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25일 양일간 미국 포틀랜드에서 있는 인텔 서버 신제품 교육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행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한국에 있는 개발팀까지 기회가 오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서 제가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란 도시는 처음 가보는 것이라 기대가 많이 되더군요. 그런데, 행사가 열흘도 안 남은 시점이 되도록 행사에 관련된 메일이 안 오는 것입니다. 뭔가 잘못 된 것 같아 여기저기 확인하니 제 이메일 주소를 잘못 전달한 것이더군요. 정정하고 정식으로 행사 등록을 하고 비행기 표를 구하려니, 아... 비행기 스케줄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한참 알아보고 고민하다가 그냥 ... 흑.
서울에서 출발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잠깐 들러 포틀랜드로 가는 여정인데, 서울-샌프란시스코는 싱가폴 항공, 샌프란시스코-포틀랜드는 처음 타보는 버진 아메리카(Virgin America) 항공입니다.
싱가폴 항공은 인도 - 싱가폴 - 서울 - 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늘 꽉 찬 채로 가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꽉 찼는 중에 제 옆 자리가 비어서 아주 쾌적한 비행이 예상되었지요.
비행기가 뜨고 조금 후에 음료 서비스를 할 때, 싱가폴 항공을 타면 꼭 한 잔 마시는 '싱가폴 슬링'을 주문했습니다. ^^
조금후에 식사를 제공하는데, 한국식 생선 요리와 잡채와 닭고기 요리가 있어서 저는 닭고기 요리 선택...
싱가폴 항공 노선은 인도 사람들이 많아서 인도식 식사 배달로 일반 식사 서비스까지 시간이 좀 많이 걸려요.
잘 먹고, 영화 한 편 보고 자려고 했는데... 이건 비행기가 수시 때때로 흔들리는 겁니다. 툭 하면, 타뷸런스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서비스 하던 승무원들 모두 제자리로 후퇴... 이러길 수차례. 잠을 잘 수가 없어요. 흑.
이런 힘든 시간은 흘러흘러 내릴 때가 다가오나 봅니다. 간단한 아침 식사 ...
이렇게 잠 별로 못 자고 10시간 가까이 걸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12월에 시카고 공항에서 입국 수속에 3시간이 넘게 걸렸던 기억에 이번에도 그럴까 했는데,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수속을 처리하는 직원들도 많고 훨씬 빠르게 진행이 됩니다. 1시간도 안 걸려 수속을 마치고 나와서 갈아타야 하는 터미널 2까지 이동해 탈 곳을 확인하고 나니 남은 시간은 여섯 시간 반... 에헤~
빈 의자에 기대어서 좀 자다가 공항 내부에 구경거리가 없나 검색해 보았습니다.
국제선 출국장 근처에 항공 박물관이 있다길래 가봤습니다.
도착해서 터미널 2까지 이동할 땐 걸어서 갔는데, 순환 전철(Air Train)을 타니 편하네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십수번 오갔으면서 순환 전철은 처음 타봤습니다. 공짜에요. 히히.
항공 박물관 입구에 큼직한 엔진 일부가 전시되어 있네요.
입구 쪽엔 제트기 시절의 여객기 역사를 모형과 함께 전시하고 있고요.
내부엔 아주 초창기의 여객기 소개와 함께 실제 사용되었던 프로펠러 비행기의 프로펠러가 전시.
전투기로 알고 있던 옛날 비행기들을 초창기엔 여객기로 쓰기도 했나 봅니다.
천정엔 축소 모형 두 개가 매달려 있어요.
그리고는 비행기와 관련된 많은 서적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서에게 얘기하면 열람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보고 싶은 책이 몇 개 있었는데 피곤해서 패스...
또 터미널에서 졸다가 핸드폰으로 영화도 좀 보다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국내선 게이트 쪽은 처음 가봤는데, 여기도 색다르더군요.
저녁을 먹기 위해 둘러보다가 멕시칸 음식점에서 브리또 주문해 봤습니다.
