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1.10.26. Whitesnake - Live at Ax-Hall, Seoul

미친도사 2011. 10. 29. 01:56
아, 내가 그들의 공연을 직접 보게 되다니.
 
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
이 밴드는 보컬인 데이빗 커버데일(David Coverdale)이란 인물이 1978년에 만든 밴드이다.
데이빗 커버데일은 딥퍼플(Deep Purple)의 3-4기 보컬(1973~1978)로 이언 길런(Ian Gillan)의 후임이었던 인물인데, 콧소리가 섞인 듯한 매우 독특하면서 엄청난 파워의 목소리의 소유자다. 이 당시 딥퍼플의 대표곡이라면 'Burn', 'Soldier of Fortune' 등의 곡이 있는데, 특히나 'Soldier of Fortune'이란 곡이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가 있다. 지금도 딥퍼플 내한 공연을 하면 'Soldier of Fortune'을 기대하는 올드 딥퍼플 팬들이 있을 정도.
 
이 사람이 딥퍼플을 그만 두고 만든 화이트스네이크는 하드락이면서 블루지한 느낌이 상당히 강한 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가 이 밴드를 알게된 시점이 '1987'이란 앨범이 나와서 빌보드 차트에서 'Here I Go Again'이란 곡이 히트했을 때이다. 이 앨범의 곡들은 이전의 히트곡들과 새로운 곡들이 섞인 앨범인데, 내게 아주 강한 인상을 주었다. 이후에 스티브 바이(Steve Vai)가 합류해서 화제가 되었던 'Slip of the Tongue'이란 앨범도 대단했는데, 이 앨범 이후 밴드는 잠잠해졌다.

 

 

 


 

[내가 이들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두 장의 앨범]

 

 

 
2002년 말에 밴드 결성 25주년 기념 투어를 하기 위해 멤버를 재정비하고 다시 락 신으로 돌아왔는데, 언제나 막강 기타리스트 진영을 갖추었던 화이트스네이크였던지라, 재구성된 밴드는 헉 소리가 날 기타리스트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덕 앨드리치(Doug Aldrich)와 렙 비치(Reb Beach).

덕 앨드리치는 80년대 중후반에 라이언(Lion)이란 밴드에서 칼 스완(Kal Swan, 보컬)과 마크 에드워드(Mark Edward, 드럼)과 함께 강한 연주를 들려주며 정통 하드락 기타리스트의 계보를 잇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연주를 보여주었고, 지금은 고인이 된 디오(Ronnie James Dio) 밴드의 마지막 기타리스트로 후기 디오의 탄탄한 음악의 중심이 된 인물이다.

 


[내가 덕 앨드리치를 알게 된 Lion, 디오 후기 앨범 중에 단연 뛰어난 'Killing the Dragon', 디오 + 덕 앨드리치는 초기 디오 + 비비안 캠블 조합에 버금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한 라이브 'Evil or Divine']
 
렙 비치는 80년대 말에 윙어(Winger)란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세상에 알려졌는데, 상당히 팝적인 음악을 했던 밴드 윙어에서 의외로 아주 근사하고 세련된 기타 연주로 나도 주목했던 기타리스트이다. 이후 도켄(Dokken), 앨리스 쿠퍼 밴드(Alice Cooper Band) 등을 거쳤다.

[꽤 멋진 음악을 보인 윙어의 데뷰 앨범]

