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의 둘째날 오후 이야기 시작.
지난 이야기. ^^
2016/06/26 - [가족 家族 My Family/나들이 / 여행 / 야영] - 2016.06.01~06.04 부모님과 함께 한 교토 & 고베 여행 - 1일차/교토
오전을 아라시야마 지역을 둘러보고는 오후엔 서쪽 지역 몇 군데를 가보려 계획을 잡아두었다.
원래 계획은 닌나지(인화사) - 료안지(용안사) - 킨카쿠지(금각사) 이렇게 세군데를 가보는 것이었다.
날이 흐릴 것이라더니, 정말 눈이 부시다 못해 뜨기 힘들 정도로 맑고 화창한 날씨였다.
닌나지는 처음 가보는 곳이어서 네비게이션만 따라 갔는데, 공식(?) 주차장을 잘 몰라서 그냥 그 앞에 있는 소형 사설 주차장에 세웠다.
관광지라고 하기엔 평범한 주택가 앞에 있는 오래된 절 같은 느낌의 곳이네.
위의 사진에서 왼쪽 아래 귀퉁이에 차를 세 대 세울 수 있는 사설 주차장이 있다.
무인 주차장으로 차를 세우면 바닥에 그림과 같이 기구물이 올라와서 정산을 하기 전엔 나갈 수 없게 되어 있다.
무인 정산기.
우리네 번호판 인식과 같이 거창한 게 아닌, 간단하게 구현되어 있는 무인 주차장. 일본에서 참으로 실용적이라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닌나지 입구. 서기 888년에 처음 세워진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 중 하나란다. 1400년대에 화재로 유실되었다가 1600년대 초에 재건되었다고 하네. 흠...
하지만, 교토의 수많은 문화재 중 하나여서인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곳 중 하나인 듯.
사람도 별로 없다. 하지만, 입구부터 큼직한 것이 인상적이다.
여기엔 사천왕상도 있다. 입구부터 다른 곳보다 절다운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하지만, 알록달록 채색된 우리네 사천왕상과는 달리 무색이어서 좀더 무섭게 느껴진다.
그리고, 사천왕이 둘둘씩 따로 있는 것도 조금 새롭게 느껴진다. 하~ 저 하늘 색 봐라... 진짜 죽인다.
이건 손오공 같기도 하고... ^^
인화사 전경 안내도인데, 빛이 반사가 되었는지 하얗게 떴네. 그림만으로도 규모가 상당한 곳임을 알 수 있다.
본당까지 가는 길이 상당히 멀다.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건물 중 하나라는 곳은 보수 중. (왼쪽)
오른쪽엔 높은 탑이 하나 있다.
본당.
우리네 절이라면 본당 안에 부처님상을 모시고, 그 안에 스님이 계시기도 하는데,
여긴 본당 문은 닫혀 있고, 그 계단 아래에 스님이 불공을 드리고 있다.
거, 참 이상하다. 아버지는 본당 안을 못 보게 한다고 불평하신다.
그래도, 화려한 듯 투박한 본당의 층층이 진 처마가 시선을 끈다.
깨끗한 마루도 좋고...
본당에서 오른쪽으로 좀 가면 작은 건물이 하나 더 있는데 이것도 근사하네.
본당으로 오는 길에 있던 탑 앞에 가보았다.
5층탑인데, 꽤나 화려하고 웅장한 것이 멋지다.
이렇게 둘러보고 들어온 입구쪽으로 그냥 나가는 건가 싶은데, 저 앞 오른쪽에 뭔가 있어 보인다.
그 안으로 들어가보면 어전 입구라고 되어 있는 건물의 입구나 나타난다.
예전 황실의 지원을 받은 곳이라 어전이란 표현을 쓰나 보다.
약간의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여기가 또 하나의 정원이 나타난다.
위의 사진처럼 산뜻한 마당이 나오다가 좀 더 걸어가면 와우~!
우리가 일본 영화 같은 데서 보던 회랑으로 이어진 공간이 나타난다.
와~ 이거 진짜 근사하다. 이 날 아침에 텐류지도 약간의 회랑이 있었지만, 이건 좀 더 복잡하고 멋지다!
회랑은 완전히 그늘이 져서 뜨거운 날씨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선선한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걸어서 복도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방 안을 들어갈 순 없지만, 깔끔한 다다미 복도.
아까 보던 5층 탑이 저 멀리 보이는 아기자기한 정원.
작은 정원이지만, 품위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예전 왕족들이 주지를 했던 절이라 그런지 보통 품격이 아니다.
저 그늘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며 쉬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고 좋다.
그리고, 사람이 적어 그 품격과 여유를 조용히 느낄 수 있는 게 참 좋네.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다 보면 한 건물 안 쪽에 작은 나무 불상 하나가 모셔져 있는 게 보인다.
참으로 불상 보기 힘든 일본의 절에서 색다른 곳임은 틀림없나 보다.
가볍게 합장 한번 하고 지나간다.
