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日常 Daily Life/나들이 / 여행 / 야영

2013.02.02-02.03. 용현 자연 휴양림

미친도사 2013. 2. 7. 06:50

지난 주말에 충남 서산에 있는 용현 국립 자연 휴양림에 다녀왔습니다.

거의 매달 가던 휴양림이었는데, 작년 3월에 가고 거의 1년만에 다녀왔네요.

휴양림 예약 시스템이 바뀌어서 예전보다 성공률이 낮아지기도 했지만, 맘의 여유가 없이 지내기도 했나 봅니다.

이번에도 보경이네와 희원이네 가족과 함께 가기로 했는데, 희원 아버님이 갑자기 해외 학회 참석으로 희원이네는 세가족만 왔네요.


눈도 제법왔고 추운 이번 겨울이라 썰매장코스가 긴 용현 자연 휴양림에서 썰매탈 기대를 잔뜩하고 있었는데요, 마침 며칠동안 겨울비 치고는 많이 오기까지 한 비로 눈은 거의 다 녹아버렸습니다. T_T


게다가 금요일부터 제가 탈이 나서, 죽으로 연명(!)해야 하는 상황까지... 흑흑.


용현 휴양림은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가본 휴양림 중 하나이기도 한 데,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야 해서 늘 좀 막혔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탄-봉담 고속도로 등 새로운 길이 많이 생겨서 한결 수월하게 갈 수 있게 되었더군요. 휴양림 아래에 있는 큰 호수의 일부는 아직 얼어 있기 한 것이 근방의 기온이 다른 곳보단 좀 낮나 싶은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휴양림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있는 계곡도 지금까지 가본 중에 가장 물이 많았습니다. 맑은 물이 많이 흐르는 것이 우리가 종종 가던 그 용현 휴양림 가는 길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저희 가족이 제일 먼저 도착하였는데, 늘 세가족이 가면 잡던 302호 느티나무 방입니다. 10인실이에요.


보경이네, 희원이네까지 도착해서 아이들과 휴양림 안에 산책을 나갔습니다. 역시나 산 속이라 공기가 아주 차갑습니다. 그래도 아주 깨끗한 것이 기분이 확~ 좋아지더군요. 휴양림 안을 가로지르는 물가로 가봤는데, 기대와는 달리 다 녹아 있었지만 물이 진짜 많더군요. 게다가 엄청나가 맑아서 날씨만 좋다면 물에 들어가 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보경이 아버님이랑 6월 즈음에 와서 야영하면서 놀자고 얘기했습니다. 큭큭. 용현 휴양림은 야영객들도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 추운 날씨에도 야영하는 팀이 7-8팀 쯤 되더군요. 아, 용현 휴양림엔 온돌(?) 데크가 몇개 있다네요. 데크에 난방이 된대요. 캬~ 


아이들은 물수제비 뜬다고 돌도 던지고, 물가 근처에 있는 철봉에서도 좀 놀았습니다. 세영이는 나뭇잎 배를 만들어서 띄워본다고 하나 만들어서 물에 띄우고 놀았어요. 아래 사진은 세영이가 나뭇잎에 짧은 가지 하나 끼워서 만든 나뭇잎 배.


예전에 왔을 때 못 봤던 다리(?) 같은 게 숙소에 있길래 근처에 가서 보고 있으니,  어떤 분께서 말을 걸어주셨어요. 목에 이름표를 달고 계셨는데, 숲해설하는 분이시더군요. 전에 왔을 때 없던 다리가 있길래  궁금해서 와봤다 했더니, 서산시에서 제주 올레길처럼 휴양림이 있는 가야산 주변에 길을 만들고 있다면서 뜬금없이 휴양림 안에 다리같은 걸 놓아가면서 길을 내놓은 것이라 하시네요. 휴양림과 협의했으면 원래 있는 좋은 산책길을 활용하면서 자연스러운 길이 만들어졌을 텐데,  너무 인공적인 느낌이  난다고 아쉬워하시더군요.  저도 비록 인적이 뜸한 쪽의 길이긴 하지만, 너무 뜬금없는 길이 나 있어서 그리 좋아 보이지 않더군요. 이건 무슨 온 나라 산에 둘레길 만들려는 건지, 너무 즉흥적이고 보여주기 위한 행정같아서 씁쓸했습니다. 숲해설가 분께서 근처 작은 언덕에 아이들이 쉽게 올라다니고 놀라고 줄 매어 놨으니 아이들 데리고 와서 놀라고 하시네요.


아이들을 데리고 가봤는데, 우리 아이들에겐 좀 쉬운 경사라 아주 많이 흥분하지는 않더군요. 흠. 경사를 타고 올라 가보면 나무 몇개를 이용해서 요새처럼 만들어 놨더군요. 설명으로만 하기엔 좀 어려운데... 남자애들 전쟁 놀이를 하거나 여자애들은 그 안에서 소꿉놀이 같은 것 하면 딱 좋게 생겼더군요.



그러다가 새로 만들었다는 뜬금 없는 길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어디든 갈 수 있는 휴양림 안에 이 길은 펜스를 만들어 놔서 살짝 월담을 해서 진입을 했습니다. 날이 무척 찬데도 아이들은 마냥 걷습니다. 걷다가 옆에 좀 특이하게 보이는 게 있으면 관심 좀 가져봐 가면서 ...