이렇게 막강한 정통 락 기타리스트 2인과 함께 돌아온 화이트스네이크는 2006년에 'Live in the Still of the Night'이란 라이브 CD/DVD를 내놓는다. 이 DVD를 미국 출장 가서 구입해서는 그 날 저녁 나는 11" 노트북에 헤드폰을 끼고서 단숨에 바짝 흥분하여 말 한마디 못하고 몰입해서 보았다. 내가 꽤 좋아하던 기타리스트 두명에 제일 좋아하는 드러머 중 하나인 타미 앨드리지(Tommy Aldridge)... 그리고, 라이브에서 컨디션이 들쑥날쑥이라고 하는 데이빗 커버데일이 너무나 매력적인 목소리로 엄청난 라이브를 해내는 것이다. 이후 다시 나는 화이트스네이크를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두 명의 기타리스트와 함께 발매한 2008년도 앨범 'Good to be Bad'란 앨범은 국내에서 구할 수 없어 일본 출장 갔을 때 레코드 가게에서 들어보고, 미국 아마존에서 공수를 해왔다. 하지만, 전작들이 너무나 강해서였을까 뭔가 표현하기 힘든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계속 투어를 했고, 올해에 새로운 앨범 Forevermore란 앨범을 내놓았다. 아마존의 평가가 전작에 비해 매우 좋아 기대하고 있던 차에 전해져 오는 이들의 내한공연 소식. 처음 이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보는 전작보다 곡이 좋게 들렸으나, 20여년 전의 일련의 화제작에 익숙한 탓인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재결성된 화이트스네이크의 매력에 빠지게 한 DVD, 2008년작 Good to be Bad, 신작 Forevermore] 
 
실제로 티켓 발매가 시작하는 날, 4장의 표를 구입하여 2장은 중학교 친구들에게 넘기고 2장은 DP의 지역 소모임 분이신 캐스퍼님과 함께 하기로. 공연은 평일 저녁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표가 많이 팔리는 것 같지 않아서 혹시나 취소될까 은근히 걱정을 많이 했다.
 
내 걱정은 기우였는지 공연 날은 다가왔다. 아는 몇 분들도 페이스북을 통해 공연을 보러 가신다고 한다. 아… 오후부터는 두근두근하기 시작하는데, 3월의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때보다 좀 더 강한 것 같다. 퇴근하고서 바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공연장인 악스홀로 이동. 8시 반 공연시작인데, 7시 50분쯤 도착.

아, 이런… 大 화이트스네이크의 첫 내한 공연인데, 대형 현수막 하나 없다. 이런이런. 안타까워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M-16님 발견. 이번 공연에서 스탭으로 활동하셨는데, 덕 앨드리치의 사인을 받으셨다고 … 그런데 데이빗 커버데일은 못 봤다고 하시면서 리허설조차도 안 했다고 한다. 하지만, 컨디션은 아주 좋다고 들었단다. 살짝 걱정되면서도 기대. 2008년 마이클 쉥커 그룹(Michael Schenker Group) 내한 당시 알게 된 도모님도 오셨길래 인사. 곧 캐스퍼님 오셔서 바로 입장.
 
예매 번호는 40/41번인데 입장은 이미 시작한 후라 무대 앞쪽을 사수하기는 힘들겠고, 제일 편하면서 잘 볼 수 있는 사운드 콘솔 좌우 공간을 두리번거리다가 무대를 바라보고 사운드 콘솔 왼쪽 펜스 자리 확보. 이 자리가 살짝 높이가 높아서 앞쪽에 사람들이 많아도 무대가 잘 보이고, 앞쪽 펜스에 기대어 볼 수 있어 장시간 서있어도 피로도가 적은 나름 내가 악스홀에서 좋아하는 자리. 게다가 사운드 콘솔 근처라 사운드도 비교적 좋은 편.
 
아주 꽉 차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적당히 많은 수의 관객이 입장을 했다. 두근두근… 무대는 암막 같은 것으로 가려놓지 않았는데, 중앙에 단출해 보이는 드럼셋이 보이고 무대 뒤쪽에 신보 표지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공연 후에 찍은 무대 모습] 
 
내가 구한 표로 공연을 보기로 한 초등/중학교 친구 재기가 전화 와서는 같이 보기로 한 태일이가 늦어서 입장이 좀 늦을 것 같다고 한다. 아, 안타깝다. 잉~
 
