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2.02.04. Judas Priest - Epitaph Tour @ Olympic Hall, Olympic Park, Seoul, Korea

미친도사 2012. 2. 6. 21:32


그들이 돌아왔다. 2008년 9월 첫 내한공연 후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그들은 약속을 지켰다.
2008년 그들의 첫 내한 공연은 헤비메탈 공연의 정의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2008.09.21. Judas Priest - Nostradamus World Tour @ Seoul, Korea


밴드 결성 40년이 넘은 그들은 작년에 이번 월드 투어가 그들의 마지막 월드 투어가 될 것이라 발표했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함께 했던 기타리스트 K.K. 다우닝 (K.K. Downing)은 은퇴를 선언하고 밴드를 떠났고, 그의 대타로 리치 포크너(Richie Faulkner)라는 갓 서른이 넘은 젊은 기타리스트가 합류를 했다.

이번 마지막 투어에 한국이 포함되길 기대했는데, 역시나 한번 왔던지라 이번 투어에 한국이 포함되었다. 요새 공연 종종 함께 가는 캐스퍼님과 함께 가기로 하고, 스탠딩석 예매. 무대 바로 앞쪽의 스탠딩 A구역은 표가 빨리 빠져나갔는데, B구역은 예매 초반 전혀 반응이 없어 큰 어려움 없이 B구역의 1-2번을 확보.  아이언 메이든 공연에서 A구역 뒤쪽 펜스에 기대어서 봤다가 밀려서 막판에 완전히 녹초가 되었던 경험이 있어서 B구역의 제일 앞쪽 펜스에 기대어서 보면 한결 편할 것이란 생각으로 B구역으로 결정.


공연 예매를 하고서 좀 지나고 나니, 이번엔 오프닝 밴드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 온다. 무려 크래쉬(Crash), 디아블로(Diablo) 그리고 임재범. 공연 전에 관객들 진을 빼려 하나, 왜들 이러는지.. 싶을 정도.

날은 지나 공연 날. 막상 공연 시간이 다가오니 또 두근두근. 외삼촌이랑 눈썰매 타러간다는 아이들을 위해 아침에 도시락을 싸고 남은 김밥을 간단한 저녁 식사용으로 좀 챙겨서 캐스퍼님 차로 공연장으로 이동. 6시쯤 공연장에 도착해서 스탠딩석 대기 장소로 이동했는데, 벌써 A구역은 공연장 안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 절묘한 타이밍. 공연 시간이 긴지라 팔찌를 나눠줬다. 노란색 스탠딩 B구역 팔찌.

진행 요원의 뒤를 따라 줄줄이 서서 공연장 안으로 이동. 공연장 안에 들어서면 막 달려들어가는 걸 막고자 공연장 안에 자리 잡을 때까지 안내하였다. B구역 1-2번인지라 우리는 졸졸졸 따라가기만 해도 우리 구역의 제일 앞 줄 정중앙인 것. 아싸~ 자리 좋~고. 펜스에 기대어서 준비해온 김밥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여기저기 구경하고 페이스 북이나 카페 등지에 흔적 남기면서 공연을 기다린다. 무대엔 오프닝 밴드를 위한 스피커와 드럼셋이 준비되어 있다. 관객도 올림픽 홀을 거의 다 채운 듯하다. 체조 경기장이 더 크긴 하지만, 다 채울수 없다면 올림픽 홀 정도가 딱 정당한 듯. 체조 경기장을 채울 수 있는 해외 락밴드가 별로 없을 듯. '화이트스네이크 때보다 사람이 많네요. 주다스가 락 역사상 위치로 따지면 화이트 스네이크한테 밀릴텐데 말에요 (나)' '그러게, 한참 밀리지 (캐스퍼님 - 화이트 스네이크을 훨씬 좋아하심)' 이런 얘기하면서 기다리는 중 ...


