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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1~06.04 부모님과 함께 한 교토 & 고베 여행 - 2일차 오전/아라시야마 지역 @ 교토

미친도사 2016. 7. 3. 22:38

교토에서의 두번째 날이다.

둘째날은 좀 멀리 갈 (예전 경험으로 꽤 멀었던 것 같았던지라...) 예정이라 차를 렌트하기로 했다.


첫 날 평소보다 훨씬 많이 걸으셔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침 일찍부터 배고프다 하시는 아버지.

아버지가 배고프다 하시는 건 참으로 오래간만에 듣는 얘기네...


나름 렌트카 사무소 오픈 시간이랑 맞춰서 아침 시간이랑 다 계획해 두었으나, 예정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숙소를 나섰다.


이번엔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요시노야(吉野家, Yoshinoya)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일본엔 패스트푸드처럼 간단하고 빠르게 나오는 밥집 체인이 몇 개 있다.

스키야, 요시노야, 마츠야 등이 대표적인 곳인데, 이번 숙소 근처엔 요시노야가 가깝게 있었다.

숙소 근처에 다 하나씩 있으면 하나씩 들러볼텐데 좀 아쉽다.


이런 식당들이 보통 덮밥 종류가 메인이다.

혼자 먹는 사람들이 많은지 이렇게 자리가 가로로 길게 된 배치.


내가 아버지께 메뉴 설명해 드리는 모습을 어머니가 찍으셨네.


아버지께는 장어 덮밥 세트, 저는 치즈 돼지고기 덮밥 세트, 어머니는 나토 정식 세트를 주문했다.


밥의 양이 꽤나 많은 일본 밥이지만, 아버지는 아침도 싹 다 비우셨다. 좋네...

밥먹으면서 밖을 보니, 이상한 장치가 보인다.


사람들이 이 장치에 자전거를 대고 버튼을 누르니 자전거가 쑥~ 안으로 끌려들어간다. 오~

자전거 지하 자동주차 시스템인 것이었다.

이게 교토에만 있는 시스템인 것 같은데, 너무 신기해서 동영상도 찍었다.


신기하죠? ^^


식사 후에 식당 옆 편의점에서 물을 좀 사고, 부모님은 호텔로 돌아가 기다리시고 난 차를 렌트하러 이동.


렌트카 회사를 여럿 검색해봤지만, 토요타에서 하는 렌트카 서비스가 제일 저렴했다. 다만, 숙소에서 거리가 좀 된다는 것이 불편할 뿐.


인터넷에서 예약을 해둔 상태여서, 별 어려움 없이 차를 인도 받을 수 있었다.

http://www.toyotarent.co.kr/

토요타 렌트카를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 사이트인데, 사용할 날짜의 24시간 전에는 해두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


제일 작은 크기의 컴팩트카 Vitz를 신청했다. 1000cc의 차량이지만, 그리 작은 느낌이 안 들고 좋았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신청. 가격은 당일 반납은 5500엔. 보험도 모두 포함한 가격이라 무척 저렴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네비게이션을 한국어 또는 영어로 설정해달라 하니 한국어 설정으로 해주었다.


이 차를 타고 갈 둘째 날의 첫 코스는 아라시야마 지역이다.


우선 교토 관광 지도가 여럿 있겠으나, 개인적으론 버스 관광 지도가 가장 보기 좋은 것 같다.

http://kansaiconnect.com/downloads/kyotobus2.pdf


아라시야마 지역은 교토 시의 서쪽에 있는 지역으로,  2012년 출장 당시에 아무 정보도 없이 가서 별로 인상적인 구경도 못 하고 왔던 곳이다. 그런데, 교토 관광 얘기만 나오면 아라시야마 지역이 좋았다고 해서 이번엔 좀 제대로 볼 생각으로 일정에 넣어봤다.


2012/06/19 - [가족 家族 My Family/아빠 출장] - 2012.04.06~04.18. 교토 출장; (9) 아라시야마 지역 (嵐山)



네비게이션을 따라 가다보니, 작은 역이 하나 나오고, 그 앞에 좀 널직한 주차장이 하나 있다.

예전엔 꽤 먼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니 그닥 멀지는 않네. ^^

아침 9시 즈음인데 햇살이 예사롭지 않다.


차를 대고 나오니, 주차장 관리원이 관광객임을 알고 그 지역 지도를 하나 건네 준다.

아하! 막연히 구글 지도에서 포인트를 몇 군데 찍었는데, 구체적으로 둘러볼 코스가 나와있는 지도다.


주차장을 나오기 전에 렌트한 차 사진 하나 찍었다.


난 일본의 이런 경차가 참으로 좋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경차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경차 인기가 적다 보니 아쉬움이 크다.