아…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자주 가는 카페니 페이스북에 짧게 잡담 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8시 27분 쯤이 되더니, 나오던 음악이 멈추고 그룹 WHO의 ‘My Generation’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싸~! 다른 나라 셋리스트에서 이 곡이 본 공연에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곡으로 나왔는지라 공연이 정시에 시작함을 알 수 있었다. 아~ 드디어 시작하나 봐. 공연장에 불이 꺼지고 조그만 무대 위의 움직임에도 관중들의 환호성이 나오는 그런 시간…
 
오프닝 곡이 끝남과 동시 건반 소리와 함께 간간이 들리는 기타 사운드. 와! 와! (발악 중). 이건 DVD에서 보고 듣던 화이트스네이크 공연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이라 할 수 있는 오프닝 연주와 함께 들리는 ‘야-앗! 야~앗!’하는 그 특유의 샤우팅!!! 살짝 보컬 사운드가 이상하게 들리는 것이 이상했지만, 곧 조정이 될 테니 지켜보기로 하고… 우선은 데이빗 커버데일이 바로 내 눈앞에서 그 매력적인 샤우팅과 함께 등장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청바지에 하얀 긴 남방을 단추는 두어 개만 잠근 모습. 얼굴이 많이 늙었지만, 나이가 벌써 60인데 어찌하랴. 그래도 멋지다. 무대에 등장하면서 마이크 스탠드를 거꾸로 세우는 그 특유의 모습에서 시작부터 나는 뻑가고 있었다. 

[성적인 코드가 많이 있는 듯한 저 포즈. 하지만 정말 무진장 멋있다!!!] 
 
그러면서 리듬감 있는 드럼 사운드로 시작하는 ‘Best Years’. 2008년 음반 ‘Good to be Bad’의 첫 곡. 아~~~ 내가 서 있는 쪽 정면(전체적으론 왼쪽)에 렙 비치(기타)가 있다. 반대 쪽에 덕 앨드리치, 그리고 정중앙에 데이빗 커버데일. 아~ 저 위대한 기타리스트들이 동시에 연주를 하고 있다니. 미치겠다. 좀 재미없는 곡이라 생각했는데, ‘Best years of my life’란 부분을 따라 부르면서, 괜히 그들이 멋져 보이기도 하고.
 
이어지는 ‘Give Me All Your Love’ 이건 내가 이들을 알게된 ‘1987’ 앨범 수록곡인데, 흥겨운 리듬에 중간에 관객들이 모두 함께 부르는 부분이 있어 분위기 띄우는 데 그만. 중간중간 데이빗 커버데일의 ‘컴온 베이비’를 반복하면서 관객들을 부추기는 샤우팅 역시 멋진. 분명 예전에 듣던 라이브보단 많이 다른 목소리가 났지만, 힘있고 여전히 파괴력(아, 뭐라 표현을 해야 하나..) 있게 노래를 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라고 우리말로 인사하면서, ‘놀라운 환영을 해줘서 고맙다. 팬클럽 Whiteblues의 아름다운 선물에 감사한다. 여기에 오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로 인사말을 전했다. 그런데, 팬클럽 Whiteblues이 뭐지? 아~ 목소리 넘 근사해. 진짜 만화처럼 눈에 하트 뿅뿅 수준이다. ♥_♥

[친구 재기가 찍은 사진인데, 이렇게 2층에 현수막이 걸려있었나 보다]
 
같이 부르자면서 시작한 곡은 ‘Love Ain’t No Stranger’. 캬~ 내가 이들을 알기 전의 큰 히트곡. 으~ 미치겠다. 신나게 따라 부르자. 다음 곡은 대중적으로도 꽤 인기있던 발라드 ‘Is This Love’. 내가 처음 락음악을 듣던 시기가 본 조비(Bon Jovi)나 유럽(Europe)과 같은 조금은 말랑한 하드락 밴드가 인기가 있던 시기였고, 락/메탈 밴드의 발라드 곡들이 빌보드 차트에서도 큰 인기를 얻던 시기였던지라 이 곡 역시 대단히 인기가 있었다. 캬~ 정말 매력적인 목소리. 중간의 덕 앨드리치의 기타 솔로도 참 좋~다!
 