7시가 되자 무대가 어두워지면서, 첫번째 오프닝 밴드 크래쉬 등장. 1998년 메가데스 첫 내한공연 때 본 이후 처음이다. 역시나 곡 좋고 연주 좋고 화끈하다. 2월 19일에 홍대 앞 공연장에서 하는 한국 헤비메탈 밴드 연합 콘서트 예매해뒀는데, 그 공연이 더욱 기대되는 무대. 다음 밴드를 위한 드럼 세트 설정을 바꾸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 등장한 디아블로. 작년 게리무어 추모 공연에서 처음 이들의 무대를 접했고, 여름엔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서 이들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묵직한 연주가 인상적이긴 한데, 앞서서 크래쉬가 막강하기도 했고, 이들은 내 취향에서 조금은 벗어난 듯한 느낌의 곡과 연주였다. 티셔츠 등을 관객석에 좀 던져 주기도. 그리고, 이들 무대에 합류한 1인. 임재범. 사실 임재범이 오프닝 게스트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락 보컬리스트로는 최고라 할 수 있는 인물인데, 그가 오프닝 게스트로 나온다니. 임재범은 'Rock in Korea'로 시작을 했다. 워우~ 라이브로 듣는 그의 목소리는 포스 만땅. 스크리밍과 그로울링... 앞선 두 후배 뮤지션들의 그로울링도 상당했는데, 레벨이 달랐다. 관객들과 함께 'Rock in Korea'를 외친 후에, 주다스 프리스트 공연에 대한 소감을 몇마디 하다가 갑자기 'Breaking the what?'을 외쳐서 잠시 놀라게 했는데, 역시나 부르지는 않았다. 마지막 곡으로는 아시아나 시절의 곡 'Paradom'을 불렀다. 곡은 좀 덜 세련되었지만, 그의 목소리의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아무래도 다음에 이 사람 단독 공연을 봐야겠어...


디아블로와 임재범의 무대가 끝난 후에 뒤어 서 있는 사람들의 대화 '임재범이 락을 했었어요?' '임재범, 시나위 출신인데요' '아~'... 어허. 아주 어린 친구인가 보다. 무대 앞쪽으로 큰 천막이 내려와 무대를 가리고 정리에 들어간다. 큰 천막엔 이번 투어의 로고인 'EPITAPH'가 그려져 있다. 웅성웅성. 아마 이 정도때부터 배경 음악이 AC/DC곡이 이어진 듯. 캬~ 이런 공간에서 그리 크지 않은 음량임에도 이렇게 흥분시키는데 실제로 AC/DC의 라이브를 보면 심장 터질 것 같아. 뒤에 서 있는 분들 대화가 들린다 '락 음악 좋아하세요'를 비롯해서 AC/DC 음악이 나오자 '이게 누구 곡이었죠?' 등등... 허허. 지난 내한 공연 때에서 주다스 프리스트의 로고와 두 기타리스트의 대표적인 기타를 그려서 만들어온 팬들인 것 같은데, 이번에도 준비하고 거기에 보컬 랍 핼포드(Rob Halford)의 얼굴을 캐리커처로 표현 대형 가면을 들고온 사람도 있었다. 


8시 30분이 조금 넘자 공연장의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배경음악이 바뀐다. 블랙사바스(Black Sabbath)의 'War Pigs'. 하하. 곡이 페이드 아웃되면서 오프닝 사운드가 잠시 흘러나온 뒤에 터져나오는 달리는 드럼과 기타 소리. 우워~! 'Rapid Fire'. 발악 시작. 오프닝 밴드 때 연습 삼아 소리를 좀 질러봤는데, 영 목소리가 안 나와서 오늘은 소리를 좀 덜 질러야겠다 싶었는데, 그런 것 소용없었다. 메탈 신 앞에서는 신도들의 컨디션 난조란 용납이 안 되나 보다. 바로 괴성에 헤드 뱅잉 모드 돌입. 1980년도 곡임에도 속도감 만점인 곡. 터져나오는 랍 핼포드의 목소리는 컨디션이 좋게 들린다.  무대 뒤쪽에 많이 올려진 곳에 스캇 트래비스(Scott Travis)의 드럼셋. 오프닝 밴드들의 장비가 치워진 무대가 넓어져서 조금은 신들의 모습이 멀게 모인다. 게다가 앞에 스탠딩 A 구역에 사람들도 많아졌고... 어쨌든 B구역의 제일 앞이어서 펜스에 기대어서 보니 한결 편하다. 시야도 이 정도면 아주 답답한 정도는 아니고.

