조금 일찍 퇴근해서 올림픽공원으로 달린다. 집에서 입고간 외투는 조금 무거워서, 가벼운 회사 잠바를 입고 가기로 했다. 흠. 6시 10분쯤 도착해서 화장실을 들른 후에 보니 입장 번호순으로 줄을 서있는데, 인터넷 카페에서 본 대구 동호인들이 내 바로 뒤에 서있다. 단체로 티셔츠 맞춰 입고 버스 대절해서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사람 넷이 번호를 물어보더니 내 앞쪽에 선다. 아이언 메이든 공연을 보러 한국에 온 건지, 한국에 사는 일본인들인 건지.... 우리말을 못하는 걸로 봐서는 일본에서 온 팬들? 그들은 옷에 아이언 메이든 로고 등을 잔뜩 붙인 옷을 입고 있었다. 마이클 쉥커 팬클럽 나리님을 잠시 만나서 인사하고, 챙겨오신 김밥 한줄을 얻었다.날이 은근히 추웠다. 입장 예정 시간인 6시 30분 즈음 되었을 때 입장 시작. 아~ 떨린다. 수차례 드나든 체조 경기장이지만, 이렇게 떨린 적은 없었다. 비교적 질서 정연하게 입장했는데, 아무래도 110번이고, 정상 퇴근 후에 오는 사람들 덕에 내 앞에 사람이 많지 않았겠지만, 제일 앞줄 확보는 불가능했기에, 그 구역의 제일 뒤쪽 펜스에 기대기로 하고 자리 잡았다. 자리는 정중앙. 공연장 전체를 좌우로 가/나 구역으로 나눴는데, 입장객이 어느 정도 들어오니 구역을 나눴던 띠를 제거했다. 흠. 공연 시작 한참 전이지만, 내 앞에 상당히 여유있어 보였다.

무대엔 오프닝 밴드의 시스템이 세팅되어 있었다. Rise to Remain이란 밴드인데, 보컬이 아이언 메이든의 보컬 브루스 디킨슨의 아들이라고 한다. 스타일은 많이 다를 것 같긴한데, 아들이라 하니 우선 관심은 간다. 오프닝 밴드 무대 세팅임에도 무대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그런다. 다들 기대에 부푼 모습들. 오늘은 사진 촬영에 대해 별 관섭을 안 할 모양이다. 흠... 무대 스탭들이 오가면서, 관객들에게 환호성을 유도한다. 하하. 참 여유로운 사람들. 무대 좌우측에 스크린이 있는데, 이번 공연 기획사인 Access의 광고 영상이 나온다. 1998년도의 첫번째 메탈리카 내한공연부터 전 날의 산타나 공연까지 꽤 많은 공연이 나왔다. Pantera 내한 공연이 제일 아쉽네. 쩝.

7시 쯤, 예정된 오프닝 밴드가 올라왔다. 5인조 밴드인데, 요새 그런 스타일의 메탈을 뭐라 하던데, 생각 안 난다. (잠시 후, 검색하고 글 이어감) 메탈 코어. 보컬이 정말 브루스 디킨슨 닮았다. 아주 새파랗게 젊은 애들인데, 꽤 화끈하다. 드럼 연주가 아주 인상적인데, 머리도 빡빡 밀어서 인상적이기도 했고. 브루스 디킨슨의 아들(얘 이름을 외울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내게 얘는 영원히 브루스의 아들이 뿐)은 좀 더 거친 음악에 거친 보컬 음색이었다. 아버지 닮아서 꽤 활발하게 무대를 뛰어다니긴 하는데, 확실히 음악도 무대위에서의 모습도 관객을 휘어잡기엔 많이 부족하다. 어쨌든 과격한 음악이 나와서인지, 내 우측 앞쪽에서 몇명이 날뛰기 시작한다. 오~ 설마 아이언 메이든 공연 때도 저럴까? 좀 심하지 않나 싶은데, 공연 스탭이 저지시킨다. 흠흠. 다행. 그런데, 하나더 내 바로 앞사람이 아주 전문 카메라로 사진을 많이 찍는다. 그냥 눈에 대고 찍는 건 별로 거슬리지 않는데, 액정이 뒤로 보이면 무대에 집중하기 무척 힘들다. 에이 진짜. 그런데, 오프닝 밴드가 거의 끝날 즈음에 멀지는 않지만, 내 시야에서 좀 벗어난 곳으로 이동해서 다행이라 여김.