‘안녕하세요~’라고 하면서 무대를 돌아다니다, 내가 서있는 곳에서 무대쪽에 가까운 곳에 두어 명이 머리에 LED 조명이 있는 하트모양 머리띠를 하고 있는 걸 보더니 ‘오우~ Beautiful~. Heart & Seoul (Soul?)’이라면서 웃는다. 야~ 저 사람들 대빵 좋겠다. 무대 중앙으로 돌아와서 다음 곡 소개를 하려는데, 무대 앞쪽에 있는 누군가가 데이빗 커버데일에서 꽃다발을 전했다. 야~ 누군지 르겠지만 저 꽃 전한 사람도 좋겠다. 힝~ 

[꽃을 받아 들고 웃으며 인사하는 데이빗 커버데일]

꽃을 드럼셋 옆에 갖다 두고는 잠시 어떤 상자에서 뱀장난감을 들고는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고 무대 중앙으로 돌아와서는 ‘우리 새 앨범 Forevermore가 나왔는데, 거기 수록곡이다. 덕 앨드리치가 슬라이드 기타를 칠 거다’라고 곡을 소개. 푸른색 레스폴 스타일(실제로 깁슨 레스폴인지는 잘 모르겠다)을 슬라이드 주법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신보의 첫 곡인 ‘Steel Your Heart Away였다. 시작부분에서 관객들이 ‘어이! 어이! 어이!’하면서 소리지르는 것부터 무척 신난다. 최근 곡이라 스튜디오 음반에서 듣던 목소리와 이질감도 덜 한 것 같고. 크~ 연주 좋고~! 멤버 전원이 백보컬을 해서 데이빗 커버데일의 목소리를 많이 커버해준다. 어찌보면 아쉽기도 하지만, 화이트스네이크란 밴드의 현재의 특징이라 생각할란다.

[슬라이드 주법으로 연주 중인 덕 앨드리치]
 
‘으하하하… 감사합니다. 서울~’이라 인사하더니 분노의 ‘예스’ 샤우팅 두 번을 관객들과 함께 하고는 ‘오랜 기간을 화이트스네이크를 충실히(faithfully) 사랑해준 여러분에게 바치는 우리의 사랑 노래’라고 소개하면서 신보의 타이틀 곡 ‘Forevermore’를 시작했다. 덕 앨드리치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한다. 아~ 분위기 좋아. 타이틀 곡으로 부족하지 않나 싶었는데, 이렇게 설명을 듣고 현장에서 직접 들으니 참으로 좋구나. 조용하게 시작해서 중반 이후에 일렉 기타로 바꾸면서 전체적으론 느린 템포지만 힘있는 연주에선 이들의 매력이 물씬 묻어 나온다. 아~ 짜릿하다. 신보 ‘Forevermore’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덕 앨드리치가 Forevermore에선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를 시작했다]
 

[이렇게 모든 멤버가 백보컬을 하다보니 전체적인 노래가 무척 풍부하게 들렸다]

‘덕 앨드리치와 렙 비치에게 인사하시죠~’라고 소개로 두 기타리스트의 솔로 시간. 우선 덕 앨드리치부터. 캬~오~~~!!! 검은 민소매 조끼 하나 걸치고 레스폴 기타 치는 덕 앨드리치 모습은 정말 멋지다. 아주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디오의 라이브 DVD에서 이 사람 연주보고 완전히 반했는데 크하~ 정말 잘 친다. 볼륨 스위치인가 그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면서 사운드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한참 치다가 무대 뒤쪽의 스피커에 돌진을 해서 쿵! 부딛히더니 스피커를 살짝 밀고 서서 연주도 하고... 이 사람을 보면, 솔리스트로서의 기타리스트보다는 밴드 일원으로서 연주를 선호하는 건가 싶다. 충분히 자신이 이끄는 밴드를 만들어도 될 사람 같아 보이는데. 정통 하드락/헤비메탈 기타리스트 계보라는 것이 있다면 내 개인적으로 존 사이크스(John Sykes) 이후 최고가 아닐까 싶다.