바로 이어지는 곡은 이들의 그룹송이라고 할 수 있을까? 'Metal God' 어찌 들으면 느릿느릿하고 재미없게 들릴 수도 있는 곡을 우리는 메탈 신에 대한 거룩한 찬송가 마냥 열창한다.

우리 신도들은 '프리스트! 프리스트! 프리스트!'를 연호하며 신을 찬양한다. 이들 공연에서 늘 처음 나오는 멘트 'The Priest is back!' 우워~ '자, 여기 모인 헤비 메탈 마니아들을 보라', '주다스 프리스트의 헤비 메탈을 즐길 준비되었는가?'
신의 말씀에 신도들은 큰소리로 응답을...



이어지는 'Heading Out to the Highway'에서 역시 랍 핼포드의 목소리는 거의 최상의 컨디션 같았다. 곡 끝나고 감탄의 한마디 "야~ 오늘 영감 컨디션 죽이네!"
바로 배경에 'Angel of Retribution' 앨범 표지가 나오면서 'Judas Rising'이 이어진다. 비교적 근작(2005)이라 할 수 있는데, 스캇 트래비스의 드러밍이 완전 멋지다. 커~ 오늘 다들 너무 멋지잖아!

'주다스 프리스트의 에피타프 세계 투어에 오신 걸 환영한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2012년의 첫 공연을 하게 되어 기쁘다'
우워~~~
'자, 우리 딜을 하자. 앞으로 2시간 25분동안  40년의 주다스 프리스트 역사를 되짚어 보려 한다'고 했다. 이때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두시간이 넘는다고? 흠... 내가 잘못 들었겠지. 잘 하면 두 시간일 텐데, 흠... 하여간 곡이 나올 때마다 그 곡의 앨범 표지가 무대 뒤쪽에 영상으로 비춰지면서 곡에 대한 짧은 설명을 할 모양이다. 이런 구성의 공연 진행도 색다르면서 괜히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Sin after Sin' 앨범이 비춰지면서 'Starbreaker'가 이어진다. 야~ 이런 곡도 라이브로 들어보는구나. 스튜디오 앨범으로도 이 앨범은 많이 듣지 않았는데. 좀 구티나지만, 그 분들의 연주에 다 함께 외치는 'Starbreaker'는 완전 멋졌다! 'Sad Wings of Destiny' 앨범이 비춰지면서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초기 명곡 'Victim of Changes'의 첫 기타 소절이 연주된다. 크~하. 약간은 신경질적이게 들리는 샤우팅을 불러제낀다. 중간에 리치의 강렬한 기타 솔로가 있었다. K.K. 다우닝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 친구도 꽤나 멋졌다. 메탈신들께서 충분히 멋진 인물을 뽑으셨겠지. 끝부분의 조용한 기타 반주 부분은 관객들의 떼창으로 어우러졌다. 카~ 이 곡 지금껏 들어본 중에 제일 멋졌다. 흑흑. 랍 영감님 뭐가 잘못 되셨나봐. 어찌 목소리가 이리 잘 나와!


[이렇게 앨범 표지와 함께 곡 설명 시간도 있었다]


'Victim of Changes' 곡에 대한 설명을 하시고 나니 배경이 1집 'Rocka Rolla' 표지가 비춰진다. 무슨 곡을 할까? 기억도 별로 안 나는 'Never Satisfied'란 곡을 '멋진 헤비 메탈 리프의 곡'이라 설명하시고 시작. 나중에 다시 찾아들어봐야겠다. 그리고는 존 바에즈(Joan Baez)의 멋진 클래식 곡의 주다스 프리스트 버전이라면서 'Diamonds and Rust'를 연주한다. 앨범 버전은 처음부터 딩가딩가 템포가 있는 곡인데, 처음 부분을 느리게 연주한다.  리치가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서... 어느 라이브 앨범에선가 이렇게 불렀던 것 같기도 하다. 와우~ 어쨌든 이 편곡도 매력적이다. 후반에 조금 빨라지는데 커~ 멋지다. 아이씨, 후기가 계속 멋지다라는 말 밖에 안 쓰게 되네.