예정된 시간까지 약 30분 남았다. 사람들이 슬슬 차온다. 나리님이 챙겨주신 김밥 먹으면서 주변 구경. 8시 즈음이었을까? 주다스 프리스트의 You've Got Another Thing Comin'이 나오니 관객들이 따라부르면서 흥을 돋군다. 8시 10분 즈음이 되었을 때 무대를 가리고 있는 천막을 걷을 준비를 하면서 관객들은 'Maiden! Maiden!'을 연호하기 시작했고, 이번 투어에서 공연 시작 바로 직전에 나온다는 UFO의 'Doctor, Doctor'에 이어 이번 투어의 첫곡이자 신보의 타이틀곡 'Satelite 15... The Final Frontier'가 시작한다. 으아~~~ 이 부분에선 뮤직비디오 형태로 좌우 스린에서 영상이 나오면서 녹음된 음악이 나왔다. 상당히 앞쪽에 중앙이다 보니 스크린을 보기 힘들다. 쩝. 그러다가 곡의 인트로 격인 부분이 끝나가면서, 무대 중앙에 브루스 디킨슨의 형체가 나타났다. 아~ 드디어!!!! 바로 내 눈앞에서 그들이!!! 좌로부터 데이브 머레이(Dave Murray), 에이드리안 스미스(Adrian Smith), 중앙 뒤에 드러머 니코 맥브레인, 중앙 앞에 브루스 디킨슨, 그 우측으로 스티브 해리스(Steve Harris), 제일 우측에 야닉 거스!!! 무대는 우주선의 모습인 듯. 아니, 이게 라이브에서 가능한 사운드와 목소리란 말인가? CD에서와 라이브에서는 보통 보컬 사운드는 조금은 차이가 나던데, 이건 전혀 다르지 않다. 아니, 비교할 수 없이 더욱 클리어하면서 역동적이기까지 하다. 무대를 종횡 무진하고, 무대 앞쪽에 있는 스피커 위쪽 모서리에 올라서서 부르는 브루스 디킨슨의 모습은 여타 DVD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관객들과 후렴구를 함께 부르는 The Final Frontier는 약간 의심했던 신보였지만, 역시 라이브에선 강력했다!!!


[아이언 메이든이 내 눈 앞에!!!]

바로 이어지는 신보의 두번째 곡 El Dorado... 관객들은 '어이!어이!어이!'를 외치면서 방방 뜬다. CD로 들었을 때 이렇게 흥분되는 곡 아니었는데, 야~ CD 틀어놓고 립싱크한다 해도 믿을 만큼 완벽한 보컬! 많이 못 들어보고, 가사도 제대로 못 훑어보고 온 지라, 후렴구 따라 부르기가 쉽지 않아서 무척 아쉬운 마음이 팍팍! 야~ 이 곡의 기타 소리가 이렇게 멋졌던가? 이 사람들 속주 기타리스트들 못지 않아 보인다. 뭐랄까, 아~ 드디어 나왔다!!! "Scream for me, Seoul~" "우와~~~~!!!" "Scream for me, Seoul Korea~" "우와~" 아... 흑흑. 드디어, 브루스 디킨슨의 목소리로 이 외침을 듣고 응대하는구나. 이들을 알게 된지 24년간 다른 나라의 도시 이름 나올 때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이어지는 매우 익숙한 인트로~~!!!! '2 Minutes to Midnight'!!! 아~ 정말 바로 이거야! 관객들의 목소리에서 환희가 느껴진다. 드디어 우리 나라에서 우리가 아이언 메이든과 이 곡을 함께 부르다니. 거의 전 곡을 다 따라부른다. 곡마다 무대 배경의 그림 천막이 바뀐다. 야~ 중간 연주 나오는 부분에서, 우리 브루스님은 "Scream for me, Seoul~" 두어번으로 관객들 확~ 달궈 주시면서, 잠시 사라지고 무대 뒤쪽에 있는 우주선 위쪽에서 나타나 노래를 이어나간다. 정말 종횡무진! 아니 이 사람 나이가 얼만데(우리 나이로 54세), 감탄에 감동!
 