[스피커를 몸으로 살짝 밀면서 연주하고 있는 덕 앨드리치!]

이어지는 렙 비치의 솔로. 렙 비치는 늘씬하고 큰 데 생머리에 수염을 기른 모습. 이 사람도 윙어에서 귀가 번쩍 뜨이는 연주를 하던 기타리스트인데, 화이트스네이크에서 리듬 기타 정도로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말 90년대 초의 리듬 기타리스트 역할을 했던 에이드리언 반덴버그(Adrian Vandenburg)가 연상되기도 한다. 왼팔로 암을 잡고 오른팔을 넥을 잡은 묘한 자세로 연주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밴드 내에선 리듬 기타 역할이지만, 역시나 대단한 기타리스트, 렙 비치] 
 
‘Can You Hear the Wind Blow’란 ‘Good to be Bad’ 앨범 수록곡이 이어진다. 이 앨범 곡이 다 별로였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또 라이브로 들으니 꽤 박력 있고 멋지게 들린다. 이게 공연을 직접 보는 재미인 것이다. 이 곡이 끝나고는 커버데일이 생(生)으로 덕 앨드리치의 기타와 주고 받는 짧은 블루스 잼(이라 해도 되나?)이 있었다. 커~ 그래그래. 이런 블루지함이 화이트스네이크의 매력이지! 아~ 저 목소리 어찌할 거야. 여기저기서 신음소리에 가까운 환성이 중간중간 터져나온다. 커~
 
다음 곡은 신보의 곡 ‘Love Will Set You Free’. 오우~ 신난다. 고개 까딱까딱하면서 후렴구 따라부르는 재미, 캬오~
 
이번엔 드럼 솔로다. 드러머가 브라이언 티쉬(Brian Tishy)라는 인물인데, 관객석에서 보면 베이스 드럼 하나에 탐탐이 하나만 보이는 아주 단출한 드럼셋인 것 같다. 그런데, 안 보이는 쪽으로 더 많은 구성의 북들이 있나 보다. 뭐랄까 사운드가 크게 들리는 드럼 연주라고 설명이 될까 모르겠는데, 뭐 그렇다. 중간중간 플로어 탐을 치고 튀어오르는 스틱이 아주 높이 솟아오르고 그걸 다시 받아서 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계속 튕겨 날려보내면서 새로운 스틱을 꺼내서 치기도 하고… 보는 재미가 있네. 그러다가 스틱 몇 개를 관중석에 날려보내고는 조금 짧은 스틱을 바꿔서 또 다른 형태의 솔로를 보이고 관중석에 날려보내고… 젓가락만큼 짧은 스틱으로 작은 소리로 연주를 하다가 일반 스틱처럼 큰 소리도 연주해내는 것이 힘을 과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는, 식칼 두 개를 떡하니 꺼내더니 칼의 면(面)으로 연주를 한다. 푸하하. 칼로도 스틱에 버금가는 연주를 보여주고는 다른 스틱처럼 관중석에 날리는 시늉을 하고는 내려놓는다. 이젠, 야광 스틱으로 연주… 이 사람 자칫 지루하기 쉬운 드럼 솔로를 보는 재미로 커버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물론 연주도 대단했다. 끝나고는 캔 맥주 하나를 따서는 벌컥 들이켰다. 아~ 나도 맥주 생각이 나네.

[식칼로 드럼 요리 중인 브라이언 티쉬. 데이빗 커버데일은 '티셔'라고 소개했다. 흠...] 
 
데이빗 커버데일도 웃으면서 자기도 소주잔(위스키잔?) 같은 걸 하나 들더니 우리말로 ‘건배!’라 외치면서 틀이킨다. 하하.