무대가 어두워지면서, 배경에 앨범 'Nostradamus'가 등장! 정말 1집부터 2008년 앨범까지 두루 선곡되는구나. 이 곡에선 빤짝이 망또를 걸치고 주다스 프리스트 로고 지팡이를 들고 고개를 숙이고 노래를 한다.

[예언자 랍 핼포드!]


저 망또 속에 랍 핼포드가 아닌 다른 인물이 들어 있고, 랍 핼포드는 무대 뒤에서 앉아 쉬면서 노래하는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의심도 조금 해봤는데, 곡 마지막에 고개를 들고 인증을 하셨다. 캬캬.

이 곡 후엔 무대 좌우로 로고 조형물이 솟아나면서, 'Painkiller' 앨범의 곡이 터져나온다. 으하~ 'Night Crawler'!


이 곡에서 많이 힘들어 하시긴 했다. 삑사리도 많이 났고. 하지만, 지금껏 들었던 어떤 라이브 앨범보다 스튜디오 앨범과 가장 비슷한 톤으로 부르려고 노력하신 듯. 아쉬우면서도 놀란 곡. 'Painkiller' 앨범에서 이 곡 말고 'Between the Hammer and the Anvil'을 해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하면서...

'Turbo' 앨범 그림이 나오면서 바로 이어지는 'Turbo Lover'. 상당히 대중적이게 만든 앨범이라 하고, 예전 학창 시절 메탈 좋아하던 친구들은 꽤나 비판을 많이 했던 앨범이다. 꽤나 좋은 곡 많은데. 어쨌든 라이브에서 이 곡도 들어보네. 야~ 흥겨운데!

[글렌 팁튼 어르신은 이젠 나이가 정말 많이 들어 보이셨다]


관객들의 떼창을 칭찬해 주시면서, 옛날 이야기를 해주신다. '헤비 메탈 신에 처음에 두 밴드가 있었다. 주다스 프리스트와 블랙 사바스. 이후에 많은 헤비 메탈이 등장했다. 데스 메탈, 쓰래쉬 메탈, 스피드 메탈 등등. 하지만, 모두 헤비 메탈이다!' 아름다운 헤비 메탈 발라드라고 소개하시면서 'Beyond the Realms of Death'를 연주. 원곡의 분노의 샤우팅을 그대로 소화해내진 못하셨지만, 멋졌다. 캬. 정말 옛날 곡(1978)인데, 아직 멋지네. 허허.

설명 없이 이어지는 곡은 ... 어? 설마?? 엄마야, 맞다, 맞아. 'The Sentinel'이닷. 내가 주다스 프리스트 곡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곡 중 하나. 아니 이 곡이 나오다니. 수많은 주다스 프리스트 곡 중에 제일 극적인 곡이 아닐까 싶다. 아~ 숨이 막히려 해. 원체 곡이 높아서 랍은 그대로 부르지는 못해도 관객들이 그만큼 힘주어서 외쳤다. 80년대 라이브 앨범에서도 이 곡은 그대로 못 부르셨으니. 아~ 정말 곡이 너무 좋아. 후반부의 극적인 부분에선 정말 관객들 발악을 했다. 가슴이 터져라 외쳤다.

[단 한 발짝도 이동 안 하시고 위치 고정이지만 박력있는 베이스 연주하시는 이언 힐]


그리고, 또 바로 이어지는 곡의 인트로... 어, 이게 뭐지? 허걱. 이건 'Blood Red Skies?' 'Ram It Down' 앨범 뒷면에 있던 그 대곡. 어허허. 이 곡을 라이브로 듣다니. 정말 모든 앨범을 다 커버하는 구나. 'Ram It Down' 앨범의 곡들은 좋은 곡들이 많은데 라이브에선 잘 연주 안 되던 앨범이다. 웅장한 맛이 일품이다. 이 곡을 들으니 이 앨범의 1번 트랙인 'Ram It Down'이나 2번 트랙인 'Heavy Metal'도 라이브로 듣고 싶다. 흑흑.

