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난 일본이랑은 인연이 별로 없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2008년에 처음 일본의 츠쿠바로 출장을 가게 되었고, 2012년에 처음으로 교토를 간 이후에 교토는 꽤나 많이 그리고 자주 출장을 갔었다. 2014년에는 고베에도 수차례 출장을 갔다. 늘 바쁜 교토 출장이었지만 수차례 다니면서 한곳 두곳 다녀보니, 한 3일은 꼬박 다녀야 교토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으로 볼 것도 많고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어머니께서 일흔이 되시는 해다. 두 분 수연이 있는 해면, 가까운 나라 해외여행을 보내드리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보내드리는 것보다 내가 직접 두 분을 모시고 가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 도시가 교토이다. 휴가 며칠 내서 두 분 모시고 교토를 가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일정을 짜보았다.
6월 1일부터 4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3일을 꼬박 교토에서 보내고, 마지막 날을 고베를 슬슬 둘러보고 귀국하도록 계획했다. 2박 3일로 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너무 힘들 것 같아 하루 더 잡았다. 순서로 따지면 고베로 시작해서 교토로 끝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고베의 신구 문물이 섞인 그 느낌을 제대로 못 느낄 것 같아, 옛스러움이 가득한 교토를 먼저 보고, 고베를 나중에 보는 것으로 일정을 짜보았다.
내가 가본 곳 중에서 몇 곳들과 웹에서 검색해서 "바쁜 직장인을 위한 일본 교토여행 3박4일 추천코스"라는 글을 참고해서 부모님도 좋아하실 만한 곳을 꼽아서 일정을 잡아 보았다. 교토는 예전 출장에서 운전도 해봤던 도시였고, 일본에서의 운전도 낯설지 않고, 주차 시스템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이틀 정도는 렌트를 할 계획도 세웠다.
약 한 달 반 전에 비행기 표 및 호텔 예약을 해두었다. 호텔 예약은 2월 도쿄 여행 때처럼 www.expedia.com을 통해서 교토 역 앞의 APA Hotel을 잡아 두었다. 2012년이던가? 한참 교토 자주 갈 때, 교토 역 앞에 APA 호텔에서 묵어본 적이 있어 거긴가 하고 잡았는데, 나중에 위치를 확인하니 다른 곳이네. 같은 체인이니 기본 이상은 할 거란 기대를 해본다.
[여행 1일차] 김포 공항 - 오사카 간사이 공항 - 교토역 - 니조성 - 기요미즈데라
김포공항에서 아침 8시 반 비행기여서 새벽같이 나가서 비행기를 탔다. 김포 - 오사카는 원체 가까워서 기내식은 샌드위치.
오래간만에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하여 수속하고 나와 공항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기차 역으로 이동.
역에서 공항 쪽을 바라 보고 찍은 사진. 어머니가 찍으신 사진. ^^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교토로 가는 제일 쉬운 방법은 기차다. JR 매표 사무실로 가서 교토로 가는 특급 열차 하루카 티켓을 구입했다.
표를 사서 플랫폼으로 내려가닌 하얀색 하루카가 청소한다고 대기 중이다.
열차를 타면 입구쪽에 여행용 캐리어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여기에 짐을 다 두고 좌석에 않으면 앞자리에 주머니가 하나 있다. 이 주머니에 티켓을 꼽아두면 혹시 잠이 들더라도 역무원이 꺼내서 검표를 할 수 있다.
승객이 자고 있는데, 여기에도 표가 없으면 역무원은 그냥 지나치고 자주 오가면서 승객이 검표에 응할 때까지 기다렸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어릴 적 시골에 가기 위해 서울역에서 바글거리는 열차를 타고 간 기억이 있는데, 고속버스 혹은 자가용 차로 이동하기 시작한 이후론 기차를 다고 어디 여행한 기억이 없다. 물론, 난 출장다니면서 기차를 좀 탔지만.
그래서, 기차로 창밖을 내다보며 교토로 가는 그 상황이 부모님도 참으로 오래간만이고 반가우셨나보다.
창 밖으로 보이는 간사이 지방의 풍경, 거리 등에 대해 말씀을 많이 나누셨다.