[한 잔 들이키는 데이빗 커버데일]

그리고, 멤버들 소개. 베이스 마이클 데빈(Michael Devin)~. ‘뭔가 보여줘야 하는 거 아냐?’라고 눈치를 멤버들이 준 건지 손사래를 치더니 쑥쓰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하. 다음은 키보드의 브라이언 루디(Brian Ruedy). 이 사람은 드럼과 베이스의 짧은 연주에 맞춰 율동을 보여줬다. 킥킥킥. 이제는 아주 권투 경기 시작할 때 선수 소개하는 톤으로 ‘왼쪽 코너~’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렙 비치가 쪼르르 무대 중앙으로 달려가더니 데이빗 커버데일 옆에서 귀여운 웃음을 지으며 선다. 캬캬. 저 키도 크고 수염까지 길러 남성적인 모습이 강한 인물이 저런 모습으로 있으니 웃긴다. 데이빗 커버데일이 ‘스트링의 제왕(Lord of the strings)’라고 소개했다. 드럼 반주가 살짝살짝 나오니 ‘David Letterman Show~’라고 웃는다. 다음은 ‘청코너~ 레스폴의 제왕(Lord of Les Paul) 덕 앨드리치~’라고 덕을 소개. 다음은 본인 소개여야 하는데… 이럴 땐 관객들이 데이빗 커버데일을 연호해주면 좋으련만 나혼자 소리 질러선 안 되더라고. 흠… 살짝 아쉽네.
 
이제 나오는 곡은 시작이 아주 익숙한 멜로디~! 어~ 이게 뭐야~? ‘The Deeper the Love’다. 이건 요새 다른 나라에선 안 부르던 곡인데. 스티브 바이가 함께 했던 시절 곡인데, 미드 템포의 발라드 곡이라 할까? 하여간 당시 대중적으로도 꽤 인기있던 곡인데, 이 곡을 연주하다니. 야~ 이 때엔 무대 오른쪽 앞쪽 관객들과 아주 가까운 곳에 앉아서 노래를 불렀다. 아~ 저기 저 쪽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데이빗 커버데일이 자기 바로 코앞에서 얼굴을 맞대고 노래를 불러주는데… 데이빗 커버데일은 공연 내내 검지와 중지를 자기 눈과 관객들을 번갈아 가리키면서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왠지 아주 도도할 것 같았던 데이빗 커버데일이었는데, 이 날의 무대 위에서의 행동들은 그를 너무나도 친근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아~ 나도 눈 맞추고 싶어요!!!
 
[우와. 저 앞에 사람들은 얼마나 좋았을까?!]

다음 곡은 또 이들의 아주 큰 대표곡, ‘Fool for Your Loving’. 공연이 클라이막스로 향해 가고 있나 보다. 야~ 죽인다 죽여~! 이어지는 곡은… 아~ 바로 내가 이들을 알게 된 바로 그 곡. ‘Here I Go Again’. 전주와 함께 읊조리듯 시작하는 데이빗 커버데일의 노래… 여기저기서 종이 자른 것들이 날린다. 아마도 팬클럽이 준비한 나름의 이벤트였나 보다. 지금까지 그 어떤 공연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그 어떤 것이 가슴을 답답하게 하더니 갑자기 눈물이 마구 흐르기 시작했다. 어, 이거 왜 이러지? 그래도, 눈물을 참거나 닦고 싶지 않았다. 뜨거운 가슴으로 눈물 줄줄 흘리면서 따라 불렀다. 분명 25년 전의 그 목소리는 절대 아니지만, 내가 이 노래를 직접 그와 함께 부르고 있다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아… 헤드폰 끼고 녹음한 것 듣는 지금 이 순간도 눈물이 흐르네. 정말 미치겠다. 곡이 끝나니 여기저기서 미치겠다는 느낌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다들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까?

 [관객들이 뿌리는 종이 조각들. 분위기 최고조! 나는 눈물 줄줄]
 
‘Do you wanna make some noise?’ ? 와~!
‘No~~~ do you wanna make some REAL noise?’ ? (죽을 힘을 다해) 와~~!
 