지도를 참고해서 걸어가다보니, 4년 전에 왔던 곳의 건너편에 우리가 와있는 것이다. 오호.

아직 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도 적고 강가여서 뜨거운 햇살에도 선선함이 느껴진다.

동네 할아버지인지 강변에 앉아 있는 모습에서 여유로움도 느껴진다.


다리를 건너가려 걷는 중에 본 모습 하나.


잔디를 깎는 일꾼을 발견했는데, 유니폼에 안전모까지 쓰고 한 명은 작업하는 옆에서 가리고 서 있다.

일본은 어디가나 저런 하찮아 보이는 듯한 일을 하는 이들도 모두 유니폼에 안전모를 쓰고 우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정해진 매뉴얼대로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는 허구한 날 안전사고가 나면 안전 불감증이라고 떠들고는 말도 안되는 정책을 내놓곤 하는 것에 지쳐가고 있다. 하지만, 옆나라 일본은 어떤 작업이든 고민을 많이해서 만들었을 시스템(매뉴얼)대로 지켜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며, 참 많은 걸 느끼곤 한다.


아라시야마 지역의 명소 중 하나인 도게츠쿄 다리.


달이 건너는 다리라는 뜻을 봐서는 밤에 오면 아주 멋질 것 같네. 다음엔 밤에 와봐야지.

아직 이른 아침이라 다리를 건너는 사람도 아주 적다.


큰 강은 아닌데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이 참 멋지다. 


주차장 아저씨가 준 지도를 보고 강을 따라 상류 쪽으로 점 걸어가 본다.


전엔 여기서 뱃놀이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한 팀 밖에 없네. 한적하니 좋다.


강을 따라 가다가 오른쪽 길로 가면 그냥 조용한 산책로가 나온다.


딱히 뭐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여유롭게 걷는 것도 좋다.


가다보면 이렇게 싸릿나무(?) 담장이 양쪽에 갈라서 있는 길도 나온다.


그리고, 한참을 가다보면, 이런 이정표가 나온다.


일본어로는 치큐린이라고 하는 대나무 숲길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


그리고, 말그대로 50m쯤 가면 헉 소리 나는 대나무 길이 나타난다.


하늘로 쭉뻗은 대나무들. 좌우로 안쪽에 끝이 보이지 않게 굵은 소나무들이 촘촘히 서있다.

이른 아침이긴 하지만, 은근히 해가 뜨거운 날이었는데, 이 안은 아주 서늘하다.

한참을 걸어가도 계속 대나무숲이다. 관광객이 적은 시간이니 망정이지, 여차하면 이 안에서 정체될 것 같다.


그리고, 그 대나무 숲길의 끝엔 노노미야 신사라는 자그마한 신사가 하나 나온다.


여긴 자녀의 건강, 순산 등을 비는 곳인가 보다.


그 외에도 다양한 걸 빌기도 하는 듯. 이렇게 미니어처스러운 사당도 하나 있었다.


건강한 출산 그런 걸 비는 곳이어서 그런지, 풍경이 좋아서인지, 웨딩 사진 찍는 예비 부부가 두 팀이나 있었다.


이 신사 앞엔 서양 관광객이 한 팀 있었는데, 이렇게 남녀가 전통복장으로 있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 하며 사진들 많이 찍더라.

사진의 왼쪽 커플은 신부가 아주 키가 컸고, 신랑도 남자다웠던 반면, 오른쪽 커플은 둘다 아기자기하게 생겨서 주목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신사를 거쳐 큰 길로 가는 길에 이렇게 아기자기한 건널목이 하나 나왔다.

마침 기차가 지나가는지 멈춰서야 했다.


지나가는 열차는 무슨 관광 열차인지 빨갛고 노란 것이 예쁘게 생겼네.


미국에 사는 조카가 기차와 차단기 이런거 무척 좋아하는데, 아마도 여기 왔으면 이 앞을 떠나질 못 했을 거란 얘길 다같이 했다. ^^


건널목을 지나도 대나무 숲이 이어진다.


뭐 여유있게 구경하시는 걸 잘 안 하시는 아버지도, 이 대나무 숲길은 좋으신가 보다. 어머니는 어릴적에 동네에 대나무가 좀 많았다고 한다. 그 옛생각이 많이 나셨나 보다.


길을 가다 보면, 대나무 숲 안쪽으로 잠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 안으로 가니 바람에 높은 대나무들이 휘청거리며 나는 소리가 청량감이란 말이 딱 어울리게 들렸다.


그러면서, 바닥 여기저기에는 새로운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


대략 대나무의 크기는 이 정도 ...


대나무 숲을 벗어나 큰 길로 나오면 1300년대에 지어진 텐류지라는 선종 계열의 절이 나온다.