혼자 가면 예약석 안 하는데, 몇 년만에 왔더니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확실하게 좋은 자리 잡으려고 예약석으로 했더니 좀 비싸다. 1000엔쯤 차이난다. 이번에 다시 보니 굳이 예약석 안해도 하루카는 간사이 공항역이 출발역이라 자리 잡기 어렵지 않겠다. 다음엔 싸게 가야지.
기차 안에서 잠깐 졸고 나니 교토역에 도착.
오래간만에 보는 교토 타워. 날이 화창한데 구름은 많은 날씨다.
교토역도 오래간만이다.
우리가 묵을 호텔로 이동. 빅카메라 빌딩을 지나 걸어가다보니 APA 호텔이 보인다. 오~ 큼직한데?
...라고 생각하고 호텔 앞에 가니 내가 예약한 호텔이랑 이름이 다르다. 바로 옆에 화살표로 내가 예약한 호텔 이정표가 있다.
좀 더 걸어가니 아담한 호텔이 나타났다.
3시부터 입실이 가능한지라 가방을 맡겨두고 점심부터 먹으러 나왔다.
여행 전 약 1주일 정도 식욕이 많이 떨어져서 식사를 잘 못하시던 아버지가 좋아하실 만한 먹거리를 좀 고민했었다.
장거리 여행으로 기운으로 지쳤을 때 시원한 국수를 먹으면 좋을 것 같아, 교토 역앞 지하 상가인 Porta의 식당가에 있는 한 면요리 식당으로 들어갔다.
아버지와 나는 자루 소바 정식을 주문했다.
국수를 찍어 먹는 국물에서 생선의 비릿한 향이 상당히 많이 나는 것이 좀 색달랐다. 아버지가 좋아하실 거라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맛있게 잘 드시고, 함께 나온 볶음밥(붉은 그릇)까지 싹 다 비우셨다. 가게 분위기랑 깨끗한 음식 등도 맘에 드셨는지 좋아하신다.
점심을 해결하고 올라오니, 어디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왔는지 학생 단체가 모여있다. 저리 많이 모여 있는데도 조용하다. 귀여운 녀석들.
이제 슬슬 첫날 구경을 하러 나서본다.
첫 날이니 가볍게 다녀보려 한다. 교토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니조성을 택시를 타고 갔다.
교토의 택시는 기본요금이 590엔이었던 것 같다. 전보다 많이 올랐네.
내가 교토에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여기는 아버지가 좋아하실 것 같아서 꼭 같이 가고 싶었던 곳이었던 곳이다.
재작년이던가 함께 일했던 미국 직원들이 퇴근하고 한 군데를 간다면 어디 추천하겠냐 물었을 때, 내가 추천했던 곳이기도 하다. 다음 날 정말 좋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던 니조성.
예전에 갔을 때 쓴 글이 있어 링크 하나 추가. 벌써 4년 전이구나.
2012/06/19 - [가족 家族 My Family/아빠 출장] - 2012.04.06~04.18. 교토 출장; (8) 니조조 (二条城)
표를 구입하고 입장.
입구에 있는 초소 같은 것은 보수 공사 중이라 해서 볼 수 없었고, 메인 건물이라 할 수 있는 니노마루 어전으로 가는 문인 가라문.
내가 본 일본의 건물들이 대개 색이 들어간 처마(?)가 없는 편인데, 여기는 화려한 조각이 꽤 많다.
일본 건물의 지붕은 사무라이 투구처럼 보이는 게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니조성의 메인 건물이라 할 수 있는 니노마루 어전.
아버지께서 그냥 입구만 보고 나오시려는 걸, 신발 벗고 구경해야 한다고 설명드리고 같이 들어갔다.
전에 쓴 글에도 있지만, 쇼군이 거처하는 곳으로 손님이 머무는 입구쪽 방부터 최측근 인물이 갈 수 있는 방, 쇼군이 머무는 방 등 수많은 방들이 있다. 실내엔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말로 때우는 중.
그런데, 그 복도를 걸어가다 보면 삐걱거리는 소리는 아닌데, 새소리 비슷한 소리가 난다. 이게 누군가 몰래 이동할 수 없게 의도된 것이라는데 정말 신기하다. 부모님도 일본 소설(?)에서 읽은 적 있는데, 실제로 들은 것은 처음이라며 신기해 하셨다.
이 건물의 입구 처마에도 멋진 조각이 있다.