두 번째로 함성을 유도하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컴퓨터 같은 걸로 합성한 듯한 기계음처럼 들리기도 했다. 히히.
 
정말 미치게 하는 그 곡이 시작한다. ‘Still of the Night’ 크~아~~아… 이 박력! 이 에너지! 그 어떤 밴드의 공연에서 이만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까? 전성기의 샤우팅엔 많이 못 미치겠지만, 그만이 할 수 있는 샤우팅은 이 곡에서 여전히 최고로 빛을 발했다. 중간 부분의 간주 부분에선 우리나라 관객들의 특허 기타 연주를 입으로 따라하기. 아~ 분위기 완전 죽여! 아~ 미친다 미쳐. 캬~

[전성기의 샤우팅엔 못 미쳤겠지만, 관객들을 미치게 하고도 남은 매력 만점의 샤우팅] 
 
‘감사합니다~~’ ? 와~~~~
‘(지금까지 오지 못한) 30년에 대해서 미안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하고,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Be Safe! Be Happy! Don’t let anybody make you afraid! (안전하게 지내라! 행복해라! 아무도 당신을 두렵게 만들지 못하게 해라!)’라는 그만의 독특한 마지막 멘트와 함께 정규 순서의 마지막 연주가 마무리되었다.
 
멤버들이 무대에서 완전히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관객들은 앙코르를 외쳤고, 데이빗 커버데일만 남겨놓고 멤버들은 무대에서 내려갔다. 커버데일은 ‘이 곡을 알길 바라면서…’라면서 무반주로 노래를 시작하는데, 오 마이 갓!!! 바로 딥퍼플 시절의 그의 대표곡이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딥퍼플 곡인 ‘Soldier of Fortune’인 것이다. 무반주로 그의 매력적이다 못해 매혹적인 중저음으로 ‘Soldier of Fortune’을 부르는 것이다. 완전 감개무량!

[어두운 무대에서 혼자 조명을 받으며 Soldier of Fortune을 부르고 있는 데이빗 커버데일] 
 

15 Soldier of Fortune by CrazyDoctor
[Soldier of Fortune -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딥퍼플 곡 중 하나]
 

바로 터져 나오는 ‘따라따라따~다 따라라따다~ 따라라라따라 라라라라~’
‘Burn!!!!!!!!!!!!!!!!!!!!!!!!’ 딥퍼플 시절의 곡. 1974년 곡. 그런데, 요새 나오는 그 어떤 곡보다 헤비하고 파워 넘치고 사람을 흥분하게 만든다. 내 핸드폰 벨소리가 이 곡이기도 하다. 이 곡에선 초과격 헤드뱅잉을 한다. 아~ 참을 수가 없어. 관객들의 함성은 지금까지 계속 컸지만, 이젠 다들 맥시멈으로 광분해서 비명에 가까운 그런 소리다. 캬~~~~~ 데이빗 커버데일이 부르는 ‘Burn’을 들을 수 있다니. 중간에 잠깐 딥퍼플의 ‘Stormbringer’ 몇 소절 불러주고~ 아~~싸! 미쳐미쳐!!!
 
아~ 끝이다. 멤버들도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한 듯한 표정으로 인사한다. 여기저기 피크와 드럼 스틱 날린다. 아~ 나 있는 쪽으로도 좀 날리지. 무대 위의 화이트스네이크, 그들과 함께 1시간 50분 가량을 열광한 관객들 모두 서로에게 박수를 쳐준다. 베이시스트 마이클 데빈은 열광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관객도 무대 위의 아티스트 모두 만족스러웠던 공연] 
 
멤버들이 무대 뒤로 사라졌지만, 관객들은 무대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으면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는 것 같았다. 함께 본 (함께 봤다고 하지만, 서로에게 완전 무관심하게 공연에만 몰두해서 같이 봤다고 하기도 민망함) 캐스퍼님 역시 펜스에 기대서 말을 잊고 서계셨다. ‘(대구 말투) 쥑이네!’ 캐스퍼님이랑 공연을 같이 보러 다닌 회수가 이제 꽤 되는데, 이렇게 흥분하신 모습은 처음인 것 같았다. 투어 티셔츠 판매대와 팸플릿 파는 곳은 인산인해.
 