사진은 그리 안 커 보이지만, 큼직하고 속이 꽉 찬 것이 반쯤 먹으니까 배가 불러요. 헥헥.
그리고, 게이트로 이동. 제가 탈 비행기에요.
버진 아메리카는 버진 레코드사가 만든 항공사라죠. 올초에 읽은 책에도 언급되었던지라 궁금증이 더 커집니다.
게이트 앞에 사람들이 슬슬 모이니, 어느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안내 방송을 합니다.
'내가 여러분을 포틀랜드까지 데리고 갈 기장인데, 어쩌고 저쩌고 ~' 하하. 기장이 아주 유쾌하게 소개를 합니다.
그러면서 기다리는 승객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합니다. (저기 대머리 아저씨가 유쾌한 기장)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고 7시간 반이 넘어서야 포틀랜드 행 비행기에 탔습니다.
타기 전에도 기존 항공사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비행기 안의 분위기도 사뭇 다릅니다.
비행기 내부도 산뜻하고 조명도 좀 젊은 느낌이고요.
승무원들도 뚱뚱한 미국 사람들이 아닌 좀 젊고 가벼운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늘 보던 항로 지도가 아닌, 구글맵이 뜹니다!!! 오옷 O_O
그런데, 음반사여서 그런지 영화와 음악 서비스가 무료가 아닙니다. 카드로 결제해서 보는 시스템이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앉자마자 골아떨어져서 도착할 즈음에서야 깼습니다. 도중에 음료 서비스가 있었나 본데 그것도 못 먹고... 쩝.
하여간 밤 10시 반에 포틀랜드에 도착해서 짐 찾고 차를 빌리러 갔습니다. 이번부터는 제 이름으로 렌트카도 예약해야 해서 12월 미국 출장 때 이용해 본 적이 있는 Alamo에 회원 가입을 해서 예약을 했지요. 렌트카 사무소가 어디 있나 했더니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네요. 늦은 시간이라 세 명이서 셔틀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오네요. 오호...
예약한 내역을 확인하고 차를 고를 시간. 현대, 쉐보레 차와 함께 토요타 차량이 있길래 둘러보고 토요타 차량으로 골랐습니다.
Yaris라고 처음 보는 차인데 적당한 크기에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처음 간 도시에 밤이고 비까지 내리는 지라 긴장 바짝 하고 운전했네요.
그래도, 구글맵으로 길 안내 받으며 가는 거라 다행이에요. 스마트폰이 있어 해외 여행에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어요.
해외 출장 중에 운전을 해야 할 때엔 거치대와 충전기를 챙겨 다니지요. ^^
이래저래 피곤한 채로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5시던가? 흑... 다시 잠이 안 와요.
8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우리 회사 캘리포니아 쪽에서 온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와서 교육 장소로 이동.
여기가 이틀간 교육을 받을 장소에요. 포틀랜드 서쪽에 있는 힐스보로(Hillsboro)라는 작은 도시에 있어요.
등록하고, 자료 챙기고 나서 인텔에서 준비한 아침 식사를 먹었어요.
소세지, 계란, 과일과 빵들...
맛이 꽤 좋습니다. 과일들도 신선하고요.
오전 교육이 끝나고 점심은 샌드위치 재료 쭉 펼쳐놓고 각자 샌드위치 만들어 먹기!
우히~ 맛있습니다!!! 저런 쿠키 무지 좋아하는데, 배 불러서 하나 밖에 못 먹음이 아쉬워요.
저녁은 미국쪽 직원들과 함께 근처 일식집에서 간단히 해결.
맥주는 메뉴 중에 오레곤주 혹은 포틀랜드 지역 맥주인 것을 검색해서 나름 평점이 괜찮은 걸 골랐습니다.