2 minutes to midnight by CrazyDoctor

틈만 나면 관객들은 "Maiden! Maiden!"을 연호했다. 이제 인삿말하나 싶더니 바로 곡 시작이다. 어~ 좀 생소하다. 신보 곡일 텐데, 제목이 생각이 안 난다. 제일 우측에 위치한 야닉 거스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시작하는 곡이다. 어쿠스틱이 부분이 끝나고, 달리는 부분이 나오니 기억이 난다~ 신보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곡, 'The Talisman'이었다. 아, 예습 부족. 야~ 아니 어떻게 저렇게 계속 질러댈 수가 있는 것인가. 후렴구 'Westwards the tide, westwards we sail on' 부분에서는 정말 숨이 턱 막혔다. 야~ 2011년 현재 그들은 여전히 초강력 쳐달리는 곡을 양산하는 밴드이다. 정말 분위기 끝내준다. 헥헥

드디어, 인사말을 한다. "아~ 서울" 그의 표정에선 아주 기분 좋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 비록 앞쪽 블럭의 뒤쪽 난간에 등을 대고 있지만, 난 그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단 말이지. 그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 "Splendid!"란 감탄사와 함께 "한국의 서울에서의 사상 첫 공연인데, 여러분과 함께해서 좋다!"라는 말로 인사를 했다. 아~ 이 감동에 뿌듯함이여~! "Excellent!"란 감탄사와 함께 "다음에 서울에 또 오겠다"고 벌써 확인을 해주신다. "예~!" 뭐라고 몇마디 더 했는데, 영국 발음에 익숙하지 않은 내 미숙한 영어 실력에, 바로 뒤쪽 블럭의 제일 앞에 있는 외국인들이 고함을 쉼없이 질러서 잘 듣지 못했다. 쩝.

[아이언 메이든의 리더이자 독특한 사운드의 중심, 베이시스트 스티브 해리스 (우측)!!!]

새 앨범의 'The Final Frontier'의 곡을 할 거라면서, 그들의 전용기 에드 포스 원을 타고 투어를 다니는 얘기와 함께 영국으로 돌아가는 어쩌고 저쩌고하면서 설명과 함께 신보의  'Coming Home'. 좀 느린 곡이고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다함께 'Coming Home'을 외치면서 보고 들으니 이 역시 짜릿짜릿하더라. 야~ 근사하다, 정말 근사하다!

굵은 목소리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Dance of Death'. 내가 이들 스튜디오 앨범들 중에 딱 두장 안 샀는데, 이 곡이 수록된 Dance of Death와 그 전작인 Brave New World이다. 벅스 뮤직에서 아무리 들어도 귀에 안 꽂혀서 구입을 보류 중이던 앨범. 시작에 '쿵짝짝' 박수와 함께 시작한 전반부의 장중한 부분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시간인 것 같았다. 그런데, 중반에 속도가 붙으면서 급도로 집중하게 된다. 이 곡은 마땅히 따라부를 후렴구가 없어서 내 맘에 안 들었나 보다. 그런데, 후반의 기타 멜로디를 다함께 따라부르니, 이 부분이 이 곡의 매력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THE TROOPER!!! 아래 맘 좋게 생긴 아저씨, 데이브 머레이]

다음 곡이 뭐더라? 생각하기도 전에 무대 배경 그림이 바뀌었다. 빨간 군복을 입고 영국 국기를 들고 있는 에디!!! 이건 바로 'Trooper'. 공연장은 바로 난장판이 되었다. '워워워 워워워 워워워워~ 워워워 워워워 워워워워~!' 처음부터 모두가 목이 터져라 노래한다. 브루스 디킨슨 역시 배경의 에디처럼 빨간 군복에 영국 국기를 들고 무대 뒤쪽 우주선 위에서 노래한다. '워~어어어어어어어어'. 펜스에 등을 대고 있는 자리인지라, 꽉찬 공간에서 다함께 방방 뛰니 펜스에 딱 붙은 등이 무지 아프다. 그래도 '워워워 워워워 워워워워~ 워워워 워워워 워워워워~!'. 80년도 초반 곡이지만, 아직 그 곡에서의 긴장감과 역동감은 거의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생생했다. 바로 이어지는 곡은, 나한테 없는 앨범 Brave New World의 첫곡 'The Wicker Man'. 이건 라이브 앨범에서 많이 들어봐서 익숙하다. 3인의 기타리스들이 참으로 여유롭게 솔로를 번갈아 친다. 캬~ 아무래도 이 앨범 사야겠어.