랍 영감께서 마이크를 들고 또 설명을 하신다. 'Diamonds and Rust'와 같이 다양한 영역의 곡의 시도 중 하나라 하시면서 'Green Manalishi'를 소개. 이 곡은 플릿우드 맥(Fleetwood Mac)의 원곡. 라이브에서 지난 내한에서는 앙코르로 연주되었던 곡. 중간에 관객들이 부르는 부분이 있는데 꽤나 근사하다.

[랍 영감은 현재 강의(?) 중]


배경에 다시 'British Steel' 앨범 표지가 등장하면서 랍 영감이 설명을 하신다. 이 앨범이 나올 당시가 아이언 메이든, 스콜피온스, 백사, 모터헤드 등등의 헤비 메탈 음악이 인기 있던 시기라 하시면서, 이 앨범에서 부를 노래는 ... 'Breaking the WHAT?' 'LAW~~~!!!'를 몇차례 반복하면서 'Breaking the Law'가 연주가 된다. 이번엔 랍 영감이 안 부르고, 관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게 지휘하신다. 캬~ 관객들 목터져라 노래한다. 신난다~ 아싸~! 잘 몰랐는데, 찾아보니 다른 나라에서도 이번 투어에선 이 곡의 노래는 관객 몫으로 남겼나보다.

[내가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는 스캇!!!]


드럼의 연주가 시작된다. 흠... 좀 낯선 리듬인데? 'Living after Midnight'인가? 아닌데. 주다스 프리스트가 지금껏 각 파트별 솔로가 따로 배정된 적이 없는데, 그렇다면 혹시??? 스캇 트래비스는 정말 주다스 프리스트에게 있어서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 드러머다. 90년도에 이 사람이 가입하고서 나온 'Painkiller' 앨범은 주다스 프리스트 음악은 스캇이 드럼을 친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눠진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안 그래도 강한 밴드였던 주다스 프리스트가 초강력 헤비 메탈 밴드가 된 것이다. 곡을 짐작할 수 없던 스캇의 짧은 드럼 솔로는 자연스럽게 Painkiller의 그 살벌한 드럼 오프닝으로 이어졌다. 이 곡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래도, 여전히 파괴력은 엄청났다. 엄청난 드럼에 작렬하는 트윈 기타! 내가 주다스 프리스트가 내한한다고 즐겨가는 음악 카페에 올렸더니, 10대 여학생이 이 곡을 찾아 들어보곤 반해서 공연이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 결국엔 부모님 반대에 못 보긴 했지만. 후렴구 상당 부분은 그대로 부르지는 못 하고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넘겼지만, 다른 부분에선 거의 원곡에 가깝게 불러 내셨다. 크. 정말 이 곡 하나로 오늘 공연은 본전 뽑은 것이다.

[신도들에게 이 곡은 진통제 그 자체!]


아마도 이 곡이 정규 순서의 마지막이었나 보다. 멤버들은 무대 뒤로 사라지고, 관객들은 '프리스트! 프리스트!  프리스트!  프리스트!'를 연호했다. 그런데 이 ' 프리스트!'를 반복해서 외치는 것이 무지 힘들다. 해보면 알겠지만, 계속 내뱉는 소리들이라 조금만 반복해서 외치다 보면 숨이 차다고. 관객들도 힘든지 조금 지나서는 외침은 박수 소리로 바뀌었다. 보통 앙코르로 하는 'Hell Bent for Leather'를 외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무대에 비춰지는 푸른 눈탱이. 우워~ 


내가 주다스 프리스트란 밴드의 음악을 처음으로 접한 앨범이 1982년작 'Screaming for Vengeance'였다. 87년 즈음에 여동생 친구의 테이프를 통해 처음 들었는데, 그 앨범의 첫 곡이 'The Hellion - Electric Eye'인 것이다. 캬~ 이 곡이 빠졌으면 서운할 뻔 했다. 하지만, 원체 많은 곡을 들어서 이 곡이 빠진 줄도 모르고 있었나 보다. 신나게 부르고 나니, 랍 핼포드는 다시 무대 뒤로 사라진다.