어전 마당엔 설명이 없는 청동 종이 있다. 이건 뭔지...
어전 건물 둘레를 밖에서 따라가다 보면 정원이 나온다.
건물 안에서 창문을 열면 이 정원이 보일텐데, 참으로 멋진 모습이었을 것 같다.
이 니조성은 내부에 또하나의 성이 있다.
안쪽에 있는 해자.
안에서 본 성 안의 성의 입구쪽. 큰 돌을 잘도 쌓았다.
세력이 센 무사들이 저 건물을 짓기 위해 백성들을 얼마나 고생시켰을까. 흠.
이 성 안의 성엔 혼마루 어전이 있는데, 앞선 니노마루 어전보단 좀 작은 규모인데 주변 경관은 한적하고 조용한 게 좋다.
날씨가 흐리다더니, 쨍쨍하기만 하다. 날도 습하지 않고 쾌청해서 구경다니긴 좋았다.
위의 뷰가 보이는 그늘 아래 계단에서 좀 쉬면서, 일본 역사에 관심 많으신 아버지의 니조성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슬슬 걸어다니다 보니 큰 문이 있는데, 이것도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거란다.
나무에 갑옷처럼 철장식이 된 것이 외부의 침입에 대비한 것인 듯.
니조성을 한번 둘러보고, 기요미즈데라로 택시로 이동했다.
여기도 전에 글 쓴 적이 있으니 링크 하나 남기고...
2012/06/09 - [가족 家族 My Family/아빠 출장] - 2012.04.06~04.18. 교토 출장; (7) 기요미즈데라 (淸水寺)
우리가 보통 청수사라 부르는 곳으로 교토 관광 코스에 어지간하면 안 빠지는 곳.
두 분 모두 가보신 곳이라지만, 그래도 다시 가봐도 멋질 곳이기에 다시 방문.
여긴 원체 크고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사람이 역시나 많다.
입구에 기모노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어서인지, 유독 기모노 입고 다니는 아가씨들이 많다.
이 아가씨들이 이 날 본 팀 중에 제일 예뻤던 것 같다. 어머니 사진에 하나 빌려옴. ^^
난 절 입구에 저렇게 붉은 색으로 되어 있으면 좀 거부감이 있다. 그래서, 첫인상은 그냥 그랬던 곳이기도 하다.
절인데도 안에 여러 개의 신사가 있고, 본당 바로 옆에도 이런 게 하나 있다.
본당에 우리네처럼 불상이 있고, 뭔가 있는 게 아니어서 그냥 지나쳐도 그닥 이상할 게 없는 그런 희안한 곳이다.
그래서, 사진도 없다. (??)
본당 앞을 지나면 신사 입구가 있다. 그 계단에서 사진들 많이 찍네. 처음 여기 왔을 땐 저기에서 무슨 행사해서 사람 엄청 많았는데.
기요미즈데라의 본당은 그 건물을 지나쳐서 좀 거리를 두고서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교토 검색하면 자주 검색되는 사진 중 하나가 바로 이 방향에서 바라본 본당일 것이다.
건물 앞에 마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숲이다.
그것도 자세히 보면 본당이 절벽에 나무로 구조물을 만들어 그 위에 세워진 건물인 것이다.
정말 큰 건물인데, 그게 절벽 위에 세워진 것. 그래서, 바로 앞 마당이 없는 것이고 그 앞을 지나가봐도 그 건물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이 곳에는 내심 좀 더 늦은 시간에 왔으면 했다.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방향인데, 해가 제일 긴 기간인 6월에 온 데다가 시간도 좀 이르다. 하지만 구름이 깔린 교토 멋진 시내의 나름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역광은 정말 사진을 예쁘게 찍기 힘들다. 쩝.
이동하는 길에 한 할아버지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닥 잘 그리는 것 같진 않지만, 괜히 여유로움이 느껴지네...
쭉 걸어가다보면 출구 방향으로 가기 전에 인적이 적은 길이 하나 보인다. 난 전에 와봤으니, 그 쪽으로 또 갔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본당을 정면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일 것이다. 전에는 4월초에 와서 그런지 이렇게 녹음이 짙지 않았는데, 완전 숲의 푸르름 속에 둘러쌓인 본당의 모습이 사뭇 색다르다.