[The Trooper 도중에 세 명의 기타리스트가 무대 중앙에 나와 저런 모습을 연출했다. 좌로부터 에이드리안 스미스 - 데이브 머레이 - 야닉 거스]

브루스가 말을 한다. "저기 뒤에 녹색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뭐야?" 하하. 관객들, "우~~~ (야유)". 뭐라뭐라 하더니 "(살짝 비꼬는 투로) 뮤지션? 음~" 또, 뭐라뭐라 했는데, 뒤에서 소리 질러서 못 듣고. "여기서 처음 부르는 건데, 아, 모든 게 다 처음이구나. 대한민국의 팬들, 어쩌면 북한의 팬들, 어쩌고 저쩌고... " 그러더니, "뭐라뭐라 f**king 어쩌고저쩌고 김정일"이라 함 해주고는 "우리 아이언 메이든은 당신들이 어느 나라에서 왔든, 어느 종교이든 상관 안 한다. 우리 가족들의 공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우린 Blood Brothers다!"란다. 아~ 정말 이 사람 너무 멋지다. 라이브 앨범 들을 때마다 이 양반이 꼭 필요한 말만 하는 것 같아 살짝 불만이었는데, 실제로는 너무나도 재밌고 멋진 것이다. 이 곡 'Blood Brothers'는 아이언 메이든으로 뭉쳐진 우리 모두가 형제라는 연대감을 팍팍 심어준다. 어, 여기서도 '꿍짝짝' 박수를 치네. 야~ 목이 터져라 'We're Blood Brothers. We're Blood Brothers' 크~ 선곡 죽인다 죽여.

다음 곡은 신보의 곡인데, 그 러닝 타임이 11분 가량되는 대곡 ‘When the Wild Wind Blows’이다. 이들이 앨범마다 긴 곡을 한 곡 이상 넣는 편인데, 이번 앨범에선 이 곡이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될 목록 중에 제일 기대 안 한 곡이었고, 이 날 연주한 16곡 중에 제일 몰입도가 적은 곡이기도 했다. 그래도, 중간중간 기타리스트들의 솔로 부분은 꽤 인상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언 메이든이라 하면 전형적인 밴드 중심의 연주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기타리스트들 모두 상당했다. 괜히 30여년간 이 초대형 밴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아. 너무나 멋진 스티브 해리스!!!]

아, 다음 곡은 내가 처음 제대로 앨범의 전체를 접한 Seventh Son of a Seventh Son의 수록곡, ‘The Evil that Men Do’이다. 베이스와 드럼이 만들어내는 이들 음악의 전형적인 속도감. 스래쉬 메탈이나, 멜로딕 스피드 메탈에서의 속도감과는 다른 이들만의 속도감. 정말 최고다! 이제 관객들의 목소리는 맛이 간 것 같지만, 다들 악에 악을 쓰고 있다. 이 앨범 당시에 락 팬들 사이에 평가가 조금은 엇갈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 그건 넌센스다.

바로 이어지는 Fear of the Dark. 여기저기서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들린다. 에이드리안 스미스와 데이브 머레이 2인 기타 체제에서 에이드리안 스미스가 탈퇴하고 야닉 거스란 기타리스트 합류하고 처음 나온 음반의 타이틀 곡이다. 발매 당시 심야방송에서 전곡을 다 듣고는 그 전작들에 비해 달리는 느낌이 덜해서 실제로 구입은 한참 후에 했던 음반이다. 이 곡을 라이브 음반에서 들어보면 시작 부분에서 “오오오오 오오오오 오오오오 오오오오~”로 연주 멜로디를 부르면서, 후렴구 Fear of the Dark를 부르는 부분이 정말 장관이다. 공연 시작부터 클라이막스였지만, 정말 제대로 클라이막스를 맞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Scream for me Seoul~로 시작한 그들의 그룹송 Iron Maiden. 보컬인 브루스 디킨슨 합류 이전인 1980 데뷰 앨범의 곡. 중간의 연주 부분에서 Scream for me Korea~에 대한 우리의 응답에 그들의 마스코드 괴물인 에디가 무대 오른쪽에서 등장한다. 야닉 거스가 기타치면서 에디를 기타로 공격(?) 혹은 괴롭히기도 하고, 무대 왼쪽으로 옮겨서는 스탭이 건네 준 기타를 들고 함께 연주하는 시늉을 한다. 참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인형일지는 모르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다들 난리가 난다. 다들 에디의 모습을 보기 위해 카메라들을 들이대는 바람에 안 그래도 잘 안 보이는 난 더 보기 힘들었다.