조금 긴 기다림 후에 들리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특유의 엔진 소리가 공연장에 울린다. 모자를 쓴 랍 핼포드가 오토바이를 타고 무대에 등장. 'Hell Bent for Leather'의 순서다. 1979년 앨범의 타이틀 곡인데, 스튜디오 앨범에선 그리 박력있다 못 느꼈는데, 1987년도 라이브 영상에서 이 곡 연주된는 걸 보고, 내가 알던 그 곡과 너무 다르게 들려 놀랐던 기억이 있다. 늘 이 곡에선 오토바이가 등장한다. 죽인다, 죽여! 'Hell Bent for Leather'를 죽어라 떼창한다. 으허~ 저 영감은 어찌 3년 전보다 더 잘 부르냔 말이다. 1951년 생, 무려 환갑인데 말이야.

[무대에 등장한 할리 데이비슨]


멤버들이 인사를 하면서 무대에서 사라진다. 잉. 더 부르겠지? '프리스트!'를 연호하고 싶은데, 난 벌써 기운이 없어. 랍 영감이 태극기를 양 어깨에 두르고 나타나서는 관객들과 '예이~ 예이~ 예~예~'를 시작한다. 수십년째 거의 같은 레파토리지만, 즐거운 노래 따라하기 시간. 따라하다 보니 이 영감님 성량이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장수하는 밴드는 자기 관리가 정말 대단한 듯하다. 예전 관객들을 만족시키면서 40년 가까이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주하고 있다니. 이런 노장 밴드의 모습에서 삶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함께 분노의 샤우팅을 하고서 이어진 곡은 대부분의 라이브에서 마지막으로 부르는 'You've Got Another Thing Comin''이었다. 관객들이 부르는 후렴구 부분이 아주 신난다. 도대체 지금 얼마나 많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신나게 따라부르고 나면 힘들어서 기침이 날 지경이다. 한참 공연을 안 보긴 했나 보다. 그래도, 헤드 뱅잉과 합창을 그만 둘 수가 없다. 랍 영감은 곡에 맞춰 권투 연습 흉내를 내기도 한다. 멤버들 컨디션도 좋고 기분도 무척 좋아 보인다. 우리도 좋아요~! 중간에 리치의 기타 솔로가 있었는데, 이들의 공연에선 처음 본 듯한데 '헤비 메탈 기타리스트 리치 포크너'라고 따로 소개를 하기도 했다. '워우워우 오~예'로 오늘의 공연이 마무리되나 보다. 아~

멤버들은 관객들에게 인사하며 피크도 던지고, 스캇 트래비스도 무대 앞으로 나와서 인사하고 드럼 스틱도 나눠준다. 아~ 아쉽다. 한참 마무리되는 듯하더니, 스캇 트래비스가 드럼 셋으로 돌아가 마이크를 잡더니 '우린 한국을 사랑합니다. 어쩌고 저쩌고 한 곡 더 어때요? 좋다면 내가 셋을 셀테니 소리를 지르세요, 하나~ 둘~ 셋~' '우워~~~ 아아아악'


그러고는 시작된 'Living After Midnight'. 야~ 정말이지 밤새 같이 놀고 싶어요! 정말 목이 터져라 노래했다. 이제 이 분들의 무대는 이 곡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선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이다. 진짜 주다스 프리스트와는 마지막 순간이다. 흑흑. 그래도, 2008년 초의 토토(TOTO)의 공연에서와는 사뭇 다르게 밝은 기분의 이별이다. 그 때엔 스티브 루카서도 울고 관객도 울고 그랬는데. 하긴 그 때엔 고별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 한국이긴 했다.