이 식당엔 네 가지의 지역 맥주가 있었는데, 이게 그나마 평점이 제일 나은 놈. 관련 사이트는 http://www.ratebeer.com
메뉴는 일식 같아보이지만, 일본에선 잘 안 먹을 만한 그런 음식들이에요. ^^
이 날 밤엔 버티다버티다 11시쯤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도 되기 전에 깨어서 더 못 자고 피곤한 상태로 교육받으러... 흑.
아침은 첫날과 비슷한 메뉴...
둘째날 점심은 멕시칸 스타일~
캬캬~ 제가 참 좋아하는 요리! 많이 먹고 싶지만 배가 불러서... 맥주 생각도 나네요.
점심 시간 중에 경품 추첨도... 저는 비껴갔습니다만, 우리 회사 미국 직원 두 명이 받았어요. 부럽당~
세션 중간 휴식 시간에 먹으라고 이렇게 맛있는 군것질도 마련되어 있어요.
프레첼과 팝콘까지...
흑... 먹고,교육 받고, 먹고, 교육 받고... 배가 안 꺼져서 맛있는 군것질을 다 못 먹네요. 이힝~
캘리포니아에서 온 사람들은 비행기 시간 때문에 먼저 떠나고 혼자 세션 끝까지 남아서 들었습니다.
그래도 인텔의 엔지니어들과 얘기도 하고 궁금했던 점 물어보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질문한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현재 샘플 단계인 제품의 소프트웨어 버그도 발견했다지요. 움핫핫핫.
밖에 나오니 하늘 색이 오묘합니다. 비가 쏟아질 것 같아요.
이제 혼자 남았고, 시간도 자유롭습니다. 뭘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레고 샵이 있다는 워싱턴 스퀘어라는 곳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인텔이 있는 곳 주변은 참으로 한가롭습니다.
저 앞에 구름이 예사롭지 않지요?
조금 후에 비가 쏟아집니다. 헝~
그래도, 구글 맵의 안내에 따라 무사히 워싱턴 스퀘어 도착.
저는 야외에 여러 가게가 있는 그런 곳인 줄 알았는데, 큰 몰 안에 여러 가게가 있는 형태더군요.
레고 샵은 좀 작았지만, 애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것들이 있어 하나씩 구입하고...
애들이 요새 좋아하는 고무줄 공예 재료도 샀어요.
뭘 할까 생각하다가 저녁을 먹어야겠다 싶어 식당가에서 간단하게 피자를 먹기로 했어요.
스바로 피자는 처음 먹어본 것 같은데 맛이 괜찮네요.
뭘할까 고민하다가 모형점을 검색해서 가봤습니다. Tammie's Hobby.
그리 크지 않은 곳(일단 우리 나라 기준으론 엄청 큰 곳이긴 합니다만...)인데 무선 조종 모형과 철도 모형이 메인인 곳이더군요.
그래도,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미국산 자동차 키트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좋았어요.
너무 사고 싶었던 킷이 하나 있었는데, 꾹 참고 다음 날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들러보기로 하고 떠났습니다.
그리곤, 포틀랜드에서 유명한 서점 체인이라는 Powell's Books란 서점에 가봤습니다.
입구가 그리 커보이지 않았는데, 들어가보니~ 헉~ 엄청 큽니다.
한편에선 지역 독서 모임을 하고 있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책을 보고 있어요.
저는 딱히 생각나는 건 없는데,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항공 박물관에서 못 봤던 책들이 생각나서 전쟁 관련 서적 코너에 가봤습니다.
그랬더니 크하~ 역시나 모형 만들기에 참고할 만한 서적들이 엄청 많아요.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명한 공중전과 유명한 에이스 파일럿들에 대한 이야기를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실은 책을 발견. 표지 보고 몇 페이지 펼쳐보곤 바로 구입 결정! 가격도 착한 10불 초반대.
나중에 보니 중고 서적이었더군요. 그래도 상태가 아주 좋아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이렇게 혼자 좀 돌아다녀보고는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은 하루 종일 구경을 다녀보기 위해 하루 휴가를 냈습니다. ^^v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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