우리네 사찰 건축물처럼 세련되진 않은데, 나름의 개성이 강한 건물. 비슷한 듯 많이 다름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런 정원 있는 집에서 살면 어떤 느낌일까? ^^
뜨거운 햇살 아래였지만, 산뜻하고 한적한 닌나지. 정말 강추하는 곳 되겠다.
여행이 끝날 무렵에 어머니랑 얘기할 때 가장 좋았던 곳 중 하나라고 의견 일치!
다음은 료안지로 가보려 했는데, 예전에 가본 느낌으론 닌나지를 보고 료안지를 보면 그닥 감흥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패스하기로...
그냥 예전에 갔던 글만 참고로 링크 ...
2012/05/30 - [가족 家族 My Family/아빠 출장] - 2012.04.06~04.18. 교토 출장; (6) 료안지 (龍安寺)
다음으로 간 곳은 금각사로 더 많이 알려진 킨카쿠지.
역시나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곳인데, 원체 유명한 곳이라 근처부터 사람이 많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는데, 빙과 자판기가 보인다. 오홋.
어머니는 이 기계를 보자, 모리나가 상표에 엄청 반가워 하신다.
어릴 적 내가 모리나가 분유를 먹었댄다.
날도 덥고 지치는데, 하드 하나씩 먹으려고 세개 골라서 뽑았다.
아버지는 이미 드시고 계셔서 사진 못 찍고, 어머니거랑 같이 인증샷!
나중에 안 것이지만, 어머니는 아기 때 모리나가 분유 먹던 아기가 커서 그것도 일본에서 모리나가 하드를 같이 사먹는 것에 울컥하셨단다. ^^
평일임에도 사람이 다른 곳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다. 역시나 여기도 세계 유산.
예전에 쓴 글 링크 추가!
2012/05/22 - [가족 家族 My Family/아빠 출장] - 2012.04.06~04.18. 교토 출장; (4) 킨카쿠지 (金閣寺)
여기도 수학 여행 온 듯한 학생들을 택시 기사님들이 인솔하며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런 팀이 엄청 많았다.
입장하면 사람이 엄청 바글바글하는데, 안내를 따라 조금 들어가면 금각사의 메인 건물이 나타난다.
금칠한 연못 위의 건물이 금각사를 대표하는, 그러면서 유일한 볼 거리인 셈.
연못 주변을 돌아가면서 건물을 보는 게 금각사 구경의 끝.
사실 교토 대표 관광 코스 중 하나지만, 개인적으로 명성에 비해 안 봐도 그만인 곳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라 생각한다. ^^
아니면, 제일 먼저 보고 다른 곳을 보던지...
내가 2012년에 처음 교토에 왔을 때, 이 킨카쿠지 바로 앞에 있던 맨션에서 지냈기에 이 곳을 제일 먼저 봤고, 그래서 나름 인상적이던 기억이 있다. 물론, 바로 이어서 본 다른 곳들 때문에 이 곳에 대한 눈높이가 점점 낮아진 것은 당연했을 터.
연못 주변을 쭉 걸어 가며 주변을 보는 건데, 다른 곳에 비해 심심하다.
저 앞에 여학생 일행이 택시 기사님이랑 가는 모습이 보인다.
다른 각도에서 본 본당.
여기 사진은 더 없다. 하지만, 꽤나 인상적이었던 모습 하나 기억이 난다.
서양 관광객 일행이 많이 있었는데, 아주 나이가 많아 지팡이에 의존해서 걸을 수 밖에 없는 노부부가 있었다.
돌계단이 많은 경내를 두 노부부가 서로를 의지하며 힘들어 보이지만, 기분 좋은 표정으로 걷는 모습에 가슴이 짠했다.
아버지도, 일본 소설에 많이 등장하던 금각사가 실제로 보니 그닥 놀랍지 않은 것에 말론 표현하진 않으셨지만, 내심 좀 실망하신 표정. ^^
그래도, 안 보고 가기엔 아쉬운 곳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일단 예정한 둘째날의 대표적인 일정은 마쳤다.
시간은 세시쯤 되었는데, 아버지께서 힘들어 하셔서 일단 아버지는 호텔에 내려드리고 어머니랑 시내 구경을 가보기로 했다.
어디선가 본 기모노 공방이 많은 거리가 있다 해서 적당히 검색해서 주변 사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돌아다녀 보았다.
평범한 듯한 교토의 주택가.
좁은 2층 집들. 개성 없는 콘크리트 혹은 벽돌집이 아닌 목조 주택이 주는 따스함이 좋다.
지진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이런 목조 주택이 많은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옛것을 유지할 수 있으면 유지하는 모습이 난 부럽기까지 했다.
어디선가 읽은 기모노 상점 거리는 찾을 수가 없었고, 기모노 제조와 관련 아이템을 전시 판매하는 니시진 회관을 둘러보았다.
사진은 없는데, 2층 건물에 전통 방식으로 실잦는 것부터 옷 만드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고 다양한 전통 문양의 기념품을 파는 곳이었다.
어머니는 전에 교토 잠깐 들르는 코스에서 방문한 기억이 있는 곳이란다.