걷다 보니 저 아래 아까 본 요새(?) 같은 게 하나 더 있네요. 두 군데를 근거지로 해서 서바이벌 게임하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여긴 조용하고 깨끗한 휴양림!!! 


날이 추워서 얼른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아이들은 계단만 나오면 가위바위보 하면서 오르고 내리기 시합을 합니다. 자연주의 유치원 출신으로 오래동안 함께한 사이여서 그런지 이런 자잘한 놀이에서도 재미를 찾는 게 흐뭇합니다. 아빠들은 무지 춥지만... 


그러더니 집 앞 개울앞에 도착해서는, 규영이가 아이나무(아이들 유치원 이름) 때 한 놀이 하자며 낚시를 제안합니다.


나뭇가지로 개울의 나뭇잎을 건지면서 낚시라 하면서 노는 겁니다. 연어가 있다는 둥 상황 설정하면서 꽤나  열심히 놉니다. 이게 거의 8-9년 전에 하던 놀이인데, 곧 6학년이 될 지금도 재미있어 하네요.


2004년 아이들 유치원 막 다닐 당시 EBS 방송에 나온 영상. 처음에 혼자 얘기하는 아이가 규영이고, 낚시에 대해 설명하는 아이가 보경이지요.


추위에 한참을 놀다 들어와서는 밥을 먹습니다. 반찬은 모두 집에서 준비해온 것들로 ... 


저는 이 맛있는 반찬들을 눈앞에 두고 죽 먹었어요... 흑흑.


밥을 잘 먹고 나서는 보통 때 같으면 아빠들 술 마시는 시간인데, 희원 아버님도 안 계시고 저는 아파서 잘 먹지도 못 하고... 흑. 그래도 보경이 아버님이 갖고 오신 와인 한잔씩 두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합니다. 보경이네가 또띠아와 치즈 등등 간단한 피자를 만들 준비를 해오셨는데, 보경이 아버님이 아주 맛있어 보이는 마늘 치즈 피자를 만드셨어요. 아이들은 맛있다고 엄청 많이 먹었는데, 저는 옆에서 군침만... 흑흑.


맛있다던 마늘 치즈 피자와 스파클링 와인으로 설정샷 하나.


시간이 늦어지니 막내인 태호(보경이 동생)는 괜히 짜증내며 어리광 부립니다. 흐흐. 여자애들이 방하나 차지하고 자기로 했는데, 뭘하는지 늦도록 부시럭 쿵쿵 ...


어쨌든 잘 자고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이들은 밥을 잘 먹고, 밖에 또 나갑니다. 이번엔 어제 놀던 쪽이 아닌 계곡으로 내려가서 놀더군요.

용현 휴양림에 수차례 가봤지만, 이번만큼 물이 많은 건 정말 처음입니다. 물이 많으니 정말 좋네요.


아이들은 계곡 가운데의 큰 바위에 앉아서 물에 돌던지기를 하고 놉니다. 규영이 큰 돌 들고 있는 거 보이시나요? 보경이 아버님께서 많이 도와주세요.


물이 적당히 깊어서 큰 돌을 던지면 튀는 물의 양이 상당하네요. 영하의 날씨에 물장난이라니 ... 흐.


보경이 아버님이 대박 하나 던지셨습니다. 하하.


한참을 그렇게 밖에서 놀다가 간단한 점심을 먹고 집에 가기 위해 숙소로 이동하는 아이들...


어제 낚시한다면서 가지치기를 해서 여기저기 있는 나뭇가지 중에 낚시할 때 쓴 걸 숙소까지 들고 왔습니다. 세영이는 이런 나무를 정말 좋아해서, 한때는 차에 이런 나무가지들을 늘 싣고 다녔지요.


규영이도 큰 나뭇가지를 주웠어요. 


점심을 남은 반찬으로 볶음밥을 해서 먹고, 정리하고 집으로 향해서 나섰습니다.


열쇠 반납하는 중에 아이들은 또 밖에 나가서 나뭇가지에 예쁘게 얼어 붙은 얼음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생선 가시같은 규영이 얼음과 오카리나처럼 생긴 세영이 얼음...


나뭇가지로 세영이 볼을 찌르는 규영이... 귀여운 녀석들...


다른 가족들과 헤어져서 휴양림을 나와서는 내려오는 길에 바로 있는 서산 마애 삼존불을 보러 갔습니다. 저는 용현 자연 휴양림에 수차례 오면서 아직 한번도  못 가봤거든요. 아이들은 예전에 저 없이 왔을 때 가봤다고 하고요. 늘 사람이 붐비곤 했는데, 추운 날씨 때문인지 그리 복잡하진 않은 것 같아요.



이 계단에서도 아이들은 가위바위보로 오르기 시합을... 꽤 많은 계단인데...


저기 저 바위가 마애불있는 곳!


마애불 관리 사무소 하나 있는 아주 좁은 공간이네요.

마애불, 좀 더 길게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입니다. 아~


1400년이 넘는 그 옛날에 어찌 이리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었을까요? 거기에 저 귀여운 부처님 모습이라니. 날은 무척 추웠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애불은 잠깐이지만 들르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1박 2일의 일정을 따뜻한 마음으로 마무리하고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올라올 때에도 길이 막히진 않아서 금방 왔습니다. 비록 저는 아파서 잘 먹지 못했지만, 잘 쉬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낸 1박 2일이었습니다.


올해 한번 더 가야겠습니다. 용현 자연 휴양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