길이 180도로 꺾이는 곳이 하나 나오는 데, 그 때 90도 방향으로 약간의 오르막길이 있는 곳이다. 사진이 있거나 구글 맵에서라도 보이면 쉽게 설명할 텐데 어렵네...
슬슬 출구 쪽으로 가다가 전에 왔을 때 꽤나 인상적인 사진을 찍었던 곳에서 멈춰봤다.
이 사진은 어머니가 찍으신 것이긴 한데, 4년 전 내가 찍은 사진과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다.
아래 사진은 2014년 4월 15일에 찍은 사진이다.
같은 위치인데, 이 때에도 기모노 입은 아가씨가 화면에 잡혔다. 이번엔 셀카 찍은 아가씨들. ^^
기요미즈데라 근처를 좀 더 돌아다니다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싶었으나, 아버지가 힘들어 하셔서 일단 호텔로 이동.
이번에 묵을 방. 아이구 좁다 좁아. 난 이런 일본 숙소에 익숙하지만, 두 분은 처음이여서 많이 신기해 하셨다.
아, 방은 2개 잡았다. ^^
잠깐 쉬기로 했는데, 낯선 곳에서 저녁을 먹어야 하기에 검색을 했다.
저녁 식사로는 보통 일본 사람들이 퇴근길에 먹는 그런 식당을 가보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꽤나 괜찮은 평점을 받은 곳이 있어 거기로 가기로 결정!
식당 이름은 야요이켄. 체인점이다.
입구에서 자판기로 음식 쿠폰을 구입해서 종업원한테 주면 갖다주는 형태이다.
저녁 시간이라 빈자리가 없어 잠깐 기다렸다. 아니, 한두 명 앉을 자리는 있었는데, 세 명 앉을 자리가 없었다.
기다리겠다고 하니, 자리가 나니 치워주고 알려준다.
저녁 식사는 아버지는 돈까스 정식, 난 치킨가스와 쇠고기 볶음 정식
어머니는 고등어 구이 정식.
일본에서 밥 사먹으면 비싸고 양은 적다고 하는데, 보통 일본 사람들 먹는 곳에 가면 적당한 가격에 꽤나 우리 입맛에도 맞는 음식들이 있다. 밥은 어딜 가나 많이 준다!!! 게다가 이 집은 밥은 무한 리필인데, 대부분 남자들은 한 그릇 정도씩은 더 먹는 듯했다.
요새 식욕 없으셨던 아버지도 기분 좋게 다 드시고, 어머니가 남기신 것도 좀 드셨다. 단 두끼 먹었는데, 두 분이 다 맛있게 잘 드셔서 아주 흐뭇했다.
피곤해 하시는 아버지는 숙소에서 쉬시고, 어머니랑 둘이서 교토역 주변 한바퀴 돌기로 했다.
밤에 보이는 교토 타워. 묘한 매력이 있다.
요도바시카메라 바로 옆에 있는 드럭 스토어에 가서 휴족시간을 하나 샀다. 어머니한테 이런이런 효과가 있으니 붙이면 내일 아침에 다리의 피로가 많이 풀려 있을 거라고 하면서...
저녁 시간이라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이 꽤나 보인다. 그닥 시끄럽지도 않고, 그 여유로움이 보기 좋다.
방에 들어오면서 맥주 하나랑 땅콩 한봉지 사왔다. 교토 맥주라는데, 전에 마셔본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일본은 맥주가 맛있으니 체류하는 동안 이것저것 맛봐야지!!!
기대반, 우려반으로 시작한 부모님과의 일본 교토 여행의 첫 날이 지나갔다. 생각보다도 더 아버지께서 허리 때문에 힘들어하셨지만, 그래도 함께 다니는 것이 좋으신 것 같아 다행이다. 하루 지나고 생각하니, 간식 하나 없이 너무 힘들게 다닌 것 같아, 이튿 날부터는 물도 딸로 좀 챙기고 군것질도 좀 해가면서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많이 안 드시고 잘 안 드시는 두 분이 일본에서의 두 끼를 아주 잘 드셔서 아주 좋았던 하루이기도 했다.
아이들과 화상통화 좀 하고 일본에서의 첫 날 마무리...
다녀온 지 20일도 더 지나서야 첫 날 이야기 다 썼네. 아휴.. 부지런히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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