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1.03.15. The Eagles - Long Road Out of Eden Tour @ 올림픽 공원, 체조 경기장

미친도사 2011. 3. 30. 00:59



2011년 3월은 공연을 좋아하는 락 팬들에게 참 좋으면서도 괴로운 달이 되고 있다. 3월 초에 스트라토바리우스와 헬로윈의 조인트 공연, 9일의 산타나, 10일의 아이언 메이든, 20일의 건스 앤 로지즈의 슬래쉬 등등... 이런 엄청난 공연들이 줄줄이 예정된 3월에 또 말도 안 되는 공연 하나가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것은 바로 '이글스'.

팝에 거의 관심이 없는 이도 잘 아는 'Hotel California'. 나 역시 이 거장들의 음악에 관심은 좀 있었지만, 락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할 당시에 좀 들어본 이들의 음악은 '내 스타일이 아냐!'하고 꽤 오래동안 외면했다. 내가 헤비 메탈에 치중해서 들었던 반면, 좀 더 다양한 팝에 관심이 있던 내 동생이 이글스의 베스트 음반도 사고, 더 좋아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무척 인기 있던 'Sad Cafe'를 좋아해서 여기저기 가입할 때 닉네임이 'Sad Cafe'를 변형시켜서 사용했다.

내가 다시 이글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 즈음일 것이다. 국내에서 DVD란 매체가 막 떠오를 때, 홈씨어터 시험을 위한 레퍼런스 급 타이틀에 대한 얘기가 많이 오고갔다. 대표적인 타이틀이 영화 'Matrix'와 'Terminator 2' 등이었고, 음악 타이틀로는 바로 이글스의 'Hell Freezes Over'가 단연 최고라 평해졌다. 이글스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이 타이틀을 한참 후에나 구입을 했고, 나름 큰 기대를 안고 홈씨어터에서 재생했다. 첫 곡이 대표곡인 'Hotel California'였는데, 어쿠스틱 버전이다. 참으로 명료하고 확연한 입체감에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내게 그 이후 곡들은 전혀 다가오지 않는 것이었다. 어떤 분들은 집에서 술한잔 하면서 늘 시청한다고도 하시는데, 난 작정을 하고 봐도 졸거나, 지루함을 못 견디고 끄기 일쑤였다. 이 타이틀을 소장한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다 못 봤다.

그리고, 내가 미국 출장을 한창 다닐 어느 해 여름... 출장을 가면 그 일대에서 하는 공연 일정을 살펴본다. 아직까지 한번도 못 봤지만... 당시 마침 내가 체류하는 2주 정도 사이에 이글스가 그 근처에 온다는 것이다. 아~!!! 내 비록 그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미국 현지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많이 설레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이 다가와서는 매일 늦도록 일을 하고 자정 넘어서 숙소로 들어가는 나날이었다. 아~ 이글스 공연은 나와 인연이 없나보다. 그러다가, 이글의 Farewell Tour란 DVD가 무척 호평을 받았는데, Hell Freezes Over로 실망한 나는 이 DVD역시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내 주변엔 안 산 사람들이 없을 정도였는데...

어쨌든 나와 이렇게 인연이 없는 듯했던 이글스가 40년만에  첫번째 내한 공연을 한다니까, 이번엔 인연을 만들어보고 싶은 맘이 들었다. 원래 이틀간의 공연 일정 얘기가 나왔는데, '이틀이나 해서 흥행을 할까?'라는 의심을 하던 중, 최종적으론 하루 공연으로 결정되었다. 예매 시작을 했는데, 오마나... 가격이 엄청나다. 제일 싼 게 10만원 정도에 제일 비싼 자리는 30만원이다. 며칠동안 갈등을 했다. '내가 곡을 그리 많이 알지도 못하는 이글스 공연을 그 돈을 주고 봐야하나?'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Hotel California가 그들의 목소리로 CD나 DVD가 아닌 직접 공연장에서 듣고 싶은 것이다. '그래! 이런 노장들은 이번에 못 보면 나중에 누군가 죽어서 못 볼 수도 있어. 보자!'라는 결심을 하고, 좀 싼 자리부터 검색. 어... 10만원 정도 자리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자리다. 한단계만 올려서 그리고, 그 하나 위 단계 자리와 가까운 자리로 하나 예약했다. 어지간한 락 공연이면 제일 앞자리 가격보다도 비싼데. 쩝. DVDPRIME의 지역 소모임 '게바라'님도 고등학생인 딸이 보고 싶다고 해서 보시겠다고 한다. 오~