[무대에 나타난 에디. 아!]

그들이 무대 뒤로 들어가고, 다함께 앙코르를 외치는 중에 안 나오니, 우리 나라 락팬들이 체조 경기장에서 늘 하는 바닥 구르기. 체조 경기장 바닥을 다함께 쿵쿵 발로 찍으면, 실로 가공할 만한 소리가 난다. 하하. 참 오래간만에 듣는 발구르는 소리.

커다란 에디 얼굴의 배경에 빨간 조명과 함께 내레이션 시작. 아~ 그들의 초기 대표작 The Number of the Beast! 크~ 옛날 곡이어서 그런지 스티브 해리스 특유의 베이스 라인이 귀에 더 잘 들어온다. 깡총깡총 뛰며 스티브 해리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안간힘을 써본다. 공연 후반으로 갈수록 앞쪽에서 지친 관객들이 뒤로 빠져나오다가 뒤에 펜스가 있는 걸 알고는 더 이상 이동을 안 하고 멈추는 바람에 내 주변은 점점 더 밀도가 높아지고 있어, 무대의 모습은 점점 더 안 보였다. 쩝.


[앙코르 첫곡이었던 The Number of the Beast]

이어지는 또 옛날 노래! 조용하게 읊조리며 시작하는 Hallowed be thy name. 아무 최근 앨범 투어라도 옛날 곡에서 관객들의 반응은 더 뜨겁다. 쌍팔년도 팬들에겐 앙코르 곡들이 확실히 반갑다. 아! 드디어 간주 부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명의 기타리스트와 베이시스트 스티브 해리스가 나란히 무대 중앙에서 서서 연주를 한다. 공연 내내 기타리스트들과 베이시스트가 자리 바꿈을 하면서 다 함께 나란히 서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공연이 거의 끝나는 이제서야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 정말 멋지다.
간주 중에 브루스 디킨슨은 "Scream for me Korea" "Scream for me Korea"로 관객들의 함성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좌우를 뛰어다니고 무대 중앙 스피커에 올라서서 관객들의 환호성을 지휘하기도 한다. Life after Death, Rock in Rio 등의 최고의 라이브의 영상에서처럼. 우리는 그 꿈만 꾸던 그 아이언 메이든의 라이브 현장에 있는 것이다.


[드디어 멤버들이 한 시야에 다 모였다!]

이미 알려진 대로 마지막 곡, Running Free. 이 곡은 후렴구를 다함께 부르기 참 좋은 곡인데, 스티브 해리스의 베이스 반주에 맞춰서 Running Free를 함께 부르는 중간중간 멤버 소개를 한다. 아이언 메이든의 리더이자 베이스 스티브 해리스, 야닉 거스, 에이드리안 스미스, 데이브 머레이 … “누가 남았나? 하나 둘 셋 넷 다섯 …” 뭐 이러더니, 드러머 니코 맥브레인까지 소개. 본인 소개는 왜 안 하지? 나 혼자 브루스 디킨슨을 외쳤는데, 관객들이 다함께 브루스 디킨슨의 이름을 외쳐주지는 않았다. 살짝 아쉬움. 흠.

아. 드디어 역사적인 아이언 메이든의 내한 공연이 끝났다. 멤버들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브루스 디킨슨은 공연 내내 쓰고 있던 비니를 벗었더니 땀이 추와악 조명에 반짝인다. 몇 번 땀을 털어내더니 관객석으로 던져버린다. 아~ 드럼 셋에 가려서 거의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니코 맥브레인도 드럼 스틱을 관객석으로 던지고, 팔에 하고 있어 땀에 절은 여러 개의 아대를 휙~ 던져 버렸다. 아~


[인사하는 에이드리안 스미스와 드럼셋에서 나온 니코 맥브레인]

관객들은 이들의 엄청난 공연에 공연장을 떠나지 못하고, ‘메이든! 메이든!’을 연호하며 혹시나 하고 자리를 지켰으나 이들은 다시 나타나지는 않았다. 조명이 켜진 공연장에 많은 관객들은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며 감동의 공간에 함께 했음을 사진으로 남겼다.