공연장을 빠져 나와 보니 다들 표정에서 큰 만족감이 보였다. 재기와 태일이도 만났는데, 다들 담배 뻑뻑 피면서 ‘ㅆㅣㅂㅏㄹ, ㅈㅗㄹ ㄹㅏ 감동이야!, 안 봤으면 큰일 날 뻔 했어’을 연발하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태일이는 국민학교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는데, 같은 중학교를 졸업한 후에 20여 년이 지난 2008년 가을에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내한 공연 때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공연도 내가 이 친구들에게 알려줘서 보고 너무나도 좋아했었지. 태일이는 ‘권희야, 뭐 좋은 공연 오면 무조건 사고 나한테 연락만 줘. 너가 보자고 하면 다 믿고 볼게!’ 하하. 시간이 많이 늦어 친구들과 길게 얘기는 못하고 헤어졌다. 조만간에 만나서 공연 이야기해야겠어.
 
지하철 타고 집에 와서도 좀처럼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휴~ 이틀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짜릿한 기분이 든다. 자고 일어났는데, 종아리는 왜 아픈 건지. 목이 아픈 건 이해가 되는데 말이지. 흠.
 
내가 이 밴드를 알게 된지 약 25년 만에 처음 공연을 보았다. 전성기 시절에 안 오고 다 늙어서 왔다고 안 본 사람들은 말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관록이란 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닌 것이다. 내가 딥퍼플 30주년 기념 투어, 40주년 기념 투어도 봤고, 40년 만에 처음 내한 공연을 했던 어스, 윈드 & 파이어(Earth, Wind & Fire), 이글스(The Eagles) 등 아직도 투어를 열심히 다니는 오래된 노장 밴드의 공연을 보고 확신하게 된 것이 ‘그들이 그토록 오랜 기간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는 것.
 
젊은 날의 외모에서 풍기는 도도함 같은 것이 데이빗 커버데일에 대한 나의 인상이었는데, 공연 내내 관객과 눈 마주치고 애정을 나타내는 모습, 그리고 장난감 뱀으로 수시로 장난치는 모습, 선물 받은 우리네 탈을 써보이는 모습에서 친근하고 따뜻한 인상으로 많이 바뀌었다. 나이가 든 모습은 많이 아쉬웠지만 … 쩝.
나머지 밴드 멤버들도 화이트스네이크란 大밴드에 걸맞게 훌륭한 무대를 보여주었다.
 
한참 동안 회사 일이 너무나도 바빠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는데 화이트스네이크 공연 하나로 충전 완료! 야~ 바쁜 연말의 회사 업무 일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기분이 좋다. 또 힘들면 그 때쯤 가서 멋진 공연 보고 충전하면 되니까.
 
다음에 꼭 다시 한번 화이트스네이크의 내한공연이 있으면 좋겠고, 그 때까지 데이빗 커버데일은 건강했으면 좋겠다!
 
후기 이만 끝!

SETLIST

1. Best Years 
2. Give Me All Your Love 
3. Love Ain't No Stranger 
4. Is This Love 
5. Steal Your Heart Away
 
6. Forevermore 
7. Guitar Duel (Doug Aldrich and Reb Beach)
8. Can You Hear The Wind Blow 
9. Love Will Set You Free 
10. Drum Solo (Brian Tichy)
 
11. The Deeper The Love 
12. Fool For Your Loving 
13. Here I Go Again 
14. Still Of The Night 
 
15. Soldier of Fortune 
16. Burn / Stormbringer

예매자정보 [출처: 인터파크]
남 78.6% 21.4% 여
10대  1.2%
20대  25.6%
30대  39.5%
40대  33.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