3월이 되었다. 스트라토바리우스와 헬로윈 공연도 대단했고, 아이언 메이든 공연에 광분했다. 나름 후기를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걸 상세히 남기는 편인 나는 지난 공연들의 후기도 마무리할 여유도 없이 이글스 공연이 다가왔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이번 이글스의 투어에서는 거의 30곡이 가까운 곡을 세시간에 걸쳐 한다는 것이다. 헉. 인터넷 뒤져서 예습곡 목록 뽑아서, 공연 이틀 전부터 예습을. 아~ 이 곡이 이글스 곡이구나 싶은 곡도 있으나, 대부분 살짝 지루하다. 흠...

** 관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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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전 날 밤, TV를 돌리다가 음악 방송 Mnet을 보니, 가수, 연예인들이 나와서 이글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임진모씨도 이글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원체 이 밴드를 잘 몰랐던지라 참 재미있게 봤다. 기타를 치는 Joe Walsh를 제임스 갱 밴드에서 데려왔다는 둥, 이글스는 Hotel California만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라는 둥.

    공연 당일. 퇴근하고 열심히 올림픽 공원으로 향했다. 게바라님이 치킨집에 자리 잡았으니, 얼른 와서 맥주  한 잔 하고 들어가잖다. 오케~ 그런데, 헉. 올림픽 공원에 진입 자체가 오래 걸린다. 이렇게 올림픽 공원에 사람이 많은 건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아니, 내가 다닌 공연 중에 제일 사람이 많은 듯. 진입해서 주차까지 한 30분 걸린 듯. 열심히 길 건너 상가에 있는 치킨 집에 가서 간단하게 요기하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와~ 진짜 사람 많다. Mnet, CJ등 굵직굵직한 스폰서가 있어서 그런지, 공연장 주변도 초라한 메탈 공연들보다 많이 꾸며놨다. 멤버들 사진을 세워둔 곳에서 인증샷 찍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야~ 공연장 안에 맥주 파는 곳도 있네. 처음 봤다. A석인데, 비교적 자리가 좋다. 딱 닷새 전에 저~ 앞에서 광분했었는데... 그보다 더 비싼 돈 주고 이렇게 먼 자리에 앉다니. 쩝. 그래도, 이글스니까! 거의 매진에 가까웠던지라, 사람 정말 많다. 하지만, 주차가 어려워서인지 8시가 다가오는데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들어온다.

    8시 10분이 좀 지났을 즈음, 조명이 꺼지면서 무대에 그림자가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시작하는 아주 간단한 반주에 편안한 노래 소리. 아~ 'Seven Bridges Road'란 곡이란다. 이글스의 오리지널 곡은 아닌데, 라이브에서 오프닝으로 자주 부르는 곡이라 한다. 무대 정면에 4인이 조명을 받으며 기타 혹은 베이스를 메고 노래를 한다. 전면에 한명이 더 있는데, 그 사람한텐 조명은 현재론 없다. 오~ 이 사람들 노래 정말 잘한다! 나이가 많아서, 불안한 목소릴 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짤막한 오프닝 곡에서 이들의 목소리에서 내공이 느껴진다. 아~ 기대하게 만든다. 바로 이어지는 살짝 업템포의 곡 'How Long'. 머리가 짧은 아저씨가 주로 부르는데, 상당한 컨트리풍 곡인데도 오~ 촌스럽지 않고 아름다운 화음과 함께 공연장을 살짝 달구고 있다. 야~

    [전면엔 이글스 주요 멤버 4인과 기타리스트(우), 그리고 여러 세션들]



    머리 짧은 아저씨 글렌 프레이(Glenn Frey)가 '(우리말) 안녕하세요, Seoul Korea~' '와~!' '(우리말) 식사하셨어요~?' 하하하.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베이스 플레이어 '티모시 B. 슈미티(Timothy B. Schmit)'가 노래한다면서 시작한 노래는 'I Don't Wanna Hear Anymore'. 야~ 이 곡 좋다. 베이스 치는 아저씨는 긴 생머리인데, 차분해 보이는 것처럼 목소리도 참 예쁘다.