2시간의 아이언 메이든의 첫 내한공연은 실로 엄청났다. 30년이 넘도록 활발한 앨범 활동과 투어로 대단한 실력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걸 직접 목격하고 보니 현존 최고의 라이브 밴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브루스 디킨슨의 목소리는 80년대의 목소리가 살짝 답답한 감이 있었다면 라이브에서 듣는 그의 목소리는 훨씬 시원시원하고 연륜과 함께 엄청난 성량으로 두시간 내내 한치의 흩어짐이 없이 지금까지 접한 어떤 라이브 음반보다도 더 안정적이었다. 밴드의 리더이자 베이시스트 스티브 해리스는 공연 내내 그 엄청난 베이스 라인을 연주해내면서 계속 노래를 따라 불렀다. 3인의 기타리스트 모두 큰 액션은 없었지만, 지금까지는 잘 몰랐는데 중간중간 솔로를 보면서 상당한 테크니션임을 알 수 있었다. 드럼셋에 파묻혀서 거의 얼굴을 보기 힘든 니코 맥브레인은 가끔씩 일어서서 관객들 쳐다보면서 웃기도 했다. 아, 지금까지 본 내한 공연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0년대의 수많은 히트곡 중에 연주를 안 해서 아쉬움도 있겠지만, 30년의 역사를 골고루 살핀 선곡은 매우 잘 되었다. 구매 안 했던 근작들도 바로 주문에 들어갔다.

이번 공연에서 아쉬웠던 점도 좀 있었다.
다른 공연보다 안전 요원이 많지 않았는데, 몇몇 과격한 외국인 관객들로 인해 다친 관객들이 좀 있었다고 한다. 또, 앞쪽에 있다가 뒤로 빠져나온 관객들이 뒤쪽 펜스에 막혀서 어느 쪽으로도 움직일 수가 없어 처음부터 펜스에 기대고 있던 난 막판에는 정말 전후좌우로 꼼짝하기도 힘들었다. 스탠딩 구역 앞쪽의 인원수가 너무 많았던 것 같고, 힘들어서 뒤로 빠진 관객들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안전 요원의 안내가 있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다음에는 스탠딩 앞쪽 구역이 아닌 뒤쪽 구역의 제일 앞에서 펜스에 기대어서 보는 게 좋을 듯하다. 휴~
그리고, 사진 촬영에 대한 제재가 없었는데, 사진을 찍는다고 액정을 켜고 오래 있으면 뒷사람이 무대에 집중하기 무척 힘들어진다. 앞쪽에서 동영상이라도 찍을라 치면 뒤에서 보고 있으면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다. 나도 사진을 남기지만, 액정은 끄고 뷰파인더로만 대충 확인하고 잠깐 찍는다. 그 엄청난 공연을 맨눈으로 보고 열광하기에도 바쁜데, 작은 액정 쳐다보면서 동영상 찍을 여유가 있나 싶기도 하다.

아이언 메이든은 다음 일정인 일본으로 이동을 하는 중에 대지진이 나서, 도쿄가 아닌 나고야로 선회했고 결국엔 주말 2회 공연 모두 취소되었다. 그 주말에 한국에서 했으면 더 관객이 열광했을 텐데.

어찌 되었던, 아이언 메이든의 내한 공연은 엄청난 기대를 그대로 만족시킨 최고의 공연이었다. 평일 공연이어서 아주 많은 관객 동원에는 실패를 했고, 기획사는 상당한 손해를 봤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관객들뿐만 아니라, 아이언 메이든 역시 한국 공연에 좋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고 다음에 또 오길 기대한다.

1. Satellite 15... The Final Frontier 
2. El Dorado 
3. 2 Minutes to Midnight 
4. The Talisman 
5. Coming Home 
6. Dance of Death 
7. The Trooper 
8. The Wicker Man 
9. Blood Brothers 
10. When the Wild Wind Blows 
11. The Evil That Men Do 
12. Fear of the Dark 
13. Iron Maiden 

Encore:
14. The Number of the Beast 
15. Hallowed Be Thy Name 
16. Running Free

예매자정보 (출처: 인터파크)
남 77.8% 22.2% 여
10대  1.5%
20대  27.4%
30대  44.3%
40대  26.9%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