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고베 여행 3일차 이야기 시작해 본다.
아침에 다른 식당을 가고 싶었으나, 전날 돌아다녀 보니 숙소 근처에 밥집으론 요시노야 말곤 딱히 안 보이더라.
그래서, 또 요시노야. ^^
나는 돼지고기 덮밥, 어머니는 카레, 아버지는 쇠고기 볶음과 야채 어쩌고 세트...
가볍게 먹는다고 골랐지만, 우리 가족에겐 양이 많아서 배부르게 먹었다.
차를 렌트해서 갈 곳은 교토의 오른쪽에 있는 몇 군데를 가볼 생각이다.
긴카쿠지 (은각사) - 후시미이나리 신사 - 도후쿠지 등등
차를 타고 가다보니, 길가의 어느 집 2층에 고물상 비슷한데, 뭔가 골동품 장난감을 모으는 사람의 집인지 가게인지가 눈에 띄더군. 덕후스러움이 가득 느껴지는데 따스함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아침에 처음 갈 곳은 은각사라 불리우는 긴카쿠지를 가려고 한다.
처음 교토와서는 어머니가 일본인인 미국 직원과 함께 둘이서 버스 타고 왔던 곳인데 참 멋진 곳이란 기억이 있다.
2012/05/22 - [가족 家族 My Family/아빠 출장] - 2012.04.06~04.18. 교토 출장; (5) 긴카쿠지 (銀閣寺)
긴카쿠지는 큰 길가에서 시작하는 철학자의 길이라 불리는 길부터 가야해서, 큰 길 근처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간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다.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으나, 사색하기 좋을 듯한 길이다.
예전에 왔을 땐 벗꽃이 만발했었는데, 그 때보다 예쁘진 않아도 짙은 녹음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네.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얘기하며 올라간 것 같다.
철학자의 길이 끝나고 긴카쿠지까지 가는 골목.
다른 관광지 입구보다 좀 덜 요란한 것 같기도 하다... ^^
입구에서 표를 사서 들어가니 정원을 손질하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참으로 정갈하고 산뜻한 정원은 이렇게 사람이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은각사의 본당과 은빛 모래 정원.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은빛 모래가 살짝 촉촉한 느낌이다. 전에 왔을 땐 완전히 바짝 마른 듯한 느낌이었는데.
모래로 이런 무늬를 만든 것도, 저기 높이 탑처럼 쌓아올린 것도 참으로 특이하다.
일본의 정원들이 자연적인 듯하면서도 모두 인공적인 느낌이 강한데, 이 곳의 모래 정원은 그 정점에 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모래 정원 옆엔 이렇게 연못이 있어 아기자기함의 끝을 보여준다.
길을 따라 조금 오르막을 걷다보면 교토의 약간 북쪽이 보이는 곳이 나온다.
긴카쿠지가 교토의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서쪽을 바라보면 약간 북쪽이다.
저쪽에 내가 자주 가던 교토대학도 있을 것인데, 잘 모르겠다.
여기에 서양 관광객들이 좀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일본인 할머니와 대화를 하는데 완전 연애 전문가가 여자 꼬시듯이 말을 해서 피식하고 여러번 웃었다.
조금 높은 곳에 샘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경내를 졸졸졸 흐른다. 최근에 비가 별로 안 왔는지 물의 양은 좀 적었던 듯.
본당이 보이는 장소에서 학생들 인솔한 택시 기사분께 부탁해서 부모님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름 오랜 시간 같이 다녔는데, 셋이서 같이 찍은 사진은 이거 하나네.
구경하고 나와서는 바로 앞에 있는 가게에서 군것질을 하나 해본다.
4년 전에도 여기서 슈크림 빵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슈크림 혹은 슈크림 대신 아이스크림을 넣은 빵이 이 집 대표 메뉴.
아침부터 해가 뜨겁고 해서 모두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부모님은 녹차 아이스크림, 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가게의 의자에 앉아서 맛있게 먹으며 좀 쉬는 것도 여행의 재미인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어머니는 길가에 있는 기념품점을 기웃거리다가 3장에 1000엔짜리 손수건이 맘에 드셨나 보다.
여러 장을 뒤적이다가 선물하신다고 석장을 골라 계산하시는데, 나이가 좀 있으신 듯한 주인 아주머니가 일어와 제스쳐로 능통하게 의사 소통하는 모습이 참 재밌었다. 그리고, 참으로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셔서 기분 좋은 구매를 했다.
아버지는 긴카쿠지 입구에서 뜨거운 햇살을 가려줄 모자 하나를 구입하셨다.
여기가 우리나라의 많은 간사이 지역 관광 코스에서 누락된다는 것에 무척 불만이라고 하며, '금각사는 안봐도 그만이지만, 은각사는 봐야한다'는 내 주장을 부모님도 수긍하셨다는... ^^
다음은 나도 처음 가보는 교토의 약간 남동쪽에 위치한 후시미이나리 신사로 이동했다.
비교적 널직한 무료 주차장이 있는 것이 좀 특이했다.
주차장을 벗어나면 tripadvisor란 관광 관련 사이트에서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 2년 연속 1위를 했다는 안내가 보인다. 흠...
커다란 입구...
여기에 대한 내력을 잘 모르고 왔지만, 일단 상당히 최근에 지어진 것들인 듯하다.
온통 붉은 기운이 깔려있는데, 각자의 소원을 적은 작은 문을 걸어둔 곳이 있다.
그리고, 흐름을 따라 가다보면 이렇게 '봉납 (奉納)'이라 쓰여져 있는 큼직한 문들이 쭉 서있는 길이 나타난다. 오옷.
사람이 엄청 많다. 이 큰 문이 있는 길을 벗어나면 낮은 문이 있는 길이 나타난다.
이게 문 하나하나가 개인 혹은 단체가 후원을 하면 하나씩 만들어지나 보다.
가는 방향에서 뒤를 바라보면 왼쪽엔 봉납한 사람 혹은 단체의 주소가 있고, 오른쪽엔 날짜가 있다.
이렇게 해서 작은 산 전체 길마다 다 문이 만들어져 있나보다.
처음에 만들어진 건 좀 띄엄띄엄 세워져 있었나본데, 계속 봉납한 이들이 많아져서 사이사이 채워가는 듯하다.
어후... 너무 많다.
중간 지점에 작은 신사가 있어 사람들이 또 뭔가를 기원하고 있다.
그 중에 한 곳에 학생들이 유독 많이 서 있는 곳이 있어 사진 하나 찍어봤다.
그리고, 적게 후원한 이들은 이렇게 작은 문을 만들어 주나보다.
산 전체를 돌아보기엔 그닥 재미 없을 것 같아, 중간 지점에서 옆길로 빠져 나와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있는 석조 등 역시 봉납이라고 쓰여져 있고, 후원인 및 날짜가 쓰여져 있다.
그냥 이 지역에 있는 모든 것들이 봉납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보다.
내려 오다보니 여우상 아래 뭔가가 보인다....
자세히 보면 고양이 한 마리가 그늘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이렇게 여기저기 추천이 많았던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생각보다 인상적이진 않았다. 너무 현대적이기도 했고, 작위적이라 할까? 그래도, 유명 관광지여서 그런지 사람은 엄청 많았다.
다음에 또 교토를 둘러본다면 다시 올 것 같지는 않은 곳이었다.
이제 근처에 있는 토후쿠지(東福寺)로 가보려 한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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