    곡마다 멤버들이 위치 이동을 해서 잠깐씩의 지체가 있는데, 이번엔 이동하면서 밴드 뒤쪽에 있는 트럼펫 주자의 솔로가 시작한다. 아~!!! 이것은 바로!!! 최근 공연에서는 이 곡의 시작을 트럼펫으로 한다지? 큰 기대와 함께 숨죽여 기다린다. 짧은 트럼펫 연주가 끝나면서 이어지는 아름다운 기타 소리. 무대 제일 끝에 있는 기타리스트가 더블 넥 기타를 들고 연주를 .아~ 이 소리를 어떻게 글로 표현한단 말인가. Hotel California!!! 이들의 대표곡이자, 팝 역사상 최고의 곡 중 하나이자, 나를 이 공연장에 오게 한 바로 그 곡. 아직 입장하지 못한 관객들도 서둘러 들어와서 공연장 입구에 옹기종기 모여서 본다. 앞선 세곡에서 전면에서 기타 들고노래하던 '돈 헨리(Don Henry)'가 드럼을 치면서 노래한다. 아~ 눈물 나려해. 공연장은 흥분에 가득찬 침묵이랄까? 광분하고도 남을 곡인데, 관객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다들 그냥 넋이 나가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아~ 중반 이후의 기타 연주. 아~ 너무 좋다. 곡이 끝나자 공연장이 떠나가도록 박수와 함성이 튀어나왔다. 난 이 곡 하나로 13만원짜리 자리값어치 다 봤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어떤 영상물과 라이브 음반 그 이상이었다. 주변의 사람들 모두 놀라움과 감동. "드디어 봤어, 드디어 봤어!" 내 주변에 어떤 아저씨의 즉흥적인 소감이었다.

    Hotel California by CrazyDoctor

    [Hotel California!!! 더블넥 기타 + 일렉 기타 + 어쿠스틱 기타 ... 아~ 이 곡에서 본전 뽑았다]



    밴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 정비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이번 곡도 컨트리 곡인데, 바로 전에 다들 넋이 나가버린지라 이제는 듣는 족족 다 좋게만 들린다. 이 사람들 간단한 인사는 우리말로 잘 한다. 엇. 다음 곡은 시작이 귀에 좀 익은데? 또, 베이스 치는 티모시 아저씨가 부른다. 분명 예전에 듣던 그런 아주 고운 미성은 아니지만, 여전히 미성이고 연륜과 함께 매력이 그냥 줄줄 흐른다. I Can't Tell You Why. 아~ 아름답다. 나 저 아저씨 팬 할까봐. 분위기 진짜 좋다. 캬~ '(우리말) 감사합니다'로 인사하는 티모시.

     이번엔 묵직하면서 살짝 묘한 분위기의 드럼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곡이다. 제목을 다 기억 못하는지라, 후렴구가 나와야 대충 '아~'하는 나로서는 이번에도. Witchy Woman.  이번에도 돈 헨리가 노래한다. 야~ 저 아저씨 노래하면서도 드럼 잘 치네. 잠시 필 콜린스가 생각이 났다. 중간에 '아아~'하는 부분의 가성도 누가 냈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오~ 매력적이야~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글렌 프레이가 이번엔 네번째 앨범의 곡이라면서 삼성의 무슨 Lee에게 바친다면서 노래를 시작한다. 아마도 이번 공연을 성사시키는 데 영향을 준 누군가보다. 조용한 컨트리 풍 곡인데, 후렴구에서 'Lyin' Eyes'란다. 야~ 이런 곡은 예습할 때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멋지다니. 야~ 화음이 끝내줘요. 요 즈음해서 글렌 프레이가 건반을 연주했는데, 무슨 곡이었는지는 기억 안 난다.