[마지막 인사 중인 주다스 프리스트. 스캇 트래비스는 도대체 키가 얼마일까? 저 뒤에 스탭이 관객들 사진을 찍고 있다]


하여간, 이젠 진짜 마지막인가 보다. 랍 영감도 함께 멤버 전체가 무대에서 인사를 한다. 그 분들도 행복하고 우리도 행복했다. 우린 그 분들의 한국에서의 고별 공연을 큰 박수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한목소리로 '주다스 프리스트'를 한참동안 외치면서 우리들의 헤비 메탈 신들을 찬양했다. 그 분들이 무대에서 떠나셨는데 나오는 음악은 마침 퀸의 'We are the Champions'였다. 아, 이 얼마나 적절한 곡 선정인가. 관객들은 이 곡까지도 따라 부르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무대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으면서 흥분을 가라앉히는 모습들 ... 시계를 보니 무려 11시 8분!!! 7시에 크래쉬의 오프닝 무대가 시작하고 무려 4시간 10분이 지난 것이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연주 시간만 해도 2시간 반 가까이 된 듯하다. 정말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다. 이 날 오전에 몇 개월간 고생한 족저근막염 완치 판정 받았는데, 바로 저녁에 거의 다섯 시간 가량을 서서 발바닥에 무리를 주고 말았다. 힝. 그래도 다행히 이틀이 지난 지금 발바닥은 별로 안 아프다. 흐흐.

[신들이 떠나신 무대]


랍 핼포드의 얘기가 많긴 했지만, 모든 멤버들을 동시에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없음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무대 오른쪽에 위치한 글렌 팁튼(Glenn Tipton)은 2008년 때보다 나이가 확연히 든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관객들과 매력적인 눈길을 주고 받으며 미소 짓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졌다. 찾아보니 글렌 팁튼은 올해 65세다. 어허... 늘 무대 오른쪽 뒤에 고정된 위치에서 연주하는 이언 힐(Ian Hill)은 여전히 좋은 모습. 최고의 헤비 메탈 드러머 스캇 트래비스도 이제 나이가 들어 보인다. 그의 나이가 벌서 쉰이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드러밍의 파괴력은 최고! 다른 멤버들의 아들뻘인 신참 리치 포크너는 처음에 꽤 어색해 보이는 듯했지만, 작년 내내 함께 해서인지 자연스럽게 주다스 프리스트의 멤버로 보였다. 얼마나 좋을까? 평생에 자기가 주다스 프리스트의 일원으로 투어를 할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운 좋은 친구다.

나에게는 첫번째 헤비 메탈 밴드였던 주다스 프리스트. 그들의 공연을 두 번밖에 못 봤는데, 이제 이 땅에서 그들의 무대는 다시 볼 수 없다니 많이 아쉽다. 다르게 생각하면 수많은 락/메탈 밴드들 중에 내가 좋아하면서도 공연을 못 본 밴드가 부지기수인데, 이들의 무대는 두 번이나 볼 수 있었고, 그 두 번 모두 엄청난 감동의 순간이었음은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헤비 메탈 음악 팬으로서 이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고 그 무대에 함께 했다는 것이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이틀이 지난 지금도 목소리가 잠기고 목이 뻐근하지만 행복하다. 주다스 프리스트여 영원하라!!!

Judas Priest:
Rob Halford (Vocals)
Glenn Tipton (Guitar)
Richie Faulkner (Guitar)
Ian Hill (Bass)
Scott Travis (Drums)

1. Rapid Fire
2. Metal Gods
3. Heading Out to the Highway
4. Judas Rising
5. Starbreaker
 
6. Victim of Changes
7. Never Satisfied
8. Diamonds & Rust (Joan Baez cover)
9. Dawn Of Creation / Prophecy
10. Night Crawler

11. Turbo Lover
12. Beyond the Realms of Death
13. The Sentinel
14. Blood Red Skies
15. The Green Manalishi (With the Two Pronged Crown) (Fleetwood Mac cover)

16. Breaking the Law
17. Painkiller

Encore:
18. The Hellion / Electric Eye
19. Hell Bent for Leather

Encore 2:
20. You've Got Another Thing Comin'

Encore 3:
21. Living After Midnight

예매자정보 (출처: 인터파크)
남 72.0% 28.0% 여
10대  3.1%
20대  27.6%
30대  34.8%
40대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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