예전엔 늦게 와서 이 곳이 닫아서 못 들어가봤는데, 이번에 가보게 되네.


들어가면 수학 여행을 온 듯한 교복 입은 학생들이 팀으로 많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 팀을 인솔하는 이가 선생님이 아니고,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들이다. 매우 색다른 모습.


절 안으로 가다 보니, 이렇게 귀여운 공중전화 부스가 하나 있네.


절의 안쪽으로 들어가는 곳. 입구에서 표를 파는데, 건물 안으로 가볼 수 있는 표는 정원을 둘러보는 표를 포함해서 판다. 정원만 보는 표가 따로 있고. 일단 100엔 차이만 나니까, 건물 안으로 가볼 수 있는 표를 구입해서 입장.


안엔 절이라고 해도 불상을 모시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


그냥 이렇게 수행 공간인 듯한 방만 활짝 열린 채로 볼 수 있고, 그 통로를 거닐어 볼 수 있다.


우리네 건물 같으면 처마에 알록달록 문양이 그려져 있겠지만, 일본의 건물은 단순하게 나무로만 되어 있다.


이렇게 그닥 신기하지는 않은 마루를 걸어가다 보면 갑자기 널찍한 정원이 등장한다.

이 정원이 일본에서 최초로 사적/특별 명승으로 지정된 곳이라 한다.

팀으로 다니는 학생들을 포토존으로 짐작되는 곳에 세워두고 택시 기사님이 사진을 찍어준다.


자연을 옮겨놓은 듯하지만, 그 자연을 온통 사람이 가공을 한 한없이 일본스러운 정원이다.


일본은 오래된 곳엔 모두 정원이 가꿔져 있어 사실 그닥 새롭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 다름을 즐기는 것도 교토 여행의 재미 중 하나인 것 같다.


경내를 슬슬 걸어가다 보면, 수월 관세음 보살상이 있는 작은 연못이 하나 나온다. 내가 보살상의 이름을 알 리 없는지라, 어머니가 쓰신 글을 참고 했다. ^^



안을 거닐다 보면, 이렇게 나무 모양을 원하는 대로 잡아가는 중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본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텐류지를 나와 주변을 거닐다가 본 납골 묘지인 듯한 공간.


다시 큰 길로 나와 상점가를 거닐어 본다.

아기자기한 수공예 품을 파는 가게에 잠깐 들러보기도 하고,


먹거리를 파는 곳 안쪽에 이렇게 귀엽게 생긴 1량짜리 열차가 다니는 역도 구경할 수 있다.


표를 사지 않아도 정차해있는 열차 안까지 가볼 수 있다. 물론 타려면 표를 사야겠지만...


슬슬 걸어다녔음에도 이 지역에서만 벌써 세시간 가까이 걸었다.

먹거리 파는 곳에서 간단하게 군것질을 사본다. 어머니가 내가 주문하려고 기다리는 모습을 찍으셨네...


꼬치에 끼워 파는 고기 만두와 문어로 만든 오뎅 꼬치를 하나 사서 나눠 먹었다.


먹고, 그늘에서 쉬다가 거리로 나오니, 인력거가 관광객을 태우고 다닌다. 저걸 타고 다니면 무슨 얘기를 해줄까? 궁금하기도 하다.


다니다 보면 좀 저렴한 듯한 식당 앞엔 어김없이 학생들이 팀별로 줄을 서 있었다. 


우리네 수학여행처럼 단체로 이동하며 큰 식당에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각 팀별로 식사를 해결하나 보다. 뭔가 좀 더 수학여행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어른들이 챙겨주는 여행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챙기는 여행...


거리 상점가에서 우산을 많이 파는 곳에서 잠시 멈췄다. 일본에서 만든 우산은 참으로 견고했던 경험이 있어 말씀드렸더니 우산 구경하시며 선물도 하신다면 두어개 구입하셨다.


아침부터 바쁘게 설쳐서인지 사람 많아지기 전에 한적하게 아라시야마 지역을 돌아봤다.

다시 다리를 건너 주차장으로 가는 길엔 아직 오픈 전인 식당들인 듯한 곳들이 쭉 서있다.


사적, 유적지 근처라 그런지 식당 같은 건물들도 전통적인 모습으로 해놨다.

조용하고 오래된 절 앞이어도 현대적인 건물에 큰소리로 호객하는 모습의 우리나라의 사적, 유적지 주변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오전에 큼직하게 돌아봤으니, 오후엔 자잘하게 돌아다녀 보려 한다.

사진이 많아 한편에 다 쓸 수 없어 오후에 가본 곳은 다음 이야기로 넘긴다.


둘째날 오전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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