    다음은 돈 헨리가 노래하는 곡인데, 흠... 예습했지만 아주 생소한 곡. The Boys of Summer. 내가 이 사람들 영상을 많이 보지는 않았는데, 돈 헨리는 Hell Freezes Over보다 나이 들어보이면서 턱수염을 좀 길렀다. 그래서, 나이가 더 들어 보였나? 그런 잘 모르겠다. 이어지는 곡에서는 배경이 어느 도시의 모습을 비쳐준다. 도시 속에서의 사람들의 모습. 엇. 이번엔 기타 치던 '조 월시(Joe Walsh)'가 노래를 하네? In the City라는 것은 역시나 후렴구 듣고 알았다. 이 아저씨 목소리는 다른 3인에 비해 좀 더 락적인 성향의 보컬이었다. 이 곡은 기타 사운드가 아주 근사하네. 저 아저씨 괜히 다른 밴드에서 데려온 게 아니네. 요새 락 기타리스트들에게서는 느끼기 힘든 약간 구닥다리 사운드이긴 한데, 곡과 잘 어울리고 연륜이 사운드에 묻어 나오는 그런 연주랄까? 아. 표현의 한계.

    어. 돈 헨리가 마이크를 잡았다. 관객들의 큰 환호성. 살짝 멋진 척하면서 말하는데, '좀 재수없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의도된 듯한 그의 행동에 아주 유쾌하게 들렸다. 이번 곡까지 하고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질 거란다.  The Long Run. 이번에도 돈 헨리가 부른다. 이 노래 신나는데! 몸이 움찔움찔. 이런 건 서서 다함께 박수치면서 즐겨야 할 것 같은 곡. 관객들의 경쾌한 박수 소리.

    쉬는 시간은 15분 정도 되었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2부의 시작을 알렸다. 2부는 멤버들이 무대 전면에 나란히 둔 의자에 앉아서 몇곡을 연달아 조용한 곡으로 진행되었다.

    [2부 시작은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어쿠스틱 연주로... 하늘 배경이 있는 걸로 봐서 No More Cloudy Days인 듯]


    2부 시작은 1부 시작과 비슷하게 멤버들의 아카펠라 스타일로 'No More Walks in the Wood'. 야~ 잘 부른다. Waiting in the Weeds라는 곡을 Don Henry가 조용하게 부르고, No More Cloudy Days란 곡이 이어진다. 이 곡이 대중적으로 얼마나 인기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잔잔한 연주와 리듬감 있는 드럼 비트 위에 아름다운 화음이 상당히 좋았다. 새롭게 멋진 곡의 발견이 공연의 또다른 재미일 것이다. 이번엔 멋진 티모시가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말) 안녕하세유~'라고 인사하면서 Hell Freezes Over의 곡이라면서 부른 곡은 Love Will Keep Us Alive. 야~ 나 이 곡은 익숙해. 아! 이 곡이 이 사람이 부르는 거구나. 참으로 아름답다. 그런데, 집중해서 듣다보니 후렴구가 좀 웃긴다. "When We're Hungry, Love Will Keep Us Alive"... 배고픈데, 사랑이 우릴 살아있게 하다니. 흠. 전체 가사도 잘 이해 안 되면서, 이 부분만 귀에 잘 들어오니 좀 웃겼다. 하하. 어쨌든 정말 노래 잘한다.

    돈 헨리가 마이크를 잡고 또 살짝 멋진 척하고 말한다. 일부러 더 그런다. 하하. 1974년 곡이라면서, 첫번째 #1 싱글이고 따라하라고 한다. 뭔지 알아야 따라하지. 뭔지 알아도 못 따라할 텐데... Best of My Love. 역시나 난 잘 모르는 노래. 글렌 프레이가 이렇게 앉아서 어쿠스틱 연주하는 걸 좋아한다면서, 이렇게 앉아서 한 곡 더 연주할 건데 첫번째 밀리언 셀러 싱글이란다. 뭔지... Take It to the Limit... 아 이 곡이 이 곡이구나. 왜난 이 곡은 빠른 곡일거라 생각하고 있었을까? Limit란 말이 들어가니, 독일 메탈 밴드 Accept의 Up to the Limit가 내 머리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가? 큭. 