난 처음이긴 한데, 손수건 등의 공예품이 고급스러워 보인다.
어머니는 손수건 선물로 두어장 사셨다.
난 아버지 좋아하실 듯한 사무라이 칼 모양의 귀이개 하나 구입. ^^
여기서 다시 차를 몰고 교토의 부엌이라 불린다는 니시키 시장을 가본다.
교토의 제일 번화가라 할 수 있는 큰 길과 나란하게 있는 골목인데, 그 입구에 그림과 같이 '면'이란 글자가 크게 쓰여져 있다.
포목점 있는 곳인가 싶기도 한데, 이 입구로 들어가면 좌우로 쪽 뻗은 골목이 전부 먹거리 가게이다.
그 먹거리라는 것이 보통 일본 사람들이 조금씩 사다가 반찬으로 먹을 법한 것들이다.
장아찌, 생선, 육류 등등 정말 평범한 일본식 반찬거리들.
그리고, 그 판매 단위도 정말 몇끼 식사에 먹을 법하게 작은 단위로도 파는 곳.
그러니, 관광지라기 보단 정말 교토 시민들이 장보는 곳이라 할 수 있는 듯했다.
반찬을 우리가 사서 먹을 건 아니기에 구경하다가 고로케가 개당 100엔이라고 쓰여져 있길래 (물론 고로케 앞에 뭔가 더 쓰여져 있었지만 의미를 몰라서...) 하나씩 사서 안 입 베어 물었더니, 오옷! 팥앙금이 들어 있는 고로케다.
따끗하게 폭신하고 달짝지근한 고로케가 종일 걸어다녀 피곤한 몸에 기운을 더해주는 것 같다. ^^
색다른 맛에 기분 좋게 어머니랑 구경하는데,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닌데도 6시가 넘으니 닫는 가게들이 생기네. 햐~
일본에서 정말 자주 보기 힘든 반찬 단무지가 보여서 반가워 하나 찍었다. ^^
이렇게 도심의 구경까지 하고 돌아와서 어머니 내려드리고, 렌트카 기름 다시 채워서 반납했다.
호텔 주차장도 돈을 받는지라, 그냥 하루 단위로 빌리고 반납하는 걸로 해서 좀 절약하기.
차를 반납하고, 저녁 먹을 곳을 좀 찾아다녀봤다. 교토역 남쪽 건물의 식당가를 돌아다녀 본다.
동문 선배가 추천한 회전 초밥집 '스시노무사시'를 검색해서 가봤는데, 학~ 줄이 꽤 길다.
기다리더라도 가보고 싶었으나, 좀 급한 성격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이번엔 좀 어렵겠다 싶네.
뭐 다른 메뉴 없나 보니, 오코노미야키를 비롯한 철판 요리 집이 괜찮아 보인다.
전화로 두 분께 역쪽으로 오시라고 전하고 같이 식당으로 입장.
여긴 그닥 붐비진 않는데, 4인 테이블에 자리가 없어 이렇게 옆으로 나란히 앉는 곳에 자리 잡았다.
어머니가 아버지랑 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주셨다. ^^
우리나라에선 막연히 일본 음식으로 알려진 오코노미야키는 일본에서는 오사카 주변 지역인 간사이 지역 음식이다.
그래서, 지역의 대표 음식을 맛봐야 하지 않겠는가!!! ^^
오코노미야키, 철판 볶음 우동, 꼬치 요리 세트를 시켜서 먹었다. 시원한 맥주 한잔과 같이...
그런데, 역시나 양이 적은 우리 부모님... 맛있게 드시면서도 많이는 안 드셔서 남은 거 내가 다 먹느라 배불러 죽는 줄 알았다. ^^
그래도 두 분 모두 정말 맛있게 드셔서 이 곳으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사케도 작은 거 하나 시켜서 마셨다는... ^^
이렇게 교토에서의 둘째 날도 잘 보냈다.
아라시야마 지역 - 닌나지 - 킨카쿠지 - 니시진 회관 - 니시키 시장
저녁 배부르게 먹고, 난 혼자 요도바시 카메라 한바퀴 둘러보고 숙소에 들어와 뻗어 잤다.
'일상 日常 Daily Life > 나들이 / 여행 / 야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06.01~06.04 부모님과 함께 한 교토 & 고베 여행 - 3일차 오후 / 토후쿠지 @ 교토 (0) | 2016.08.14 |
---|---|
2016.06.01~06.04 부모님과 함께 한 교토 & 고베 여행 - 3일차 오전 / 긴카쿠지, 후시미이나리 신사 @ 교토 (3) | 2016.07.11 |
2016.06.01~06.04 부모님과 함께 한 교토 & 고베 여행 - 2일차 오전/아라시야마 지역 @ 교토 (1) | 2016.07.03 |
2016.06.01~06.04 부모님과 함께 한 교토 & 고베 여행 - 1일차/교토 (0) | 2016.06.26 |
2016.04.09. 공방에도 봄이 왔네요. (3) | 2016.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