    자리를 정리하고 나온 노래는 이들의 근작인 Long Road Out of Eden... 돈 헨리가 불렀는데, 아마도 그냥 마이크 앞에서 그냥 불렀던 것 같다. 좌우 화면에 뭔가 메시지가 있었는데, 기억은 안 난다. 다음 곡은 경쾌한 기타 연주로 시작. 아~싸. Walk Away. 이번에는 조 월시가 부른다. 이 사람이 부르는 곡은 다 신난다. 이 곡 시작할 때였나? 티모시가 관객들을 일으켜 세웠다. 이 곡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한참 조용하거나 살짝 무거운 곡 나오다가 밝고 신나는 곡이 나오니 분위기 확~ 산다. 선곡 정말 잘 한다. 이런데서도 연륜이 느껴지는 것 같다. 관객들의 분위기를 자기네들 의도대로 몰고 가는 것. 어쨌든 멋진 기타 연주가 함께 한 신나는 곡이 나오니 좋다. 베이스 라인이 귀에 쏙 들어오는 오프닝과 함께 돈 헨리가 노래르는 One of These Nights. 익숙한 곡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같이 박수치며 즐길 수 있다. 아~ 저 가까이서 보면 얼마나 재밌을까. 난 Def Leppard나 Extreme, Queen 같은 밴드가 이런 코러스가 멋져서 좋아하는지라 이런 멋진 코러스 들어간 곡들이 나오니 이글스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어지간한 곡에서 기타가 세명 이상이다 보니 멋진 모습이 많이 보였다!]


    글렌 프레이가 멤버들 소개를 한다. 세션 연주자들부터 출신지와 함께 소개했다. 야~ 전국구 밴드군. 돈 헨리 소개할 때엔 40년간 자기와 이글스란 롤러 코스터를 함께 했다고 했다. 큰 박수~! 이제 조 월시가 남았는데, 좌우 스크린이 나오는 카메라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면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하하. 이 사람 정말 재밌다. 스트라토 캐스터의 마스터라고 소개했고, 유쾌한 목소리고 관객들에게 함성과 환호성을 따라 하라면서 자신의 곡을 시작한다. Life's been Good. 이 사람의 장난스럽고 유쾌한 모습이 많이 나타나고 살짝 하드한 기타 사운드가 아주 멋진 곡이었다. 좌우 스크린에도 재밌는 영상이었던 것 같은데...

    [멤버 소개할 당시의 Joe Walsh]


    이번에도 처음부터 신나는 분위기. 돈 헨리 노래다. Dirty Laundry. 후렴구가 무척 빠른 말이어서 잘 알아듣기 힘들지만, up과 down이 규칙적으로 나와서 멤버들이 기타 헤드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살짝 액션도. 야~ 후끈후끈하다. 이글스 공연이 이렇게 신나다니! 이번엔 좌우 스크린에 좀 화려한 무늬가 나왔던 것 같은데, Funk #49. 이번엔 조 월시 노래. 제목이 그래서 그런가 신나는 브라스와 기타 연주~! 신나~ 신나~!

    뭔가 신나는 곡이 나올 것 같은 전주에 관객들의 큰 박수. 아, 이 노래 나 들어본 적 있는데. 뭐지뭐지? Heartache Tonight~! 처음으로 큰 소리로렴구 따라 불렀다. 호텔 캘리포니아에선 너무나 압도되어서 크게 따라 부르지 못 했던 것 같아. 야~ 이거 진짜 신나는데! 그래, 공연장에선 이렇게 박수치고 노래 크게 따라부르는 게 제일 재밌는 거죠!!! 꽤 길게 계속 신나는 곡으로 클라이막스를 유지하는데, 대단하다, 대단해. 엇. 또 신나는 기타 연주가 시작하네. 이 연주엔 어깨와 고개가 저절로 들썩들썩. Life in the Fast Lane. 제목에 Fast란 말이 들어가서 그런가? 꽤 경쾌하다. 하하. 이글스 공연이 젊은 밴드들 못지 않은 열기를 뿜어낸다. 아니 그 여유로움 속에서 나오는 열기라 전체적으로 나이가 많은 관객들을 그리 힘들게 하지 않으면서도 공연에 몰입하여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관객들 특유의 흥을 즐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스크린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도 무척 흥에 겨워 연주를 하고 있다. 끝부분의 기타 연주에 맞춰 함께 지르는 함성~ 와우~! 하하하. 이건 정말 기대 이상이다. 정말 재밌다. 이번 곡을 마치고 멤버들은 무대에서 사라졌다. 체조경기장을 꽉 메운 관객들이 함성과 함께 박수를 치며 그들을 불러낸다. 야~ 이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 정말 지금 이 순간에 이들 노래를 더 듣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이들 노래 하나도 몰라도 두시간 반이 넘는 이 시간동안 저절로 이들이 팬이 되고도 남음이다.

    [어느 곡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저렇게 사진같이 멤버들의 연주 모습이 오버랩되어 나오기도 했다]


    '(우리말) 감사합니다~'와 함께 또 경쾌한 곡. 영락없는 컨트리 음악인데 이렇게 좋다니. Take It Easy. 수많은 관객들이 이글스에게 홀딱 넘어갔다. 분위기는 어느 젊은 락 그룹 못지 않다. 앙코르를 두 곡 부른 나라도 있고, 세 곡 부른 나라도 있던데... 앗. 세 곡 부를 건가 보다. 강한 기타 사운드로 시작한다. Rocky Mountain Way. 거의 조 월시 독무대다. 중간 이후에 기타 솔로는 '토크박스'던가? 입에 호스 같은 거 물고 연주하면 말하는 것처럼 독특한 사운드 나오는 그걸로 연주도 했다. 야~ 보여주는 것도 많다.

    이제 돈 헨리가 마이크 들고 무대 앞에서 마지막 곡 Desperado를 부른다. 아~ 이게 그렇게 인기 있는 곡이라는데, 왜 난 그리 익숙하지도 않고 몇번 들어봐도 와닿지가 않냐고 생각했던 곡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 곡을 들으니 괜히 맘이 짠~해진다. 가사도 잘 모르고, 잘 들리지도 않지만 서운함이 느껴진다. 에이씨. Let somebody love you란 부분을 관객들이 큰 소리로 따라 부른다. 아~

    정말 끝났다. 무려 28곡을 했고, 쉬는 시간 포함 딱 3시간이었다. 공연 후에 내가 시계 본 시간이 11:15분이었다. 내가 모르는 곡이 많았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관객들도 멤버들도 한참동안 멋진 공연에 자리를 쉽게 뜨질 못 했다. 어허... 이들 공연이 성사되고 이틀 공연이 하루로 줄어서 흥행은 괜찮겠네 싶었는데, 이런 공연이라면 이틀해도 연속 매진하고도 남겠다. 밖에 나오니, CD 혹은 티셔츠 파는 부스가 난리가 났다. 사람들 얼굴에 희색이 만면하고, 다들 행복함에 공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그랬다. 게바라님과 고등학생 딸도 무척 재밌게 보셨다 한다.

    [아~ Eagles... 감사합니다. 정말 훌륭하고 감동적인 공연이었습니다.]


    Hotel California 딱 한 곡 기대하고 왔는데, 나머지 곡들도 다 너무나도 훌륭해서 저~ 앞자리 30만원짜리 자리도 하나도 안 아깝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는 97년이던가 마이클 잭슨이 처음 내한 공연 했을 때, 저~ 앞에 비싼 자리 가서 봐도 하나도 안 아깝겠다는 생각한 이후 처음인 것같다. 작년에 Deep Purple의 40주년 기념 투어를 보고, 올해는 Eagles의 40주년 공연을 본 셈인데 이렇게 오래 사랑받는 밴드의 공연은 절대 후회 안 한다는 걸 재차 확인했다. 4인의 주요 멤버가 각각 이글스의 히트곡을 부르고, 또한 그들의 개인 히트곡을 섞어서 진정 그들의 40년을 3시간동안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4인의 각자 개성있는 목소리와 성향이 이글스의 음악을 컨트리, 락,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모두 섭렵하게 했다. 수많은 히트곡들을 적절히 배치해서 자칫 흥미를 잃을 수도 있을 최신곡들조차도 잘 어울리게 한 선곡도 역시 연륜을 느끼게 한 부분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만 특히 인기있다는 Sad Cafe를 안 한 것을 두고 아쉽다고 한 사람도 있겠으나, 현장에 있던 수천명의 관객들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60대 중반의 밴드가 3시간이란 긴 시간동안 서른 곡에 가까운 곡을 이렇게 멋지게 연주할 수 있는 밴드가 어디에 있을까? 이렇게 오랜 기간의 곡들을 많이 연주했는데 다 좋게  들릴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이건 아무래도 공연 실황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음반으로 듣는 것은 다 그 시기에 가장 세련된 연주겠지만 그냥 셋리스트대로 나열했을 땐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후에 공연에서 쭉~ 연주하는 것은 현재라는 시점에 적당한 편곡이 되고 한 공간에서 같은 환경으로 쭉~ 연주되기 때문에 다양하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리된 느낌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게 공연의 매력인지도모르겠다.

    공연 후에 보니, 주차에 대한 불만이 꽤 있었는데 올림픽 공원이 꽤 주차 공간이 많은데 몇개 입구가 공사중이라 진입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리고, 원체 공연이 길어서 막차의 압박으로 10시 이후엔 슬슬 자리를 뜨는 관객들이 생겼다. 그 이후가 정말 재밌었는데... 어쨌든 이번 공연 놓쳤으면 크게, 아~주 크게 후회했을 것 같다. 다음에 이 분들이 다시 내한할 기회가 있길 간절히 바라고, 그 때에는 좀 더 무리를 해서라도 앞쪽에서 보고 싶다. 해외 출장 갔을 때 이들 공연이 있으면 더 좋고. 커~

    후기를 거의 보름만에 완성을 하지만, 그 때의 감흥이 쉽게 가시지 않네. 후~ 건강하게 다음에 또 만나길 간절히 바란다.

    [THE EAGLES]

    Glenn Frey               – vocals, guitars, keyboards
    Don Henley             – vocals, drums, percussion, guitar
    Joe Walsh                – lead guitar, vocals
    Timothy B. Schmit    – bass, vocals

    [SETLIST]

    1. Seven Bridges Road 
    2. How Long 
    3. I Don't Want to Hear Anymore 
    4. Hotel California 
    5. Peaceful Easy Feeling 
     
    6. I Can't Tell You Why 
    7. Witchy Woman 
    8. Lyin' Eyes 
    9. The Boys of Summer (Don Henley cover)
    10. In The City 

    11. The Long Run 

    Intermission 
     
    12. No More Walks in the Wood 
    13. Waiting in the Weeds 
    14. No More Cloudy Days 
    15. Love Will Keep Us Alive 

    16. Best of My Love 
    17. Take it to the Limit 
    18. Long Road Out Of Eden 
    19. Walk Away (James Gang cover)
    20. One of These Nights 

    21. Life's Been Good (Joe Walsh cover)
    22. Dirty Laundry (Don Henley cover)
    23. Funk #49 (James Gang cover)
    24. Heartache Tonight 
    25. Life in the Fast Lane 

    Encore:
    26. Take It Easy 
    27. Rocky Mountain Way (Joe Walsh cover)
    28. Desperado  

    예매자정보 [출처: 인터파크]
    54.6% 45.4%
    10대 0.5%
    20대 15.5%
    30대 28.1%
    40대 55.9%












    [좌로부터 Timothy B. Schmitt, Glenn Frey, Joe Wal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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